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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같아도, 멀리서 보면 결국 계단을 오르는 일

6월 25일 :: 조금 느린 서른 즈음의 일기

2025.06.25 | 조회 8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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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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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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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어디선가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같아도, 멀리서 바라보면 결국 계단을 오르는 일'이라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간 지금, 자꾸만 조급해지는 마음에 큰 위로를 받아 소개해 봅니다. 모든 것은 한 발짝부터 시작입니다. 아무리 바쁘고 갈 길이 멀어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한 발을 내딛는 일이라는 걸 마음에 되새기며, 이 문구와 닮은 요즘 저의 작은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작은콩의 조금 느린 서른 즈음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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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 계속해서 계단을 오릅니다. 휴우,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저 멀리 펼쳐진 도시 풍경이 그래도 꽤 멀리 올라왔다는 뿌듯함을 안겨주는군요. 요즘 다니고 있는 등산 이야기입니다. 바깥 날씨와 제 몸의 날씨(=병 상태)가 동시에 좋은 날에만 갈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큼 자주는 못 가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챙겨 가려고 합니다. 

구독자님은 등산 좋아하시나요? 저는 꽤 좋아합니다. 처음엔 힘들었던 시기에 우울하고 무기력한 기분을 이겨내 보려고 충동적으로 시작했었는데, 생각보다 기분 전환 효과가 좋고 신체 건강에도 도움이 돼서 그 이후에도 반복되는 일상이 지칠 때마다 산을 찾게 되었습니다. 노력하는 일이 마음만큼 잘 안 풀리고 답답할 때, 매일 똑같은 일상을 견디는 게 지칠 때. 화나고 싫은 감정을 눌러 담아 바닥을 팍팍 박차고 올라가다 보면 기분이 시원하게 풀리는 게 느껴졌죠. 커진 호흡, 마구 뛰는 심장 소리, 타고 올라오는 근육 통증으로 평소 잊고 지내던 몸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아, 내가 살아 있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된다고 할까요. 무엇보다도 오르는 동안은 계속 똑같은 계단만 오르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훌쩍 나아가 있는 부분이 제일 좋았습니다. 현실에서는 분명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얼마만큼 왔는지, 도대체 잘 가고는 있는 건지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정상을 찍고 내려오면 왠지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내 일상도 뭔가 진전되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견뎌낼 힘이 충전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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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디쯤 왔을까?’

힘차게 발을 디뎠던 처음의 의지는 사라지고, 숨이 턱에 차 한 걸음 더 걷기도 벅차게 느껴질 즈음. 이젠 더 못 가겠는데-싶을 때가 바로 출발선에서 정상까지 딱 중간쯤 왔을 때입니다. 본격적인 마지막 오름길에 앞서 쉬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쉼터가 나오면, 적당한 곳에 걸터앉아 가방을 열고 싸 온 과일과 간식을 꺼냅니다. 초콜릿, 양갱 등 평소엔 당이 높아 잘 먹지 않는 간식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것도 등산의 큰 장점(?)이죠. 달콤한 맛과 깨끗한 공기를 만끽하며 눈앞의 시원한 풍경을 바라봅니다. 내 인생도 이렇게 명확하게 보이면 좋을 텐데. 출발선은 한참 지났고, 분명 지금도 열심히 걷고는 있는데. 도대체 어디쯤 온 건지, 오르고는 있는 건지, 아니면 길을 잃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점차 매일 똑같은 흙바닥을 반복해서 걷는 게 무슨 의미인지조차도-결국 왜 사는지조차도 희미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 멀리 정상이 있는 봉우리를 바라봅니다. 언제쯤이면 나도 정상까지 닿을 수 있을까? 갈 수 있긴 할까? 나... 잘 살고 있긴 한 걸까?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지기 전에 그만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너무 오래 쉬면 흐름이 끊기는 데다, 시간이 늦어져서 날이 너무 더워지면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지친 다리를 추스르고 다시 오름길에 나섭니다. 뿌연 자동차 창문을 닦는 와이퍼처럼, 오른발 왼발, 들숨과 날숨의 단순한 반복 움직임에 마음을 맡겨봅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앞으로 발을 딛는 일뿐. 그 외에 복잡한 생각, 비교, 후회 따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 커다란 산과 그보다 더 거대한 자연에 비하면 너무나도 하찮은 한 걸음이지만, 오히려 그만큼 하찮은 존재로서 마음껏 숨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차라리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일회용 비닐 대신 실리콘 백에 과일
일회용 비닐 대신 실리콘 백에 과일

