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월간 마음건강, 잡지 구독 서비스 OPEN✨

월간 마음건강 베이직

우리가 맞이할 화양연화

9월 3일 :: 그럴 수도 있는 생각 일기

2025.09.03 | 조회 779 |
2
|
from.
안단테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의 프로필 이미지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현대인의 마음건강을 위한 종합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오늘의 편지

 

‘입추’를 지나고 ‘처서’도 보내고 나니 더위가 조금씩 물러나고 있는 듯합니다. 늦은 밤과 새벽의 공기가 사뭇 달라졌어요. 절기라는 것은 잊을만하면 새삼스레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가을은 또 부지런을 떨어 금세 우리 옷차림을 달라지게 하고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라는 인사를 건네게 하겠지요?

첨부 이미지

여러모로 참 쉽지 않았던 여름, 혹여 끝자락의 기승이 남아있더라도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잘 보내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안단테의 그럴 수도 있는 생각 일기

 

'아직 피지 않은'과 '꽃'의 사이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라는 드라마에서 스쳐 간 대사가 하나 있습니다.

 

‘난 엊그제 우주(자녀)랑 공원에 갔는데, 꽃 사진만 6천 장 찍었어’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 4화 중

 

방송을 볼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낸 장면이었는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그 문장을 실천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어디를 가도 꽃과 나무를 찾아내는 재능과 그걸 굳이 사진으로 남기는 능력이 생기더군요.

첨부 이미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꽃’을 좋아합니다. 막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아, 난 정말 꽃이 싫어!’라는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는 ‘꽃’을 왜 좋아하는 걸까요? 보편적으로는 그 모양이나 색이 ‘예뻐서’인 것 같습니다. 그에 더해 좋은 향기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꽃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활짝 피어 그 모습을 뽐내고 향기를 발산하기 전까지의 꽃의 시간도, 꽃잎을 떨구고 몸집을 줄여나가는 계절의 꽃의 시간도 만개한 그 시간과 가치가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움트는 새싹을 좋아하거나 막 맺힌 꽃봉오리를 더 좋아하는 것과 같은 취향의 차이는 차치하고라도 꽃을 바라보는 바깥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꽃의 삶에서는 어떤 시기도 다름없이 같은 무게의 시간일 것입니다. 우리의 매일이 그런 것처럼요.

 

'아직 피지 않은'과 '꽃'의 사이에는 수단도 목적도 아닌 일상이 분명, 흐릅니다.

 

무엇이 되어야 하는 부담

 

탄생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태어남을 당한 우리 모두는 사실 우리가 왜 태어났고 무엇으로 죽을지 알지 못합니다. 선택한 적도 없는 생인데 해야 하는 것과 되어야 한다는 것들이 참 많기도 하지요.


이효리 님께서 어떤 방송에서 했던 말 중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라는 문장이 있지요. 2017년이었다고 합니다. 그때는 조금은 가볍게 ‘맞아맞아, 정말 멋진 사람이야!’라고 생각했지만 저희 집 어린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곧 청소년이 되는 과정 동안 그 문장과 아이의 말이 묘하게 저를 깨우친 것 같습니다.

첨부 이미지

초등학교 4학년 정도로 기억합니다. 일상적으로 보낸 ‘뭐해?’라는 메시지에 아이는 ‘존재’라고 답장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이야. 왜 이렇게 대답하지?’라고 생각했지만, 그 응답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니 가만히 곱씹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일종의 선문답(?)은 청소년이 된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여전히 그저 ‘존재’하는 아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로 대표되는 저의 물음에 아이는 한 번도 ‘무엇을 하고 있는 상태’나 ‘무엇을 위한 행위’로 자신을 표현하지 않았더군요.

첨부 이미지

밥을 먹는 중일 수도 있고, 게임을 하거나 그냥 노는 중일 수도 있을 텐데 이 친구의 답은 언제나, 그런 것들을 ‘하면서’ ‘존재’하고 있는 것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그저 그 순간에도 온전하게 살아 숨 쉬는 ‘존재함’ 그 자체로 말입니다.

 

물론, 그런 생각까지 해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냥 장난에 더 가까운 말들일 거예요. 그렇지만 저에게 울림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당장 드러나는 것이 없고 아직 보여줄 것이 없어도, 설령 무엇이 되기 위한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있다 해도 그런 시간 속에서조차 존재는 완전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거든요.

