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대표 부업 아이템인 구매대행에서 두가지 기회를 발견한 사람이 있습니다. 마케팅 컨설팅 회사 [WMBB]와 전동공구 브랜드 [크래프트 볼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성국 대표님 이야기인데요, 평범했던 직장인이 퇴사후 팀빌딩하는 과정과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인터뷰 하이라이트
- 작은 조직에게 가장 좋은 팀빌딩은 어떤 형태일까요? 개인적으로는 함께 일을 하며 합을 맞춰본 직장동료라고 생각해요. 한성국님 또한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 고객이 답이라는 건 누구나 알지만 실제로 고객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실행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아요. 구매대행을 하며 전기톱이 잘 팔린다는 걸 캐치하고 고객의 소리를 현장에서 들으며 타겟을 좁히고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기획할 수 있었어요. 그 덕분에 초도물량을 빠르게 소진하고 신규 제품도 기획중입니다.
- 신규 사업팀을 꾸려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대한 가설검증부터 실행까지 하는 건 투자를 받지 않은 이상 작은 조직에겐 실행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WMBB도 마찬가지였어요. 잘 될거라 확신할 수 없는 사업에 팀원들의 리소스를 쓰기가 힘들었기에 크래프트 볼트를 기획하고 판매하기까지 대표님 혼자서 실행했어요. 제조부터 판매까지 여정을 직접 경험한 후에 팀원들에게 리스크를 줄인 상태에서 업무를 이관한다고 합니다.
WMBB & 한성국 소개
한성국님은 퇴사 후 마케팅 컨설팅 회사 [WMBB]를 운영하며 전동 공구 브랜드 [크래프트 볼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테슬라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스토어 운영 대행을 하기까지
Q.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첫 회사는 대학내일이라는 회사였어요. 대학 내 잡지 사업도 있었지만 당시 유행했던 대외 활동 운영 대행을 했었어요. 대학생 때 KB 캠퍼스 스타라는 국민은행 대학생 홍보대사를 했는데요, 인턴이 되어선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마케팅을 처음 시작했어요.
이후 브랜드를 하고 싶어서 화장품 회사를 5년 정도 다녔어요. 제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여러 업무를 했고 퇴사 전까지 파트장까지 했었죠. 아마존, 쿠팡, 카페 24 등 커머스 전반의 마케팅을 경험했어요. 비디오 커머스, 메타 광고가 엄청 활성화되던 시기기도 했어요. 덕분에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 매출 전환이 되는지 깨닫고 도전하게 되었죠.
화장품 팔기에는 너무 진입 장벽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걸 아니까 다른 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뚜렷한 답이 없으니 구매 대행을 먼저 해봐야겠다 생각 들었고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어요.
Q. 당시 구매 대행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나요?
구매대행이 한참 붐이었고 치열했죠. 퇴사할 때 구매대행 매출이 한 400만 원이었죠. 순마진은 거의 없었는데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월 매출 5천만 원까지 찍었죠. 월 5천만 원 매출 날 때 애플 스토어에 근무하고 있었어요. 구매 대행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마침 커머스 운영 대행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고객이 생겼어요. 그렇게 WMBB가 시작됐죠.
Q. WMBB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고객을 확보했군요!
그렇죠, 고객이 생기곤 회사를 만들어야겠다 싶었고 WMBB를 만들었어요. 구매대행, 애플스토어 근무, 브랜드 운영 대행, 한동안 이 세 가지를 병행했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스타벅스에서 구매대행 주문 처리를 하고 9시 45분에 애플스토어로 출근했죠. 중간 점심시간에 주문 처리하고요. 퇴근하고는 운영 대행 업무를 보는 식으로요. 9개월 정도 하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애플이라는 회사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애플스토어도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스케줄 근무를 하다 보니까 현실적으로 힘들더라고요. 커머스 구매 대행과 WMBB에 집중하기로 했죠.
Q. 첫 고객 의뢰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궁금해요.
첫 고객은 인스타그램으로 문의가 들어왔어요. 이전 화장품 회사에서 알게 된 대표님이었는데요, 제가 어떤 일을 했던 사람인지 이미 알고 계셨었죠. 그분의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는 게 시작이었고 소개로 새로운 고객을 만나갔죠. 가방, 화장품, 안경 등 여러 스몰 브랜드를 맡아서 했었죠.
