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려요. 책 큐레이션 콘텐츠 'Slow Mood, Good Book' 에디터 강동훈입니다.
저는 부산 전포동에서 <크레타>라는 독립서점을 운영 중이에요. 독서모임 운영 15년차 이기도 합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읽어 온 다양한 책을 기반으로, 매월 주제 키워드에 맞는 책을 2권씩 소개 할 계획입니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연결 될 여러 구독자님과 즐거운 책 이야기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강동훈의 Slow Mood, Good Book
" 자기에 대한 정체성이 선명할 때, 당신의 삶도 더욱 선명해지지 않을까요? "
구독자님 새해 목표는 세우셨나요? 지금은 새해에 대한 기대감과 앞으로 해내야 할 일들에 대한 걱정이 공존하고 있을 시기인 것 같아요. 매년 이 과정을 반복하지만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이런 마음이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원동력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시작의 힘'이 더욱 강할 때이고, 이때만큼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삶은 '나다움을 찾는 과정'이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한 해를 보냄에 있어 '나의 정체성'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책 2권을 소개하려고 해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 1권,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을 통해서 나를 좀 더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는 책 1권입니다.
당신 안에 숨어있는 찬란한 무한을 발견하고 싶다면
첫 번째 큐레이션 : 정여울 《데미안 프로젝트》
학교 다닐 때는 친구들과 연례행사처럼 새해 목표를 세우고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었습니다. 운동, 독서, 영어 등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목표도 있었지만, 전공과 전혀 다른 진로를 준비하거나, 갑자기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는 등 전혀 예상치 못한 목표를 선포하면서 웃음과 응원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친구도 있었죠.
그런 친구들의 공통점은 ‘나답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알을 깨고 나왔다는 거였어요. 마치 데미안을 만난 뒤 방황 할 수밖에 없었던 싱클레어처럼요.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헤르만 헤세 《데미안》中
《데미안》은 주요 세계문학 전집 시리즈를 대상으로 10년간 판매량을 분석 한 결과 10~20대 독자가 가장 선호하는 소설로 선정되었어요. 특히 젊은 세대의 고민을 담아낸 BTS의 2집 앨범 모티브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어쩌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데미안의 줄거리는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이라는 초월적인 존재, 때로는 부담스럽고 대단히 위대하며 좀처럼 범접하기 어려운 멘토 같은 존재를 만난 뒤, 성장 과정 중 겪게 되는 시련과 극복, 깨달음을 통해 ‘진짜 자기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데미안, 크로머, 에바 부인, 아프락사스, 그리고 카인과 아벨 등 다양한 상징적인 인물과 메시지로 인하여 제대로 읽고 이해했다는 사람이 드문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문학과 독자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오랜 시간 해온 정여울 작가는 지난 20년간 가장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하게 섭외 요청이 들어온 강좌가 ‘데미안 읽기’였다고 합니다. 특히 헤세의 작품 세계는 크게 《데미안》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데, 헤세는 정신의학자이자 분석심리학의 개척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을 만난 이후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고, 《데미안》은 그 내적인 성장의 기록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여울 작가는 ‘융 심리학’에 기반하여 ‘에고’와 ‘셀프’, ‘무의식’ ‘의식’ ‘페르소나’ 등 다양한 용어들을 설명하며 《데미안》을 어떻게 읽고 해석할 수 있는지 《데미안 프로젝트》라는 책을 통해 아주 자세히 설명합니다.
정여울 작가의 해석에 따르면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에고(사회적 자아)’의 가면을 벗고 ‘진정한 셀프(참된 자기)’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이런 모습을 융은 ‘개성화’라는 단어로 설명합니다. 개성화는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는 에고’와 ‘진정한 나 자신을 지켜내는 셀프’가 하나 되는 순간, 사회적 자아가 가면을 벗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만나는 순간을 말합니다. 이 순간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문장으로 《데미안》에서 설명하고 있죠.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곧 세계다. 새롭게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헤르만 헤세《데미안》 中
정여울 작가도 상처를 잘 받는 성격이라서 예전에는 누군가 자기를 찌르지도 않았는데 이미 찔려 있는 상태로 살았다고 합니다. 이런 피해의식, 나약한 모습을 극복하고 싶을 때마다 《데미안》을 읽고 또 읽었고, 본인이 조금씩 강인하고 당당하고 침착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참된 자기를 찾아가는 싱클레어를 보며, 에고의 장벽에 가려 보이지 않는 아름답고 눈부신 내 안의 셀프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새해 목표를 세우면서 ‘나다움’을 찾기 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올해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조금 덜 보고 나답게 살고 싶으신가요? 내 안에 숨어 있는 찬란한 무한을 발견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새해를 여는 독서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함께 정여울 작가의 《데미안 프로젝트》 함께 읽어 보길 추천드려요.
평범하고도 특별한 일을 하는사람들의 일하는 마음
두 번째 큐레이션 : 정지우 외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꿈이 건물주인 시대인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우리는 하루 중 절반 이상을 직장에서 또는 개인 사무실에서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갑니다. 자기를 소개할 때 ‘일’을 빼놓고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자기가 하는 일은 본인의 ‘정체성’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면 소중한 하루가, 한 번뿐인 인생이 아까울 것 같아요.
당신은 너무 평범한 사람이고, 하는 일도 특별할 것이 없으니 관계없는 말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세요. 평범하고도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열다섯 명의 직업인이 모여 ‘일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거든요.