 

보이지 않는 시간의 안쪽에서 삶은 내내 흐르고 있습니다. 피지 않은 꽃도, 멈춘 것 같은 삶도 바깥으로 어떻게 보이는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미 충분한 상태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양연화

 

자기의 삶이 소중한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가족이나 부모가 원하는 모습,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이 아닐지언정 우리는 각자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자기가 만들어 온 이야기로 자신을 드러낼 것입니다. 누군가는 삼십 대에 맞이할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마흔일곱이나 쉰셋, 예순하나이거나 일흔다섯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만나는 많은 날들이 그때마다 화양연화인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마흔이 지나고 나서 제가 자주 그렇거든요. 오늘이 가장 아름답고 지금이 가장 행복한 상태라고 느끼며 지냅니다.

첨부 이미지

스물에는 모르는 것도 많지만 궁금한 것도 참 많았고 서른에는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들이 모두 점점 늘어나기만 해서 그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고 흘려보낸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 시절들도 화양연화였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지나간 시간 보다 만나게 되는 시간들의 소중함을 알아서인지 오히려 마주하는 매일이 찬란한 화양연화입니다.

 

다만 가만히 바라게 되는 것 하나는 매일 변함없이 존재하고 있는 저희 집 아이가 지금처럼 자기만의 속도와 기준으로 내내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런 하루하루가 눈부신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지혜가 깃든다면 더 감사하겠지요. 그렇게 스물에도 서른에도 딱 그때만 만날 수 있는 자신만의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한 인생일 것 같습니다.

 

미완성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미완성이라는 것은 '완성'이 분명히 정해져 있어야 가능합니다. 정해진 '완성'이 없다면 미완성도 있을 수 없습니다. 아직 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언제, 무엇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저 내내 그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상황과 상태는 같아도 ‘아직 되지 못함’을 덜어내면 마음은 퍽 가벼워집니다. 무엇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고 있는, 존재하고 있는 순간 그 자체를 목적으로 둔다면 마침내 닿게 될 모습이 무엇이든 괜찮지 않을까요?

첨부 이미지

꿈이나 목표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기간의 목표나 중장기적인 꿈, 삶의 지향이나 인생의 목표는 필요하기도 하고 삶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꿈과 목표들이 나의 존재 자체보다 우선이 되거나, 꿈을 위한 수단으로 내 존재를 소모하는 일은 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존재와 가치를 증명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살아내야 하는 세상이라도 해도 최소한 나에게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나는, 사느라고 애쓰는, 존재만으로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거든요.

 

다만 만약 우리가 정말 꽃이고 활짝 피게 되는 거라면, 그게 과연 언제일지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람마다 화양연화가 다 다를 수 있다고 해도, 반드시 한번은 만개하는 순간이 있다면 저는 숨을 거두는 순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그때야 비로소 내가 어떤 꽃이었는지, 어떤 색과 향을 가졌는지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요.

 

그렇다면 저는 조급하지 않게, 언제가 닿을 그 순간에 은은한 향기를 가진 소박한 꽃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첨부 이미지

오늘도 내일도 ‘아직 피지 않은’ 꽃으로, 그래서 매일매일이 존재만으로 충분한 ‘화양연화’로, 이미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요.

 

구독자님도 누구보다 빛나는 매일을 만들어가시기를 바랍니다. 각자 그런 시간을 잘 지내다가 가을의 문턱에서 다시 만나요.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brand story

 

월간 마음건강 by 오프먼트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와 매거진은 늘 애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일과 쉼의 밸런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연구하는 마음건강 예방 브랜드 오프먼트 offment에서 만듭니다. 아래의 홈페이지 버튼을 눌러, 본 아티클 외에도 교육, 워크숍, 공공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오프먼트의 프로젝트를 만나보세요. 그리고 뉴스레터와는 또 다른 깊이가 있는 월간 마음건강 매거진 버전도 만나보세요. 조금 더 긴 호흡과 깊이 있는 인사이트가 담긴 매거진 전용 아티클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아, '이 필진 직접 만나 이야기 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거나, 혹은 '나도 이렇게 좋은 글을 써서 타인에게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나요?

장재열 작가는 물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월간 마음건강의 에디터 그룹, 그리고 따듯하고 안전한 사람들인 월간 마음건강 동료 구독자 까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 교감하며 삶을 조금 더 변화로 이끌어가고 싶다면, 컨트리뷰터로 함께 해 주세요.

레터를 읽는 독자에서 벗어나, 내 생각을 나누고 내 글을 써서 나누고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 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도로시의 프로필 이미지

    도로시

    0
    3 months 전

    꽃이야기로 시작하여 존재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모두 존재하지요. 저마다의 속도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에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다른 뉴스레터

© 2025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현대인의 마음건강을 위한 종합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