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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람이라는 존재를 믿을 수 있을까요?

9월 19일 :: 집단지성 상담소

2025.09.19 | 조회 6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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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재열

오늘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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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친했던 친구들과 멀어졌고,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냈고,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받았습니다. 한때는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는 자리만 생겨도 집에 와서 화장실 변기통을 붙잡고 여러 번 헛구역질을 할 정도로 사람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컸어요.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점점 커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제 삶의 모든 에너지를 ‘일’에만 쏟아부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완벽히 연기했지만, 속으론 ‘누구도 내 마음속에 들어올 수 없어’라며 벽돌을 차곡차곡 높이 쌓고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일’마저도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이면 나 자신에게 엄청나게 화가 납니다. 일에만 집중하는데 일마저 잘 풀리는 것도 아니어서 요즘 고민이 참 많아지는 것 같아요. 삶은 일뿐 아니라 관계, 사랑, 취미가 함께 어우러질 때 균형이 맞춰지는 거라는 걸 알겠는데… 다시 새로운 사람도 만나보고 과거의 내 에너지를 다시 찾아보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예전엔 사람을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사람이 참 싫습니다. 어떤 지인은 “원래 나이가 들면 사람에 대한 에너지가 줄어드는 거야”라고 말하지만, 저는 지금 이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결국 제 자신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이런 저도, 사람을 다시 믿고 좋아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요?

by. 유캔두잇 님

 

* 구독자 누구나 아래의 링크를 통해 사연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구독자의 답장

 

유캔두잇님의 사연, 어떻게 보셨나요? 유캔두잇님이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는 변화가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분 한 분이 어느때보다 정성껏 답을 주신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온기, 유캔두잇님께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한 번 살펴볼까요?

 

@느달_유캔두잇님... 그동안 겪은 상처들이 참 크고 깊으셨을 것 같아요. 한 번 크게 다친 마음은 사람을 다시 믿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저는 그 시간을 예전엔 인생의 암흑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회복기라고 불러요. 병이 나으면 다시 걷듯이, 마음도 천천히 회복할 수 있더라고요. 처음부터 사람을 좋아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길 가다 마주친 고양이에게 인사하듯, 데면데면한 존재와의 가벼운 교감부터 시작해 보는 게 저는 덜 부담스럽더라고요. 그것이 어느새 다시 더 많은 사람과의 관계로 확장될 수도 있고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지금 이 상황도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천천히 가셨으면 합니다.

@현민수_저도 비슷하게 사람이 싫어진 시기를 참 길게 겪었습니다. 그때 느낀 건, 관계 회복은 <마음가짐>보다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거였죠. 무리해서 모임을 나가거나 이전의 관계를 다시 이어가려 하기보다, <공통의 목적이 있는 어딘가>에 참여하는 걸 추천드려요. 단, 모임의 목적은 공통이지만 '함께'라는 느낌이 아닌 연대감이 적고 매 회차 참여자가 바뀐다거나 하는 다소 모래알 같은 곳들로요. 목적이 있으면 대화가 자연스러운데, 또 뭔갈 같이 하는 게 아닌지라 느슨한 관계고 언제든 내 페이스 대로 불편하면 닫아버려도 되는 안전함이 있어서 좋더라고요.

@바람처럼_저는 이혼을 하고 나서 몇 년 동안 사람을 완전히 피하면서 살았어요. 그땐 왜 그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불신감이 짙었는지, 다신 마음을 안 주고 다신 안 속는다라는 마음으로 가족까지도 멀리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깊은 외로움’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그때부터 작은 모임에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배고파서 죽지 못해 밥 먹듯 꾸역꾸역 외로움을 채우려고 '이런다고 달라지나, 애쓴다'라는 마음이었고, 다녀와서 저도 유캔두잇님 처럼 몸에서 이상이 올 정도였는데요. 의외의 장소, 의외의 순간, 정말 평소라면 말을 잘 걸지 않을 거 같은 느낌의 사람에게서 뜻밖의 따뜻함을 전해 받는 경험이 있었어요. 별거 아닌 배려였는데도 그 한 사람, 한순간이 저를 뭔가 녹여버린 것을 느꼈죠. 유캔두잇님도 언젠가 그런 순간을 만나실 거예요. 그날이 올 때까진 내가 나랑 잘 지내는 순간을 쌓아가시면 어떨까 합니다.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장재열의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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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캔두잇님, 어서오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람을 향해 사연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이 시간이 조금이나마, 어떤 의미로든 유캔두잇님에게 온기로 가 닿길 바래요. 사연을 읽으면서 실타래의 이미지가 제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실타래가 엉키면 여기 조금 저기 조금 잡아당기다가는 더 꼬이기만 하잖아요. 그런데 한쪽 끝을 딱 잡고 차분히 거기서부터 풀어나가면 신기하게도 어느샌가는 풀립니다. 지금 유캔두잇님의 삶도 인간관계 중심으로 말씀하셨지만 어쩌면 실타래와 비슷한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일, 사람, 마음 세 가지가 서로 얽히고설켜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라 더 어려운 건 아닐까.

