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조직 인터뷰

베트남 진출, 이럴 거면 오지 마세요!

작은 조직 인터뷰 #18 코스앤코비나 조안나 대표

2024.10.18 | 조회 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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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슬립

작은 조직, 1인기업을 위한 조직관리, 협업방식, 국내외 사례를 다룹니다.

아무 인맥없는 베트남으로 10년 전에 떠나 현재는 마케팅 에이전시와 유통을 하고 있는 조안나 대표님을 인터뷰했습니다. 유통으로 시작해 우연한 기회로 B2G사업까지 하게 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베트남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인사이트까지 담았습니다. 

인터뷰 하이라이트


  •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기회를 제대로 잡는 것도 능력입니다. 조안나 대표님은 호치민 내 지사화 사업 공고선정 결과에서 떨어졌지만, 선정기관 측에 이의신청을 넣었다고 해요. 그간 성과와 현장에서 경험은 자신있었기 때문인데요, 이의신청 후에 중소기업진흥공단 소장님이 방문한 후에 선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덕에 지사화 사업을 시작으로 B2G 사업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 광고없이 25만 다운로드를 한 피부진단 앱서비스 아하스는 베트남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기에 가능했어요. 물론 서비스 내에서 구매전환은 다른 문제였지만 지금은 한국 성형외과 광고를 테스트하며 지속적인 수익화 시도를 하고 있어요!
  • 베트남 GDP 수준이 아직은 높지 않기에 기대할 수 있는 객단가가 낮을 수 밖에 없어요. 현지 시장의 장점을 살려 F&B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한국 사업가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반면에 베트남 상류층 타겟의 시장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영역으로 남아있어요. 

 

코스앤코비나 & 조안나 소개


호치민에 7년째 살고 있는 조안나 대표님은 뷰티 비즈니스로 시작하여 현재 B2G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한국 뷰티 브랜드 제품의 동남아 진출을 돕고 있으며 아하스라는 피부 진단 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투파 창업파이터 유튜브
스투파 창업파이터 유튜브

코로나 덕분입니다!


Q. 베트남으로 처음 넘어오신 건 언제인가요?

처음 여기 오게 된 건 2014년도였어요. 한국에서 헤어팩 브랜드를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던 터에 베트남 쪽으로 진출을 해보고자 직접 넘어왔어요. 베트남 시장을 잘 몰라서 누구에게 의지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몰랐죠. 베트남 호치민에서 뭔가를 해봐야겠다 싶어서 한 달에 한 번씩 왔던 것 같아요.

 

Q. 그 시기는 베트남이 지금처럼 많은 관심을 받기 전이었던 것 같아요. 왜 베트남으로 오실 생각을 하셨어요?

제가 중국에도 있었거든요. 중국에 있으면서 느꼈던 게 뭐냐면 중국 사람들 성향 때문에 또 다른 나라를 발굴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게 베트남일지 일본일지 홍콩일지는 모르죠. 베트남 여행하면서 이 나라를 결정했던 거지 처음부터 무작정 베트남 와서 비즈니스 할 거야라고 왔던 건 아니에요. 와서 보니까 사람들도 너무 친절하고 물가도 너무 저렴해서 이 나라에 내 브랜드를 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오게 된 거죠.

 

Q. 한국에서도 대표님 브랜드 제품을 유통하고 계셨군요?

맞습니다. 원래는 제 브랜드를 만들어서 판매했어요. 중국 쪽에서 많이 유통했었고 한국에서도 꽤 많이 판매하고 있었죠. 일본, 미국, 싱가포르로 수출하고 있었고요.

 

Q. 베트남에 인프라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초반 팀 빌딩이나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초반에는 베트남 자체가 너무 모르니까 오자마자 바로 창업하진 않았어요.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파트너들을 계속 찾기 시작했어요. 사실 연달아 세 번 사기당했었어요. 그저 물건을 싸게만 주면 되는 줄 알았죠. 막상 물건을 싸게 주니까 파트너사가 광고를 어떻게 해야 하냐는 거예요. 광고비를 줬죠. 오프라인 운영한다고 해서 오프라인 운영비도 줬어요.

