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여행지 <남양주 다산생태공원>

요즘은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꽃망울이 터지는, 화려한 축제 같은 계절입니다. 지난겨울이 그토록 추웠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나뭇가지에는 연둣빛 잎이 한가득 돋아나고, 거리마다 바통 터치를 하듯 피고 지는 꽃들의 릴레이를 보노라면 길을 걷는 행인들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덜 춥고 더 아름다운 이 계절, 조금 더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기분 좋게 들려오곤 하죠.
하지만 가끔은 그 화려한 축제의 한가운데서 조금 벗어나, 그저 조용히 걷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흥겨운 음악 페스티벌에 가더라도 무대 바로 앞보다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음악이 마치 배경음악처럼 잔잔하게 깔리는 걸 즐기고 싶은 순간이 있는 것처럼요. 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를 그저 고요한 BGM 삼아 조용히 걷고 싶은 날, 오늘의 여행지 남양주 다산생태공원으로 향해보세요.
다산생태공원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팔당호 주변에 넓게 자리한 생태공원입니다. 사실 수도권에서는 너무 가깝기도 하고, 지척에 '두물머리'라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명소가 있어 방문의 우선순위에서 살짝 밀리곤 합니다. 비수도권에 계신 분들에게도 서울 근교의 숱한 볼거리들에 가려져 발걸음이 잘 닿지 않는 곳이지요. 하지만 어찌 보면 그 뛰어난 접근성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장 저평가 받은, 숨어있는 보석 같은 여행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빌딩 숲도 시끄러운 경적 소리도 없는 이곳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건, 맑고 넓은 강의 물결이 아니라, 시야를 가득 채우는 흐드러진 꽃들의 물결입니다. 사람은 많고 꽃은 적은 도심과 정반대로, 사람은 적은데 꽃은 무한합니다. 얼마나 고요한지, 잔잔한 물소리와 바람에 꽃잎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귀에 온전히 담을 수 있지요. 그 끝없는 물과 꽃의 흐름을 따라 걷다 보면 발끝에 닿는 푹신하고 따스한 흙의 기운이 온몸의 긴장을 부드럽게 풀어줍니다.

이곳의 산책로는 한강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반대 방향으로 이어지는데요. 즉 걸으면 걸을수록 서울과 멀어집니다. 그렇게 한참을 천천히 느긋하게 거슬러 오르듯 걷다 보니 문득 묘한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지금 내 곁에 조용히 흐르는 이 강이, 여의도와 강남, 용산을 가로지르는 바쁘고 거대한 서울의 '그 한강'과 같은 강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서지요. 화려하고 치열한 도시를 관통하는 그 강물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오면 이토록 고요하고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니. 어찌 보면 이 묘한 아이러니는 ‘다 커 버린 우리’와 참 닮았습니다. 바쁘고 팍팍한 세상살이로 모두들 ‘전투 모드’로 살아가는 우리도 사실은 한 겹 다 벗겨내면 대부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겁 많고도 선량한, 언젠가는 순수한 꿈도 많았을 사람들이니까요.
현실에 치여 삶의 나침반을 잃어버린 것 같을 때, 혹은 삶의 중심축이 흔들리는 것 같을 때, 고요하지만 멈추지 않고 흐르는 외유내강 같은 이 강물의 시작점을 바라보며 나의 시작점을 오버랩 해보는 건 어떨까요?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과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외투를 잠시 벗어두고 걷다 보면, 아주 오래전 내 마음을 뛰게 했던 작고 순수한 소망들을 다시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꿈이라는 것은 억지로 좇아갈 때보다, 마음에 빈 여백 하나가 생겼을 때 수면 위로 툭 하고 자연스레 떠오르곤 하니까요.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 767
비용 : 무료 (공영주차장 주차비 별도)
운영시간 : 연중무휴, 상시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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