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마음건강 베이직

흐름을 받아들이는 시간

2월 5일 :: 마음건강큐레이션_일상

2025.02.05 | 조회 4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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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안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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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마음건강 by 오프먼트

상담가 장재열이 늘 애쓰며 사는 당신에게 '제대로 쉬는 법'을 선물합니다.

 

오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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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이번 호부터는 마음건강 베이직으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마음건강 큐레이션 일상편 에디터 안단테입니다.

몸도 마음도 잔뜩 움츠러드는 차가운 날들에 두려움과 분노, 무력함과 슬픔이 켜켜이 쌓이다 보니 이 겨울은 유난히 시리고 아리고 퍼석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살면서도 간간이 마주하는 한자락의 따스함으로 무너져가는 일상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구독자님의 일상은 어떠셨나요?


 

안단테의 마음건강 큐레이션 _일상 

 

아는 두려움과 모르는 두려움

 

태어나서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사십 년이 넘도록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이 있습니다. 마치 공기처럼 당연해서 그것이 사라진 상태를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개인의 자유입니다.

지난해 우리에게 던져진 계엄이라는 사건은 그것을 겪었던 세대에게도, 겪지 못한 세대에게도 저마다의 공포를 주었습니다. 전자가 가지게 되는 것은 아는 공포일 것이고 후자는 모르는 공포라는 차이가 있었겠지요.

아는 공포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모르는 공포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조금씩 더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음을 생각해 본다면 자유를 박탈당할 가능성에 대한 공포는 더 젊은 세대일수록 더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봄을 기다리는 연꽃
봄을 기다리는 연꽃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자유를 빼앗길 수 있었다는 엄청난 충격은 좀처럼 가시지를 않았습니다. 일주일, 열흘, 한 달을 훌쩍 넘기면서는 평범한 개인의 무력한 현실에 아무것도 하기 싫은상태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각종 매체에서 오가는 말들이 거칠고 날카로워도,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매체와의 연결을 끊지 못하는 시간이 마음을 더 피폐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숨은 쉬고 있지만 편히 잠들지 못하고 출근을 해도 집중이 되지 않고 종종 멍해지는 순간에는 뉴스를 열어보는...정말이지 처음 경험하는 상태로 지냈습니다. 가족들과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속보를 검색하는 일상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내 힘으로 바꿔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요.

고장 난 듯 멈춰버린 일상에서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로 흘렀습니다. 지금 행복을 되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지, 내 일은 어떤 의미인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고 결국 눈 감을 때 어떤 생이었기를 바라는지......

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칠어도 나를 돌보며 흐르는 것

 

언젠가 들었던 문장이 있습니다. ‘모든 변화가 발전은 아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애써서 사는 시간은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도 하지만 때로 뒷걸음질 치거나 주저 않는 듯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순간에 우리는 실망하거나 탄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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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살아있는 모든 것의 본질은 끝없이 흘러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하지 않고 흘러가지 않는 멈춘 것은 그 자체로 끝을 뜻하는 것인지도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순간에도 우리는 최소한 들숨과 날숨을 쉬며 움직이고, 변하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고 흘러 어떤 끝에 닿는 것이 삶이고 인생이라면, 사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흘러갈 방향을 잘 찾아가며 그 흐름에 충실한 것 정도라는 생각을 합니다. 바람이 없을 때는 노를 젓고 날이 좋으면 흐름에 맡겨도 보고, 파도가 거칠 때는 맞서거나 그저 견디기도 하면서 다만 끝까지 침몰하지 않도록 돌보며 잘 흘러가는 것 말입니다.

 

오늘의 추천

 

세상이 가진 모양과 질감이 뾰족하고 딱딱하고 차가울 때 위축되거나 찔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나의 온기를 더 충분하게 채우는 정도로 일상과 가치를 지키고 돌보며 흘러가는 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밥을 지어 먹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내 몸을 돌보는 일에 조금 더 정성 들이는 시간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

영화 '리틀 포레스트' 중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대사입니다. 영화는 언어와 장면, 음악 그 어디에서도 짜릿한 자극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출한 음식을 정성껏 지어먹는 일을 통해 자연의 흐름 안에서 함께 흐르고 자라는 사람의 시간을 담아냅니다.

영화보다 자극적이던 현실에 그만 멍하게 멈춰버린 시간을 움직이게 해준 것은, 몇 년 만에 우연히 다시 본 이 영화였습니다. 상처받은 시기에 놓인 곤한 몸과 마음에게 된장국 한 그릇이라도 잘 끓여서 먹이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될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정말 꽤 효과가 있었습니다.

퇴근하고 피곤한 몸으로 밥을 지어먹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대충 라면 하나 끓여서 얼른 배를 채우면 비교적 치울 것도 적고 빨리 쉴 수도 있지요. 그런데 그런 쉽고 간편한시간에는 쉽게 핸드폰을 열고 스스로 매체에 연결되더군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밥을 지어먹는 것은 다릅니다. 한 끼 식사를 지어먹으려고 하면 생각할 것이 참 많습니다. 가장 먼저 나와 내 가족이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면 요즘 제철인 재료는 무엇인지, 찬은 어떤 것을 놓을지부터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간단하게 국 한 가지만 끓일지 요리도 하나 해볼지도 생각합니다.

