매달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달콤하지만, 그 숫자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은 결코 명쾌하지 않습니다.
9to6의 근무시간 외 출퇴근 시간을 더해보면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회사를 위해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수도권 지역의 특수성이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월급 값'의 정체는 훨씬 더 질척거립니다.

상사의 갑작스러운 기분 변화를 살피는 눈치, 동료의 실수를 조용히 메우는 순발력, 그리고 부당한 지시 앞에서도 표정을 관리해야 하는 인내심 같은 것들 말입니다.
감정 소모는 월급에 포함되지 않고 그건 당연히 받아드려야 하는 직장인의 숙명?같은 것으로 포장되어 회사는 우리에게 요구하고, 요구당합니다.
열정이라는 이름의 교묘한 부채의식
회사는 종종 '주인공 정신'이나 '열정'이라는 단어를 빌려 개인의 무한한 희생을 종용합니다.
내가 공들여 만든 기획안이 누군가의 성과로 둔갑하거나, 퇴근 후 침대 위까지 따라오는 메신저 알림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 우리는 자문하죠. "이것까지가 정말 내 월급 값인가?"
냉정하게 말해, 노동력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지만, 많은 직장인이 자신이 제공하는 노동의 양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고도, 정작 성과가 나지 않으면 담당 직원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자본의 논리는 교묘해서, 우리의 책임감을 볼모로 '적당히'라는 선을 지우고 '무한 책임'이라는 굴레를 씌우곤 하죠.
하루 10시간 이상을 투자해 내가 받은 월급은 그 값이 적당하다는 만족감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직장과 직급에 따라 개개인이 받는 급여는 다르니 만족의 정도도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부족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월급은 기본적인 삶을 이어가기 위해 받는 돈입니다. 순순히 노동을 돈으로 치환하는 것이지 내 감정과 인격에 대한 사용료로 받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은 무례한 클라이언트의 폭언을 견디는 것이, 혹은 조직 내의 정치적 싸움에서 방패막이가 되는 것이 월급 값의 일부라고 체념하는 이들도 있지만, 영혼이 마모되는 소리를 외면하며 받는 돈은 결국 나중에 더 큰 심리적 비용으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존감마저 월급이라는 명목하에 헐값으로 넘겨서는 안 됩니다.
지속 가능한 노동의 월급을 이어가기 위해서
진정한 프로페셔널은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에너지를 배분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무조건적인 헌신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내가 제공하는 노동의 범위와 회사가 지불하는 보상 사이의 균형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기심은 이럴 때 사용해야 합니다. 이타적 이기심이 제대로 작동해 ‘자기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과 관련 없는 것은 철저히 배제 시킬 힘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계속 노력하면 또 연습하면 조금씩 조금씩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감정노동에 많은 에너지를 쓰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놓칠 수 있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일을 잘하고 싶어도 잘할 수 있는 상황이나 환경을 만들 수 없습니다.
제가 말하는 자기 경영은 업무에 주체적으로 임하면서 업무와 별개일 수 없지만 스쳐 지나가는 감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도록 자기 방어를 잘하는 것을 말합니다.
실수할 때도, 쪽팔리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런 일들에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위로하고 함께하는 동료들과 그지 같은 직장생활의 뒷담화도 하면서 슬기롭게 이겨내는 것이 결국 이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 달에 딱 한 번 입금되는 월급!
그 소중한 가치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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