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우리는 자주 '언젠가'를 꿈꾸며 오늘을 견뎌냅니다. 좋은 학교에 가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 남들만큼만 살면 행복해질 거라 믿으며 정해진 궤도를 부지런히 달립니다. 하지만 그 성실함의 끝에서 문득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모습일까"라는 서늘한 질문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다들 이렇게 산다는 위안으로 그 질문을 꾹꾹 눌러 담지만, 마음의 허기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를 흔드는 것은 거창한 위기보다 아주 사소한 순간들입니다.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문장 하나, 손님이 건넨 다정한 안부, 혹은 퇴근길 차창에 비친 낯선 내 얼굴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 찰나의 순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익숙한 패키지 여행 같은 일상으로 다시 숨어버릴 것인지, 아니면 잠시 멈춰 서서 내 인생의 운전대를 어디로 꺾어야 할지 고민해 볼 것인지 말입니다.
오늘 소개할 김호의 《What Do You Want》는 바로 그 멈춤의 시간에 필요한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화려한 성공의 길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대신 대기업 CEO부터 평범한 직장인까지, 인생의 변곡점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건넸던 14가지의 정직한 질문들을 담고 있습니다. 꿈이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지거나, 지금의 선택이 최선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당신에게 이 책은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단단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분들과 종종 눈을 맞춥니다. 정성껏 큐레이션한 서가 사이를 한참 머물다 책을 골라오신 분께 저는 넌지시 묻곤 합니다. "이 책은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나요?" 혹은 고민의 기색이 역력한 분께는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가요?" 하며 말을 붙입니다. 책방지기라는 직업은 단순히 책을 파는 일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타인의 마음결을 살피는 일이라는 것을 매일 배웁니다.
대화가 깊어지면 손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부러움 섞인 인사를 건네십니다. "사장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좋아하는 책에 하루 종일 파묻혀 지내실 수 있으니까요. 꿈을 이루셨으니 얼마나 행복하시겠어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제게 일을 시키는 상사도 없고, 보고서를 올릴 필요도 없습니다. 이달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책을 발주하고, 신간을 읽으며 괜찮은 책을 서가에 올리는 일은 제가 그토록 바라왔던 삶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 웃음 뒤편에는 손님들이 보지 못하는 서늘한 현실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습니다.
꿈과 밥벌이의 경계: "먹고 살기는 괜찮으신가요?"
꿈을 이뤄서 좋겠다는 말 뒤에 조심스럽게 따라붙는 이 질문은 제 가슴을 가장 아프게 찌르는 화살이기도 합니다. 서점 문을 연 지 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지만,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책방 수입만으로는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가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에 턱없이 버거웠습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지만, 매달 돌아오는 현실적인 생계의 막막함 앞에서는 꿈조차 사치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이런 고민의 기로에서 저는 의사결정 전문가 김호 작가의 문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What Do You Want》라는 책에서 우리가 왜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토록 괴로운 질문을 마주해야 하는지 이렇게 말합니다.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질문이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질문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냥 살던 대로 살아가게 되지요. 물론 어느 쪽이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면 되지만, 만약 지금 내 삶의 상태를 벗어나 변화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때로 불편한 질문, 정답이 없는 질문도 마주해야 합니다.
김호, 『What Do You Want』, 푸른숲, 2024, 13쪽
남들의 기준에서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으니 ‘꿈을 이룬 것’처럼 보이겠지만, 막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저는 매일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혹시 나는 ‘꿈을 이룬 상태’라는 환각에 취해, 정작 마주해야 할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컸습니다. 이 막막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를 위한 선택과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타인의 시선에 가려진 '나의 목소리'
우리는 참 부지런히 살아갑니다. 하지만 가만히 멈춰 서서 들여다보면, 그 부지런함의 끝이 정작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을 향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엔 부모님의 기대 섞인 눈빛을, 학교에선 선생님의 가르침을 내 삶의 이정표라 믿으며 자라왔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직장 상사가 나에게 바라는 역할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하루를 채워갑니다. 김호 작가는 이 고질적인 문제를 정면 돌파합니다.
문제는 남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다가,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 발생합니다. 알고 보면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의사 결정은 크게 3가지 관계 속에서 일어납니다. 바로 타인과 나, 일과 나, 그리고 자기 욕망과 나 사이의 관계입니다. ... 의사 결정을 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내가 이 관계 안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것입니다.
김호, 『What Do You Want』, 푸른숲, 2024, 26쪽
우리는 타인의 기대를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데 익숙해진 나머지, 정작 내 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속삭임을 완전히 덮어버리곤 합니다. 나를 혹사하며 10년,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을 보낸 뒤에야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삶일까' 하고 말입니다.
김 부장의 방황이 우리에게 남긴 서글픈 초상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나를 잃어버린 모습은 최근 많은 이의 공감을 샀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주인공 김 부장은 대기업 부장이라는 타이틀과 서울의 아파트, 남들이 부러워하는 소비를 자신의 정체성이라 믿으며 평생을 달렸습니다. 상사의 기대를 맞추고 성공한 삶의 궤도를 이탈하지 않으려 필사적이었던 그는, 사실 철저히 '타인이 바라는 나'로 살았던 인물입니다.
수년에서 10년 이상 자신을 혹사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게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일까’ 사람들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오다가 어느 날 번아웃이 오거나, 병에 걸리거나, 직장에서 명예롭지 않은 방식으로 명퇴를 당하고 난 뒤에야 정말 이것이 자신이 원하는 삶이었는지를 묻곤 합니다.
