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쑤레터ep.37] '언젠가'는 그리움을 만듭니다

'언젠가'를 남겨두면 알게 되는 것들

2022.03.04 | 조회 322 |
2
|

뉴쑤레터 NewSsooLetter

매주 화,목 친구들을 위해 다정한 편지를 부쳐요.

안녕, 나의 친구 구독자!

 

2월의 어느 밤
2월의 어느 밤

 


 

🎧 같이 들어요

유어라운지 - 나의 밤으로부터

시간을 또 돌아봤을 때
내 맘을 거울에 비출 때
마주할 수 없이 먼 곳을 보고 있어
누구의 잘못을 탓하는 건 아냐
그저 난 좀 더 버티고 싶은 맘이야
이 밤에게 지고 싶지 않을 뿐

날 위하던 모든 게
날 망가뜨리는 게 아닌지
두려워 말해도
모든 게 소용없네
이제

아무리 싸워도 밤에게 지던 날들이 있습니다.
밤은 왜 이렇게 강한 건지.
밤은 왜 이름부터 칠흑 같은 까만 색인지.
밤은 왜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구덩이 같은지.

수많은 밤과 싸워봤지만,
밤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매일 밤,
새로운 밤이 찾아왔고,
새롭게 싸워봤지만,
항상 새롭게 패배했습니다.
싸워봤자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싸우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싸우지 않으면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습니다.
싸우지 않으면 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용이 없는 싸움은,
어쩌면 애초에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요.

 

 

💬 오늘의 쑤필

얼마 전에 동생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어떤 건지 사실 잘 모르겠어"라고요.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보고 싶다는 감정도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친구들에게는 해본 적이 없습니다. 친구들이 나를 냉혈한으로 볼 것만 같아서요. 사실 나도 가끔 이런 내가 어딘가 고장 난 건 아닐까 싶거든요.

아마 나는 '그립다'는 개념을 수학 공식 같은 것 정도로 여겨왔던 것 같습니다. 원리는 증명하지 못하지만 그저 외워서 사용하는 공식 말입니다.

그리움은 정확히 어떤 감정일까요? 사전에 '그리움'을 검색해봅니다.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이라는군요. 보고 싶어서 애가 타는 마음이라. 나는 그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있던가? 곰곰이 떠올려봅니다.

초등학교 시절 가장 좋아하고 존경했던 선생님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온갖 사이트의 비밀번호 찾기 질문으로 설정해둘 만큼 좋아하고 따랐던 분입니다만, 죄송하게도 지금은 성함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요. 음, 이 또한 그리운 감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아득할 뿐입니다.

그리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갑자기 정말 오랜만에 한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친구의 이름이 화면에 떴을 때, 혹시 잘못 전화를 건 것은 아닐까? 아니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이런 저런 생각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권태롭던 일상에 깜빡이 없이 들어온 전화 한 통으로 인해, 조금은 쿵쾅대는 마음을 안고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댔습니다. 너무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 갑자기 신이 났어요. 휴대폰 너머의 친구는 그냥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났습니다. 당황스러웠어요. 왜 갑자기 눈물이 났던 걸까요.

내 마음에 조금의 여유도 없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의 나는 이기적인 마음에 손에 쥐고 있던 오랜 인연의 줄을 잠시 놓아두었어요. 나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변명을 했지요. 하지만 줄다기리처럼 단단하게 들려있던 줄이, 힘없이 자신에게 딸려오는 모습을 지켜봤을 남은 사람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쓸쓸했을까요.

그 즈음 나에게는 '언젠가'가 생겼습니다. '언젠가' 안부를 물어야지, '언젠가' 얼굴을 봐야지 하는 것들이요. 처음에 그 '언젠가'는 분명 손에 닿을 거리에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앞으로 나아갈 거고, 분명 그 '언젠가'에 금방 닿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멀어지더라고요. 어쩌면 내가 뒷걸음질 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뒤로 가고 있는 것인지, '언젠가'가 나에게서 달아나고 있는 것인지도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당장 친구를 만나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저 멀리 사라졌다 다시 눈앞에 나타난 '언젠가'를 또 다시 놓칠 수는 없었어요.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0년도 훌쩍 넘긴 시간 동안 알아왔던 친구인데, 처음 만난 사람 같았습니다. 이런 시간을 왜 진작 가지지 못했을까요.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눈물이 났던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아요. 나도 친구의 말처럼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그리웠던 것도 같아요.

'언젠가'는 그리움을 만드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움이라는 감정도, '언젠가'에 다가가는 것도 여전히 지금으로써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언젠가'에 닿을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해야겠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좁혀야겠습니다. 

나는 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걸까요. 왜 감정을 분석하고 정의하려고 했을까요. 왜 모든 감정의 명확한 이유와 원인을 찾으려 했던 걸까요.

사람의 일은 역시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반평생을 알아왔던 친구도 이렇게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요, 평생 도통 모르겠던 감정도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번쩍 찾아오는 놀라움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 추신

1. 금요일에 보자는 약속, 7분 남겨두고 지켰습니다!
   우리는 주말 동안 푹 쉬고 월요일에 만납시다.

2.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이야.
   긴 답장은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해!
   나는 구독자 생각도 항상 궁금하거든.


 

오늘만큼은 밤과 싸우지 않기를,
안온한 밤이 되기를 바랄게요.

 

 

2022년 3월 4일 금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뉴쑤레터 NewSsooLetter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써라우

    1
    about 2 years 전

    ✏️쑤작가님께 글 잘 읽었다 친구야! 쑤필이란 제목도 재밌게 잘 지었네.😄 이렇게 자신만의 생각정원을 예쁘게 가꾸고 있었다니 너의 친구인게 참 자랑스러워지는 밤이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멋들어지게 풀어내는 글솜씨가 존경심이 절로 들게 하네. 덕분에 나도 너한테 어울리는 멋있는 친구가 되기 위해 더 달려나가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나도 오늘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아 정말 좋았어. 네 말처럼 왜 진작에 이런 시간을 가진 적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앞으로도 네 공간에 종종 들러서 응원도 하고 동기부여도 받아갈게. 그리움이란 끈을 늘 팽팽하게는 아니더라도 놓지는 않으면서 이 험한 세상 함께 걸어나아가보자🤗 📍추신. 밤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니까 네 말대로 싸우지 말고, 찾아온 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게 오히려 마음의 창에 햇빛이 들게 하는 최선의 방법인 듯해. 밤에 관한 너의 말들이 위로가 된다. 고마워🙂 굿나잇🌜

    ㄴ 답글 (1)

© 2024 뉴쑤레터 NewSsooLetter

매주 화,목 친구들을 위해 다정한 편지를 부쳐요.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