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친구 구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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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듣고 싶은 노래
권진아 - 위로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OST 중 한 곡이야.
정말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야.
내 머리 속에서 서로 엉겨 붙어 덩어리진 생각들을
깔끔하게 문장으로 옮겨낸 기분이 드는 대사가 많았어.
서른을 앞두었거나, 갓 서른이 된 친구들은 특히 꼭 봐!
💬 오늘의 쑤필
구독자에게 있어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나에겐 '구체적이고 현실가능성 있는 해결책'이야.
너무 딱딱하고 정 없어 보이지?
내가 슬프거나 속상한 이유를 제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도움이 가장 반갑고 즉각적인 위로가 돼.
그런데, 그런 위로는 남에게서 구할 것이 아니더라고.
그건 결국 내 자신에게서 구해야 하는 위로인 것 같더라.
사실, 얼마 전까진 위로를 받는 게 딱히 달갑지 않았어.
누군가 나를 위로하면, 내가 정말 위로를 받을 만큼
힘든 상황에 처한 거구나 하고 증명되는 것 같아서
순식간에 더 우울해 지더라고.
'울음'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이었어.
울면 지는 것 같고, 울만큼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기분이라 더 슬퍼졌거든.
지금은 조금 달라. 이제 조금 알게 됐어.
위로가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고,
눈물로 감정을 배설할 필요가 있다는 걸.
위로와 눈물은 고작 힘 없는 지푸라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밧줄만큼 튼튼한 지푸라기인 순간이 있더라.
이제는 위로하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
'위로'라는 건 다 슬픔과 고통의 감정에 따라오는 거잖아.
내 몫도 아닌 타인의 슬픔과 고통을 굳이, 기꺼이
내 것처럼 느끼려는, 이해하려는, 껴안으려는 그 마음을.
그렇게 함으로써 그의 슬픔과 고통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길 바라는 그 마음을.
또, 위로는 꼭 사람만이 그 주체가 되는 건 아니더라고.
정말 힘들 때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하잖아?
그땐 주변에 위로를 건네줄 사람도 없고.
그럴 땐 엉뚱한 것이 큰 위로가 되는 순간을 가끔 발견해.
울고 있는 내가 티슈를 뽑아 드는 순간, 바스락 거리는
비닐패키지 소리에 장난을 치는 줄 알고 달려드는
나의 사랑스러운 반려묘 젤리라던지.
어젯밤 심란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집어 든 책 속에서,
계속되는 암담한 전쟁통 묘사에 더욱 심란해지려는 찰나
전쟁 중 처음으로 포식을 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라던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만큼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억지로 밀린 집안 일을 하다가
섬유유연제 향기가 폴폴 나는 빨래를 갤 때.
또 개어 놓은 빨래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습을 볼 때.
무엇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바깥으로 나오니
햇빛에 봄 기운이 느껴질 때.
나뭇가지 위 참새들이 중력이라고는 모르는 것처럼
가볍게 통통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때.
먼 곳까지 돌고 돌아 만난 붕어빵이 바삭바삭할 때.
엉뚱하지만,
엉뚱해서 확실하게 더 위로가 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 책읽감
찰나일지라도 내가 구독자에게
그런 '한 사람'이 되어 줄 수 있기를!
📝 추신
1. 엉뚱하지만 확실한 위로. 엉확위(...)
2.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나름 신경을 써봤어.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3.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이야.
메일 답장은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해!
나는 구독자 생각도 항상 궁금하거든.
난 수요일이 좋아.
직장인들에게는 힘든 요일이지만
내 이름이 들어가 있으니까!
그렇게 엉뚱한 위로를 하면서 버티는 거지만.
그럼 힘찬 쑤요일 되길!
2022년 2월 9일 쑤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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