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말이 없어지는 시간을 살았습니다.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수백수천 번 최대한의 이성을 끌어와 냉정을 찾아보아도 결국 맨 마지막에는 “예의”와 “진심”이라는 단어 앞에 멈추었습니다.
진심이 예의를 갖추는 것은 모두에게 퍽 어려운 일이었고, 예의를 갖춘 말들은 맺힌 마음을 풀어줄 만큼의 순도 높은 진심으로 와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를 넘겼습니다.
그저 ‘어려움’이었을 시간을 지나 온 우리들 모두에게 수고와 위로를 전합니다.
구독자님, 오늘 이 순간까지 잘 오셨습니다.
안단테의 마음건강 큐레이션
나의 믿음에 취해있다는 것
사회를 바꾸고 싶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활동가’로 살던 그때, 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들고 싶은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나의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아.’
마법 같은 그 문장은 제가 속한 조직과 가정 그리고 나 자신을 설득하고 합리화하며 때로는 속이기에도 참 충분했습니다. 멋지고 있어 보이는 명분이 있으니 인정받고 싶은 욕구나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을 숨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바깥보다 속이기 쉬운 것은 대부분의 경우, 나 자신입니다.
‘꽤 잘 하는 사람’으로 살았지만 들여다보면 엉망이었습니다. 변화의 시도가 가로막히고 부인당하는 순간들에 멈추고 무너지기는 부지기수였지요. 그리고 실상 저를 절벽 끝으로 몰아세운 것은 조직이나 사회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내 아이가 살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아이의 오늘을 보지 못했고, 바로 옆의 동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스스로를 가장 돌보지 않아서 많은 것을 망치고 망가뜨렸지요.
믿음이 무너진 날들에 한 가지 믿음을 지키는 일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언제든지 매우 충분히 각자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은연중에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그럴 리는 없을 거라 믿으며, 연약한 믿음에 기대 오늘을 살아갈 뿐입니다.
그리고 그 연약한 믿음이 얼마나 순진한 전제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지난 찬 겨울에 보았습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그럴 리 없을 거라는 믿음] 말입니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값이 무너졌을 때 한낱 개인이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믿음은 나 한 사람의 세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제가 닿은 답은 하나입니다. 서로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공감이 불가능하다면 예의를 지키는 것으로 존중하고, 동시에 삶이 내게 준 가치관을 믿으며 매일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오늘의 추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저를 가장 깊이 몰아세웠던 영화이자 인간이 가진 가능성의 힘에 대한 가장 큰 위로를 준 영화 [멋진 세계]를 소개합니다. 13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전직 야쿠자 ‘미카미’와 그를 둘러싼 사람 그리고 사회의 모습을 꾸밈없이 담담하게 그린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2022년 작품입니다.
누군가에게 다정한 타인이 되는 것
"중요한 건 사람들과 연결돼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는 겁니다."
영화 '멋진 세계' 中
전과자에게 허락된 세계는 편견이 기본이었지만, 모든 편견이 악의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관성 정도의 편견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편견은 일종의 믿음이기도 합니다. 나의 세상을 위해 내가 만든 기준에 의한 믿음이지요. 미카미의 생활보호를 담당하던 공무원 한 사람이 자신의 믿음(편견)을 조금씩 내려놓을 때 미카미의 세계는 비로소 일말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편견이 지배하는 그의 일상에는 조금씩 다정한 타인들이 늘어가기도 했습니다. 멋진 세계가 될 수 있을 것처럼요.
멋진 세계는 가능한가
영화는 내내 미카미라는 한 사람의 일상을 과장하지 않고 담음으로 편견이 놓치는 사실들을 보여줍니다. 그의 삶은 한순간도 따뜻한 적 없었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않았고, 나름대로의 신념으로 살면서 따르는 처벌은 차곡차곡 받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세계의 다정한 타인들 덕분에 마침내 ‘평범’해지기로 결심하지만, 사회가 말하는 ‘평범함'은 오히려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다정한 타인’도 결국 타인일 뿐, 당사자의 삶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무의미함 혹은 불필요함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의미의 한계일 뿐이지요.
"선량한 시민이 폭력을 당하는데 못 본 척하는 게 훌륭한 인생이라고?"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요! 사회에서 살려면 변해야만 해요!"
"너희같이 비겁한 인간이 될 바엔 죽는 게 나아."영화 '멋진 세계' 中
우리는 종종 ‘내 눈앞에 보이는 모습’ 혹은 ‘그 모습이 의미하는 바’를 짐작하여 많은 판단과 선택을 합니다. 때로는 스스로를 속이면서요. ‘선해 보이는 직업’, ‘지위가 가진 힘’, ‘파생되는 사회적 관계’처럼 눈에 보이고 예측이 되는 것들과 그것에 가려진 ‘선하지 않은 모든 가능성’이 뒤엉킨 복잡한 사회에서 그 누구도 진리와 정답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이 세상 어디에도 100%는 존재하지 않아
선함과 악함은, 정의와 불의는, 옳음과 그름은 그 어떤 세계에서도 순도 100%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가능한 것은 상황과 편견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가 믿는 ‘인간성’에 비춰 자신을 ‘다정한 타인’으로 세우는 일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상실과 분노와 미움의 더미를 헤쳐나갈 때 나의 편견으로 타인에게 상처 내지 않는 것 하나만 꼭 할 수 있다면, 결국 그것이 나와 나의 곁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거든요.
