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쑤레터ep.21]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해

인정하고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2022.02.07 | 조회 413 |
2
|

뉴쑤레터 NewSsooLetter

매주 화,목 친구들을 위해 다정한 편지를 부쳐요.

굿애프터눈, 나의 친구 구독자!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요.

2월의 첫 월요일이네!
주말 동안 안전하게 잘 지냈어?

어제 밤 서울 하늘에 왕 별똥별이 떨어졌대!
너무 예쁘니까 위에 첨부한 영상 꼭 봐.
건물 옥상에 내려 앉은 것 같아 보이는 달도 너무 예쁘지?

 


 

🎧 같이 듣자!

Fully Bold - I Know, It Happens

조금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찾아 듣게 되는 뮤지션이야.
구독자에게도 혹시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면
재생 목록에 보관해두었다가 꼭 들어봐!

 

 

💬 오늘의 생각 '쑤필(SSOO feel)'

작년 9월 즈음부터 키우던 달팽이 4남매가 있었어.
시골에서 보내주신 상추 더미에서 발견한 아주 작은 녀석들이었는데,
처음엔 쌀알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던 녀석들이 지금은 엄지 손톱만 해!
처음에는 단순히 귀엽기도 하고, 곧 추워질 바깥보다는 낫겠지 싶어서
집에 있던 빈 플라스틱 용기에 두고 키우기 시작했지.

달링이, 달랭이, 달롱이, 달룽이 이렇게 이름 붙여서 ‘링랭롱룽’이라고 불렀어.
달팽이 전용 사료와 흙도 선물 받아 나름 장비도 갖춰지니 신이 났거든.
처음엔 작고 귀엽고 신기해서 매일매일 애정을 듬뿍 쏟아 들여다봤어.
가끔 밥도 먹지 않고 흙 속에서 잠만 자면, 혹시 죽었을까봐 심장이 철렁했어.
틈 날 때마다 관찰하고 정성 들여 사료를 먹이고 집을 청소해주었는데,
생각보다 무럭무럭 잘 자라더라고.

그런데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바빠진 탓에 쏟는 애정이 반으로 줄어들었어.
아니, 사실 이건 핑계에 불과한 것 같다. 그냥 내가 게을렀던 거야.

결국 한 녀석이 세상을 떠났어.
잘 돌보지 못한 내 탓이라는 죄책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혹시 며칠 째 자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결국 지난 주말 자연으로 돌려보내줬어.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죽었다고 뭐 글까지 쓰나 싶을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작든 크든, 내가 이름까지 붙여 책임지기로 마음먹고 들인 녀석들이
세상을 떠난다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 나름 충격적이더라고.
심지어 설상가상, 남은 세 마리 중 한 녀석이 또 세상을 떠난 것 같거든.
계속 얼굴을 보이지 않길래 오늘 아침이 되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배추를 맛있게 먹고 있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틀린 것 같아(...😢)

밤새 너무 무서운 악몽에 시달렸는데,
아마 죄책감이 무의식이 반영된 건 아닐까 싶어.
더 이상의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남은 달팽이를 방생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처음부터 내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섣불리 개입했던 건 아닐까?

작년 읽었던 책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거든.

늘 그랬듯 그렇게 사라져버리고 나서야 알량한 동정심을 갖는 것이다.
사람이 책임질 수 없는 대상에게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감은
애초부터 그걸 소유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이석원-

식물을 잘 돌보지 못한 작가의 자조적인 글이었는데,
나도 이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라고.
'처음부터 키운다고 하지 말걸'

“있을 때 잘해” 라는 말이 왜 있겠나 싶어.
왜 잃고 나서야 미안함과 죄책감, 동정심을 갖게 되는 걸까.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있을 때 잘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 해결 대신
‘애초에 가지지 않을 것’과 같이 비뚤어진 해결책 밖에는 찾지 못하는 걸까.
이거 완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아닌가 싶은 거지.

그런데,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그런 대사가 나와.

"소 잃고 외양간 고쳐야죠.
소 한 번 잃었는데 왜 안 고칩니까?
안 고치는 놈은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 중-

아. ‘애초에 가지지 않을 것’은 회피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내 선택을 옳은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닐까.
내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한 시행착오라고 생각해야겠구나.

남은 두 마리를 이 엄동설한에 내보내는 건 도저히 안되겠으니,
다시 애정 듬뿍 담아 잘 키워보기로 다시 마음을 먹었어.

 

 

📚 책읽감 (책 읽고 감상하기)

누군가에겐 슬픔이 누군가에겐 새로운 경험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불행이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기도 하는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다 살아있는 세상 풍경.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이석원-

그럼 그럼. 이 모든 것들이 그저 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풍경이야.

 


📝 추신

1. 달링이, 달롱이! 달팽이 별에서 잘 지내! 미안했어.

2.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이야.
   댓글보다 메일 답장을 선호한다면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해!
   나는 구독자 생각도 항상 궁금하거든.


 

오늘 글을 쓰려고 보는데, 새로운 친구들이 조금 늘어서 놀랐어.
혼자 일기처럼 쓰는 편지인데 읽어주니 너무 고마워!
새로운 ‘결 친구’들이 생겨서 너무 기뻐😊
오래오래 친구 하자.

그럼 힘찬 월요일,
즐거운 하루 보내!

 

2022년 2월 7일 월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뉴쑤레터 NewSsooLetter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수민

    0
    about 2 year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2024 뉴쑤레터 NewSsooLetter

매주 화,목 친구들을 위해 다정한 편지를 부쳐요.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