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여러분은 심리학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예전에는 심리학자들이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사는 오해가 “내 마음을 꿰뚫어 볼 것 같다.”였지요. 독심술사와 심리학자는 다르다고 열심히 부르짖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낯설기만 하던 심리학자. 그나마 최근에는 그 벽이 제법 허물어진 느낌입니다. 범죄심리학자 출신의 프로파일러가 한창 미디어에 나와 유명해지기도 했고, 심리학 유튜브의 인기, 자기 계발서 열풍 속 인용구로 인해서 ‘심리학’이라는 세 글자가 이제는 조금 익숙해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심리학자라는 단어 속에는 사람 마음을 다 알 것만 같은 그 초월적인 이미지가 다소간 남아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심리학자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은데요. “그들은 사람을 다 꿰뚫고 평가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이 안녕한 마음으로 살기를 바라면서 그 방법을 찾아 나서는 존재다.”라고요. 어떤 느낌인지 확 와닿지는 않으신다고요? 아마 오늘의 인터뷰이를 만나고 나면 저의 표현이 확. 와닿으실 겁니다. 긍정심리학자, 건국대 이항심 교수입니다.
오프더모먼트
< 건국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이항심 교수 (긍정심리학자) >
장재열(이하 장)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항심(이하 이) : 반갑습니다, 건국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이항심입니다.
장 : 인터뷰 여는 말씀 어떠셨어요? 여전히 사람들이 꿰뚫어 볼 것 같아서 몸을 좀 사리나요?
이 : 저 빵 터졌잖아요. 너무 공감되어서요. 소개팅을 나가도 여전히 그 이야기를 한다니까요. 안심하시라고, 꿰뚫어 보지 못한다. 그건 독심술이라고.(웃음)
장 : 사실 심리학이라는 건 사람을 읽어내고 평가하는 학문은 아니잖아요? 교수님이 생각하기엔 심리학자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김 : 저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기를 바라는 사람이죠. 그리고 그 건강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는 사람이고요. 미국 사회도 그렇긴 했지만(그녀는 한국에 오기 전,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에서 학자와 교수로 활동하였다) 한국에 돌아와보니 특히 개인에게 짐을 지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환경이 너무나 toxic 한 상태에서, 개인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테크닉을 알려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고 보거든요.
장 : 그 관점에 대해서 완전히 공감해요. 저도 9년 전에 KBS 명견만리라는 프로그램에서 강연했을 때 ‘지금 우리 사회의 청년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우울 기제보다는 집값, 일자리, 블랙 기업, 젠더 갈등 같은 것들이 과반수를 넘는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심약한 게 원인이 아니라, 기성세대가 쌓아 올린 한국 사회 부조리의 고름이 곪다 곪다 터질 때 태어나서 다 얻어맞는 중인 거 아니냐’라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는데, 그 영상이 아직도 유튜브에서 숏츠로 재생산되고 있더라고요. 많은 분들의 공감과 함께요.
김 : 그렇죠. 결국은 개인만을 위한 삶의 향상(Individual wellbeing)이라는 건 근본적으로 살펴보면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거든요. 집단적인 삶의 향상(collective Wellbeing)으로 시선을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계기가 필요하죠. 저 같은 경우도 이런 시선의 확장이 일어난 계기가 있었어요. 코로나 팬데믹이 기점이었는데요. 그 이전에도 가치관이 완전히 달랐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나 자신이 열심히 살아가는데 많은 시간을 썼었거든요.
미국에 있을 때에도 시속 120km로 달리듯이 살았는데, 한국에 돌아와보니 모두 시속 200km로 달리는 것 같아서 또 그 속에서 적응해나가면서 더 열심히, 더 애쓰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 폐 쪽에 문제가 생겨서 숨 쉬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기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신체적인 문제를 겪게 되었는데요, 꽤나 심각한 상태까지 갔었어서 서울을 떠나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동안 지낸 적이 있어요. 많은 것들을 멈춰야만 했죠. 그런데 멈춤을 통해서 사유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장 : 그 멈춤을 통한 사유의 시간이 무엇을 알려주었나요?
이 : 제 몸이 아팠고, 반강제로 쉼을 하는 이 시간을 통해서 오히려 제가 지향해야 할 바가 뚜렷해졌던 것 같아요. 치앙마이에서 지내는 동안 깨끗한 자연, 좋은 공기같은 ‘환경’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겠지만 건강한 커뮤니티라는 ‘환경’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를 돕고 지지하는 경험을 충분히 했고, 그러다 생각을 한 거죠. ‘한국 사회에도 이런 건강한 커뮤니티가 더욱 많아져야겠구나.’ 그 이후 건강을 회복하고 돌아와서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 내가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뚜렷해지더라고요.
장 : 그러고 보니, 교수님을 처음 뵈면서 의외라고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링커(linker : 연결자) 성향이 강하다는 거였어요. 기존에 선입견이랄까. 학자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영역에(그것이 학문적이든, 실제로 물리적인 연구실이든) 머물러서 하나를 파고드는 분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마치 활동가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 : 원래도 그런 성향이 약간 있었지만, 목적이 뚜렷해지고 나니 더욱 그렇게 되더라고요. 왜냐면 나는 사람들이 마음 건강히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환경이 바뀌어야 하고, 그런데 환경을 바꾼다는 건 독자적일 수 없는 것이거든요. 환경이라는 것 자체가 다자 간에 공감하고 연대하지 않으면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 학교로 돌아와 ‘미래의 일 연구소’를 만들게 되었는데요. 슬로건이 뭐냐면, <우리는 우리가 각자 하는 일로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든다.>거든요. 그러니까 시간을 따로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각자 위치에서 우리가 하는 일들이 연결되고 공명하면서 자연히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만드는 거죠. 그래서 의학, 컴퓨터공학, 뇌신경 과학, 통계학, 심리학, 교육학, 경영학 각 분야의 교수님들을 모셔서 융합연구소로 만들었어요.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는 대신에 모집 기준은 딱 하나였어요.
장 : 그게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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