Q. WMBB는 어떤 의미로 만드셨나요? 그리고 WMBB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요.
WMBB는 16년도에 브런치에 [우리가 몰랐던 브랜드의 비밀]이라고 아티클을 연재했었어요. 다행히 많은 분이 봐주셔서 브런치에서 상도 받았어요. 회사 네이밍에도 우리가 몰랐던 브랜드의 비밀이라는 걸 담고 싶어서 앞 글자를 땄죠. 슬로건으로는 We Make your Brand Better라고 하고요. 로고는 아내가 만들어줬어요. 팀원 모두 저랑 같이 일했던 팀원들이고요.
WMBB는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을 해요. 브랜드 전략 수립, 마케팅 실행, 퍼포먼스 마케팅을 전반적으로 맡아서 해요. 커머스 운영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매출 관리하는 팀이라고 봐주시면 돼요. 고객사 중에 마케팅 팀이 없는 대표님들이 계신데, 그런 고객사를 위해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Q. 의뢰한 고객사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었나요? 마케팅팀이 없다거나 규모가 0명 조직이거나요.
대표님께서 지방에 계신 경우가 있어요. 지방일수록 마케팅 담당 팀원을 채용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서울에 계시더라도 제주 지역에 특화된 대표님도 계시고요.
마케팅 리드, 퍼포먼스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를 뽑는 과정 자체가 큰 투자고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 자체도 어렵거든요. 미팅하며 설득할 때 한 달 해보시고 마음에 안 드시면 계약 해지하시라고 해요. 팀원을 채용하면 정리하는 과정이 어렵지만 저희 서비스는 바로 해지가 가능하니까요. 디자이너, 콘텐츠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가 다 있으니 비용적으로 합리적이고 뷰티 브랜드를 운영했던 팀이기 때문에 훨씬 퍼포먼스도 좋을 거라고 설득해요.
Q. 대행을 하다 보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브랜드를 바라보잖아요. 고객사와 의견이 다를 때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하세요?
저희가 늘 정답은 아니에요. 고객이 원하는 방향이 있고 어쩔 수 없이 그걸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저희 역할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1안, 2안, 3안을 주고 최선의 선택하게끔 도와주는 거예요. 1안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고객이 2안을 선택했을 때는 고객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게끔 최대한 서포팅하는 게 맞죠. 고객의 재정적인 상황이나 내부의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배경을 이해하지 않은 채 무조건 저걸 하셔야 한다고 우길 수는 없거든요.
왜냐면은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결과가 다 좋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잖아요. 최선의 선택을 하게끔 여러 안을 제안하는 게 저희 역할이고 고객이 선택한 결정에 대해서는 최대한 잘 되게끔 도와주고 서포팅하는 게 WMBB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특정 상황이나 성향의 고객사와 했을 때 성과가 잘 나오는 경우가 있었나요?
공통점은 저희를 많이 믿어주는 경우예요. 제안했을 때 그대로 수용해 주는 경우에 성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가 정답이었다기보다는 그만큼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반면에 성과가 낮은 경우는 고객의 불평을 해결하는 데 에너지가 집중되는 경우예요. 예를 들어 마케팅 계획을 A부터 D까지 세워서 가는데 B단계에서 불만이 생기면 B단계를 해결하느라 나머지 단계를 놓치거나 에너지가 분산되는 경우들이 생기거든요.
Q.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업무 요청을 하면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금전적으로 엄청나게 마이너스가 안 되는 상황이면 최대한 맞춰서 해드리는 편입니다.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관점도 있고 이전 직장에서 고객사 응대를 많이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걸 해주는 게 맞더라고요. 최근 어떤 고객사에서 무리하게 계속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팀원들한테도 요청한 대로 맞춰준 후에 데이터 결과를 보고 얘길 하자고 해요. 그 결과를 보고 고객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죠. 그다음 요청에선 주관적인 의견이 아니라 데이터를 가지고 설득해야겠죠. 데이터 없이 얘기하면 감정적으로 변하기 쉽더라고요.
