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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르는 길 위에서 배운 것들

3월 19일 :: 가장 충만하고도 불완전한 이야기

2025.03.19 | 조회 4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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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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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마음건강 by 오프먼트

상담가 장재열이 늘 애쓰며 사는 당신에게 '제대로 쉬는 법'을 선물합니다.

오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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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 민정입니다. 세상에, 벌써 3월 중순을 훌쩍 지났네요! 매년 이맘때쯤이면 '새해에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었는데, 결국 두 달간 별로 해낸 것도 없네'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어쩐지 올해도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단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말이죠? 주변에 꼭 한 명씩 있는 '프로 실천러'들을 보면 한참 뒤처진 것 같단 생각에 더욱 쪼그라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삶의 트랙에서 앞서보기도, 따라잡혀보기도 했던 지난날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민정의 가장 충만하고도 불완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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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 본 적 있어?"

며칠 전 신랑과 커피를 마시다 이런 질문을 했어요. 신랑은 '늘 그래왔다'고 답하더니,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죠. 너처럼 걱정 없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그의 동그란 눈이 이렇게 묻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저는 흔히들 말하는 '뒤처짐'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어요. 고등학교 2학년, 학우들이 꿈을 찾지 못해 헤맬 때 이미 하고 싶은 일이 생겼었고, 22살이라는 꽤 이른 나이에 첫 회사에 취업했어요. 누군가는 학업에 열중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막막함에 휴학을 하는 동안 차근차근 내가 몸담은 업의 경력을 쌓아갔죠. 내게 더 잘 맞는 환경을 고민하며 몇 차례의 이직에 성공하는 동안에도 친구들은 여전히 대학생이었어요. 그러다 27살이 되던 해에는 지금의 신랑과 법적 부부가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저는 사회적 트랙에서 늘 앞장서 있는 입장이었죠. 솔직히 만족스러웠어요. 아무래도 스스로가 느릴 때보단, 빠를 때 잘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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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제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철렁했던 순간이 있어요. 저보다 한참 늦게 취업한 친구가 대리로 진급했다는 SNS 게시물을 업로드 한 날입니다. 물론 회사마다 진급의 속도에는 차이가 있고, 저는 굉장히 보수적인 기업에, 친구는 비교적 빠르게 승진하는 기업에 다니고 있었지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이 일이 나와 정말 잘 맞는 걸까? 이직이 너무 잦은 건 아닐까? 새로운 직무에 도전해 볼까?' 선택의 기로 앞에 설 때마다 "괜찮아! 난 남들보다 훨씬 빨리 시작했으니까. 좀 돌아가도 여전히 내가 더 앞장서있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였거든요. 그러는 사이 친구들도 일을 하기 시작했고, 겉으로 확인 가능한 '직급'이 비슷해지기 시작하자 저도 모르게 조바심을 갖게 됐습니다.

"더 이상 난 빠르지 않네..."

모두가 내 뒤를 쫓는 것 같았어요. 월등하게 선두에 있었던 제가 점점 후발주자들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마음에 초조해지기 시작했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 재수하는 친구들에게 어른들이 자주 건네는 위로 있잖아요? 지금은 1년, 2년 차이가 아주 커 보이지만 살다 보면 그렇지 않다고. 대학 가고 조금만 지나도 누가 몇 수 했는지 아무도 관심 없다고. 희한하게 이런 말들이 그제야 제대로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취업했다는 타이틀이 살다 보면 정말 별거 아니라는걸, 결국 시간이 지나 모두가 각자의 자리를 찾아갔을 땐 누가 더 빠르고 느렸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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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선두에서 조금 뒤로, 중간 지점에서 조금 더 뒤로, 그렇게 출발선에 다시 섰습니다. 아예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졌거든요. 만으로 10년을 몸담아 온 분야에서 조금씩 멀어져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제 나이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젊은 작가들이 정말 많잖아요? 저는 가끔 책을 재미있게 읽고 나면 저자 정보를 찾아보거든요? "세상에, 이렇게 어린 사람이 이 정도로 멋진 글을 썼다고? 진짜 대단하다.." 하고 감탄할 때가 꽤 있어요. 그럴 때면 작가가 되고 싶다 결심한 저의 시작이 결코 빠르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제가 아주 늦어버렸다는 느낌이요. 나보다 먼저 출간한 사람들을 보면서 몰랐던 것들을 배우기도 하고요. 나에겐 저런 방향이 더 잘 맞겠구나, 나는 이런 이야기를 써봐야겠구나 더 깊이 고민할 수 있게 됐죠. 앞서지 않았던 만큼 다양한 경험들이 쌓여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요. 뒤늦게 찾은 꿈이라 그런지 '잘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재밌겠다, 더 배우고 싶다'는 몰입감이 샘솟고 있어요. 무엇보다 '난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되려 저를 여유롭게 만들어주더라고요. 애초에 앞서간 적이 없는데 좀 더 뒤처지면 어때? 알려진 적도 없는데 잘 안되면 어때? 조급해하지 말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자! 하면서요.