알고 보니 저와 파트너를 통역하던 통역사들에게 당했었어요. 베트남 사람인데 한국말 잘하는 통역사들이요. 처음 전시회 가고 이러면 통역원들 많이 만나잖아요. 통역원들이 한국어도 잘하고 친절하니까 그 사람들을 되었죠. 우리 제품이 너무 좋다고도 하고요. 물론 요즘에는 정말 좋은 통역원분들도 너무 많으세요.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 돌다리를 꼭 두드리고 건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그 이후에 베트남으로 오신건가요?

네, 2017년도에 베트남으로 아예 왔어요. 혼자 80kg 짐을 지고 왔죠. 집, 사무실, 법인도 없었어요. 친한 동생에게 부탁하고 지낼 공간을 먼저 마련했어요. 두 달 정도 있으면서 법인 설립을 했어요. 2017년도 세팅하고 2018년도 4월에 첫 법인이 나왔어요.

라자다 채널에서 직접 라방하던 시기
라자다 채널에서 직접 라방하던 시기

Q. 19년도가 코로나가 오는 시점이잖아요. 베트남도 셧다운 때문에 베트남에서 나가시는 분도 많았는데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런 말 하면 속상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오히려 저희는 코로나 때 성장했어요. 제가 사기도 많이 당해봤잖아요. 당시는 인증도 없었고 우회적으로 물건을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사기를 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8년도 법인을 세웠을 때는 무조건 인증을 받고 온라인 광고 라이센스도 받았어요. 모든 절차를 정상적으로 거쳤어요.

코로나 시기에 모든 물류가 끊겼잖아요. 저희가 맡은 물건은 정상적으로 거래하고 통관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많이 성장했죠. 당시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물건 주문은 들어오는데 테이프, 박스도 없었죠. 사무실에 있는 박스란 박스는 다 잘라가지고 물건 보내고 그랬어요.

 

Q. 정상적으로 모든 절차를 거친 게 자산이 됐네요.

맞아요. 베트남에서 비즈니스 할 때는 다들 물건만 많이 팔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오시거든요. 위험한 발상이에요. 왜냐하면 당장 많이 팔리지도 않고 한국보다 10년 정도 차이가 나요. GDP 자체가 다르잖아요. GDP가 낮은 나라에서 내 제품이 잘 팔릴 거라고 생각을 하고 오시는 거 자체가 안 맞죠. 저도 많은 브랜드사와 미팅을 하지만 대부분 하시는 말씀이 ‘이 제품이 너무 좋아요. 한국에서 너무 잘 팔려요. 어디에서 몇 퍼센트 돌파했어요.’예요. 막상 베트남에서는 관심 없어요. 태국, 유럽 같은 나라에서도 많은 제품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특히 태국 화장품은 저렴하고 좋은 제품도 너무 많아요. 한마디로 K뷰티가 절대적인 나라가 아니에요. K-POP, K-Culture에 호감이 있는 건 맞지만 제품 쪽은 다른 것 같아요.

유튜브 채널에서 트래픽이 나오고 좋은 건 맞지만 당장은 소비력이 그만큼 안 되기 때문에 바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시간이 걸려요. 제품력이 좋아도 제 시각에서는 최소 브랜딩 하려면 2~3년 정도는 지속해서 투자하셔야 이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브랜딩이 된다고 생각해요.

 

Q. 대표님이 화장품을 운영하는 회사 오너라고 가정했을 때 어떻게 진출할 것 같으세요?

저는 아예 지사를 차릴 것 같아요. 대부분 한국 분은 ‘거기다 잘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차리냐?’고 말씀 주세요. 거꾸로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잘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브랜드를 베트남 고객들이 사겠어요? 베트남 고객 입장에서는 살 제품이 많아요. 어느 정도 일정을 두고 현지 시장을 꾸준하게 공부하셔야 돼요.