이 책에는 국회의원 보좌관, 변호사, 사회복지사, 보건교사, 책방지기, 말 수의사, 보드게임 개발자, 비디오게임 개발자, 메디컬 라이터,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 유튜브 크리에이터,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 전시 기획자, 투자 상담가, 인사 담당자 등 열다섯 명의 직업인이 참여했어요. 각자 일을 한 경력도 다채롭고, 일하는 현장이나 일의 성격도 모두 다릅니다.
지금 하는 일이 만족스럽지 않아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거나 모색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건설자재 납품원에서 공공기관 시설 운영자, 지금은 책방지기로 완전히 다른 업종으로 두 번의 이직을 했습니다. 직업을 바꿀 때마다 ‘이곳을 떠나면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고, 더 나답게 살 수 있을 거야.’ 하는 생각을 품기도 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책 속 다양한 직업인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생을 연장시키려고 도와주는 조력자였지만, 냉정하게 생사 가능성을 평가하여 주인에게 통지하고 주인의 동의에 따라 안락사를 시행하는 집행관이 되어야 하는 ‘말 수의사’, 새벽에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아이의 입시 서류를 대신 써달라는 부모의 전화를 받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자신을 알아보도록 돕고, 별 같은 존재들이 스스로 빛내는 방법을 찾게 돕는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사측의 개’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기도 하지만, 조직과 구성원의 상충적이고 상보적인 관계의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인사담당자’ 등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직업과 관계없이 모두가 갖고 있는 공통점은 ‘어떤 일에도 기쁨만 존재하거나 슬픔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나만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지 못한다면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즉,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다양한 직업이 소개된 만큼 한 번쯤은 꿈꿔 봤거나, 이직을 생각하는 직업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이 책은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각각의 직업과 일을 낮, 밤, 새벽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다루기 때문이에요.
우선 ‘낮’ 부분에서는 그 직업의 현실적인 면과 고충, 성격, 고민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밤’ 부분에서는 일의 가치와 보람, 꿈과 목표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벽’ 부분에서는 해당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 어떤 자격과 과정이 필요한지, 어떤 사람에게 그 직업을 권하는지, 10년 후에도 그 일을 하고 있을지 또 앞으로의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그 일을 잘하려면 어떤 능력과 노력이 필요한지 등 사람들이 궁금해야 할 지점들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에 대해 더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놀고 즐기고 소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 한 번 사는 인생에서 무엇을 내 평생의 ‘직업’으로 삼아야 할지, 나는 어떤 ‘일’에서 진정으로 가치를 얻을 수 있을지는 그리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중략) 이 책이 당신에게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中
정지우 작가가 쓴 프롤로그의 글처럼 일을 대하는 생각과 태도를 다잡고 싶으시거나,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앞두고 있거나,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구체화시키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세요.
brand story
월간 마음건강 by 오프먼트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와 매거진은 늘 애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일과 쉼의 밸런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연구하는 마음건강 예방 브랜드 오프먼트 offment에서 만듭니다. 아래의 홈페이지 버튼을 눌러, 본 아티클 외에도 교육, 워크숍, 공공 프로젝트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오프먼트의 프로젝트를 만나보세요. 그리고 뉴스레터와는 또 다른 깊이가 있는 월간 마음건강 매거진 버전도 만나보세요. 조금 더 긴 호흡과 깊이 있는 인사이트가 담긴 매거진 전용 아티클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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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댄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나 만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지 못한다면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수 있다 는 것이죠. 이 문장이 제일 맘에드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한번 서점가게되면 읽어볼게요!!
강동훈
네, 다양한 직업인들의 속사정을 들으면서 나의 현재를 점검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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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
늘 고민하던 주제이고, 지금도 답을 찾아가는 여정인 것 같아요. 일의 낮과밤을 볼 수 있다니 두번째 책 궁금하네요*^^* 감사합니다~^^
강동훈
눈을 감는 그 날까지 그 여정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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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누나
보자마자 <크레타>를 지도에서 찾아서 꾸욱~! 저장버튼 눌러놨습니다^^ 조만간 부산에 사는 친구와 가보려고요😊 저혼자만 내적친밀감이 뿜뿜이겠지만 그래도 살짝 인사해 볼께요 좋은 책 공유해주셔서 이 책들도 함께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강동훈
크레타 오시게 되면 <월간 마음건강>에서 글 보고 왔다고 말씀주세요 ^^ 반갑게 인사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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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새해목표와 함께 2권의 책을 추천해주셨는데 모두 찰떡이네요. 직업선택은 늘 염두하고 있지만 늘 어려운 것 같습니다. 평생직장이 없는 세상이라 더 그런 것일까요? 요즘에는 처음으로 직장에 매여 있는 것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리랜서가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프리랜서를 쉽게 보고 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평일기준 8시간씩 직장에 갇혀있고 심지어 플러스알파로 야근도 하는 시간들을 슬기롭게 쓰면 그게 더 효율이 높진 않을까 하면서 사고를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요즘에는 직업이 더 다양해졌으니 선택의 폭도 넓어지겠죠. 2권의 책 모두 기대되는데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책은 나의 현 상태를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과 함께 책 추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산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들려보고 싶네요.
강동훈
크레타에 오시게 되면 꼭 말씀주세요 ^^ 박수치며 맞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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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
저도 요즘 저만의 색깔을 많이 찾아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와의 시간을 더욱 더 많이 보내고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뭔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뭔지.. 흔들리지 않는 저만의 정체성과 빛깔과 무늬를 더 깊이있게 알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
강동훈
깊이감이 더해지는 밀리님의 한 해를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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