Q. 운영 대행을 하다 보면 스토어 관리뿐만 아니라 광고 소재 기획, 제작까지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잖아요. 소수 인원이 다 하기 힘든 업무량일 것 같아요. 어떻게 구조화하셨나요?
다행히도 좋은 팀원이 있었어요. 우선 제 역할은 전체 운영 관리예요. 계약하고 업무 범위를 조정해요. 내부적으로 그로스 마케터, 브랜드 마케터, 브랜드 디자이너가 있는데 각자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아요. 고객사 견적과 업무 범위에 맞춰 팀원별 R&R을 분배해요. 물론 업무를 하다 보면 일이 늘어나요. 그런 부분은 어느 정도 감안하고 업무를 보고 있어요.
Q. 초기 팀 빌딩은 어떻게 하셨어요?
처음 같이 합류한 사람은 제 아내였어요. 디자인 업무도 하고 회사 전반적인 운영에 대한 논의를 함께 많이 해요. 그다음 합류한 팀원은 그로스 마케팅을 하는 팀원이에요. 예전 회사에서 같이 일했었죠. 프로젝트를 확장하면서 브랜드 마케팅 팀원도 들어왔는데 전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였어요. 운이 좋게도 같이 합을 맞췄던 팀원들이에요.
아예 모르는 분들하고 팀을 짜서 한 적은 없다 보니 인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전에 일했던 친구들을 통해서 구하고 있어요. 본업 외 시간이 빌 때 협업해요. 그렇게 형성된 인력 풀이 있다 보니 업무량이 늘어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
Q. 현재 함께 하는 팀원도 퇴사 후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겸업하여 하고 있나요?
지금은 다 전업으로 저희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사실 부업을 해도 괘념치는 않아요. 저희가 4대 보험을 들지는 않고 프리랜서 구조로 일을 하고 있어요. 프로젝트를 맡으면 제가 대표긴 하지만 참여한 멤버와 N분의 1을 합니다.
각자 일하는 비중만큼 수익에서 분할을 하고 있고 모두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요. 여행가서 일하든 집에서 하든 상관없어요. 저랑 연락만 되면 되니까요. 다른 프로젝트를 겸업해서 하더라도 저희 프로젝트에 지장만 가지 않으면 크게 상관없어요.
Q. 팀원들은 프리랜서로서 자유도가 있으면서 주기적으로 일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네요.
그렇죠, 저도 고정비가 나가지 않고요. 프로젝트가 줄어들거나 늘어남에 따라 유동성 있어요. 당연히 회사가 더 안정적인 상황이 되고 매출도 커지면 고정급여로 가겠지만요. 4대 보험을 들면 개인이 가져가는 금액이 적으니 현재는 각자가 매달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로 가고 있어요.
Q. 프로젝트 참여에 따라 수익 배분을 나눠 갖는다고 했는데 N분의 1로 나누는 기준이 있나요? 업무 기여도에 따라서 나누는 구조인가요?
업무 기여도를 구분하기가 사실 어려워요. ‘내가 대표니까 일을 더 많이 해‘ 이런 접근도 어렵고요. 프로젝트마다 업무 과업 범위가 다르다 보니까 4명이 들어가야 되는 프로젝트가 있고 2명이 들어가는 게 있고 3명이 들어가는 게 있어요. 팀원들과 조정해서 세금과 운영비를 제외한 걸 나눠서 진행하는 형태입니다. 예를 들어 A 프로젝트에 3명이 들어가면 우선 세금 제외하고 운영비 15%를 뺍니다. 거기서 3분의 1을 참여 팀원에게 배분해요. 저 같은 경우는 모든 프로젝트에 다 관여하니까 6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그만큼 배분하는 거죠. 팀원마다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따라 누구는 4개, 누구는 3개, 참여 프로젝트에 대한 차등은 있겠죠.
Q. 고객 데려오고 소통하는 일이 제일 힘들잖아요. PM역할에 대한 요구를 할 수 있고요. 배분을 더 가져가겠다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물론 제가 대표니까 ‘4 대 3 대 3으로 해’라고 팀원들한테 얘기하고 몇 백만원을 더 가져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퇴사한 이유가 조금 더 벌기보다 구조를 만들고 큰 규모의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서 였어요. 일을 가져왔을 때 일이 되게끔 실무를 하는 건 팀원이예요. 이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일을 가져와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거예요.
