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월간 마음건강, 잡지 구독 서비스 OPEN✨

월간 마음건강 프리미엄

당연하지 않은 것들 앞에서

7월 11일 :: off레터

2025.07.11 | 조회 668 |
3
|
from.
장재열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의 프로필 이미지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현대인의 마음건강을 위한 종합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오늘의 편지

 

이 글을 쓰는 제가 눈을 옮겨서 바라본 풍경은 저희집 거실이네요
이 글을 쓰는 제가 눈을 옮겨서 바라본 풍경은 저희집 거실이네요

 

잠시만 화면에서 눈을 옮겨 가장 가까운 풍경을 쳐다보시겠어요? 5초 만이어도 좋아요.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그리고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대중교통 안 일 수도 있고, 거리를 걷고 있는 중일 수도 있겠죠. 카페일 수도 있고, 침대일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 방 안이라면 잠깐만 창문을 열어서 바깥을 내다보세요. 그냥 멍하니 쳐다보는 겁니다.

 

멍.

 

가장 마지막으로 멍하니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던 때는 언제인가요? 나무가 흔들리고, 구름이 흘러가고, 햇살이 천천히 건물 벽을 타고 자리를 옮겨가는 그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 순간 말이에요. 저는 참 오래 그런 순간을 가지지 못한 채 정신없이 살아왔었는데요. 작년 연말 즈음, (뒤에서 소개할)친구 지민과 다시 만난 후 부터 어떤 식으로든 잠시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요.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쁠 때에는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면서 폰을 잠금 앱으로 일부러 살짝 잠가둡니다. 그러면 자연히 풍경을 보게 되거든요. 그리고 바삐 일정을 소화하려고 종종걸음으로 걷다가도 노을 지는 시간에는 "어? 노을이네."라고 잠깐이라도 알아차리면서 단 5초만이라도 쳐다봤다 다시 길을 걸어갑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인데도 그 찰나가 있는 날과 없는 날에 제 마음은 참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책을 쓸 때도 하루에 17시간씩 거의 숨도 안 쉬고 책을 쓰면서도, 굳이 집이 아닌 바닷가에 있는 숙소를 잡아서 가는 거더라고요. 17시간이라는 엄청난 노동 강도로 글을 쓰다가도 10분만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면 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고, 잠깐 숨을 고르고 나면 다시 그리 쭉쭉 써지는 거 있죠.

 

그런데 이건 제가 극히 예민하거나 서정적인 사람이라서는 아니었더라고요. 9월 즈음 출간될 새 책 작업을 하던 중에 관련 문헌을 찾다가 "아, 내가 이래서 그런 거였구나."를 알게 됐어요.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과 레이첼 카플란 부부는 우리가 그렇게 자연을 바라볼 때, 뇌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해요. 집중하느라 지친 우리의 ‘주의력’은 회복이 필요하거든요. 자연 풍경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시선을 끌고, 그런데 자극은 저자극이라서 뇌가 그걸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쉬게 만들어 준다는 겁니다. 이 연구에서 신기했던 건, 심지어 실제 자연이 아닌 자연의 사진을 바라봐도 거의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거였어요.

 

이건 제 침대에서 정면에 보이는 액자랍니다
이건 제 침대에서 정면에 보이는 액자랍니다

 

그래서 저는 거실과 방 한켠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고요한 바다 풍경이 그려진 액자를 하나씩 사두었습니다. 정말 단 한순간도 풍경에 눈을 두지 못한 날은, 적어도 자기 전이나 아침에 일어난 직후에라도 나의 눈이 풍경으로 향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당신에게도 이런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귀인을 발견했어요. 앞에서 언급했던 저의 22년지기 친구 지민이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인 그녀는 고등학교 때부터 쭉 저와 일상을 함께 해온 소중한 단짝입니다. 늘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밝게 웃는 얼굴이지만, 내면 한켠에는 아픔도 있고 시니컬한 성격도 있는, '반짝거리는 회색 인간'이라는 공통 정서를 가지고 인생을 함께 걸어왔죠.

 

아주 젊을 때부터 빅뱅 같은 톱 클래스 연예인들과 작업하기도 하고, 상업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성취를 빠르게 얻어 많은 돈을 벌기도 하는 자랑스러운 친구였던 그녀는, 38세에 희귀병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만나게 돼요. 전 세계에 5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온몸에 힘이 점차 빠져가는 병이죠. 활동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손가락으로 셔터를 눌러야 하는 그녀인데, 목을 가눌 힘도 없어서 소파에 머리를 대고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하고, 손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머리를 묶을 수 없기에 머리를 빡빡 밀어버려야 하는 순간도 있었대요. 서 있다가도 온몸에 힘이 빠져서 갑자기 바닥에 쓰러져 온몸에 상처를 입어버리기도 하고요.

 

희귀병이라 약값은 또 얼마나 비싼지요.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쓰면서 치료를 이어가는 그녀에게 감히 위로의 말도 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밤마다 기도하는 것이 전부였죠. 아주 친한 친구였는데 거의 2년간은 만나지를 못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흘러 상태가 호전된 그녀를 만났을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건강하던 시절에도 서로 회색 인간이라고 부를 만큼 마음속 어딘가에는 아픔과 시니컬함이 있었던 그녀였는데, 너무나 평온하고 충만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거예요.

멤버십 구독자만 읽을 수 있어요

가입하려면 아래 버튼을 눌러주세요

댓글 3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hello365의 프로필 이미지

    hello365

    1
    5 months 전

    멤버십 구독자만 읽을 수 있어요

    ㄴ 답글
  • 도로시의 프로필 이미지

    도로시

    1
    5 months 전

    멤버십 구독자만 읽을 수 있어요

    ㄴ 답글
  • 사랑이누나의 프로필 이미지

    사랑이누나

    1
    4 months 전

    멤버십 구독자만 읽을 수 있어요

    ㄴ 답글

다른 뉴스레터

© 2025 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현대인의 마음건강을 위한 종합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