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쑤레터ep.38] 내가 보낸 모든 편지들의 안부를 물으며

마음 가득한 편지를 쓰고 싶어요

2022.03.08 | 조회 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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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쑤레터 NewSsooLetter

매주 화,목 친구들을 위해 다정한 편지를 부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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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중 발견한, 자연이 보내는 하트모양의 편지
산책 중 발견한, 자연이 보내는 하트모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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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나 - Letter

쉽게 꺼내어 주지 못한 맘 / 닿을 수 없어도 써 내려가 / 작은 종이 위 눌러 담은 나의 맘을 다

편지를 쓰고 나면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꺼내어 주고 싶은 마음의 크기에 비해,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문장은 항상 부족하고 부족합니다. 써 놓고 보면 왜이리 상투적인 말들 뿐인지요. 내 마음만큼은 상투적인 마음이 아니고 싶은데 말입니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꺼내어 손에 쥐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대신 쥐어주는 것이 편지입니다. 손에 쥐어드린 나의 마음입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꺼내어 써내려가다 보면, 그 많은 편지가 모이면, 내 마음의 크기가 느껴질까요?  오늘도 한 마음 한 마음 눌러 담아 마음을 써내립니다. 

 

 

💬 오늘의 쑤필

 

친구,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하나요?

나는 편지를 참 좋아합니다. 편지 봉투를 받아드는 순간부터 매우 설레는 마음이 되어버립니다. 봉투가 품고 있을 편지지는 한 번 접혀 있을까 아니면 삼등분으로 접혀 있을까, 가로로 접혀 있을까 아니면 세로로 접혀 있을까, 편지지는 뭘까, 어떤 펜으로 씌어 있을까, 글씨체는 어떨까, 어떤 마음이 담겨 있을까… 나는 편지 봉투를 받아드는 순간부터 그런 것들을 상상하며 정말로 설레는 마음이 되어버립니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이 바로 내가 편지를 쓰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한 통의 편지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려 봅니다. 가장 먼저, 전하고 싶은 말의 크기를 가늠해 봅니다. 나의 말을 충분히 담을 수 있을만큼 적당한 크기의 편지지를 고릅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너무 작은 편지지를 고르게 된다면, 전하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억지로 줄여서 보내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너무 큰 편지지를 고르게 된다면, 빈 칸을 채우려 우왕좌왕하다가 자칫 전하고 싶던 마음의 모양이 변하기도 합니다.

내 글씨체가 가장 예뻐보일 펜을 고릅니다. 적당한 크기의 글씨를 잘 읽히게 써야 할 것이고, 다 쓴 뒤 글씨가 번지지 않게 잉크를 말리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편지지를 접는 것도 신경써야 합니다. 무작정 반으로 접었다가는 봉투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럴 땐 삼등분을 해서 편지를 접어야 합니다.

편지지가 알맞게 접혀 봉투 안에 또아리를 틀게 되면, 어울리는 스티커를 고릅니다. 그가 봉투를 열 때 스티커나 봉투가 찢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너무 꽉 눌러 붙이지는 않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봉투 겉면에 그의 이름을, 혹은 나의 이름을 적습니다. 나의 이름을 적는 이유는 언젠가 뒤섞인 여러 편지들 사이에서 봉투 겉면의 내 이름을 보고 ‘수진의 편지로구나’ 하고 떠올리며 한번 쯤 집어들어 다시 나의 마음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너무 유난스럽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매번 이렇게 진심을 다해서 쓰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만, 편지만큼은, 기꺼이 수고를 감수하고 정성을 들이고 싶습니다.

갑자기, 한 가지 아직도 잊히지 않는 나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시절, 한 친구와 다툰 적이 있습니다. 친구는 며칠 뒤 나에게 두어 번 접힌 쪽지를 주었는데, 못되고 어린 나는 그것을 가차없이 찢어버렸던 것입니다. 친구와 다툰 이유도, 화가 풀리지 않았던 이유도, 편지의 내용도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그저 친구가 내 손에 꾸깃꾸깃 접힌 쪽지를 쥐어주던 장면과, 내가 쪽지를 찢는 장면만이 선명하게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못된 짓을 했을까요. 그 기억이 부끄러워질만큼 성장한 순간부터는 받은 모든 편지를 버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기억때문입니다. 내가 찢어버려 생명을 잃은 편지에게, 편지를 쥐어준 친구에게 사죄하는 마음때문입니다.

문득, 내가 꼭꼭 눌러 적어 보낸 모든 편지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나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나의 편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조용히 또아리를 튼 편지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 숨죽이고 봉투 안에 가만히 잠들어 있을까요? 내 손에서 태어난 이래 지금껏 과연 몇 번을 봉투 밖으로 나와, 오랜 시간동안 참았던 가쁜 숨을 몇 번 내쉬고 들이쉬었을까요? 운이 좋으면 두어 번 쯤 읽혔을 테지요. 이미 어딘가에 버려지거나, 어린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 찢겨 생명을 잃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 운이 좋으면 한 두어 번 읽힐 편지들을 위해, 나는 그들이 그 짧은 순간 가장 빛날 수 있도록 정성을 더 들여봅니다. 더욱 열심히 단어를 고심해 고르고, 힘을 주어 글씨를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가끔은 뉴쑤레터를 편지로 직접 써서 부치는 상상을 합니다. 내가 친구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닉네임 뿐이더라도, 나는 온갖 상상을 하며 친구에게 어울리는 편지지와 스티커를 고를 수도 있겠습니다. 펜을 쥔 손이 아파와도 마음만은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반짝이는 편지로 태어난 나의 마음이 친구의 손에 들려 읽히는 순간을 상상하며 편지를 쓸 거니까요.

아, 물론 손으로 직접 편지를 쓰는 것 못지않게 이 편지 또한 공들여 쓰고 있다는 것도 부디 알아주세요. 손편지와 다를 바 없는 크기의 마음과 정성을 담고 있다는 걸요.

나의 편지들은 그렇게 태어났고, 계속해서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입니다.

 

 


📝 추신

1. 코로나를 조심하세요! 아프지 말아요.

2.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입니다.
   긴 답장은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해요.
   나는 친구의 생각도 항상 궁금하거든요.


 

월요일 레터가 열두시를 넘겨 화요일 레터가 되어 버렸네요.

하지만 내일 아침 출근 길, 이 편지를 읽을 친구를 생각하니 그 또한 좋겠어요.

쉽게 뗄 수 있도록 스티커는 적당한 힘을 주어 눌러 붙였어요. 찬찬히 뜯어 삼등분으로 고이 접어 넣어둔 오늘의 편지를 꺼내어 읽으며, 이 안에 함께 담아둔 다정함을 꺼내 입고 따뜻한 출근길이 된다면 좋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랄게요.  

 

2022년 3월 7일이자 8일, 월요일이자 화요일에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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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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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라우

    1
    about 2 years 전

    맞아 다 쓰고 나면 항상 왜 이렇게 부족해 보이는지 나만 그런게 아니었네🙂 그런데 받는 사람은 너의 생각보다 너의 마음을 아주 잘 받았다는 거~~😉 오늘도 한땀한땀 정성들여 만든 다정함을 잘 받아서 꺼내입고 간다😚 너도 오늘 하루 따땃히 보내길🥰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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