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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문턱에서 마주한 나

6월 11일 :: 마음건강큐레이션_책

2025.06.11 | 조회 7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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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강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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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마음건강을 위한 종합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오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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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잘 지내셨어요? 어느덧 한 해의 두 번째 계절, 여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네요. 우리 삶에도 문득 전환점이 찾아오곤 합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떨리는 마음으로 서 있거나, 긴 시간 함께해온 한 막을 조용히 정리하며 다음을 준비하는 순간, 혹은 바뀌는 계절의 공기 속에서 낯선 변화에 적응해야 할 때 말이죠. 그런 순간이면 더욱 조심스레 마음의 신호를 살피게 됩니다. ‘이 길이 맞을까?’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설렘이 뒤섞인 마음 한켠에서 말이에요.

그럴 때 기대어 마음을 내어 보일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요. 혼자 감당하려 애쓰지 않아도, 함께 있어주는 존재가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큰 힘이 되니까요. 하지만 때로는 그 한 사람조차 쉽게 찾기 어려운 순간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누군가의 진솔한 이야기에서 위안을 얻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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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전환점 앞에 선 여러분에게 조용한 용기와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두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첫 번째 책은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이야기이고, 두 번째 책은 변화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도록 따스하게 손을 잡아주는 책입니다. 이 두 권의 책이 각자의 자리에서 전환점을 맞이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살며시 어루만져 주길 바랍니다.


마음이 닿는 작은 순간

첫 번째 큐레이션 : 김민철《무정형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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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양의 삶을 살고 싶었다. 바람은 간절했으나 다른 모양이 어떤 모양인지 알 길이 없었다. 바람은 자꾸 뾰족해져만 가는데, 현실은 나를 두텁게 가로막고 있었다. 살던 대로 살아서는 다른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건 명확했다. 다른 답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삶이 필요했다. 지금껏 하지 못한 결단이 필요했다. 마침내 나는 나의 간절한 바람을 창으로 삼아 두터운 현실을 뚫어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20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떠나, 내가 도착한 곳은 20년 넘게 간직한 내 오랜 꿈이었다.

김민철《무정형의 삶》中

 

무졍형의 삶은 김민철 작가가 2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그렇게 바라마지않던 파리로 두 달간의 여행을 다녀온 뒤 쓴 이야기입니다. 광고대행사 TBWA에서 막내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올랐던 그녀의 커리어는 누가 보더라도 화려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오히려 일에서 벗어난 조용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은 갈망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냈던 인생의 한 페이지를 정리하고 오랜 꿈의 세계 파리로 떠나게 됩니다.

 

스무살, 파리에게 첫눈에 반했다. 웅녀히 퐁피두 센터 2층의 도서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갑자기 그곳에서 공부하는 직업을 갖는 것이 일생의 꿈이 되었다. 그냥 그곳이어야만 했다.

김민철《무정형의 삶》中

 

그녀와 파리의 첫 만남은 스무 살 때였습니다. 그 후로 책상 위엔 늘 파리의 지도가 붙어 있ᄋᅠᆻ고, 퇴사를 결심하고 떠나려다 무산되었을 땐 짧은 휴가를 내어 그곳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남편과 함께한 여행에서는 여기가 왜 좋아?”라는 그의 질문에 잠시 당혹함을 느꼈고, 첫 책을 쓸 때도 가장 애정을 담아 썼던 건 파리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그렇게 22년 동안, 그녀의 사랑은 한결같이 파리를 향해 있었어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끌림, 그냥 그곳이어야만 하는 어떤 장소가 있습니다. 첫사랑처럼 마음에 각인되어,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순간마다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곳. 파리는 그녀에게 그런 곳이었습니다.

 

나는 그곳에 있는 나를 좋아했다. 처음 보는 그림에 그토록 마음을 내주고, 처음 알게 된 화가의 전시실에 오래도록 앉아 있는 나를 좋아했다.

