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회사 사무실이 광화문으로 이사 온 뒤로, 출퇴근길에 자연스럽게 경복궁을 가까이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좋은 동네로 왔네” 하는 정도였는데, 회사에 있는 동안 경복궁을 매일 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한 편의 시가 자꾸 떠오른다. 김수영의 「어느날 고궁(古宮)을 나오며」.

이 시는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갈비에서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화를 내고, 설렁탕집 주인에게 욕을 하는 모습.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일상의 작고 현실적인 분노다. 나 역시 이런 순간들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지하철에서 내 어깨를 치고 가는 사람들, 질서를 지키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 등 작은 불편 하나가 유난히 크게 느껴질 때가 있고, 그럴 때면 생각보다 쉽게 기분이 상하고 감정이 올라온다.
그런데 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붙잡혀간 소설가를 떠올리고, 언론의 자유를 말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생각으로까지 나아간다. 하지만 결국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말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자각. 그리고 그 끝에 남는 질문이 있다.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이 문장은 요즘 들어 유난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나는 과연 무엇에 더 크게 반응하고 있는가. 정말 중요한 일들 앞에서는 조용하면서, 사소한 일에는 쉽게 감정을 쏟아내고 있는 건 아닌지 요즘 자주 돌아보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대의를 위해 나서는 사람은 아니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만큼의 확신이나 용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일상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해야 할 일을 하고,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그 대신 내가 더 자주 반응하는 건 아주 작은 일들이다. 업무 중의 사소한 충돌, 예상과 다른 결과, 누군가의 말투 같은 것들. 그런 일에는 쉽게 신경이 쓰이고,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감정이 커지기도 한다.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던 일들인데도 말이다.
이 시가 계속 떠오르는 이유는, 그런 나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작은 일에 더 쉽게 분개하고, 큰 일 앞에서는 조용해지는 쪽에 가깝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를 과하게 몰아붙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이고, 세상을 바꿀 만큼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적어도 가끔은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감정을 쓰고 있는지는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은 일에 화를 내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버릴 때, 나는 점점 더 좁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시는 ‘작은 일에 화내지 말라’기보다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퇴근길에 고궁 옆을 지나며 문득 이 시가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잠깐 멈춰서 생각하게 된다. 오늘 나는 무엇에 화를 냈는지, 그리고 무엇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아마 내일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사소한 일에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다만 그런 나의 모습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반복하는 것과, 알고 있으면서 한 번쯤 돌아보는 것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이 시를 계속 떠올리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때마다 아주 잠깐이라도,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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