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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 내가 당신에게 쿠키를 건네는 이유

1월 9일 :: off레터

2026.01.09 | 조회 4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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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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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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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작가님, 이번에도 그거 해요?”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몇몇 사람들이 눈을 반짝이며 저에게 묻습니다. 그럼 저는 늘 같은 대답을 하곤 하죠.

 

“아유, 당연하죠. 하죠.”

 

그것은 무엇이냐면요, 바로 포춘쿠키 나눔 이벤트입니다. 2016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되었네요. 저는 매년 12월부터 1월, 2월까지 겨울 동안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포춘쿠키를 하나씩 나눠줍니다. 그래서 12월이 되면 약 100개 정도의 포춘쿠키를 미리 구입해 집으로 배송시켜 두어요.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친구들과의 모임을 할 때, 송년회를 할 때도 늘 슬그머니 빨간 박스를 꺼냅니다. 아주 작은 쿠키 하나일 뿐인데, 생각보다 이 행위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리추얼이 되어 있었더라고요. 처음부터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정말 별생각 없이,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이었어요.

 

당시 저는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송년 파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미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운영하던 상담소는 비영리 단체였고, 멤버들 역시 월급을 받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모두 자원봉사자였죠. 저 역시 무급이었지만, 어쨌든 저는 대표였고 그 친구들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들은 매년, 돈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시간과 에너지, 때로는 개인 비용까지 들여야 하는 이 일을 꾸준히 함께해 주고 있었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면 참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었죠. 그래서 늘 고마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해에는 이 친구들이 올해보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조금 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았으면 좋겠다.’

 

늘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신년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비싼 선물을 할 형편도 아니었고, 편지를 쓰자니 늘 남의 고민을 듣고 답장을 써주던 사람들이라 오히려 감흥이 덜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인천 차이나타운에 갔다가 포춘쿠키를 알게 되었어요. 하나에 1,000원이었죠.

 

쿠키를 반으로 갈라 종이를 꺼내는 순간, 괜히 마음이 묘하게 기대되더라고요.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신이 베풀고 나누었던 것들을 되돌려 받는 기쁜 순간들이 올 것이다”라는 내용이었어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어? 이거 내가 하는 일이랑 너무 잘 맞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는 언제까지 봉사를 할 수 있을지, 소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남을 돕는 일이 과연 가능한지 고민이 많던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그 문구를 계기로 ‘내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보답을 받는 해일 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2017년을 살게 되었고, 정말로 그 해는 유난히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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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연말이 되면 동료들에게 포춘쿠키를 선물하기 시작했고, 그 일이 조금씩 퍼져나가 2019년쯤에는 한 번에 100개 정도를 구입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벌써 8년, 9년째 매해 받고 계신 분들도 계세요. 연말연시에 저를 만나 사업 이야기를 나누는 동료들, 1년에 한두 번 신년회로 만나는 오래된 동창들까지 자연스럽게 이 쿠키를 받아 가게 되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말하더라고요. "이제 이 포춘쿠키 없으면 섭섭해요.”라고요.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쿠키를 뽀각뽀각 부수고, 그 안의 문구를 읽어 내려가는 그 과정 자체가 마음속에 쌓여 간다고요. 어떤 분은 7년 동안 받은 포춘쿠키 문구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두 코팅해 보관하고 계셨습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그 문구대로 한 해가 지나갔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저를 떠올린다고도 했고요.

 

저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느새 포춘쿠키 나눔은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건네는 행위이자, 사람들이 저를 기억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그 순간들이 추억처럼 저장되어 가는 걸 느꼈어요. 웃음이 터지는 날도 있었고, “이거 내년에 고생 좀 하는 거 아니에요?”라며 심각해지는 날도 있었죠. 저는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사람들과의 기억이 제 안에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던 셈입니다. 또 포춘쿠키는 더 깊은 대화의 씨앗이 되기도 했어요.

 

“작가님, 사실 이런 계획을 앞두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문구가 나왔죠?”

“저 임신 초기라 말 안 했는데, 이 문구 너무 딱 맞아요.”

 

그렇게 서로 다 못한 속 이야기를 조금 더 꺼내며 가까워지는 순간들이 생기더라고요. 올해도 약 100여 개의 쿠키를 나누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올해 제 문구는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첫 문장이 이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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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입에 쓴 약도 필요한 법입니다.”

 

어떤 해에는 기분 좋은 문구가, 또 어떤 해에는 외면하고 싶거나 경계해야 할 메시지가 나오기도 합니다. 꼭 맞지 않을 때도 있고요. 점괘는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함께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한 해를 설계해 보는 이 시간이 저에게는 어느새 연간 단위의 리추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저를 기억하는 방식이자, 저만의 작은 의식이 되기도 했고요.

 

돌이켜 보면 우리는 보통 추억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하지만 싸이월드가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휴대폰 사진첩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죠. 어쩌면 우리가 서로를 가장 깊게 기억하는 방식은, 이렇게 우리만의 작은 의식과 행위들이 마음속에 켜켜이 쌓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저의 글을 읽어주는 글 친구, 당신께도 포춘쿠키를 건네며 이 이벤트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직접 손으로 건네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 전하는 포춘쿠키를요. 온라인으로 포춘쿠키를 하나 뽑아볼 수 있는 링크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당신의 새해가 조금 더 따뜻하고, 기대감으로 채워지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우리 사이에 작은 추억 하나가 더 생기기를 바라면서 남깁니다.

 

들려주세요. 여러분은 어떤 문장을 마주하게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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