이토록 끊임없는 자기 의심과 번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반복이 삶을 살린다고 믿습니다. 10년이 넘게 투병 기간을 이어오면서도, 번번이 번아웃과 무기력의 늪에 빠지면서도, 그저 눈앞의 계단을 오르듯 하루하루를 반복하며 삶을 지켜왔으니까요. 힘들고 지칠 때도 늘 똑같이 챙겨온 소박한 식사, 불안한 마음에도 스스로 다독이며 잠들던 밤, 그러다 다시 아침이 오면 신발을 신고 나가 걷던 산책길. 그리고 시끄럽게 귀에 울리는 자기 의심을 묻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던 매일의 단정한 반복. 늘 똑같이 제자리만 걷는 것 같았던 작은 반복은 모르는 사이 계단처럼 쌓여서, 걷기조차도 힘들어했던 저를 지금처럼 혼자 등산까지 해낼 수 있는 몸으로, 무기력이 와도 무너지지 않고 담담하게 혼자 걸어갈 수 있는 튼튼한 마음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쩌면 사실 저의 등산길 목표는 정상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쟁자를 제치고 누구보다도 더 빨리,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간 그 순간은 짜릿하겠지만, 결국 그 후엔 그보다 더 높은 오르막을 마주하거나 내리막만 남게 될 테니까요. 그보단 힘든 흙투성이 먼지 길이라도 끝까지 견뎌 내 가는 과정 그 자체가 이미 목적이자 진짜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잴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앞을 보지 않고 그냥 지금 순간에만 집중하여 걸어가면 정상에 더 빨리 도착하게 된답니다. 그저 기분 탓일지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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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삶이 희미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눈보라가 치고, 춥고 힘든데 앞은 뿌예서 보이질 않고요. 그럴 땐 멀리 보기보다는 지금 발에 닿는 땅을 더 힘주어 디뎌야 합니다. 삶의 감각을 깨우고, 일상을 더 깊게 자국 내면서.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더 선명해질 겁니다.


 

오늘의 추천

남한산성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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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남한산성 도립공원이 있습니다. 행궁 둘레엔 트레킹 코스가 잘 조성되어 있는데, 날씨 좋은 날엔 정말 예쁘고 걷기 좋습니다. 특히 1코스는 노약자도 걸을 수 있을 정도의(물론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요) 가벼운 난이도라서 추천해 드려 봅니다. 다만 주말엔 사람이 많아 주차난이 심하고, 해를 피할 곳이 많이 없으니 되도록 아침 일찍, 선선할 때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주차장 근처엔 식당과 카페도 많아 걷기 후 들르기도 좋습니다. 특히 꽃이 필 땐 정말 예쁘답니다.

왜 우리나라는 늘 돌탑이 있는 걸까요? 왠지 귀여운 포인트입니다.
왜 우리나라는 늘 돌탑이 있는 걸까요? 왠지 귀여운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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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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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영의 프로필 이미지

    선영

    0
    5 months 전

    작은콩님의 ‘한 걸음’을 항상 응원해요-*

    ㄴ 답글 (1)
  • 사랑이누나의 프로필 이미지

    사랑이누나

    0
    5 months 전

    작은콩님의 '잘 살고 있는거 맞나?'의 답은 제가 작은콩님과 인연을 맺고 이렇게 글을 통해 연결된 것에도 답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30대의 저라면 레터의 근처에도 오지 않았을 테고 설령 왔다 해도 그 깊이를 몰랐을 테고 그러기에 한 글자 한 문장에 담겨있는 의미도 몰라 작은콩님과 닿지도 못했을테니까요 정말 생각만해도 너무 안타까운 상상이에요!! 이렇게 꾸준히 묵묵히 걸어가고 계시니 저라는 사람도 작은콩님과 닿을 수 있지 않았겠어요? 날씨가 점점 더 많이 더워지는 여름이에요 얼음물 한통 잘 챙겨서 즐거운 등산을 하는 7월이 되기를~! 저도 동네 뒷산 오르며 또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 볼께요😊

    ㄴ 답글
  • 도로시의 프로필 이미지

    도로시

    0
    5 months 전

    작은콩님, 안녕하세요. 작은콩님의 글을 보며 마치 제가 등산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 작은콩님은 스트레스 받으실 때 한 걸음 한 걸음 콱콱 밟으면서 올라가시는군요!!ㅎㅎ 뭔가 귀여운 스트레스 해소 방법입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할지 잘 모르는 사람인데 자연은 참 좋아해요. 그래서 등산도 종종 하는 편입니다. 산 중턱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간식거리를 먹으면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인생은 내 뜻대로 안될 때가 많지만 등산은 그저 오르기만 하면 되니 가볍게 올라가기 좋습니다. 이제 날이 점점 무더워져서 등산가기 힘들 수 있겠어요. 수분 보충 잘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ㄴ 답글
  • 김한나의 프로필 이미지

    김한나

    0
    5 months 전

    무언가 막 하는 것 같은데 왜인지 가만히 있는 것 같은 요즘입니다. 더워서 정신이 없지만, 지금 어디쯤 왔나 한 번 숨고르며 살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해요. 작은콩님 이야기를 들으면 늘 어딘가 걸어나가보고 싶어지네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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