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쑤레터ep.36] 봄은 이미 가지에 걸려있었네

겨울과 봄, 그 사이 그라데이션 같은 지금 이 계절에

2022.03.02 | 조회 2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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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에딘버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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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듣자!

찰리빈웍스 - Spring

어라 따뜻하네
이따 봄이 오면
우리 손 잡고 걸을까
아니 누울까
외투보다 햇살 앞 창문이 더 따뜻하네
아 그냥 집에 있자

심심할 때 생각나는 단어를 검색해서 앨범 커버가 마음에 드는 노래를 골라 들어보곤 합니다. 오늘은 '봄'과 'spring'을 검색했고, 이 곡을 발견했어요. 재생 버튼을 누르고 첫 마디가 나오는 순간 '이거다' 싶었습니다. 좋은 아티스트를 발견하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요.

사운드도 멜로디도 목소리도 좋아서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중후반부에 갑자기 모든 소리가 멈추고 들리는 새 지저귀는 소리가 참 좋습니다.

도대체 언제 따뜻해지나 하다가도 '어라? 따뜻하네' 하고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와있는 봄이잖아요. 요맘때 듣기 참 좋을 것 같으니 꼭 들어주세요.

 

 

💬 오늘의 쑤필

 

집을 나서자마자 몸을 감싸는 공기가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그토록 온몸을 떨리게 했던 추운 겨울도 어느새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려는가봐요.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는 절기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슬며시 다가온 봄기운에 자연스레 '24절기'를 검색해봅니다. 역시, 우수가 지난 지 일주일도 더 되었네요. 경칩까지는 고작 이틀이 남았습니다.

4개의 계절을 색깔로 떠올려보면, 나는 어쩐지 감자탕집에서 먹던 대용량 아이스크림이 생각납니다. 하얀 바닐라 맛과, 갈색 초콜렛 맛, 분홍색 딸기 맛이 모두 한 통에 들어있는 그 아이스크림 말이에요. 가끔은 바닐라와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섞어 연한 갈색의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나는 그 감자탕집 아이스크림처럼 1년이 단순하게 4개의 계절로 구분되는 것이 싫었습니다. 봄이라고 내내 꽃이 피지는 않는다는 것을, 여름이라고 내내 생동감 넘치지 않는다는 것을, 가을이라고 내내 쓸쓸하지 않다는 것을, 겨울이라고 내내 춥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알겠지요.

그래서, 24절기는 뭐랄까요, 원색으로 나뉘어진 사계절의 쨍한 색깔 사이사이를 자연스럽게 메우는 그라데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보통 2월까지 겨울, 3월부터 봄이라고 이야기하지요. 하지만 절기상으로는 2월 4일 '입춘'에 이미 우리는 봄의 문턱을 넘었는걸요.

2월 19일이었던 '우수'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되는 절기라고 합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날은 대낮에 갑작스레 눈이 펑펑 내려, 때마침 길을 걷던 나는 그만 눈사람이 되고 말았어요.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쏟아지는 눈과, 쌩쌩 불어대던 찬바람에, 당연히 펑펑 내리는 눈이 소복소복 쌓일 줄 알았는데, 글쎄,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져 온 땅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2월은 쨍하던 겨울의 색이 희미해져 봄의 색깔로 넘어가는 은은한 그라데이션의 구간이었던 겁니다.

이틀 뒤인 3월 5일 '경칩'은 삼라만상이 겨울잠을 깬다는 절기입니다. 그러니 나도 겨울잠에서 깨어야 합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가지런히 침상을 정리하고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오늘의 편지는 봄의 색깔을 슬쩍 담은 그라데이션 같은 색상의 편지지 위에 쓰고 있는 겁니다.

친구에게도 틀림없이 봄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봄은 친구의 안에 씨앗처럼 잘 심겨져 있습니다. 겨울 내내 건조하게 말라 단단했던 그 씨앗은, 지난 우수에 내려 녹은 눈 덕분에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어 싹을 틔울 준비를 마쳤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주어지는 많은 것들에는 공평한 것보다 불공평한 것들이 많지만, 시간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계절은, 절기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공평한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이미 봄은 모두에게 왔습니다. 그것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고 변하지 않는 자연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 책읽감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진일심춘불견춘)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망혜편답롱두운)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귀래우과매화하)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춘재지두이십분)

-오도송(悟道頌) 중 '봄을 찾다(尋春)', 작자 미상의 비구니- 

우리가 애타게 찾고 갈구하는 것들은 때로는 아주 가까이에 있답니다. 친구의 내면에 심겨 있던 봄의 씨앗을 단지 친구는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그저 봄의 기운을 깊이 들이마시고 마음 깊숙이 느껴보기로 합시다. 경칩이 되면 깨어나는 개구리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봄을 만끽합시다.

꽃이 다 떨어진 뒤 이미 지나간 봄에 아쉬워 않도록 말이에요.

 

 


📝 추신

1. 나는 절기매직 신봉자입니다. 경이로워요.

2.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입니다.
   긴 답장은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해요.
   나는 친구의 생각 또한 몹시 궁금합니다.


 

갑작스레 목소리가 달라져서 조금 놀랐을지 모르겠어요. 

봄을 맞이하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편지에도 조금 변화를 주기로 했습니다.

매일 친구에게 보내는 가벼운 카톡같은 메세지를
마냥 전달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그동안 주말을 제외한 주5일 편지를 부쳐왔었는데,
3월부터 월,수,금, 주 3일로 편지 횟수를 줄이려 합니다.

첫째 이유로는, 글감과 나의 생각을 채울 시간이
하루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고

둘째 이유로는, 지난 1월과 2월 내내 편지를 쓰는 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이 밀려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위의 이유들 때문에
친구들의 소중한 시간을
매일 야금야금 뺏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주 3회로 횟수를 줄이되,
더 배우고, 더 생각하고,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려고요.

친구들이 일주일 3통의 편지를 열어보는 시간을
지금보다 더 기대할 수 있게 만들도록 노력할게요.

지켜봐주고 함께 해주어서 고마워요.

좋은 하루 되길 바라요.
그럼 우린 금요일에 만납시다!

 

2022년 3월 2일 수요일

당신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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