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마음건강 베이직

잃어버린 엄마의 색을 찾아서

4월 16일 :: 가장 충만하고도 불완전한 이야기

2025.04.16 | 조회 5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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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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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마음건강 by 오프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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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편지

히히 저희 엄마에요. 예쁘죠!
히히 저희 엄마에요. 예쁘죠!

안녕하세요. 에디터 민정입니다. 길가에 따스한 싱그러움이 더해지는 4월이네요! 이달의 레터 키워드는 <푸르른 순간들>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 좋을까? 며칠 고민해 보았는데요. 문득 빛나는 지금 이 순간만큼 지나간 청춘도 푸르름으로 기억되면 좋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누군가의 반짝이면서도 아련한 장면들을요! 그럼 함께 열어볼까요? 오늘의 레터 시작합니다.


 

민정의 가장 충만하고도 불완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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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닌 도대체가 누굴 닮아서 이러노"

유난히 꾸미는 걸 좋아하던 사춘기 시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던 엄마의 잔소리 중 하나입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벌써부터 얼굴에 분칠이냐, 교복 치마는 또 왜 이렇게 짧냐, 엄마는 생전 치장에 관심 없이 살았는데 넌 누굴 닮아 이렇게 나이에 맞지도 않는 행색을 하고 다니냐면서요.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제 눈에도 엄마는 겉치레에 굉장히 무관심해 보였어요. 쇼핑 자체를 잘 하지도 않았지만, 어쩌다 한번 구매하는 날에도 홈쇼핑에서 같은 디자인의 옷을 깔별로 구매했거든요. 머리는 대충 말린 그대로 혹은 한 갈래로 질끈 묶는 것 외에 별다른 형태를 본 적이 없고, 간단한 피부 화장조차 하지 않았어요. 외출 전 루틴은 스킨, 로션에 립밤이 전부였죠. 그런 그녀에게 생애 처음으로 취득한 자격증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저는 돌연변이 같은 딸이었습니다. 저 역시 1년 365일 수수한 엄마를 보며 "그러게, 도대체 난 누굴 닮아서 이렇게 꾸미는 데 관심이 많은 거지?" 하는 의문을 갖곤 했었고요.

그러다 수년 전, 엄마의 55번째 생일 즈음이었어요.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어 본가에 있는 사진을 모조리 자취방에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엄마의 모든 시절을 담은 포토 북을 제작하기 위해서였죠. 영문을 모르는 엄마는 앞뒤 없는 저의 재촉에 집안 곳곳의 케케묵은 앨범들을 빠짐없이 발송해 주었습니다. 어떤 장면을 골라 담으면 좋을까? 한 장 한 장 넘겨보는데 참 익숙하고도 낯설더라고요. 소녀 시절의 엄마가요.

젊은 날의 엄마
젊은 날의 엄마

커다란 앨범 속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던 그 소녀는 패셔니스타 같았습니다. 앞머리부터 꼬불꼬불하게 머리를 볶기도, 유행했던 잠자리 안경을 끼고 있기도, 컬러풀한 스타킹을 신기도, 귀여운 머리띠를 하고 있기도 했어요. 친구들과 찍은 단체사진을 보니 영화 '써니'가 생각나더라고요? 그 정도로 생기 있고 개성 넘치는 모습이었어요.

그제야 알았습니다. 도대체 누굴 닮았나 했던 저는 엄마의 어린 시절을 빼다 박았단걸, 그러니 엄마는 꾸미는 데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나를 키우느라 꾸미지 못하고 살았다는걸요. 자신을 치장하기 위해 옷과 악세사리를 고르는 과정은 사치가 되어버린, 갖고 싶은 것보다는 필요한 것만을 사야 하는 일상으로 가득 차버린, 그것이 이혼 후 홀로 아이 둘을 키워내야 하는 여자의 삶이었던 거죠. 엄마가 포기한 건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것이었을까? 무언가를 꿈꿀 수 있는 기회와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여유까지 잃어버린 건 아닐까?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엄마가 된 그녀와 어린 나
엄마가 된 그녀와 어린 나

엄마의 가장 푸르른 청춘을 갉아먹고 자란 지금에서야 그런 상상을 해봅니다. 엄마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은 남자를 만났더라면, 우리를 낳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을까? 분명 지금보다 더 주도적인 삶을 살았을 거야! 하면서요. 과연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요? 누군가의 부모로 살아온 그 모든 세월들을 정말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을까요? "엄마, 결혼하고 우리 낳은 거 후회 안 해?" 슬쩍 물어볼까 싶다가도 픽 웃고 맙니다. 가슴속에 아무리 큰 소용돌이가 휘몰아쳐도 제 앞에선 "절대 후회 안 하지! 우리 민정이 낳은 게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인데"라고 할게 뻔하니까요.

그래서 이제라도 엄마의 푸르름을 찾아주려고 합니다. 자꾸만 시답잖은 질문을 던지고, 함께 쇼핑을 즐기고, 여행도 다니면서요. 잊고 있었던 취향을 다시금 마주하고, 완전히 새로운 곳들을 거닐다 보면 파릇했던 청춘의 색은 사라졌을지라도, 더 짙고 깊이 배어든 중년의 푸르름은 채워갈 수 있지 않을까요? 엄마의 푸르른 날들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저는 믿고 싶거든요. 


오늘의 추천

'엄마의 꿈 - 린'

오늘은 나를 길러준 은인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곡을 추천드려요. 이 노래에서는 엄마라고 칭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빠일 수도, 할머니일 수도, 혹은 또 다른 사람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소중한 이의 꿈을 먹고 자란 우리 모두의 일상이 조금 더 포근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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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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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그램의 프로필 이미지

    뚱그램

    1
    16 day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사랑이누나의 프로필 이미지

    사랑이누나

    1
    16 days 전

    사진에 있는 어머니의 얼굴 곳곳에서 민정님이 보이네요^^ 역시 유전자의 힘!! 👍 어머니의 푸르른 청춘을 대신한 민정님이 있다는 건 저에게, 우리 레터 독자들, 민정님의 지인들~! 특히 민정님을 온전히 사랑하는 남편분에게는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지 않을까요 <엄마>라는 단어는 언제든 어느 순간에든 찡~! 함으로 다가오잖아요 그래서 저는 언제나 나중에 엄마가 소풍을 마치고 떠나신 후에 절대로 후회하지 않게 잘 하자!라고 매순간 생각해요 당연히 생각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니까 반성과 다짐은 무한 반복 되지만요 🤣🤣 우리 그렇게 함께 푸르를 수 있도록 엄마와 딸로 행복한 봄 보내봐요^^ 주말에는 엄마랑 데이트 약속을 잡아야겠어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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