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창작학회 '눈길'입니다.
눈꽃이 겹겹이 쌓여 아름다운 눈길을 만들 듯, 눈꽃 같은 글들을 출판으로 아름답게 피워내기를 바라며 매학기 독립문예지를 내고 있습니다.
2025 상반기 눈길의 독립문예지 7호의 주제는 '공백과 여백'입니다.
공백과 여백에 시간선을 담아 과거의 공백, 현재의 공백, 미래의 공백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에요!
이번 뉴스레터 4월 특집호에서는 1년의 공백 뒤 자신에게 보내는 눈길 학우들의 편지를 담아냈습니다.
뉴스레터를 읽어보시고, 공백과 여백에 대해 각자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장예서
- 1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
편지를 많이 써봤지만, 나에게 쓰는 건 꽤 오랜만이라 좀 어색하네. 어떤 말로 서문을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 같아. 넌 요즘 답을 찾았니? 행복하니? 아무래도 내가 여기서 궁금한 건 이것 뿐이네. 난 지금 처음부터 잘못되어 버린 일들을 그냥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라고 방관하고 있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며 겉으로 모든 것을 잘 해내고 있는 척 하고 있거든. 1년 뒤의 나는 이 일들을 잘 해결했을 지, 언젠가 회피하지 않고 답을 찾아 나만의 신념이 생겼는지 궁금해. 그때의 나는 조금 더 성숙하기를, 나보다 명확하기를, 그래서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기를 바라. 그 모든 성숙의 과정이 힘들겠지만 그 속에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네 옆에 존재하는 행복을 그저 흘려 보내지 않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버틸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 성숙한 내가 되어 그렇게 행복했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어도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조금만 힘들고 많이 행복해줘.
ps. 나는 지금의 행복을 유지하며 살고 있니? 아니면 새로운 행복을 찾아 떠났니?
이혜민
- 1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
연휴라 본가에 갔다가 윤규랑 몇 시간을 놀고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편지를 써. 아기 소리를 몇 시간이나 들었는데 여기 유아 동반석이라 아가들이 막 우는 소리를 들어야 해, 또! 그래서 난 조휴일 노래를 들으면서 가고 있어. 아무튼 뭐 지금 서울 가자마자 할 일이 산더미인데 이런 ‘조급함’이란 거 지독하게 싫어하지만 여전히 넌 P화가 되어가고 있니. 미루기 실력은 나날이 발전했을지 아님 고쳤을지 궁금하네.(부디 고쳤길 바라) 과감함과 겸손함 사이의 중용에 대한 답은 찾았니. 현재의 내가 하는 모든 고민과 생각들이 답을 찾고 모두 정리돼서 무지 단순한 사람이 되었길 바라. 네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모든 일들에 대해 난 로고스다. 하며 지나치게 관조적이진 않길 바라. 평생을 책과 글로 살아온 네가 긴 입시 끝에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자 결심했을 때 처음 느꼈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은 어떻게 다르니. 곧 여름을 앞두고 있는 지금의 난, 처음 임학했을 때와 이미 많이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입시 땐 읽고, 이해하고, 누군가가 말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기 바빴던 시간들이 전부였다 보니 그런 나에게 너무 익숙해져 있던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내 글과 생각에 대해 표출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 참 나답지 않은 모습이지. 아무튼 일상 속 소소한 일들에 만족하되 안주하지 않고 행복을 느끼되 자만하지 말고 그렇게.. 콘서트도 열심히 다니고 여전하게 좋아하는 것만 왕창 하면서 잘 살고 있으리라 믿어~
p.s. 네가 참 좋아하는 그 선생님의 성표 강의는 어떻게.. 열려서 잘 들었을지 모르겠네. 가시 피드백 폭격에 조금은 덤덤한 네가 되었길!
정윤지
- 1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 벌써 대학생이 되고 2번째 봄이 지났겠구나. 2026년은 이제 좀 적응했어? 나는 아직도 2025년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아. 새로운 시작이라는 건 몇 번을 겪어도 힘든 일이잖아. 친구들에게는 편지를 자주 써줬는데, 정작 나에게 쓰려니 조금 어색하네... ^_^ 요즘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고작 1년이지만, 고작 1년 사이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 그 사이 어떤 이별과 만남이 있었을지, 조금 더 어른스러워졌을지 궁금해. 1년 뒤의 나는 진정한 어른이 됐을까? 솔직히 나도 1년 전의 나를 돌아보면, 그때보다 크게 성장했다고는 말 못 하겠어. 너도 지금보다 크게 성장하거나, 뭔가 대단한 성과를 이루지 못했어도 괜찮아! 꼭 그럴 필요 없잖아~ 나는 그냥 내가 지금 좋아하는 걸 네가 여전히 좋아해 주고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여전히 아껴주면 고마울 것 같아. 내가 1년 뒤의 나에게 원하는 건 그거뿐이야! 나는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오래오래 사랑하고 싶거든
힘든 일이 있더라도 불안해하지 말고! 지금까지 다 잘해냈기에 지금의 네가 있는거니까 이번에도 그럴 거야.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린 거 알지? 좋아하는 만화의 다음 화라든가, 벼락치기를 안 하겠다는 나의 다짐이 지켜졌을지, 올해 방학은 어떻게 보냈을지, 또 올해 여름은 얼마나 더웠을지...궁금한 게 너~무 많지만 1년 동안 내가 알아가 볼게. 그럼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또 힘내보자! 그래도 나는 너가 있어서 내 미래가 기대돼!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이만 안녕~ 여름 잘 보내
이성무
- 1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 1년 후에 나, 나는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너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인, 나야. 지금 즈음이면, 군인이 되어 있겠지. 아주 어렸을 때는 내가 군대에 갈 거라는 상상은 하기 힘들었는데, 어느새 어엿한 군인이 되었구나. 나라를 지키는 일은 어떠니? 내가 생각한 대로 멋지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니? 지금은 나는 사실은 군인이 되고 싶어. 군대에 입대하여, 나도 나의 소중한 조국을 지킬 수 있고, 멋진 성인 남자가 될 수 있으니까. 아마 미래에 내가 이 글을 본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미래에 참 궁금한 일들이 많아. 물론 1년 후의 일이지만, 정말 궁금하다. 나는 아직은 많은 것들을 찾지 못했어. 가족들도, 친구들도,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과연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과연 미래의 나도 사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제 몸은 성인이 되었음에도, 마음은 아직 어리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도 찾지 못했고, 무엇을 찾고, 담고, 생각하고, 추구해야하는지 모르겠어. 아마 나를 보고, 어른들이나 선생님들은 의지가 약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천둥 벌거숭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사람들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어쩔 줄 모르는 씁쓸함을 느끼게 될거야. 아마 1년이라는 시간은 길면서도 짧은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느끼는 마음을 너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면, 나는 아직도 다 크지 못한 걸까? 내가 나의 인생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면서도, 너의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벙어리가 되는 게 아닐까? 아마 미래의 나는 전역일을 계산하고 있는 이등병이겠지. 항상 건강하기를 바라고, 항상 주변을 잘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나의 주변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항상 함께하는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멋지게 군 생활을 하자. 앞으로 인생에서 어려운 일들만 존재하겠지만, 그 끝에는 항상 추억과 성장이 남는다는 다짐을 믿고, 한 번 더 이루어 내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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