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조심스레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요즘은 그냥… 인생의 길을 잃은 기분이야.”
늘 자기 길을 묵묵히 걸어가던 친구라 저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커피만 마셨죠.
하지만 곧 다시 생각해보면 누구나 그런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내가 원래 가고자 했던 길이 무엇이었는지,
스스로조차도 모를 때.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화려한 조언이나 거창한 위로가 아니라, 그저 조용히 마음을 다독여주는 짧은 한 문장일지도 모릅니다. 그때 문득, 예전에 사진첩에 저장해두었던 시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그때 문득, 예전에 사진첩에 저장해두었던 시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양광모 시인,「가장 넓은 길」
이 시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적 확인 문구로도 사용되었는데요.
수능 필적확인란 문구는 매해 문학작품 중에서 '수험생에게 힘을 주는' 문장을 골라 담는다고 해요. 수능 1교시, 그 숨막히는 긴장 속에서 마주한 한 줄의 문장은 많은 수험생들의 마음에 조용히, 그리고 깊은 울림을 남겼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이 짧은 문장은 단순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밖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
때로는 눈에 덮여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어둠 속에 묻혀 사라진 듯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길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
그래서 N_CH_ART 여러분들에게 양광모, <가장 넓은 길> 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 양광모, 「가장 넓은 길」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마음 한 켠이 환히 밝혀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시는 저에게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따뜻한 조언으로 다가왔어요.
내가 찾고 있던 답은 어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나의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죠.
묵묵히 눈을 치우는 마음, 어둠 속에서도 기다릴 줄 아는 인내.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나 마침내 마주하는 ‘마음속의 길’.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다시 걸어야 할 인생의 방향 아닐까요?
누군가는 지금 힘겨운 현실 속에서 방향을 잃은 채, 주저앉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길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눈에 덮여 있거나 어둠에 묻혀 있을 뿐.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장은 보이지 않아도,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새벽과 함께
당신만의 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요.
그리고 그 길은, 어쩌면 처음부터 당신 마음속에 있던 길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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