물론 구조가 바뀌거나 비용에 대해 서로 예민한 경우도 있지만, 다 오픈을 하는 편이에요. 프로젝트별로 어떻게 비용과 수익이 나오는 구글 시트가 있는데요,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투명하게 공유해요. 그래야 더 오래 갈 수 있고 저를 더 믿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힘든 상황들이 있더라도 이탈하지 않고 갈 수 있도록요.
사실 재택으로 모든 걸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내가 안 보고 있을 때 노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면 시작을 못하죠. 서로 간에 신뢰가 있기에 가능하다 생각해요.
Q. 오랜 합을 맞춘 사이지만 업무에 대한 공유나 업무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잖아요.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계세요?
노션으로 프로젝트, 업무 체크리스트 관리를 제가 해요. 매주 월요일마다 주간 회의하며 프로젝트 현황 업데이트를 하죠. 업무 현황을 To-do 기반으로 파악해요. 데드라인에 맞춰서 해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까 전체적인 프로젝트가 잘 돌아가는지를 파악해요. 업무 요청, 제작 요청, 파일 공유 요청은 슬랙으로 하고 급한 소통은 카톡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성격이 급해서 전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저희는 오프라인으로 많이 못 만나는 경우에 온라인으로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어서 주에 한 번은 온라인에서 봐요. 매달 한 번은 무조건 오프라인으로 만나고요.
자율성을 두는 대신 출퇴근, 주말과 평일을 염두에 두지 않아요. 함께 합을 맞추기도 했고 거기에 대한 합의가 된 팀원들이기 때문에 저녁에 전화한다고 해서 의도적으로 안 받거나 저녁에 전화했을 때 ‘너무 늦은 시간에 연락하는 건 불편합니다’라고 하진 않아요.
Q. 지금까지 운영하시면서 흔들리거나 팀원이 이탈할 뻔했던 적은 없었나요?
프로젝트가 늘어나면 확 늘어났다가 빠지면 확 빠져요. 이번 달 잘 넘겨도 다음 달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죠. 처음에는 고객사가 확 빠질 때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때부터 운영 대행 외에도 다른 구조를 만들어야 된다 생각해서 팀원들에게도 생각을 공유했어요. 지금 당장은 이렇게 돈을 벌지만 영원하지가 않기에 자체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고요. 평소에도 퇴사한 이유가 대행사를 하려고 그만둔 게 아니라 이커머스 브랜드를 만들려고 그만두는거라는 얘기를 하고 다녔어요. 그 덕에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스티브 잡스가 ‘Conecting the dots’라고 말한 것처럼 이전 경험들이 다 연결되더라고요. 구매 대행을 통해서 어떤 품목을 할 지 인사이트를 얻었고 지인을 통해서 자금도 마련했어요. WMBB 이외에 자체 브랜드 회사를 만들어서 매출 균형을 맞추는 게 올해 목표예요.
구매 대행을 하며 얻은 기회
Q. 구매 대행하시면서 얻었던 인사이트는 어떤 게 있었나요?
첫 번째는 어떤 제품이 팔리는지 알 수 있었어요. 화장품 업계에서 한 브랜드만 봤기 때문에 어떤 제품이 어떻게 팔리는지 몰랐어요. 타겟도 2030 여성을 넘어간 적이 없었고요. 구매 대행으로는 테이블, 의자도 팔아보고 이상한 펜스도 팔아보고 별걸 다 팔았거든요. 제가 느꼈던 건 ‘이런 것도 사는구나, 이런 것도 팔리는구나’ 였어요. 구매 대행하던 초반에 테이블을 팔았는데 의정부에서 전집을 하시는 분이 고객이었어요. 조립할 줄을 모른다고 연락이 왔어요. 왜 완제품이 아니냐고 클레임을 거신 거죠. 반품하신다는 걸 아침 7시에 의정부까지 가서 조립을 해드렸어요.