저희는 맨 처음에 인플루언서 체험단을 먼저 해보시라 해요. 인플루언서 체험단 30명 정도를 3~6개월 정도 해보시라 추천해 드려요. 그 후에 데이터를 보죠. 페이스북 페이지, 인스타 DM으로 반응이 와요. ‘이 제품 어디서 살 수 있어? 이 제품 괜찮아’ 물어보면서 조금씩 반응이 오는 경우도 있고 큰 반응이 오는 경우도 매우 많아요. 구글 쇼핑이면 쇼핑, 라자다면 라자다 둘 중 하나를 정하셔서 힘을 실어서 광고를 하셔서 노출도 확보해야 해요.

고가 제품이라면 오프라인으로 가야 해요. 일본 백화점이나 빈콤몰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 4~5평 매장을 내셔야 해요. 매장을 내는 것 자체가 브랜딩이에요. 예전에는 오프라인하지 말라고 했는데 요즘 들어서 다시 얻은 인사이트는 ‘그래도 매장을 내야 한다’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Q. 지사로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막연하게는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적정한 투자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요?

요즘 한국 인건비도 최저임금으로 했을 때 한 명당 200만 원 이상 들잖아요. 베트남 현지에 한국 직원 2명을 채용하고 공유 오피스로 사무실을 이용하면 월 고정비가 500~600만원일 거 같아요. 그렇게 2년 정도 투자하신다고 생각하시는 게 괜찮지 않을까요. 거기에 온라인 광고비,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거 같아요. 요즘 해외 진출 관련해서 정부 지원 사업도 많아서 잘 활용하면 비용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다들 너무 급하게 생각하세요.

 

B2G에 눈을 뜨다!


Q. 수출 바우처라던지 B2G 사업도 하고 계시던데 처음 시작은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정말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된 것 같아요. 저희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해외 지사화 사업 수행 기관이에요. 우연한 기회에 ‘정부 지원 사업을 왜 안 하세요’라고 지인이 화두를 던져서 찾아보게 됐어요. 마침 호치민 내 지사화 사업 공고가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선정에서 떨어졌어요. 사업계획서를 잘 쓰진 못했지만 억울한 마음에 이의 신청을 했어요. 이의 신청 후에 중소기업진흥공단 소장님이 우리 기업을 방문하신 거예요. 이의 신청을 보고 놀랐대요. 이의 신청을 웬만하면 잘 하지 않으니까요. 회사에 와보시곤 바로 선정됐죠.

지사화 사업 선정이 되고 나선 수출 바우처 수행사도 하게 됐어요. 그간 공무원분들과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지 않았는데 B2G 사업을 계기로 내가 하는 것들을 많은 분께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때부터 B2G 사업을 많이 했었고 코엑스 소비재 전문 박람회도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소비재 마케팅 오거나이저를 하면서 인플루언서, 쇼핑 연동 지원 사업 등과 관련해서 매년 한 50~60개 기업 선정을 하고 베트남 전시회 동안 인플루언서 라이브 방송 같은 마케팅 실무를 코엑스 지원받아서 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 K-뷰티 에비뉴관도 같이 진행하고요.

 

Q. 자체적으로 뷰티 서비스 개발도 하시던데, 그 부분도 궁금해요.

화장품 유통, 브랜딩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스마트한 방법으로 베트남 사람에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베트남 사람들은 화장품 구매할 때 자기 피부를 알지 못하고 구매하는 패턴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이니스프리 같은 대기업 제품들만 사는 거예요. 한국 중소기업 제품 중에도 좋은 제품들이 많은데 왜 이걸 몰라주지 싶었죠. 그렇게 개발한 서비스가 피부 진단을 하는 앱 서비스예요. 베트남 사람들의 피부 진단을 통해서 맞춤 화장품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에요. 막상 시작하고 보니 간과했던 부분이 보였어요. 베트남 사람들이 여기 서비스 내에서 구매하지 않는 거예요. 익숙하지 않은 매체나 플랫폼에 비용을 쓰지 않더라고요.