 

여기서 중요한 건요, 실타래의 한쪽 끝을 잡고 풀어나가려면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집중할 힘과 체력이 다소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게 부족하다면 풀어나가는 과정 과정마다 짜증이 나다가 에라 모르겠다 던져버리고 벌렁 드러눕게 되기 십상이지요. 근데 한잠 자고 나면 또 어찌저찌 풀어볼 마음도 생기고 체력도 생겨요. 마찬가지로 지금은 유캔두잇님에게도 무언가 채움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이 아닐까 싶어요. 만약 그렇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잠깐 멈추고 쉬는 것입니다. 그냥 몸을 쉬라는 게 아니라 걱정이나 불안, 회의감 같은 부정 정서들도 잠시 내려놓고 머리를 비우는 연습을 해보자는 거죠. 어떻게 하냐고요?

 

약간의 관점 변화를 함께 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전 요즘 유캔두잇님이 사람에 대한 싫음과 화가 커진 게 꼭 '변했다'라고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왜냐면 한여름에 너무 덥고 습하면 사람이 살짝 지나가다 부딪혀도 다른 계절에 비해 짜증이 확 올라오듯 마음의 날씨가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 시기엔, 부정적인 감정이 본능적으로 더 자주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만약 그런 상태라고 가정한다면 지금의 반응들은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고요, 몸과 마음이 "지금은 거리를 좀 두 자"라고 보내는 나를 위한 어떤 신호일 수도 있어요. 벽을 세우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어쩌면 나를 지키려는 아주 현명한 본능일 수도 있어서 내 감정이, 내 몸이 그렇게 표출되는 걸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나는 지금까지 꽤 잘 살아온 사람이잖아? 그러니 앞으로도 잘 살아갈 확률이 높은 사람 아닐까? 그런 관점에선 지금 이 시간은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내 몸과 마음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일지도 몰라." 이 관점으로 보면, 지금 이 상태는 '내가 나를 회복시키기 위해 나를 잠시 대기시킨 시간'이 됩니다. 그리고 회복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기분 좋은 날씨처럼, 나도 모르게 웃고,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는 순간이 자동으로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유캔두잇님, 지금은 먼저 내 마음의 기름을 채우는 시기라고 생각해 주세요. 조금 쉬고, 스스로를 관망하고, 마음의 날씨를 살피세요. 그리고 한 가닥부터 차근히 잡아보세요. 그게 일이든, 사람 관계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한쪽이 풀리면 다른 쪽도 따라올 테니까요. 그리고 꼭 기억해 주세요. 그 어떤 상태도 영원히 계속되는 상태란 없습니다. 유캔두잇님은 이미 예전에 사람을 좋아했던 경험이 있고, 그만큼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어요. 잠시 움츠린 이 시기가 지나면, 예전보다 더 단단해진 자신을 만나게 될 겁니다. 저는 그걸 믿습니다. 이제는 유캔두잇님이 스스로를 믿어줄 차례입니다.

 


 

다음달 사연 미리보기

 

:: 37살에 진로 바꿔도 될까요?

 

저는 올해 한국 나이로 37살이고 13년간 같은 회사에서 일해왔습니다. 안정적이고 큰 문제 없이 다니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기분입니다. 20대 때는 ‘회사에서 버티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했고, 30대 초반엔 안정적인 월급이 주는 안도감이 컸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거겠지?”

 비혼 주의자라 인생에 다음 스텝(결혼, 출산, 육아 등)이 없다고 생각하니 끝없는반복 재생의 삶 같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건 디자인 쪽이었어요. 미술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취미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작업을 해왔고, 친구들 부탁으로 간단한 작업을 해주면 정말 재미있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다들 너무 잘한다고 말합니다. 얼른 사업자 내라고요.

하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는 경력도 인정되고, 연봉도 꾸준히 오릅니다. 반면, 디자인으로 전향하려면 처음부터 배워야 하고, 수입도 한동안 크게 줄어들 거라는 걸 잘 압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해서 저금은 좀 있지만 얼마나 버텨야 할지 모르기에 충분한 예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도 연로하셔서 언제 큰돈이 나갈지 모르고... 주변 사람들 역시 “이제는 씨를 뿌릴 때가 아니고 쌓아 올려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저도 머리로는 알지만, 자꾸 곁눈질을 하게 됩니다.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지고, 주말만 기다리며 사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싶어요. 남은 30대와 40대, 그리고 그 이후를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바꾸는 게 나을지, 아니면 그냥 버티는 게 나을지 고민이 너무 깊어집니다. 혹시 37살에도, 저 같은 특징 없이 사무직으로만 살아온 사람이 진로를 바꿔도 괜찮을까요? 아니면 그냥 마음을 접고 지금에 집중하는 게 맞을까요?

by. 바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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