정말 다양한 품목을 팔았고 좁은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전동 공구가 갑자기 팔리는 거예요. 9월부터 전동 기구 트래픽이 올라갈 시기예요. 가을에 낙엽이 지고 겨울이 오면 나뭇가지를 잘라야 할 시기가 되요. 사계절이 있는 한국에선 이 시기에 맞춰 전동 공구가 판매되요. 이 시장에 들어가야겠다 느꼈던 게 전기톱으로만 5천만 원 매출이 나온 거예요. 그때부터 몇 인치가 잘 팔리는지, 어떤 조절 장치가 필요한지 분석하고 고객하고 1시간씩 통화하면서 공부한 거죠. 대부분의 고객이 50대 이상이었어요. 의아했던 부분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데 심지어 10만 원이 넘는 상품을 직구로 구매하시는 거예요. 배송 기간이 못해도 2주인데도 말이죠. 역으로 하루 만에 배송할 수 있고 국내에서 AS도 되는데 더 좋은 제품이면 많이 팔리겠구나라는 생각하고 준비한 거죠.
Q. 대표님처럼 데이터를 보고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업체가 없었나요?
있죠. 더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애플도 지금의 애플이 되기까지는 50년이 넘게 걸렸어요. 크래프트 볼트라는 브랜드를 저도 만들고 있지만, 50년이 지난다고 애플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 수는 없어요. 결국에 고객이 원하는 건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니 이걸 목표로 들어가자 생각했어요. 시장에 있는 제품 가격을 다 봤고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마진을 잡았어요. 그다음에 좋은 퀄리티 제품을 소싱했죠.
전동 공구 전기톱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없잖아요. 외국 브랜드는 많이들 알지만 국내 브랜드는 잘 없죠. 다른 업체 제품이 20~30만 원이 넘어가는 것에 비해 저희 제품은 10만 원 초반이예요. 인지도가 없어도 가격과 성능에서 충분히 메리트를 갖췄어요. 보통 갑자기 벌목하는 경우는 없으니까 가정용 성능이면 충분하거든요. 거기에 뷰티 브랜드에서 했던 방식을 도입하면 이길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국내 시장만 보지 않았어요. 아마존을 보고 있어요. 제가 보는 국내 시장은 4천만 인구 중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지역이에요. 전라북도, 충청북도, 경상남도, 경상북도에 있는 분들이 고객의 80%예요. 대부분 그런 지방에 계시거나 경기도 양평에서 전원 생활하시는 분들이 타겟이거든요. 반면에 미국은 집 앞이 다 마당이에요. 시장이 훨씬 크고 인구도 훨씬 많죠.
Q. 구매 대행으로 얻은 인사이트가 컸네요. 제품 소싱할 때도 도움이 되었나요?
그럼요. 구매 대행할 때는 직접 수리해서 팔기도 했었어요. 그러면서 어디가 파손되고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게 됐죠. 예를 들어 이런 류의 제품은 배송될 때 손잡이가 파손된다, 이런 제품은 사용할 때 손잡이 버튼이 잘 부서진다 등과 같은 경험치가 쌓였어요. 자동차 트렁크에 반품된 제품부터 히터건, 드라이버 등이 온갖 것들이 있어요. 드라이버로 고치면 판매에 문제없는 제품들이 있거든요. 고객들이 수리 문의가 오면 직접 해서 보내드리고 하고요. 그러면서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쌓였어요.
전기톱 전동 공구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 중 하나는 배터리였어요. 배터리는 재구매를 해야 해요. 체인도 재구매를 해야 하고요. 본 품만 잘 판다면 재구매는 무조건 저한테 하게 되는 거죠. 기본적인 재구매가 가능한 시장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Q. 전동 공구를 기획하면서는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나요?
비용이 많이 들어가요. 인증 비용도 비싸고 배터리와 충전기, 본체별로 인증을 모두 따로 받아야 해요. 아무나 할 수 없는 거죠.
신기한 게 항상 전기톱 생각을 하다 보니 기회가 왔어요. WMBB 고객사를 통해 다른 대표님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은연중에 전기톱이 잘 팔린다고 얘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몇 번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발전되면서 비즈니스 협업으로 이어졌어요. 파트너는 투자하고 저는 기획과 운영을 하는 형태로요. 제품 소싱을 협업하는 대표님 네트워크를 통해서 빠르게 제품을 기획하고 제조할 수 있었어요.
