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마음건강 프리미엄

혼자 있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있는 건데요.

3월 14일 :: off레터

2025.03.14 | 조회 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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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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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마음건강 by 오프먼트

상담가 장재열이 늘 애쓰며 사는 당신에게 '제대로 쉬는 법'을 선물합니다.

오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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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얼마 전부터 의식적 혼자 있기라는 취미가 생겼어요. 말 그대로 의식적으로 내가 원해서, ‘혼자 있기’를 선택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인데요. 원래 있는 심리학 용어라던가 그런 건 아니고요, 지난 설 연휴 때 우연히 제 머릿속에서 ‘뿅’하고 떠오른 단어예요. 쉽게 다른 말로 하자면 ‘나 자신과의 데이트하기’라고나 할까요? 그날은 눈이 아주 많이 온 다음날이었어요. 아마 설 당일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날 여러분의 동네에도 폭설이 왔었나요? 우리 동네는 그야말로 삿포로처럼 눈이 내렸더라고요. 너무 많이 눈이 쌓인 데다 빙판도 생겨서, 가족들은 아무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했어요. 대신 차례를 끝내고 낮잠을 자러 뿔뿔이 방으로 흩어졌지요. 하지만 저는 잘 수 없었어요. 왜냐고요? 수면 리듬을 바로잡는 중이었거든요. 20년 넘게 지병처럼 불면증을 겪던 타고난 불면 체질인 제가 몇 주 전부터 수면제 없이 잠을 푹 잘 수 있게 되어서(정말 좋은 소식이죠? 이 노하우는 다음번에 한 번 또 다른 오프레터로 전해드릴게요), 이렇게 잘 자게 되었을 때 수면 리듬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그러니까 낮잠 절대로 자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던 거에요. 그럼 뭘 하지?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설 당일 오전은 도무지 할 일이 없는 시간이더라고요.

 

제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기혼자라 친정이나 시댁에 가 있으니 만날 수도 없을뿐더러, 싱글인 친구라도 고향에 대부분 가 있으니까요. 친구 못 만나지, 가족들은 모두 잠들었지, 어지간한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지...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거예요. 혼자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자꾸 꾸벅꾸벅 졸려고 하길래, 롱패딩에 몸을 둘둘 감싸고 무작정 밖으로 나섰어요. 사람이 정말 정말 없더군요. 그야말로 거리가 휑~ 하달까요? 그래서인지 혼자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는 감각이 어느 때보다도 훅 가슴 속에 들어오더라고요. 괜스레 쓸쓸하고 헛헛하고 적적한 이때, 갑자기 친구 은경이가 떠올랐어요. 전화를 걸면 자주 안 받는 내 친구 은경. 한 번에 받는 일이 거의 없는 은경. 혼자서도 너무 잘 사는 은경. 그녀는 제 전화를 못 받고 나서 한참 뒤에 다시 걸어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죠.

 

은경 : “안녕~ 재열, 전화했었네?”

나 : “응, 일하고 있었냐?”

은경 : “아니, 데이트~”

나 : “너네 신랑이랑?”

은경 : “아니, 나 자신과의 데이트~”

나 : “뭐야, 그냥 혼자 있었네. 근데 왜 전화 안 받아.”

은경 : “야, 나와의 데이트도 데이트거든. 방해받고 싶지 않거든.”

 

이상하게 그날따라 이 대화가 머릿속에 맴맴 돌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문득 ‘지금처럼 세상 그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날이 일 년 중에 몇 일이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으레 보내는 새해 인사 카톡도 오전 일찍 한차례 다 왔었고, 친구들도 대부분 가족이랑 있으니, 나한테 만나자고 연락할 일 없고, 업무 연락이 올 일 없고, 거리에 사람도 없고, 이렇게까지 ‘고요’한 시간이 자주 있나? 없더라고요. 휑한 게 아니라 고요한 거라고 느껴지니까 왠지 이 시간이 귀하고 희소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 귀한 시간을 은경이처럼 ‘나와의 데이트’에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나와의 데이트가 처음이라 뭘 할지 모르겠기에 타인과 데이트 할 때를 떠올리며 하나씩 실천을 해 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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