코스앤코바나에서 운영중인 피부진단 앱, 아하스
코스앤코바나에서 운영중인 피부진단 앱, 아하스

 

Q. 맞아요, Go2Joy 대표님도 초반에 비슷한 상황을 겪으셨다고 들었어요.

이 앱서비스를 어디 행사에 나가서 홍보를 하면 전환이 높아요. 광고 하나도 없이 현재 26만 다운로드에요. 고객 니즈가 확실하다라는 걸 너무 알게 됐고 실제로 MAU, DA도 높아요. 요즘 시도하고 있는 건 광고에요. 한국의 성형외과 원장님들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려고 광고를 많이 하시잖아요. 인도네시아, 유럽 분도 많지만 베트남 분들도 많이 가세요. 제가 베트남 사람을 겪어본 결과로는 베트남 사람들은 쉽게 누구 말을 잘 듣지 않아요. 정보를 직접 얻고 전화까지 하는 성향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 앱서비스 내에 한국 성형외과, 피부과 병원 광고를 실어서 테스트를 해보고 있어요. 현재 한국 병원 세 군데랑 월 50만 원, 6개월 기간으로 계약하고 광고를 하고 있어요. 쌍꺼풀, 코 수술 등 의료 정보를 보고 알아서 찾아갈 수 있도록요. 한국에서는 이 서비스로 재창업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서 사업을 하고 있어요.

 

팀원 관리,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다.


Q. B2G 사업을 하면 페이퍼 워크가 너무 많잖아요. 내부에 한국인 팀원도 있나요?

네, 부대표님, 이사님도 계시고 한국인 팀들이 있어요. 페이퍼 워크는 부대표님이 메인으로 맡고 계시고 마지막 컨펌만 제가 보고 있습니다. 팀원들은 한국 내 대학교와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하고 있어요. 지금은 성신여대 인턴 학생 2명이 있고, 베트남 팀원들은 16명이 있어요. 이커머스와 브랜딩, B2G 파트별로 나눠어 유기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어요. 

 

Q. 베트남 팀원들은 어떻게 관리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베트남 팀원들과 아침에 출근할 때 항상 하는 인사가 있어요. ‘함께해줘서 고마워’라고 인사해요. 2018년도부터 계속해 왔던 건데요, 우리 회사에 출근하는 팀원, 인턴 모두가 다 그 인사를 해요. 우리의 뇌는 바보 같아서 자꾸 머릿속에 ‘함께해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인식시켜야 고맙다라고 느껴요. 일부러 강요해요. 강요를 왜 하냐고 하는데 강요를 해야 된다 생각해요.

사내에선 잘로(베트남의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 채팅창에서 업무 소통을 하고 구글 워크 스페이스에서 업무를 봐요. 실시간으로 대부분 소통하기 때문에 빠른 소통이 중요해요. 업무를 할 때는 안 돼도 좋으니까 빠른 피드백을 달라고 해요. 팀원이 늦게 답할 수 있잖아요. ‘늦게 답했어요’라고 아예 캡처해서 보내줘요. ‘그럼 늦게 답했구나’라고 팀원이 인지하게끔 하고 ‘답 오는 대로 빨리 알려주세요.’라고 요청해요. 그러면 업무 소통이 제가 원하는 속도에 맞춰 즉각적으로 맞춰져요.

 

Q. 팀원 관리하면서 다른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베트남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은 베트남 팀원이 다른 회사들과 주고받는 커미션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저희도 있을 거예요. 금액이 많지 않다라면 예전에는 눈 감았는데 지금은 다 잡아냅니다. 완전히 다 잡아낼 수는 없지만 선포해요. 협력사에 커미션을 받다가 걸릴 경우에는 해고 조치를 한다고요. 그리고 출근 시간이 10분만 늦어도 월급에서 마이너스해요. 계약서에도 명시하고요. 물론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거나 그런 경우에는 진단서 증빙을 하면 감안해줘요.

굳이 그렇게까지 하냐고 되물으시는데 룰이 없으면 정말 난리 나요. 베트남 팀원들이 굉장히 자유분방하거든요. 막연하게 믿는 건 힘든 것 같아요. 저도 작년에 안 좋은 경험을 했고요. 베트남 사람을 의심한다기보다는 내가 먼저 움직여서 뭘 했는지를 체크하는 게 맞아요.