2년 정도 구매대행 제품을 보다 보니까 어떤 품목을 하면 되는지 보여요. 현지 파트너 통해서 견적서와 샘플을 바로 받고 의사결정을 내리면 제품이 두 달 안에 바로 나오더라고요. 저희 팀은 홈페이지 제작부터 상세페이지 기획, 영상 콘텐츠, 광고 콘텐츠 소스까지 뭐가 필요한지 아니까 기획부터 판매 세팅까지 속도가 빨랐어요.
Q. 파트너와 의견 차이는 없었나요? 대표님께서 내린 의사결정에 대한 어떤 갈등 등이요.
운이 좋게도 저를 믿어주고 의견을 존중해 주세요. 전동 공구는 제가 잘 아니까요. 제품 소싱에 대한 논의는 같이하고요. 어떤 모터를 쓰는 게 좋지 않겠냐 이 정도의 논의지 업무에 제동거는 부분은 없어요.
Q. 운영 대행을 하면서 자체 브랜드를 하다 보면 밸런스 맞추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어떻게 맞춰 가시나요?
초반에는 제가 실무에 많이 들어갔어요. 실무에서 제가 업무 흐름을 잡고 나면 팀원 자리가 잡히고 자동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돼요. 그 이후에는 의사결정만 해도 되더라고요. 팀원 각자가 제 역할을 맡는 동안 저는 영업을 하거나 브랜드와 제품 기획에 에너지를 써요.
팀원들하고도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요, 똑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많이 해요. 특히 우리가 가야 할 로드맵, 브랜드 론칭을 계속 얘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 집중해야 하는 시기고 WMBB 내 실무를 최대한 맡아주면은 좋겠다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위임이 됐어요. 물론 중요한 의사결정은 제가 하거나 같이 하지만 실무 업무들은 저보다 팀원들이 더 잘해주고 있어요.
Q. 크래프트 볼트 같은 자체 브랜드는 어떻게 운영할 계획이신가요?
크래프트 볼트는 내부 고객으로 생각해요. 크래프트 볼트에 대한 마케팅 과업도 다른 고객사랑 같은 거죠. 예를 들면 300만원의 과업이라 하면 거기에 맞춰 운영하고 수익배분 하는 구조는 똑같은 거죠. 매출이 늘어난다고 더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라 다른 고객사 브랜드 운영과 똑같은 개념으로 보는 거예요. 저의 목표는 크래프트 볼트와 같은 브랜드를 여러 개를 만들어서 WMBB 고객을 다 내부 고객으로 만드는 목표예요. 외부의 흔들림도 덜하고 운영상에 있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측하기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이에요.
크래프트 볼트 로고는 주황색으로 잡았어요. 주황색으로 잡은 이유는 눈에 잘 띄어야 하거든요. 공구다 보니 위험성, 조심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고 제품 중에 주황색 컬러가 많이 없었어요. 체인 날 같은 경우는 자주 사용하면 교체해야 하는데 해서 기본적으로 3개를 드리고 있어요.
배터리는 차별화를 둔 게 배터리 수리가 가능해요. 보통 오래 쓰면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잖아요. 아이폰도 그렇고요. 국내 배터리 공장과 협의해서 수리가 가능하게 했어요. 새로 구매하지 않고 배터리 셀 교체를 도와드릴 수 있도록요. 고객 입장에서는 셀 교체만 하면 비용을 줄여서 재구매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애플스토어 다닐 때 애플 테크니션이었어요. 그때 배터리 수리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 경험이 지금 도움이 되고 있어요. 새로 구매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교체해 드리면 고객 경험도 좋아지는 거죠. 브랜드 경험이 결국 제품 서비스의 경험으로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더 완성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지만 일단 70% 됐으면 재발주할 때 보완하고 발전시키자는 마음입니다. 고객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브랜드를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가고 싶어요.
Q. 미국 진출을 염두하고 계신 데, 중국 업체나 미국 현지에 합리적인 브랜드도 있을거 같아요. 시장이 큰 만큼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는 예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판매하지 않는 한 몰라요. 일반적인 커머스 교육이나 키워드 검색 검색량을 따지면 전기톱 분야로 들어가면 안 돼요. 경쟁 강도가 높음이에요. 오히려 저는 레드오션에 들어가야 돈을 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만큼 니즈가 많고 고객이 많은 데서 잘하는 게 중요해요.
