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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봉오리의 삶

9월 17일 :: 가장 충만하고도 불완전한 이야기

2025.09.17 | 조회 5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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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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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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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민정입니다. 어느새 9월도 절반이 지났네요. 요즘 저는 '처음'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리며 지냅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꾸 익숙함을 찾게 되잖아요? 익숙함에 밀려 시작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둘 시도해 보고 있어요. 오늘은 처음이라, 그래서 아직 서툴고 낯선, 또 그래서 더 소중한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무언가를 아직 해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저하거나, 조급해 보았던 우리 모두를 위해 오늘의 레터 시작해 볼까요?


 

민정의 가장 충만하고도 불완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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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생애 처음으로 요가원에 방문했습니다. 언제 지어졌을지 모를 낡은 건물에 들어서 차가운 돌계단을 오르면 펼쳐지는 아담한 요가원이었죠. 정액권을 끊기엔 섣부른 것 같아 1일 체험 강습을 끊었어요. 까만 매트 위에서 낑낑대던 그날, 어쩌면 요가에 푹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어디에 좋은 운동이지? 몇 세트쯤 해야 살이 빠지려나...' 내가 흘린 땀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보상을 가져다줄 것인가에 집중했던 지난 운동들과는 달리, 요가는 동작 그 자체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더라고요. 

 

몰입이 잘 된다고 뭐든 잘해낼 수는 없는 노릇이죠. 타고나길 아주 타이트한 하체 근육을 타고난 저는 유연성을 요구하는 자세를 해내기 쉽지 않았습니다. 다들 어찌나 능숙한지, 요리조리 눈알을 굴려봐도 저만큼 뻣뻣한 수강생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좀 민망하기도 했죠. 평소 어떤 운동을 해도 칭찬을 받아왔던 터라, 이 정도로 소질이 없다고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요가는 '마음 수련'이라고들 하던데... 이게 맞나? 되지도 않는 동작들을 삐질 대며 따라가느라 마음은커녕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죠. 그런데 참 신기했어요. 가파른 호흡을 내쉬며 꾸역 꾸역 몸을 비트는 그 시간이 신기하리만큼 재밌게 느껴졌거든요. 온몸에 지진이 나다 못해 무너져 내리는 순간에도 해맑은 아이처럼 깔깔거리기 바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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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이렇게 먹었는데 처음인 게 있다니, 너무 좋아!"

 

수년 전, 배우 이하늬 님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했던 말이에요. 발리에서 한 달간 요가 티칭을 하게 되었는데, 친구들이 아닌 타인에게 영어로 요가를 가르치는 것이 처음이라며 굉장히 신났더라고요. 당시에는 '참 밝은 사람이네' 하고 대충 넘겼던 말이었는데, 요가 체험 강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번뜩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알게 됐죠. 익숙한 것들 안에서만 움직이며 반복되는 우리의 삶 속에 '처음'이 얼마나 귀한지 말이에요.

 

학창 시절에 30대를 보면 범접할 수 없는 어른 같다고 느끼잖아요? 새싹 같던 어린 시절을 지나, 풍성한 가지와 짙은 향기를 내뿜는 꽃이 되어 있을 것 같달까.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일들을 이미 겪었을 것 같고, 딱히 못하는 것도 없을 것 같고 말이에요. 그런데 막상 30대가 된 지금, 저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처음' 속에 살고 있습니다. 프리다이빙도 처음 해봤고, 그것을 더 잘하고 싶어 처음으로 수영도 배웠죠. 그 덕에 제가 물속에서 노는 것을 이렇게나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를 처음 알게 됐어요. 회고라는 것을 알게 되어 처음으로 지난날을 기록해 보기도 하고, 새해를 꿈꾸며 만다라트도 처음 작성해 봤어요. 그뿐이게요? 진로 상담이라는 것도, 심리 상담이라는 것도 처음 받아본 덕에 새로운 길을 꿈꾸기 시작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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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부분의 시작은 요가 체험 강습 때처럼 어설펐고, 여전히 근사한 실력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어설픔 속에서 유독 선명하게 남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웃음과 서툰 만큼 한없이 솔직해지는 순간들이요. 대체 이 엉성한 시간들을 자꾸만 갖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업계에서 동일한 직무를 맡은 지 어느새 만으로 10년이 넘었습니다. 무언가를 '처음'한다는 말이 어색해질 만큼, 제 일상은 능숙함과 반복의 연속이 되어버렸죠. 일 처리는 익숙해지고, 실수는 줄었고, 주변에서는 믿음직하다는 말을 자주 해줍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말들이 점점 내 안의 무언가를 마르게 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어떤 분야에서 처음 혹은 초보라는 딱지를 달기엔 적지 않은 사회적 경험치가 쌓인 제게 완벽하게 처음 경험하는, 심지어 잘 해내지 못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활동들은 일종의 숨구멍이 되어주었어요. 지루한 일상 속 환기랄까요?

 

언젠가 '나이가 들수록 기꺼이 아마추어가 되길 권한다'는 진영호 작가님의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승부의 결과나 평가가 중요하지 않은 아마추어의 일상이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지를. 내가 여전히 무언가를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처음 경험하는 모든 일들이 내 삶을 얼마나 다채롭고 선명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를 말이에요.

 

무언가를 배웠을 때의 결과가 혹은 좋아하기 위한 조건이 굳이 활짝 핀 꽃일 필요는 없어요. 봉오리인 채로도 우리는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남들은 다 해봤다는데, 이 나이 먹도록 나만 안 해본 것 같아 주눅 들 필요도 없죠. 아직 해보지 않은 게 많다는 건, 앞으로 누릴 첫 경험들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니까요! 초보로서의 일상, 아직 피지 않은 꽃으로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가장 자유롭고 충만한 삶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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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나의 프로필 이미지

    김한나

    1
    3 months 전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아마추어로 즐기고 또 왜인지 가을이 오니 얼마나 이뤘을까 생각을 하게 되는데 지금 시작하는 프로젝트도 꾸미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히히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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