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안녕하세요. 에디터 민정입니다. 어느덧 코끝에 바람이 제법 보드라워진 3월 중순입니다. 새해에 세웠던 다짐들이 조금씩 희미해질 무렵이라 그런지, 이맘때면 꿈이나 성취 같은 단어들이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곤 합니다. 남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 나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 같죠.
이번 레터에서는 바로 그 '꿈'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꿈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숙제여야 할까요? 어쩌면 우리는 너무 거창한 꿈의 무게에 짓눌려, 오늘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사소한 기쁨들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민정의 가장 충만하고도 불완전한 이야기

저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서 탈인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장래희망 칸은 매번 새로운 꿈들로 넘쳐났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 버릇은 여전했어요. 자꾸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 걸 보면 아직도 제대로 된 꿈을 찾지 못했다 싶어, 진짜 적성을 찾아내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내 안에 숨겨진 가능성은 뭘까. 진로 강의를 찾아 듣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탐구하는 일에 시간을 아끼지 않았죠. 나를 더 세밀하게 해부해서, 그에 딱 맞는 '정답 같은 꿈'을 찾아내야만 삶이 비로소 정리된 폴더처럼 깔끔해질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저와는 결이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당장 주어진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할 뿐, 그 너머의 자아실현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었어요.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거 해보고 싶은 건 없어? 네가 모르는 엄청난 적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감명 깊게 들었던 진로 강의를 권유해 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어요. "하나도 재미없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자신을 탐구하고 꿈을 찾는 일이 재미없을 수 있지? 어렸을 때는 주어진 환경 때문에, 커서는 제 꿈을 서포트해 주느라 자신의 꿈은 등한시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는 마음까지 들었어요.
로또에 당첨돼도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으니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던 그의 말도, 저를 위한 배려 섞인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세상에 로또 당첨자가 됐는데,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이 있을 리 없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보게 되었습니다. 직업적 성취나 거창한 꿈을 좇는 대신, 소중한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베풀 때 가장 빛나는 남편의 눈을요. 그는 정말로 타인을 배려하고, 상대가 그것에 감사해 할 때 느끼는 순간의 기쁨을 모아 자신의 일상을 완성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되려 애쓰지 않고, 그저 '다정한 존재'가 되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했던 거죠. 그런 남편을 보며 처음으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며 에너지를 얻는 삶도 있지만, 거창한 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풍경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요.
그렇게 생각하고 주변을 다시 둘러보니, 제 곁에는 남편 같은 사람들이 참 많았더라고요.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은 없지만,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 최선을 다해 배우자를 내조하고 싶다던 친구도 떠올랐어요. 한때는 그 친구의 수동적인 태도가 의아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 바람이 얼마나 멋지고 포근한 꿈인지 압니다. 내가 선택한 가족과 마주 앉아 나누는 저녁 식사, 주말이면 함께 공원을 거니는 그 평범한 시간들을 지켜내는 것이 세상 무엇보다 큰 성취라는 걸 친구는 일찍이 깨달았던 거겠죠.

우리는 흔히 꿈을 언젠가 반드시 이루어야 할 큰 목표라고 생각하며 삽니다. 저 역시 그랬어요. 꿈이 없으면 인생이 텅 빈 것 같고, 무언가 대단한 지향점이 없으면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이라 자책하기도 하죠. 하지만 꿈의 본질은 어쩌면 그리 멋진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늘 저녁 맛있는 한 끼를 먹고 싶다는 마음, 내일은 조금 더 다정하고 싶다는 바람, 그런 작은 마음들이 우리의 하루를 풍요롭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꿈이 씨앗이었던 거예요.
여러분께도 묻고 싶습니다. 혹시 지금 확실한 꿈이 없어서, 혹은 남들처럼 앞서 나가지 못하는 것 같아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지는 않나요? 만약 그렇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을 다정히 둘러보셨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것, 누군가에게 따뜻한 진심을 건넨 것,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마음을 가만히 보듬고 있는 그 자체가 이미 가장 큰 성취니까요.
그럴듯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이 계절에, 당신을 미소 짓게 할 순간을 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아직은 바람이 차갑지만 포근함을 문턱에 두고 있는 지금의 계절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속 꿈들이 시린 부담을 지나 안식으로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잊지 마세요! 꿈은 '이루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내일 아침, 눈을 뜨게 하는 사소한 이유 하나'면 충분하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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