이 카테고리에 진출해 보면 판매 경험도 쌓이고 고객 피드백이 오겠죠. 그 안에서 저희 제품이 더 강점으로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나 구성품을 경쟁자보다 더 많이 구성해서 제공한다든지 개선점이 나올 거예요. 지금 전기톱도 자동 오일 분사라든지 체인 조절이 되는 기능들이 들어갔는데, 이런 기능이 없는 제품들도 있거든요. 미국 시장에서 어느 가격대에 어떤 구성으로 가면 좋을지 한국과는 다르다 보니까 차별점을 다르게 둘 생각이에요. 결과는 열어봐야 아는 거라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실행해 보면서 개선해야죠.
WMBB의 넥스트 스텝
Q. 자체 브랜드도 더 생기고 운영 대행하는 브랜드가 늘면 팀원이 많아질 거 같아요.
브랜드를 만들거나 이커머스를 할 때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조직을 크게 키울 생각은 없어요. 생각보다 자동화를 시킬 수 있는 것도 많고요. 만약 크래프트 볼트가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장이 되면 그때부터 제가 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 잘 돌아가게끔 더 좋은 제품을 소싱하거나 단가 조절하는 부분이 있겠죠.
그 이후에는 또 다른 어떤 기회를 찾아가야 되는 순간이 올 거라 생각해요. 전동 공구의 성공 방정식이 계속 잘될 수도 있고 다른 카테고리에서는 안 먹힐 수 있어요. 분명히 또 한계가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과정을 제가 팀원들보다 먼저 선행하는 이유는 업무 흐름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모든 팀원들과 함께 들어가는 순간 일의 우선순위가 깨지고 신규 프로젝트 결과가 안 좋을 때 리스크가 커요. 제가 먼저 안정적인 구조와 운영을 짜고 팀원들이 안정화하게끔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계획적인 것 같지만 주먹구구식으로 그때그때 맞다 생각하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지금의 저에겐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면서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Q. 여러 현안 중에서 현재 제일 큰 고민은 어떤 거예요?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매월 말 팀원들에게 안정적인 고정급여를 주는 게 가장 큰 고민이죠. 그렇기 때문에 크래프트 볼트처럼 더 큰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도전을 하고 있어요. 늘 저는 최악을 생각해요. 팀원들한테도 우리가 올해 안에 다 흩어질 수도 있다고 말하고요. 저 혼자서도 할 수 있겠지만 제가 그리는 그림에서 구조적인 사업을 하려면 팀원들이 함께 있어야 해요. 최근에는 커머스 관련 교육, WMBB의 컨설팅을 넓히기 위해 준비 중이에요.
Q. WMBB의 다음 스텝은 어떻게 계획 중이신가요?
전기톱을 만들어보니 공장 컨택이나 인증, 물류를 세팅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구매 대행을 통해서 팔릴만한 제품을 찾아도 시작하기 어려운 거죠. 제가 했던 과정처럼 그분들에게 WMBB가 단순히 국내 마케팅하던 수준을 넘어서 앞 단계의 제품 소싱까지 도와드리려고 해요. 인증이랑 물류까지 포함해서요. 이 과정을 하나의 올인원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드리고 확장하면 WMBB도 차별화할 수 있겠단 생각이에요.
브랜드, 마케팅 운영 대행을 하는 곳은 워낙 많고 잘하는 곳도 많죠. 계속 고민했던 부분이 우리만의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우리를 찾아야만 하는 서비스였는데 크리포트 볼트를 경험하면서 찾은 거죠.
배터리 쪽을 메인으로 할 생각이에요. 조금씩 분야를 확장하겠지만 배터리 중심으로 하는 품목들을 하려고 해요. 배터리 자체를 수리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경쟁사들이 전체 품목을 한다고 하더라도 ‘배터리 전문’을 뾰족하게 내세우려 해요. 지금도 테슬라 전기차를 타고 있지만 앞으로 배터리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생각해요. 그 시장을 선점해서 배터리와 관련된 산업과 사업을 하고 싶어요.
[작은 조직인터뷰] 시리즈는 계속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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