이 과정들에는 정보 수집과 선택, 논의와 결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성이 필요합니다. 먹는 동안이나 치우는 시간도, 그 이후까지도 많은 작용이 일어나지요. 자못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 정성과 작용들이 날카롭고 공격적인 감각이 아니라 소소하고 풋풋한 감각이라는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쌀을 씻어서 밥을 짓는 것, 달걀을 풀어서 달걀말이를 해 보는 것, 감자를 채 썰어서 볶아 보는 것.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때로는 데운 음식을 그릇에 잘 담는 것 만으로도요.

 

아름다움이라는 보호막

 

음식을 잘 먹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상황과 시기를 살고 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내 힘으로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 무력함에 빠져들고 있을 때에 스스로를 지키는 보호막을 찾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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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보호막은 내가 아름답고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이 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온기, 지인과의 술자리, 가족과의 여행, 숨이 막힐 만큼의 운동 등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는 아름다움은 무척 많습니다.

나에게 맞는, 더 나은, 필요한 보호막이 무엇인지를 찾아 내가 가라앉지 않도록 잘 살피고 돌보며 항해를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어떤 날은 별일 없이 심심하고 어떤 날은 힘들고 아프고 또 다른 날은 신나고 행복하다는 기록을 남기면서요.

 

방향을 찾지 못했다고 해도

 

닿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 그래서 가야 할 방향이 어느 쪽인지 분명하게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분명하게 알고 있다 해도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모든 것이 변하는 가운데 그 방향만 동요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모순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방향은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찾고 섬세하게 조정해 나가야 하는 크고 어려운 숙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에서 우선할 것은 침몰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침몰하지 않아야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으니까요.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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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시기와 여러분이 이 글을 만나는 시기에는 일정한 시차가 있습니다. 한 글자를 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태를 지내고 있습니다. 무척 예민한 사람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중이기도 합니다.

계엄으로 인한 충격은 몇 년간 만들고 유지해온 모든 평화를 하나씩 천천히 그리고 완벽하게 무너뜨려서 몸의 면역까지 망가뜨렸습니다. 오래 아파봐서 나를 돌보는 일에는 자신 있다던 믿음이 약해졌고, 극도의 불안함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사고조차 하지 못하며 그저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잠을 자고 책을 읽고 느리게 글을 쓰는 상태가 된지 이제 겨우 열흘 남짓합니다. 무너진 평화와 안정을 천천히 다시 쌓으려 합니다. 다음 달에는 조금 더 정돈된 글을 전하겠습니다.

그에 더해 구독자님만의 보호막을 찾으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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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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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누나의 프로필 이미지

    사랑이누나

    0
    about 1 month 전

    벌써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해지된지 두 달이라는 실간이 훌쩍 지나갔네요 아직도 ing 중인 대통령 탄핵이슈로 나라가 뒤숭숭하지만 곧 많은 국민들이 염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믿기에 이시간도 버텨낼 수 있는거 같아요 위기에 늘 강했던 대한민국이니까요~ 안단테님 말씀처럼 멈춰버린 일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멀리 있는 미래를 어떻게 맞이하고 싶은지 생각하다가 책에서 본 구절이 생각났어요 [미래는 내일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 이미 들어 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 시간의 물결을 타고 나와 미래가 된다] 이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곧 봄이 오듯이 우리에게도 곧 봄이 오고 있음을 믿어요^^

    ㄴ 답글 (1)
  • 도로시의 프로필 이미지

    도로시

    0
    about 1 month 전

    안단테님의 말씀은 항상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직접 지은 따뜻한 밥 한 끼에 공감하였습니다. 저는 아직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데 어머니가 지어주신 아침식사를 꼭 먹는 편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직접 만든 식사를 먹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소중하고 한 끼 식사에서 어머니의 정성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지 건강을 챙기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전달할 수 있는 요소가 식사라니 참 놀라울 따름이죠. 부모로부터 물리적 독립(자취, 결혼 등)의 장점도 물론 많지만 어머니의 밥을 계속 먹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합니다. 요즘 같이 뒤숭숭한 세상에 한 끼 식사는 직접 간단하게라도 지어먹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 밀리의 프로필 이미지

    밀리

    0
    about 1 month 전

    저는 제 몸뿐 아니라 제 마음까지 돌보는 일에 조금 더 정성을 들이고 싶네요. 최근 겹치는 악재들에 제 몸과 마음이 모두 소진되었다는 느낌이 든지 너무나도 오래라서요...ㅠㅠ 제 몸과 마음을 돌보고 세우고 재건하는 일에 마음과 시간을 다하는 나날들이 되고 싶습니다. 함께 평온하고 건강한 매순간과 나날들을 함께 보내길 바라요 안단테님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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