 

Q. 팀원들 업무는 어떻게 배분하나요?

영업하거나 결정 내리는 업무는 팀원들이 웬만하면 관여하지 않게 많이 해요. 서비스 대행을 한다거나 조사하는 등의 일들을 베트남 팀원들이 주로 하고 컨펌하거나 영업 부분은 거의 제가 하기 때문에 결과나 성과가 안 좋은 경우는 생각보다 많이 없어요.

 

Q. 조직이 커지려면 관리자급을 키워야 하잖아요. 내부 팀원을 양성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관리자급은 정말 중요한 문제예요. 관리자급을 저희도 물론 키우고 있죠. 키우고 있기 때문에 이 친구들하고 출장이나 외국도 같이 가고 미팅도 같이 가요. 하지만 매번 실패한 건 맞아요. 관리자급을 키우는 데에 있어선 한국인 관리자급을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컬쳐 차이가 있어요. 페이 차이도 있고요. 아직은 큰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줄 수 있는 급여가 한정적인데 베트남 친구들은 ‘누가 얼마 받더라’ 이런 얘기를 듣고는 ‘누구는 어느 기업에서 얼마 받는데 우리는 왜 그만큼 못 받아요?’라고 물어요. 거기는 ‘어디잖아’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죠.

 몇 년 차 경력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요. 이  친구가 얼마만큼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봐요. 아무리 더 좋은 기업에서 6~7년 일을 했다 하더라도 두 달 정도 인턴 기간을 거치면서 이 부분을 빠르게 캐치해요. 인턴 기간 후에는 과감하게 월급을 절충해요. 절충된 급여를 못 받아들인다면 함께 못하는 거죠.

 

코스앤코비나의 다음 스텝


Q. 커머스와 B2G 등 여러 사업을 하고 계신데 현재 단계에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브랜딩을 하는 회사이다 보니까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많이 해요. 베트남에서 인플루언서는 안 할 수가 없어요. 너무 힘든 게 인플루언서도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중국, 한국에서도 공동 구매, 라이브 방송 경험을 비교해 보면 베트남 친구들은 라이브 방송으로 물건을 팔고 싶어 하지 않아요.

한국 지인 분들이 ‘싸게 해줄 테니까 조 대표가 중간서 해봐’ 하시는데 인플루언서 친구들은 팔려고 하지 않아요. 요즘 든 생각은 AI가 너무 잘 되어 있으니까 AI 가상 인플루언서를 만들 수 없을까 이런 고민 중에요. 계속 공부만 하고 있지 뭔가 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이 사업을 하려면 정말 이것만 집중해야 하니까요. 누군가 비슷한 사업 아이템을 찾고 계신다면 저희랑 협업해도 좋아요.

 

Q. 여러 협업 제안이 많이 오실 텐데요, 대표님만의 의사결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대표님들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제품에 대한 대표님들의 마인드, 생각과 철학을 많이 봐요. 생각과 철학은 좋은데 돈을 안 쓰면 어떻해 이럴 수 있죠. 같이 처음부터 키워가는 거잖아요. 함께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저도 기본적으로 투자를 하겠지만 파트너사도 투자하셔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같이 키워갈 수 있는 마인드가 있는지를 봐요.

그리고 최근 저만의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 하나가 있어요. 한국 사람은 성격이 너무 빨라요. 저도 급한 성향이 있긴 하지만 급하게 일을 진행하다 보면 되는 게 없는 경우도 많잖아요. 급하지 않고 차분한 사람들을 선호하게 되었어요. 함께 일하다 보면 첫 번째 미팅, 두 번째 미팅, 세 번째 미팅마다 논의 사항이 있잖아요. 그런 논의 사항이 분명하지 않으면 분명하지 않다고 얘기해 주는 사람을 좋아해요. 본인의 능력 밖이거나 진행 불가능한 상황을 포장하고 덮어씌우려고 하는 사람은 잘 안 만나요. 구체적으로 되는 게 없는데 되고 있다는 느낌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저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해요. ‘누가 이렇더라’라는 말은 신뢰하지 않아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겪어보려고 해요. 나를 배신한다 해도 그 순간에 저는 진심이었으니까 그래도 좋아요. 그리고 같이 협업하려면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해야 하거든요. 양보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같이 비즈니스를 못 하죠.

