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나드는 이야기

당신의 베이스캠프는?

안녕한가요?

2023.12.13 | 조회 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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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명상을 넘나들

명상하며 일상, 일상 살며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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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부모님 댁에 얹혀살고 있어요. '캥거루🦘'인 셈이지요.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나라 문화를 감안하더라도, 밖에서 살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으니 이 정도면 찐 캥거루입니다. (돌아온 탕아같은 막내딸을 다시 품어주신 부모님께는 이번 생에 꼭, 안 되면 다음 생에서라도 은혜를 갚으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지금 사는 집

으로 이사 올 때 가장이신 아빠 밑에서 잔잔한 일들을 모두 맡아 처리한 공에도 불구하고 저는 방 하나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엔 '언제든 떠날 사람'의 신분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도 큰 욕심 부리지 않았어요. 지금 제가 생활하는 방은 가족들이 가져가지 않고 남은 가구들로 가득한 방이에요. 내 가구라곤 하나도 없지만, 해는 거실 다음으로 잘 드는 그 방에, 떠나기 전까지 임시로 머물기로 했어요.

 

하지만 사람 일을 누가

알겠어요. 돌아가야 할 곳이 돌아갈 필요 없는 곳이 되면서, 그 방은 그냥 '나들이 방'이 되었습니다. 출가한 언니 몰래 버리려던 언니 책상에서 제가 매일 일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사정이 이러니,

저는 제가 주로 사용하는 책상 주변 공간만 치우고 살았어요. 가구 배치를 바꾸거나 특별히 꾸미지도 않았고요. 임시로 얹어진 듯한 느낌이 무기력을 부르더라고요. 그곳의 주인이라는 생각 없이 살다 보니, 어느 순간 그 공간에 좀 미안해졌어요. 프리랜서니까 분명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고, 일 때문에 거의 방 안에서만 지내는데... 이게 최선일까? 나는 이 공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 걸까?

 

저희 명상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

중에 놀라웠던 것은 '명상을 잘하려면 청소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읭? 웬 청소 잔소리...?) 알고 보니 물건에도 에너지가 있고, 나하고 맞지 않고 필요도 없는 물건들이 너무 많은 공간에서는 에너지 순환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어요. 거의 매일 방에서 명상을 하니까, 그리고 어차피 너저분한 상태로는 일의 효율도 떨어지니까, 그리고 이 방도 자기를 살뜰히 돌봐줄 주인을 기다릴테니까...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옮기기 힘든 가구 배치야

뭐, 그런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일단 '내' 방에는 없었으면 좋을 것 같은 물건부터 내보냈어요. 계절이 지난 이불을 모아두던 붙박이장도 착착 정리해서 내 운동복을 넣는 장소로 바꾸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기저기에 저렴한 장식이라도 사서 걸어두고 붙여놓고 했어요. 그랬더니 천천히 정이 들더라고요. 크게 바뀐 것은 없는데 그런 손길이 쌓여 내가 뿌리내릴 수 있는 공간이 된 기분이었어요. 비로소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러고 보니, 전에 오래 해서 무료해진 게임 내 공간의 인테리어를 바꿨더니 분위기도 환기되고 게임에 대한 애정도 다시 뿜뿜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니 매일 숨을 쉬며 살고 있는 내 공간을 직접 매만지고 닦은 정은 더 깊을 수밖에 없죠.

 

놀라운 건,

넓지 않은 이 공간이, 제가 흔들릴 때 저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었어요. 울면서 잠든 곳도 행복한 꿈을 꾸며 일어난 곳도 여기, 내가 묻어있는 내 공간. 나와 소통하며 점점 내게 맞는 상태로 최적화된 이 공간은 어느새, 내가 얼마나 흔들렸든 다시 내가 나로 돌아올 수 있는 최고의 베이스캠프가 된 거죠. 

 

최근에

제 베이스캠프에 생명력을 더해줄 행잉플랜트🪴를 구입했어요. 공간에도 아주 잘 어울리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요. 구독자님의 베이스캠프는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나요?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해주는, 한 해 동안 나를 잘 지켜준 공간에 사랑을 베풀어 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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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감나무의 프로필 이미지

    맹감나무

    1
    about 1 year 전

    글 읽다가 제 닉네임이 보여서 깜짝 놀랐어요. 구독자님 대신에 각 닉네임이 뜨는군요😊 글 넘 좋네요. 청소 정리를 해야 하는 이유와 실천 후의 소감까지.. 공간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해보게 됩니다. 문단마다 힘있는 글자로 시작하니 글 읽는데 범위를 나누어 징검다리 건너느누기분이고 쏙쏙 들이 잘 들어옵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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