소개를 마치며
나쁜 일, 아픈 시간도 100% 일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일상은 계속되기에 작은 위로와 행복을 쌓아 삶을 만들어야지요.
"우리는 길을 잃고, 속박을 끊고, 방향을 잃어야 해. 진정한 길잡이는 길 따위는 몰라. 목적지로 가는 길이 꼭 하나만은 아니야. 공식도 지도도 없다니까."
영화 '모아나2' 中
애니메이션 모아나2의 대사입니다. 우리가 어떤 순간에도 자유롭고 그로 인해 행복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길을 잃거나 장애물을 만나 잠시 쉬어가도요.
함께여서 고맙습니다. 포기하지 않음으로 자유로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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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열의 월간 마음건강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레터는 매거진, 워크숍, 컨설팅을 통해 스스로 온전히 멈출 수 있는 마음의 자생력을 기르는 브랜드 오프먼트 offment의 뉴스레터입니다. 뉴스레터에 소개된 다양한 가치를 다양한 매개체로 개발하고, 전달합니다. 더 많은 정보, 문의 사항은 아래 홈페이지를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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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댄서
멋진세계는 사실 지금 바로 이순간일것같아요. 행복도 불행도 모두 있는 지금 현시점을 말이죠. 돌이켜보면 모든 경험들이 다 좋았고 행복했고 그로인해 성장하는 경험을했기에 더 나은 제가 있는게 아닐까싶네요. 그리고 현재는 성인이 된 나에게 최선은 어렸던 과거의나에게 나 이렇게 무너지고 실패해도 계속일어나는사람이니 너도 할수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으면 그것만큼 대단할일이 없다고생각합니다. 글의 주제와는 상관없이 이렇게 댓글 남겨봅니다
안단테
말하는 댄서님, 안녕하세요. 맞아요. 어쩌면 우리가 맞이하고 보내는 모든 순간을 멋지게 만드는 건 우리들의 마음일지도 모르겠어요. 상황을 바꿀 수 없어도 분위기와 기분은 바꿀 수 있으니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오늘도 편안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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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캔두잇
포기하지 않음으로 자유로운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안단테
유캔두잇님 안녕하세요. 때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어려울 때가 있지요. 가끔은 지금은 포기하는 듯 보여도 그저 잠시 한발 물러나는 거라고 여겨지는 일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진심으로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 삶을 잘 돌보고 꾸리려는 마음 정도이지 않을까 싶어요.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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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의 하루
지금 처해있는 현실에, 그리고 그 속의 저에게 심술이 났었습니다. 이를 뒤로 한 채 멋져보이는 것을 동경했음을 깨닫는 요즘이에요. 부여잡았던 믿음을 깨보겠습니다. 부끄럽지만 나아가볼게요. 그리고 마주치는 일상과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또한 하루하루 다정함을 한 스푼 더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단테
인사하는 프로도님 안녕하세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언제나 쉽지 않은 문제이지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서 직시하고 선택하고 균형을 잡는 것이 사는 동안 내내 우리를 붙드는 가장 어려운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어떤 날은 마음을 따르고 다른 날은 이성을 챙기면서 선택하고, 살아가는 거겠지요. 프로도님의 지금과 그 순간을 사는 마음의 괴리가 적었던 날이기를 기도합니다. 따뜻한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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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시
어느 순간에서도 새순은 돋는다는 사진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새순을 돋기 위해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지만 결국 새순은 돋는다. 모진 풍파를 겪더라도 꽃은 피어난다. 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지금 가는 길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결국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으니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 장원영씨가 이야기한 것처럼 '보상없는 고통은 없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네요. 오늘도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안단테
도로시님, 안녕하세요. 자연의 성실함과 위대함은 늘 사람을 돌아보게 만들지요. 가끔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와 크기에 대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단순하게는 더 어렵지만 더 큰 보상이 보이는 선택을 할지, 힘을 좀 빼고 소소한 보상을 얻을지와 같은 선택들일 수 있겠지요. 시기마다 시절마다 그리고 상황과 상태에 따라서도 늘 다를 수 있고 해서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나를 탓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괜찮은 날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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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
저도 정말 제 스스로가 어떤 순간에도 자유롭고 그로 인해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길을 잃거나 장애물을 만나 잠시 쉬어가는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요. 포기하지 않음으로, 아니 지금 잠시 포기했을지라도? 포기했는지 안했는지 모르겠는 지금 이순간에도 잠시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몸과 마음이 안온하고 평온한 오늘이 되기를 바랍니다. 안단테님도,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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