김민철《무정형의 삶》中

 

여행의 시작은 당연히 퐁피두 센터였습니다. 버스에 내린 뒤 구글맵에서는 10분만 직진하면 되는 거리에 있었지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무료 박물관, 예쁜 가게, 느긋한 카페, 발랄한 공원의 유혹에 마음껏 자신을 내맡깁니다. 그것이 사람에게는 불친절하지만, 각자의 방식에 너그러웠던 파리를 즐기는 방식이라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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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방랑하다 도착한 퐁피두 센터에서 느낀 감정은 과거와 사뭇 달라진 것을 알게 됩니다. 20대엔 깊은 슬픔의 감정을 느꼈던 작품 앞에서 슬픔을 느낄 수 없었고, 미술관 곳곳에서 자꾸만 용기의 감정을 찾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 순간을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날 알았다. 똑같은 그림을 나에게 넣고 섞었는데, 슬픔이 나왔던 시절이 있었고, 용기가 나오는 시절이 있다는 걸. 내가 바뀐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것이 바뀐 것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나의 색깔대로 살아버려도 된다는 용기였다. 좋은 롤모델이 없더라도, 좀 이상해 보이더라도, 내 마음의 방향대로 살아버리는 것. 스스로가 나의 롤모델이 되어버리는 것. 내가 긋고 싶은 선을 긋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색을 칠하는 거다. 불안과 싸우며, 의심을 떨쳐내며, 계속 나아가는 거다.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시작된 거니까.

김민철《무정형의 삶》中

 

삶을 채우는 감정의 색이 바뀌고 있었고, 그것이 그녀가 진짜 필요로 하는 변화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한 롤모델 없이도, 다소 엉성해 보이더라도,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겠다는 용기. 자신의 그림을 자신만의 색으로 그려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그녀는 파리에서의 나날을 하고 싶은 일 목록으로 채운다. 치즈를 한꺼번에 여러 개 사기, 루콜라 큰 봉지로 사기, 꽃 사기, 아침에 마실 차 사기, 단골 가게 만들기. 이 단순한 리스트 하나하나가 일상에 깊이를 더했다. 또 오래된 친구와의 재회, 한국에서 찾아온 동료와의 만남도 여행의 중요한 챕터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길은 갈라진다. 여기서부터는 각자의 길이다. 우리는 서로의 길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잘 걷고 싶은 사람들이니까. 진하게 포옹을 하고 각자의 최선을 다해 각자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서로의 길이 평온할 것 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만큼 순진하진 않다. 다만 그 길 끝에서 우리가 다시 평온하게 만나길 바랄 뿐이다. 우리 각자가 바라는 우리가 되어서. 그러기 위해 저 멀리 근사한 꿈을 세워둔다. 불가능한 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능하게 만들거니까.

김민철《무정형의 삶》中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길을 걷고,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방식이자 태도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그러나 그 길이 항상 평온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 것. 다만 그 끝에서 다시 만나기를,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녀는 이제 더 이상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길을 걷고,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방식이자 태도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그러나 그 길이 항상 평온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 것. 다만 그 끝에서 다시 만나기를,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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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복한 날들만 가득했던 것은 아닙니다. 구글맵에 별처럼 저장되어 있던 수많은 장소들. 오랜 시간 동안 욕망만을 덕지덕지 붙여놓은 듯한 그 목록은 도착했을 때 겨우 이걸 위해?”라는 허무함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한 마디가 전환점을 만들어 준다. “왜 목적지가 있어야 해?” 그 순간 그녀는 깨닫는다. 여행의 진짜 기쁨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정을 살아내는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나는 한 번도 되어본 적 없는 내가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나에게 도착하는 말들은 언제나 ‘요즘 바쁘지?’로 시작했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들은 언제나 ‘너무 바쁘네’로 시작했고, 근데 이곳에서는 안 바쁜 사람. 바쁠 이유가 없는 사람. 언제나 가능한 사람. 하루의 시간을 모두 열어놓고 사는 사람. 하루 종일 나와 보내느라 하루치 사회성을 온전히 간직한 사람. 그러니까 내가 한 번도 되어본 적 없는 사람.