 

Q. 화장품 외에도 여러 가지 비즈니스를 보셨을 텐데요, 어떤 영역이 기회라고 보시는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F&B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요. 대표적인 성공 사례인 두끼가 있잖아요. 두끼 떡볶이가 100호점이 넘었고 기업 가치도 엄청나게 오른 배경에 베트남 진출도 있고요.

베트남은 인건비가 저렴하고 식자재가 싸요. 파 한 단에 5~6천 원이면 베트남은 천원~몇백 원이에요. 재료비, 인건비 같은 원가부터 상당한 차이가 나요.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이 먹는 거에 진심이에요. 급여가 한 달에 50만 원 받더라도 먹는 걸 좋아하고 소비도 잘해요. 보통 20대 직장인이면 저축하며 제태크도 하겠지만 베트남에는 그런 문화가 없어요. 월급 타면 나를 위해서 쓰는 성향이 많아요. 또 다른 차이는 역세권 개념이 없고 오토바이로 움직이잖아요. 혹은 그랩 서비스를 이용하고요. 구글 광고, 페이스북 광고를 잘하면 위치가 안 좋더라도 고객 유치를 할 수 있어요.

20~30년 전 한국에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양식이 대중적으로 들어오던 시절 있잖아요. 그때는 지금처럼 한국 소비자들이 맛에 대한 기준이 높지 않았죠. 베트남도 마찬가지예요. 제 생각엔 가벼운 F&B 생각하시는 분들은 타겟 대상이 20대이기 때문에 부킹포차 같은 아이템 좋다고 생각해요. 부킹 포차는 사실 제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혹시 하실 분 있으면 오세요. 같이 해요 (ㅎㅎ) 베트남은 인구도 많고 노는 거에 진심이기 때문에 프랜차이즈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베트남 사람들의 좋은 점만 갖고 가면 비즈니스 만들 수 있는 게 많아요. 너무 심각하게 들어가니까 어려운 게 많죠.

또 다른 기회는 고가 제품이에요. 베트남 부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기준치가 오프라인이더라고요. 얼마 전에 롯데백화점에서 진행하는 VIP 행사에 갔어요. 하루 종일 문 닫아놓고 행사했는데 너무 깜짝 놀랐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2~3천만 원대 제품을 그냥 사시더라고요. 명품이 아니에요. 베트남 브랜드들이에요. 아이크림 하나에 30~40만 원대의 제품인데도 그들 사이에서 유명한 거예요. 롯데백화점, 일본 백화점에 오프라인을 작게 내고 꾸준하게 광고했었던 브랜드들이었어요.

제가 느꼈던 게 베트남 부자들도 좋은 브랜드 제품을 사고 싶어도 정보가 없어서 못 사는 것도 있어요. 대부분 돈 있으면 샤넬처럼 우리가 흔히 아는 명품 브랜드들을 사겠죠. 한국에서 비싸게 팔고 잘 팔린다 해도 관심이 없어요. 베트남 부자들이 흔히 생각할 때 한국 제품들도 페이크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고 해요.

이런 인식의 갭 차이를 줄일 수 있다면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브랜드의 고가 제품이 베트남에선 무조건 안 팔릴 거야라고 생각을 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베트남 부자들의 레벨에 맞춤 VMD,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있어야 해요. 온라인 세팅은 기본이고요.

 

Q. 앞으로 비즈니스 방향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중국의 배송대행지(해외에서 구매한 물품을 일시적으로 보관하고, 구매자의 국내 주소로 배송해 주는 업체) 사업이 잘 되잖아요. 중국에 타오바오에 물건을 넣고 팔아야 하니까요. 저희도 온라인 유통을 하고 있다 보니 대부분 한국분이 여기서 고민하는 부분이 3PL이에요. 베트남 현지 3PL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요. 배대지 사업을 온라인 이커머스랑 같이 엮어서 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데,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 길게 보고 있어요. 

 


[작은 조직인터뷰] 시리즈는 계속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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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까지 고민하다가 뉴욕과 부산 원격근무하게 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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