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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마음의 비'가 필요한 이유

5월 28일 :: 조금 느린 서른 즈음의 일기

2025.05.28 | 조회 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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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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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콩의 조금 느린 서른 즈음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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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비 오는 날이 참 좋다. 예전엔 무조건 화창한 날씨를 좋아했는데. 어릴 적 소풍 전날 밤이면 제발 내일 비 오지 않게 해 달라며 기도하며 잠들던 나였는데, 어른이 된 후론 오히려 비가 반갑게 느껴진다. 살면서 자꾸만 팍팍해지는 마음에 빗소리라도 촉촉하게 듣고 싶어서일까. 매캐한 미세먼지를 쓸어내려 주는 비처럼, 머릿속 자욱하게 생겨나는 잡념들을 깨끗이 씻어줄 존재가 필요해져서일까. 아니면 밝은 척 얼굴을 꾸미지 않아도 흐린 날씨에 울적하게 지친 얼굴이 가려지니 편해서일까. 예전에 어른들이 비 오는 날이 좋다 했던 건 슬프면 맘껏 울어버리는 아이들과 달리 자기가 울지 못하니 비라도 대신 내려 울어주길 바라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땅을 적시는 비처럼 우리 마음에도 ‘마음의 비’가 필요하단 생각을 한다. 메마른 일상을 잔잔하게 적셔주는 것들. 길 가다 우연히 발견한 마음을 툭, 치고 들어오는 문구가 담긴 책, 다정히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아 좋았던 어떤 인디밴드의 노래, 이상하게 한 번 봤을 뿐인데 유독 마음에 사진처럼 남는 어떤 화가의 그림. 꼭 물방울이 떨어져 생기는 파동처럼, 저 멀리 누군가에게서 내게로 잔잔하게 밀려오는 울림 같다. 굳이 위로하려 애쓰지 않아도 그 자체가 이미 울음 같아서 감동이 된다. 혹시 누군가 찌르지 않을까, 무장하고 가시 세워둔 겉모습 사이 빈틈으로 스며들어와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린다. 말없이 말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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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공허할 때면 누군가를 붙잡고 힘드니 어쩌니 우는소리를 하는 대신 그런 물결을 찾아 떠난다. 최근엔 유다빈밴드의 노래를 자주 듣고 있다. 내성적인 편이라 주변 사람들은 독서나 뜨개질같이 얌전한 취미를 가졌을 거로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 락을 좋아한다. 특히 시원하게 질러주는 고음과 기타 소리는 막힌 속을 싹 내려주는 것 같아서 좋다. 올해엔 꼭 락 페스티벌을 가서 하루 종일 뛰어놀아야지 다짐을 한다. 전에 피아노와 기타를 조금이나마 배웠던 적이 있었는데 손가락 관절염으로 그만두었던 게 진심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이렇게 좋아할 수는 있으니 되었다. 나만의 취향이 쌓여가는 것도 왠지 뿌듯하기도 해서, 보물 상자를 모으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소중히 마음에 담는다.

창가 밖 빗소리를 들으며 커서가 깜박이는 빈 화면을 바라본다. 사실 근래 들어 글이 잘 써지질 않았다. 매일같이 연달아 계속 무언가 창작을 하며 지냈더니 어느 날부턴가 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글은 쓰는 것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속을 깊숙이 퍼내어 지어내는 일이라 계속해서 써내는 일에 점점 지치기도 하였다.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글과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막상 나 자신이 그런 위로가 필요할 때는 어렵기만 했다. 물론 독자님들의 반응이나 응원하는 말들은 정말 큰 힘이 되지만, 그곳에 마음을 의지하는 건 내가 주는 만큼 돌려받으려는 것 같아 기대고 싶진 않다.

오늘은 그냥 나도 다른 사람의 파동에 슬쩍 기대어 보기로 한다.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사둔 채 읽지 않았던 책을 꺼내 읽어 본다. 우산을 내린 채 비를 맞듯 마음을 활짝 열고 편안히 적셔져 본다.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는 자꾸 시니컬해지려고만 하는 메마른 감성을 다시 깨워준다. 가까운 이의 짐도 같이 들어주기 벅찬 세상에, 당장 돌려받음을 요구하지 않고 보내주는 위로는 얼마나 귀한가. 누군가는 예술 따위 밥벌이도 하기 힘든데 왜 하냐 하지만 이런 이들이 없었으면 세상은 지금보다 얼마나 더 메말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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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누워있다가 문득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님들 생각이 난다. 내 글도 누군가에겐 이런 단비 같은 존재였을까. 누군가의 일상에 적셔 들어가는 파동이었을까. 지친 마음을 다독이며 다시금 컴퓨터 앞에 앉는다. 세상 저 멀리 누군가에게 내가 위로를 받고, 그렇게 쓰인 내 글이 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니.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니. 역시 힘들어도 창작을 하며 살고 싶다. 그렇게 위로는 돌고 돌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적셔주는 비가 되어준다. 인간의 팔이 자신의 등 대신 다른 사람을 안을 수 있게 만들어진 것도 그런 이유일까. 얼굴 모를 누군가를 안아주는 마음으로 다시금 새하얀 창을 두드려 본다. 내 존재가 아주 조금이나마 메마른 세상의 상처를 적셔주길 바라며, 나 또한 돌려받음을 기대하지 않는 사랑을 글에 띄워 보내 본다.


 

오늘의 추천

마음을 적셔주는 따뜻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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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유다빈밴드 노래 이야기를 했는데요. 전 이 곡을 참 좋아해요. (물론 다른 곡들도 다 좋지만!) 들어보시고 좋으면 다른 곡들도 한번 찾아보시길 권해드려 봅니다. 그럼 구독자님, 마음 촉촉한 저녁 시간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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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누나의 프로필 이미지

    사랑이누나

    0
    6 months 전

    오늘 글은 작은콩님의 일기장을 몰래 엿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뭔가 더 좋은데요^^ '무'에서 '유'를 창작한다는건 저에게 마냥 신비롭고 존경스럽기만한 영역이라 그 고통은 감히 상상도 안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이겨내며 또 무언가를 내어주는 그 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때로 위로가 필요할 때는 나눠주신 그 위로에 답변하는 저희의 마음을 '주는 만큼 돌려받으려는 것'이 아닌 아무 조건없이 내어준 작가님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 '저희의 마음도 나눠주고픔'으로 받아주시면 안될까요? 그리고 또 좀 돌려받으면 어때요! ㅎㅎㅎ 이런 댓글이 그런 마음으로 잘 전달됐으면 하는 자그마한 소망입니다😊 인간의 팔이 다른 사람을 안을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이 오늘 저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네요 몇일 남지 않은 5월엔 누군가를 꼬옥~! 하고 안아주면 보낼께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 도로시의 프로필 이미지

    도로시

    0
    6 months 전

    안녕하세요 작은콩님, 휴일 밤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도 치열하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갑자기 공허해지며 멍해질 때가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달려왔으며, 뭐를 원해서 이렇게 살고 있나 하면서요. 사는게 참 별게 아닌 것 같으면서 '별거'일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빗소리와 음악소리에 잠시 숨 쉴 시간 만들어주고 멈췄다가 다시 나아가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이 또한 과정이니깐요. 행복한 순간들을 스스로에게 많이 만들어주면서 하루하루 소중히 보내보아요. 작은콩님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ps. 노래 추천 감사합니다. 힘있는 목소리에 덩달아 힘이 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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