김민철《무정형의 삶》中

 

낯선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처음으로 자신조차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며 그녀는 묻습니다. ‘지금부터 나는 나를 어떤 모양으로 빚을 것인가?’ 정답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질문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어쩌면 또렷한 답을 내리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게 답이 될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사지선다형이 아니고,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끝없이 뛰어야 하는 마라톤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헤매는 걸 두려워도 말고, 답을 못 찾는 걸 조급해하지도 말고, 조급함에 못 이겨 성급한 답을 내리지도 말고, 내 방식대로, 내 속도대로 살아보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인생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삶의 어느 시점에는, 더 이상 정해진 궤도를 따르기보다 스스로 궤도를 새로 그어야 할 때가 찾아옵니다. 어쩌면 그건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매일의 기쁨이 어디에서 오는지,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감정은 무엇인지를 천천히 알아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김민철 작가의 무정형의 삶을 읽으며 파리라는 명확한 목적지에 다다르자 '왜 목적지가 있어야 하지?'라는 물음을 얻게 된 것처럼, 길을 걷는 그 자체가 이미 의미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순간이 켜켜이 쌓일 때, 우리는 스스로의 발걸음을 신뢰하게 됩니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의 확신이 아닌, 자신의 감각을 따라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곳이 나의 자리였구나' 하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올 거예요. 정답 없는 시간을 지나며 우리는 조금씩, 우리만의 모양을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 여정 위에서 당신이 마주할 용기와 기쁨을, 응원합니다.


그 여름의 나를 다시 꺼내보는 시간

두 번째 큐레이션 : 김신회《아무튼,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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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의 반환점, 6월입니다. 반은 지나왔고, 반은 아직 남아 있는 이 시기에는 마음이 조용히 흔들립니다. 돌아보면 부족한 것 투성이인데, 앞을 내다보자니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니까요. 그런 순간, 문득 여름을 떠올리게 됩니다. 땀에 젖은 셔츠, 얼음이 사각이는 유리컵, 그리고 한없이 길게 느껴지는 오후의 빛. 여름은 우리를 본능적이고 솔직한 마음으로 이끌곤 하지요. 계절이 전하는 온도에 나를 잠시 맡겨볼 수 있다면, 다시 살아가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여름이라는 책은 그런 여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줍니다. 사적인 기억과 감정으로 채워진 이 작고 따뜻한 책은, 우리가 여름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특히 지금처럼 한 해의 중심에서 흔들리는 마음에게는, 계절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건네줍니다.

 

초여름 어느 날, 체육 수업이 끝나자마자 운동장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면 와르르 쏟아지던 미지근한 물의 감촉을 아직 기억한다. 고1 여름방학 때, 보충수업이 끝났는데도 친구랑 헤어지기가 아쉬워 정류장에 선 채로 버스 한 대를 보내고, 또 한 대를 보내며 수다에 몰두하던 오후를 잊지 못한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오후, 한강을 따라 뛰다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움켜쥐고 숨을 고를 때 불어오던 산들바람, 하드 하나 입에 물고 한 손에는 맥주가 든 비닐봉지를 늘어뜨린 채 휘청휘청 걷던 자정 무렵의 퇴근길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여름의 순간들과 함께 이만큼 자랐다.

김신회《아무튼, 여름》中

 

김신회 작가의 여름 기억을 읽는 동안, 마음 깊은 곳에서 나의 여름이 피어났습니다. 물줄기처럼 와르르 쏟아지던 기억들, 익숙하지만 이제는 조금 낯선 풍경들. 여름이란 결국 시간 속에 눅진하게 남은 감각의 조각이 아닐까 싶어요. 그 조각들이 다시 말을 걸어옵니다. “너도 그때 있었지?”, “너도 그렇게 숨이 차게 달려봤지?” 여름은 가볍지 않습니다. 그 무더운 공기 속에도 우리는 분명히 자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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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며 알게 됩니다. 여름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충분히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작가는 자신이 지나온 여름의 다채로운 풍경을 천천히 꺼내 보여줍니다. 사람과의 관계, 익숙한 골목과 영화, 한여름의 음식과 식물까지그 모든 것들이 여름이라는 이름 아래 촘촘히 엮여 있습니다. 계절은 그저 날씨가 아니라, 그 안에 깃든 감정과 기억, 그리고 삶의 태도라는 것을요. 여름을 이렇게 다채롭게 느끼고 사랑할 수 있다는 걸,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식물에 물 줄 때는 나도 모르게 속으로 혼잣말을 한다. 시원하니? 물 더 필요하니? 잘 크고 있네. 사는 동안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을 떠올리면서 나라는 사람의 쓸모를 깨닫는다. (중략) 되돌아보면, 이 세상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얼마 없는 것 같다는 허무함이 밀려들 때마다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 말 못하는 생명이지만 물을 주고, 분갈이하고, 햇빛을 쏘여주면서 적어도 얘들에게는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김신회《아무튼, 여름》中

