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에디터 범준입니다. 어느덧 4월이네요. 아침과 저녁에는 아직 약간의 쌀쌀함이 있지만, 낮에는 이제 여름의 기운도 느껴지네요. 길을 걷다 보면 여러 꽃들이 인사를 건네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미세먼지가 없고, 햇살이 가득한 맑은 날 산책을 하다 보면 안 좋았던 기분도 조금은 나아지지요. 저는 어제 안국역 부근을 걸었는데 매화와 벚꽃을 볼 수 있어 참 좋더라고요.
아름다운 길을 걸을 때, 좋은 장소와 공간에 왔을 때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가 떠오르기도 하고, 가족들도 생각이 나지요. 혼자 그 길을 오롯이 느끼며 걷는 것도 좋지만 소중한 이들과 함께 와도 좋지요. 요즘 좋은 곳에 오면 부모님이 가끔 떠오르더라고요. 저는 서울에 있고, 부모님은 김해에 있다 보니 1년에 많이 보지 못합니다. 만약 1년에 설날과 추석 때만 본다면 이제 볼 수 있는 날이 100번도 채 되지 않기에 더 생각이 나는 거 같아요.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부모님과 제가 사이가 굉장히 좋아 보이기도 하네요. 지금은 사이가 좋은 편이지만 10대 때부터 여러 갈등을 겪어 왔어요. 특히 아버지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여러 서사와 이야기가 있지만 둘의 관계를 두 글자로 줄이면 '애증'입니다. 사랑과 미움, 이 두 가지는 '가족'이라는 이름에서 빠질 수 없더라고요. 가족이지만 서로 다른 존재이기에 존중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서로의 정답을 강요하며 갈등에 빠진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그 갈등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이제는 어느 정도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적당한 거리 두기와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의 정답을 조금씩 내려놓는 유연한 태도가 둘 다 생겨서 그런듯하네요. 물론 아버지는 아직도 가끔 저를 보면 머리 스타일과 옷차림새에 대해 지적을 합니다. 있는 그대로 존중받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금도 받지만, 그것이 아버지만의 애정 표현 방식임을 이제는 압니다. 짜증과 화가 아니라 건강한 방식으로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랬던 덕분인지 그런 말들이 이제는 많이 줄었답니다. 아직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 앞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참 먹먹해지고 아픕니다.
범준의 나를 돌보는 여러 가지 정보
"가족이란 피로 맺어지지 않는다. 서로의 삶에 참여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눌 때 비로소 가족이 된다."
- 책 <공감에 관하여>, 이금희
피로 맺어진 관계만을 '가족'이라는 단어로 한정 지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정말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기고 있죠. 이금희 작가가 말한 것처럼 서로의 삶에 참여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눌 때 비로소 가족이 됩니다. 피로 맺어지지 않았더라도 그 누구보다도 가족다운 가족일 수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피 하나 섞이지 않은 가족이지만 어떤 가족보다도 가족답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족'이란 무엇이고, '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상처를 서로 주기도 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살피기도 하는 관계가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요. 가족은 희망과 기쁨을 함께 하는 이들이기도 하고, 절망과 슬픔, 상실을 함께 겪는 이들이기도 합니다. 이번 달에는 '관계'에 대해서, '희망'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강연 & 모임 하나를 소개해드릴게요. 그리고 가족에게서도 많이 받는 '스트레스'를 개인이 어떻게 잘 처리해야 할지 도움이 되는 북토크 하나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영화로 철학하기
첫 번째 큐레이션 : 지관서가 인문활동 "영화와 함께 생각을 키워보는 시간"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불행에 불행을 겹친 듯한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영화를 향해 제가 던지는 질문은 다소 의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영화로 철학하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많은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 한 편의 영화를 깊이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강연과 모임의 진행자인 장태순 교수는 이 영화를 통해서 '희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형제, 부부, 자녀, 조카와 삼촌 등 여러 관계가 이 영화에서 보입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큰 상실들이 일어나지요. 가족과 관계, 그리고 희망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키워가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4월 11일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12시까지 2시간으로 진행됩니다. 온라인 ZOOM으로 진행되니 참고해 주세요. 모임 참여 전 해당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보신 후 참석을 해주시면 됩니다. 영화 감상 후 참여하시면, 함께 나눌 수 있는 내용이 더욱 풍부하고 유익하다고 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북토크 :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
두 번째 큐레이션 : 하지현 교수 북토크《스트레스는 어떻게 나를 바꾸는가》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반응, 즉 안정과 평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스트레스 반응의 모든 것이다. 이러한 관점이라야 스트레스를 온전하고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을 건강한 상태로 지켜내는 것이다.- 하지현 교수
세상은 내 마음대로 못해도 스트레스를 내 편으로 만들 순 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를 이해하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하지현 교수님 말합니다. 문제 회피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동력으로, 스트레스에 관한 과학적, 심리학적 이해부터 삶의 균형을 되찾아줄 명쾌한 처방까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마음 구조를 가장 잘 이해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30년 경력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셔도 좋겠습니다.
4월 20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북살롱 오티움 3층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Q&A 포함 총 90분으로 진행되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셔요. 좌석은 선착순 자유석으로 운영된다고 하니 참고해 주세요.
해로운 가족과의 단절은 자신을 보호하고 해방하기 위한 결정이다. 가족에게 해를 입히거나, 상처를 주거나 화를 돋우려는 의도로 내리는 결정이 아니다. 관계를 끊겠다는 결심은 가족을 어떻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세리 캠벨
가족에는 건강한 가족이 있고 해로운 가족이 있습니다. 건강한 가족은 상대에게 상처를 줬을 때 미안해하지만, 해로운 가족은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지요. 저자 세리 캠벨의 말처럼 해로운 가족과 잘 지낼 필요는 없습니다. 가족을 끊어내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일일 수도 있지요. 가족뿐 아니라 어떠한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4월에는 건강한 관계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더 많기를 바라요. 이 강연과 교육 정보가 구독자님께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4월 레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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