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연
오랫동안 친했던 친구들과 멀어졌고,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냈고,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받았습니다. 한때는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는 자리만 생겨도 집에 와서 화장실 변기통을 붙잡고 여러 번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사람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컸어요.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점점 커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제 삶의 모든 에너지를 ‘일’에만 쏟아부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완벽히 연기했지만, 속으론 ‘누구도 내 마음속에 들어올 수 없어’라며 벽돌을 차곡차곡 높이 쌓고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일’마저도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이면 나 자신에게 엄청나게 화가 납니다. 일에만 집중하는데 일마저 잘 풀리는 것도 아니어서 요즘 고민이 참 많아지는 것 같아요. 삶은 일뿐 아니라 관계, 사랑, 취미가 함께 어우러질 때 균형이 맞춰지는 거라는 걸 알겠는데… 다시 새로운 사람도 만나보고 과거의 내 에너지를 다시 찾아보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예전엔 사람을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사람이 참 싫습니다. 어떤 지인은 “원래 나이가 들면 사람에 대한 에너지가 줄어드는 거야”라고 말하지만, 저는 지금 이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결국 제 자신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이런 저도, 사람을 다시 믿고 좋아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요?by. 유캔두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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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의 답장
유캔두잇님의 사연, 어떻게 보셨나요? 유캔두잇님이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는 변화가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분 한 분이 어느때보다 정성껏 답을 주신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온기, 유캔두잇님께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한 번 살펴볼까요?
장재열의 답장
유캔두잇님, 어서오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람을 향해 사연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이 시간이 조금이나마, 어떤 의미로든 유캔두잇님에게 온기로 가 닿길 바래요. 사연을 읽으면서 실타래의 이미지가 제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실타래가 엉키면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잡아당기다가는 더 꼬이기만 하잖아요. 그런데 한쪽 끝을 딱 잡고 차분히 거기서부터 풀어나가면 신기하게도 어느샌가는 풀립니다. 지금 유캔두잇님의 삶도 인간관계 중심으로 말씀하셨지만 어쩌면 실타래와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일, 사람, 마음 세 가지가 서로 얽히고설켜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더 어려운 건 아닐까.
여기서 중요한 건요, 실타래의 한쪽 끝을 잡고 풀어나가려면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집중할 힘과 체력이 다소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게 부족하다면 풀어나가는 과정 과정마다 짜증이 나다가 에라 모르겠다 던져버리고 벌렁 드러눕게 되기 십상이지요. 근데 한잠 자고 나면 또 어찌저찌 풀어볼 마음도 생기고 체력도 생겨요. 마찬가지로 지금은 유캔두잇님에게도 무언가 채움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이 아닐까 싶어요. 만약 그렇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잠깐 멈추고 쉬는 것입니다. 그냥 몸을 쉬라는 게 아니라 걱정이나 불안, 회의감 같은 부정 정서들도 잠시 내려놓고 머리를 비우는 연습을 해보자는 거죠. 어떻게 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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