 

저는 이 문장에서 유독 오래 머물렀습니다. 뭘 해도 모자란 사람처럼 느껴졌던 시절,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는행위로 다시 숨을 돌릴 수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물을 주는 손길이 결국 나 자신을 살리는 손길이었다는 걸, 여름이라는 계절 역시 그런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돌보고, 천천히 안으로 향할 줄 아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계절. 햇빛도, 바람도, 그 계절 속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아름다워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 책을 더 권하고 싶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여름을 멀리했던 이들, 그 계절이 주는 생기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이 책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밉니다. 누군가에게 여름은 기다려지는 축제 같고,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불청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온도의 차이를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계절의 흐름을 따라 나의 속도를 인정할 수 있다면, 여름은 한결 부드럽고 다정한 얼굴로 다가옵니다. 저 또한 이 책을 통해 그 사실을 조금씩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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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겨울인 사람은 겨울을 삽니다. 손 닿는 것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겨울옹국>의 엘사처럼, 싸늘한 마음은 뜨거운 계절조차 차갑게 만들어버립니다.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여름을 완성하는 건 계절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그때 나는 그 어디서도 여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거라고요.

김신회《아무튼, 여름》中

 

이 문장을 읽으며 제 마음의 계절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분명 여름인데, 그 안에서 나는 여전히 겨울을 살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계절이 바뀌어도 나는 얼어붙어 있었고, 그 찬 마음으로 무더운 여름을 뚫고 다녔습니다. ‘여름의 나가 아니라, ‘여름이어야 했던 나로 억지로 살아가던 시절. 그래서 지금은 계절보다 마음을 먼저 들여다봅니다. 내가 이 계절을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여름을 마주할 용기가 내 안에 있는지, 그렇게 조심스럽게 묻곤 합니다.

 

지극히 사사로운 여름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별게 아닙니다. 여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 순수한 기대라는 것. 내 흑역사들이 여름을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게 될지 몰라도 이렇게 소심하게나마 여름을 아끼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근사한 추억 같은 거 없어도 여름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김신회《아무튼, 여름》中

 

아무튼, 여름을 덮으며 저는 마음 한 켠이 따뜻해졌습니다. 여름을 잘 살아낸 기억이 없더라도, 그 계절을 여전히 좋아하고 싶은 마음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이 책이 참 고마웠습니다. 거창한 계획도, 특별한 추억도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내 속도대로 살아가고, 더운 날엔 시원한 그늘을 찾아 앉고, 때때로 웃고 싶은 순간에는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여름은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계절입니다.

올여름,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이 계절을 맞이하고 있나요? 혹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이 책을 먼저 만나보세요. 한 해의 반환점에서 다시 마음을 데우는 일, 어쩌면 그것이 진짜 여름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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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시의 프로필 이미지

    도로시

    0
    6 months 전

    동훈님, 오늘도 따뜻한 책 추천 감사합니다. 내용을 읽으면서 제 마음이 파리에 갔다가(가본 적 없어요ㅎㅎ) 어느 여름 날 덥지만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때로 다녀왔습니다. 책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요즘에는 워낙 미디어가 발달되어 있어 유튜브 등의 영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책에서 문장으로 느낄 수 있는 그 감성을 아직 따라갈 수 는 없어보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으니 아무튼, 여름 이라는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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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누나의 프로필 이미지

    사랑이누나

    0
    5 months 전

    오늘도 추천해주신 두권의 책을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드네요 어떤것에 첫눈에 반해 20년을 넘게 한결같은 사랑을 전할 수 있다니~ 과연 나는 가능할까? 싶어요 목적지를 향해 달리다 정작 그곳에 도착해서 느껴지는 허무함을 '꼭 목적지가 있지 않아도 됨'으로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역시 알면서도 참 잘 안되는 부분이에요 그런데요 그 길을 향해가는 과정이 중요함은 목적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름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저는 [아무튼,여름] 표지 만으로도 두근두근해요 ㅎㅎㅎ 책속의 이야기는 현실의 계절보다는 마음의 계절, 삶의 계절을 이야기하니 더 궁금해집니다 장마가 시작되니 이제 열대아가 기승하는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겠죠?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다음달에 만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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