뒤따르는 길 위에 서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중 제가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입니다. 앞서 있을 땐 목적지 보랴, 쫓아오는 주변 사람들 보랴 제대로 보지 못했던 방향을 찾고 나니 불안감도 눈 녹듯 사라졌죠. 그래서 더 이상 서두르지 않으려고 해요. 이제는 속도와 관계없이 내가 원하는 곳을 향해 걸어가는 이 길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아니까요. 조금 느리면 어때요? 그만큼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도착할 텐데요.


오늘의 추천

'밤, 바다 - 최유리'

무언가에 불안할 때 혹은 지칠 땐, 누군가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이 살다가 넘어져도 '괜찮아, 별일 아니야'라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엉엉 눈물을 쏟아내도 옆에서 함께 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이 곡을 추천합니다. 우리, 가끔은 이렇게 서로의 바다가 되어주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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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시의 프로필 이미지

    도로시

    0
    3 days 전

    안녕하세요 민정님! 내가 너무 뒤처져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이미 열심히 살기로 마음먹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출발선보다는 조금 앞에 나와있는 것이죠. 오늘은 민정님의 이야기를 보며 '토끼와 거북이'가 생각났습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출발 시점은 똑같죠. 토끼는 거북이보다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지만 중간중간에 딴 짓(?)을 하다가 거북이에게 추월을 당하게 됩니다. 속도가 느리더라도 꾸준히만 하면 완주를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저는 최근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작게는 회사 안에서, 넓게는 한국, 그리고 전 세계를 바라봤을 때 세계 1위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겠다. 그런데 꼭 세계 1위를 바라보면서 인생을 살아야할까? 내 페이스에 맞춰서 내 인생을 살면 안되는 것일까? 하면서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경쟁사회라서 다른 국가에 비해 더욱 경쟁을 강요하게 되죠. 그러다보니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게 될 때가 많은데 스스로에게 칭찬 많이 해주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해보입니다. 이런거보면 결국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아닌 오롯이 나 자신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은 '참고'정도만 하는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민정님 이야기에 공감 많이 하고 갑니다ㅎㅎ 오늘도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 사랑이누나의 프로필 이미지

    사랑이누나

    0
    1 day 전

    어쩜 이렇게 민정님은 젊은 나이에(저보다 ㅎㅎ) 세상을 섭렵한 걸까요? 혹신 이번생은 몇번째 생이실지???🤣 민정님이 이렇게 또 한번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었던 정답은 첫 문장에 담겨있네요 <💖걱정 없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요! 생각지 못한 폭풍우에 살짝 흔들릴 순 있지만 절대로 부러지거나 꺽이지 않는 단단함 언제나 앞서갔기에 보지 못한 것들도 있었겠지만 누구보다 한발 더 빠르게 새로운 것들을 보고 접하였기에 민정님 만의 단단함이, 내공이 쌓인거라 믿어요 그렇기에 또 새로운 일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고 이렇게 멋지게 작가로 저희와 함께 하고 있음에 전 감사할 따름입니다 민정작가님의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그 길에 함께 할 수 있어 더더더 영광이고요^^ 오늘은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의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께요 가까운 미래에 민정작가님의 비밀북토크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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