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딱 작년 이맘때쯤인 것 같아요. 저의 불안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든 계기는요.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확실히 예전보다 덜 불안해하고, 부정적 감정이나 걱정거리들이 생겼다가도 금세 털어낼 수 있게 되었어요. 그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저에게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친구인 주원님과의 만남이었어요.
주원 님은 꽤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인데요. 왜 그런 사이 있잖아요. 서로 존재만 아는 사람. 아 맞다 저런 사람이 있지, 그런데 친구까지는 아니고 그냥 아는 사람이지. 라고, 생각하는 존재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주원 님이 저의 아침 명상 커뮤니티인 모닝 프렌즈에 참여하게 되면서 우리는 매일 아침 만나는 사이가 됐지요. 그녀는 장례지도사라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직업을 가지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 직업을 바라보는 제 시선은 결혼식을 준비해 주는 예식 기획자분들처럼 장례식을 준비해 주는 장례 플래너라고만 생각했는데요. 아무래도 아직 부모, 조부모의 장례를 치러본 경험이 없는 제 입장에서는 피상적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그녀는 잘 죽기 위해 잘 사는 것을 고민하고, 잘 살기 위해 잘 죽는 것을 고민한다고 말했어요. 그 일은 그런 직업이라고. 단순히 장례를 치르는 걸 돕는 일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매일 마주하는 일이라는 그녀의 말에 이끌려서일까요? 저도 모르게 저는 주원 님이 진행하는 워크숍에 참여자로 앉아 있었어요. 제가 이럴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지요. 제 글을 오래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저는 아주 어린 시절 가족과 사별했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단어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큰 PTSD가 있거든요. 그런 제가 죽음을 체험하는 워크숍에 제 발로 찾아오다니. 이거 괜찮을까…. 싶었죠.
프로그램은 아주 재미있었어요. 평소에 알고 있던 웰다잉 체험이라면 유서 쓰기, 관에 들어가 보기, 수의 입기 같은 것들이었는데요. 이곳에서는 많이 달랐어요. 나의 영정 그림도 직접 그려보고, 내가 지금 죽는다면 무엇을 가장 후회할 것 같은지 그 한마디를 남겨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나의 사망신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지요. 내가 몇 살에, 어떤 사인으로, 어느 장소에서 죽을 것 같은지 깊게 생각지 말고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써 내려가는 거였답니다. 너무 오래 고민하지 않는 게 핵심이랬어요. 그래서 시키는 대로 순식간에 다 쓰고 제가 쓴 글을 다시 바라보는 데, 왠 걸. 이렇게 첫 줄이 적혀있더군요.
나 장재열은 (6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마비)이다.
화들짝 놀랐어요. '에? 68세? 내가 지금 40살인데…. 그럼 28년 뒤에 죽는다고 내 무의식은 생각했단 말이야?' 믿을 수가 없었지요. 다른 모든 참여자는 80세, 90세, 100세가 넘어가는데 오로지 저만 68세쯤 죽을 것 같다고 썼지 뭐예요. 문득 지나간 세월을 생각해 봤어요. 가장 첫 기억이 5살 때쯤이니까…. 3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데 그야말로 '찰나의 시간' 이었다는 걸 느꼈지요. 그런데 앞으로 28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갑자기 머릿속에 많은 가치관들이 재배치되는 기분이 들었달까요. 머릿속에 은연중에 돈>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제가, 돈<<<<<<<<<<<<<<<<<시간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어요. 생각해 보면 돈은 없어졌다가도, 나이가 든 뒤에 큰 성공을 해서 메꿀 수도 있지만 시간은 줄어들기만 하지 절대로 다시 불어나게 할 수가 없다는 걸 (머리로는 당연히 알았지만) 완전히 체감한 거예요. 주원 님은 말했어요.
"자, 여러분 모두 그 나잇대에 죽음을 맞이할 때, 무엇이 가장 후회될까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했어요. 정말 60대 정도에 죽는다면, 남은 인생이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후회될까.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죠. 지금 죽는다면 무엇이 가장 후회될까? 지금까지 40년을 살면서 나는 이 짧고도 희소한 시간이라는 자원을 무엇에 가장 많이 낭비했을까. 뚜렷하게 떠오른 단어는 '걱정'이었어요. 너무 많은 시간을 걱정하며 흘려보냈더라고요. 대학에 불합격하면 어쩌지,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이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지, 퇴사 후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으면 어쩌지, 책을 내서 안 팔리고 묻혀버리면 어쩌지, 누군가 심리학자도 아닌 게 상담소의 대표를 맡고 있다고 비난하면 어쩌지, 10년 동안 내 정체성이었던 상담소 대표에서 물러나면 난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거면 어쩌지 같은 걱정들. 그리고 인간관계나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였지요. 저 사람을 놓치면 어쩌지, 저 사람이 내 인연이 아니면 어쩌지, 맞으면 어쩌지, 헤어지면 어쩌지…. 다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나 자신에게 이런 말 한마디를 해주고 싶더군요. "어쩌긴 뭘 어째! 네가 걱정한 정도로 심각한 일은 안 일어났었거든?" 그리고는 제 영정 그림 위에 적어두었어요.