김호, 『What Do You Want』, 푸른숲, 2024, 26쪽
하지만 퇴직이라는 예고 없는 사건 앞에서 그의 세계는 무너집니다. 명함이 사라지자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단 한 가지도 답할 수 없는 상태에 직면합니다. 김호 작가가 지적한 대로 '남들이 바라는 것'에만 집중하다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의 서글픈 초상인 셈입니다. 김 부장의 뒤늦은 방황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움켜쥐고 있는 사회적 타이틀과 조건들이 사라졌을 때, 우리에게 남는 '진짜 나의 꿈'은 무엇인가요?
나의 '중심(Core)'에서 발견하는 황금 씨앗
사실 수많은 직장인이 매일같이 마주하는 가장 큰 벽은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라는 막막함입니다. 자기계발이나 이직, 혹은 새로운 꿈을 위해 무언가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늘 곁에 머물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려 하면 거창한 성공 공식이 있어야 할 것 같아 금세 주저앉고 맙니다. 결국 수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남들의 성공담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내지만, 그것이 내 삶의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준비만 하다 지치는' 악순환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우리를 제자리에 묶어두고, 마음만 바쁜 채 정작 몸은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는 상태로 방치하곤 합니다.
‘직장’에서는 실적, 직책, 연봉 등 끊임없이 위(top)로 올라가기 위해 애쓰지만, 자기만의 ‘직업’을 찾기 위해서는 위가 아닌 나의 중심(core)으로 다가서려고 해야 합니다. 과정을 즐기고, 지속적인 자기 나름의 연구 개발과 시도를 통해 결과물의 질을 개선하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과 가치를 더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재능이 분명히 여러분에게도 있습니다.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한 ‘황금 씨앗’이 바로 그것이지요.
김호, 『What Do You Want』, 푸른숲, 2024, 250쪽
김호 작가는 이럴 때일수록 멀리 있는 정답을 찾기보다, 지금 당장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실험부터 시작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조언합니다.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 찾아올 때야말로, 타인의 시선이 닿는 '위'가 아니라 오직 나만이 만질 수 있는 나의 '중심'으로 깊숙이 내려가야 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꿈을 ‘바깥’에 있는 어떤 목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꿈으로 향하는 길은 내 ‘안’에 숨겨진 황금 씨앗을 발견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는 데 온 힘을 다하느라 정작 내가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지 살피는 일에는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요.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험부터 시작해 보세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즐기며 나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결과물의 질을 높여가는 태도입니다. 그렇게 나의 중심을 향해 묵묵히 다가가는 시도들이 쌓일 때, 내 안의 황금 씨앗은 비로소 싹을 틔우며 나만의 ‘직업’이자 ‘꿈’으로 자라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무엇을 기대하나요?
저는 서점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뜻밖의 행운인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선물하기 위해 오늘 하루의 시간을 정성껏 채웁니다. 생계의 막막함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저는 이제 결정을 미루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의 현실을 직면하고,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대답하는 것. 그것이 제가 선택한 꿈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What do you want? 남이 나에게, 내가 남에게 바라는 것이 아닌 내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중요한 질문 말이지요.
김호, 『What Do You Want』, 푸른숲, 2024, 251쪽
이 질문은 한 번에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 계속해서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저 역시 10년 전의 질문과 오늘의 질문이 다르고, 아마 10년 뒤의 질문도 또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매일 아침 나에게 이 질문을 건네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삶은 완전히 다른 빛깔을 띤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한 달, 여러분의 마음속에 이 질문 하나를 정성껏 심어보시길 권합니다. 남들의 기준이라는 껍질을 깨고 나와,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 과정이 조금은 부끄럽고 때로는 막막하더라도, 그 질문을 멈추지 마세요. 언제나처럼 이 자리에서, 자신만의 질문을 품고 묵묵히 걷는 여러분의 여정을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추천 큐레이션 ① 김호『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이 책은《What Do You Want》가 던진 질문을 가장 치열한 삶의 현장인 일터로 가져옵니다. "나는 직장인인가, 직업인인가"라는 물음은 조직에 매몰된 나를 독립적인 존재로 바라보게 합니다. 앞선 책이 인생 여정을 위한 티켓이라면, 이 책은 그 여정을 견딜 단단한 근육인 '나만의 직업'을 만드는 법을 조언합니다. 단순히 소속에 안주하지 않고 나의 강점과 재능으로 삶을 주도하고 싶은 분들에게 명확한 '직장 사용 설명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추천 큐레이션 ② 에밀리 와프닉『모든 것이 되는 법』
세상은 우리에게 오직 하나의 천직에만 집중하라고 질책하지만, 에밀리 와프닉은 하나를 선택할 수 없는 것이 결코 산만함이나 끈기 부족이 아닌, 이 시대가 원하는 강력한 잠재력임을 역설합니다. 수많은 호기심 사이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 때, 이 책은 당신의 ‘딴짓’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며, 그 지그재그의 경험들이 엮여 비로소 독창적인 삶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줄 것입니다. 혼자 품고 있던 질문이 '다능인(Multipotentialite)'이라는 새로운 정체성과 만날 때, 우리는 인생을 하나만 골라야 하는 숙제가 아니라 무궁무진한 우주를 탐험하는 과정으로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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