내가 죽을때 할 후회의 한마디 :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았어도 됐었는데."
그날 이후로 저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들 때마다, 거실 거울에 붙여둔 영정 그림을 쳐다보며 생각해요. '아, 나는 돈다발을 길에 뿌리는 사람처럼 시간을 길에 뿌리듯 낭비하고 있구나. 내 시간이 걱정이라는 행위로 낭비되고 흩어져버리고 있구나.' 그리고는 퍼뜩 정신을 차리죠. 한번 잃고 나면 다시는 채워 넣을 수 없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말이에요. 그리고 입으로 저 자신에게되뇐답니다.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일 게 분명할걸." 이라고요.
이번주의 추천
::ALL IS WELL - 생각을 멈추는 연습이 필요해 플레이리스트
걱정과 생각이 많아질 때 저는 위로와 용기가 되는 음악을 듣곤 했었는데요, 요즘은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듣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노래 속 가사가 또 하나의 트리거가 되어 걱정이나 생각할거리를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온전히 단어를 잊고 문장을 잊으며 생각을 비워낸답니다. 지금 걱정이나 불안을 느끼는 당신이라면, 가사를 쏙 뺀 멜로디에만 한번 마음을 기대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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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댄서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일 게 분명할걸, 저도 참 항상 불안과 걱정이 많은사람인데, 조금씩 괜찮다고 틀려도 제자신을 다독이며 마음을 편하게먹어도 된다고 하나씩 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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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말댄님도 저처럼 하나 써 붙여보는건 어때요? 눈에 잘 닿는 곳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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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어쩌긴 뭘 어째! 네가 걱정한 정도로 심각한 일은 안 일어났었거든?“ 뭔가 귀엽고 앙칼진 말투로 말해봤는데 갑자기 웃음이 났어요. 사망일기를 써보는 프로그램이라니 저도 참여하고 싶어지네요! 좋은 경험 나눔 감사합니다. 연애에서 맞아도 걱정, 안맞아도 걱정 너무 공감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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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었어요, 언젠가 컨트리뷰터님들을 위해서 꼭 한번 열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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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누나
나는 몇살에 무슨 이유로 죽음을 맞이할려나~ 글을 읽으면서 생각해봤어요 죽음의 순간 앞에 무엇을 가장 후회할런지.... 죽음체험은 꼭 한번 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러고 나면 지금의 현생이 좀 더 뜻깊게 다가오겠죠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장재열 작가님이 68세보다는 더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저희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네요😊 바램 들어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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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 그러기위해서 다시금 건강관리를 시작했답니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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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죽음이라고 하면 괜히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생각나곤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마침 오늘 배우게 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재열작가님의 말씀과 중첩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내가 언제 죽을지 나이와 사인을 써본다니, 정말 신박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 때 드는 가장 후회되는 부분도 생각해보니 저는 유럽여행 못간거 정도가 생각나네요. 하루하루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을 인생을 살려고 합니다. 그 만큼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죠. 유럽여행은 언젠간 갈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또 다른 후회거리가 생기겠죠?ㅎㅎ 그 후회가 계속 남지 않도록 미리 잘 해소시켜 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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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신박한 방법 덕에 사고의 폭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참 많이 바뀐거 같아요 정말 감사한 경험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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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
아직 나답게 죽는것, 은 저는 사실 크게 와닿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나답게 사는 것은 요즘 점점 더 와닿는 요즘입니다! 정말 하루를 살더라도, 나답게. 정말 나답게. 살고싶어요. 밀리답게. 밀리스럽게. 그런 하루, 지금 바로 이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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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다보면 그 숙련된 나다움이 나답게 죽게도 만들어줄거같기도 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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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캔두잇
이 글을 읽고 갑자기 "Don't worry, Be happy" 노래가 떠올라서 흥얼거렸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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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도 들어야겠어요 생각난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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