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변
🐮 안-못-하다
이번호는 편집인의 말이 아닌 편집인의 변으로 시작합니다. 뭇 오소리인의 모범이 되어야 할 편집인이 원고를 펑크 냈기 때문이죠. 왜 펑크를 냈냐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안 물어봐 주실 거라 믿습니다.
인터뷰는 안 한 것도 못한 것도 아닙니다. 그 중간, 안-못-한 것이죠. 어떤 느낌인지 아실 거란 걸 알아요. 하면 할 수 있지만,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하면 또 잘 할 수 있지만, 사람을 만나기엔 역시 마음의 여유가―터무니 없이 많은 시간 여유는 반대로―없는 그런 것이죠.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겠어요. "안-못-하다." 그나저나 '웃프다'는 말은 어느새 잘 안 쓰이는 것 같네요.
알듯 말듯해서 물어볼 것이 많은 사람들이 어느새 많이 줄었어요. 이제 알만한 사람은 알고 모를만한 사람은 모른달까요. 참 문제입니다. 인터뷰이 섭외가 어려워요. 발이 넓은 편도 아니니까요. 지난 5화까지는 음악가들을 인터뷰를 했으니 이제는 다른 직군(?)을 만나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기획자나, 관객-팬 같은 분들이요. 국가의 3요소는 영토, 국민, 주권이요. 인디의 3요소는 음악가, 기획자, 팬 아니겠습니까. 혹시, 인터뷰를 당하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연락을 주십시오.
변을 쓰다 보니 왠지 당당해지는 기분입니다. "내가 오일링에서도 분량도 제일 많이 쓰는데, 그리고 또 추석인데, 한 주쯤은 쉬어도 괜찮잖아." 중학교 2학년 때였어요. 칠판 앞에 불려 나가 수학 문제를 푸는데 답을 내지 못해 혼이 났습니다. 엉덩이를 맞았던가요. 사춘기의 꼭대기에 있던 저는 자연스레 대들었죠. "아니, 문제를 못 풀어서 답답하고 화가 나는 건 전데, 왜 저를 혼내세요?"하면서요. 어린 용성이에게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그럼 변은 여기까지.
🐮천용성
편집인의 말
🐮 프리랜서 70여명, 6억 넘는 급여 떼여
편집인의 변을 마치고 편집인의 말로 넘어 오는 사이에 변명 거리가 하나 더 생각났습니다. 제가 마침 글을 팔아 번―아직 통장에 들어오지 않은 때였으니 '벌'이 더 적절할지도―돈을 떼어 먹힌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인터뷰를 할 맛이 나지 않았나 봅니다. 기사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저는 "KDI(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월간지" 〈나라경제〉에 기고를 했어요. "KDI,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16개 경제부처가 함께 만드는 국내 유일의 월간 경제 정책 정보지"라는 설명을 믿었지요. 하지만 KTX매거진과 마찬가지로 성우애드컴에서 위탁제작하는 잡지였어요. 입금이 되지 않아 궁금해하던 차에 전화가 왔습니다. "저희 회사가 31일 부로 부도가 나서..."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일회성 기고였기 때문에 피해액이 크지 않았고, 글쓰기는 제 본업이 아니니까, 조금은 보너스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다만, 돈을 떼였을 다른 분들, 기사에 나온 피해자 분들과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임금을 받지 못했을 성우애드컴의 직원들에게 마음이 조금 쓰입니다.
「새로 시작한 것들」도 조금 업데이트 해보려고 합니다. 포켓몬GO는 잠시 접었다가 지난 금요일 다시 시작했어요. 접었던 이유는 "가방이 자꾸 가득차서..."였습니다. 처음에는 현질(?)로 가방 크기를 몇 번 확장했는데, 금방 계속 차더라고요. "아, 이러다간 패가망신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 접속을 한동안 안 했지요. 그러다가 지난 주 금요일 만난 랄장님이 (복합문화공간 '한잔의 룰루랄라'를 운영했던 이성민 사장님. a.k.a '룰장' 혹은 '라장'이지만 최근 저는 '랄장'을 밀고 있습니다.) 주신 가르침, "가방을 비워라"을 받아들여 '상처약' 100개를 버리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랄장님은 불초소생은 꿈에서도 못 볼 골루그를 CP50 짜리 꼬부기와 교환하는 불공정거래를 수락해주셨습니다. 참고로, 저의 트레이너 코드는 '7997 6544 6064' 입니다. 친구 추가 해주세요.
「새로 시작한 것들(2)」에서 말했던 고무나무는 잘 있습니다. 잘 "자라고" 있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자라지는 않고 있어요. 키도 그대로고 새 잎도 나지 않았어요. 잎 하나가 떨어졌으니까 어쩌면, 음의 방향으로 자란 걸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잎 가장자리가 검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관리하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간을 두고 지켜보았는데 걱정하는 마음과는 상관없이 검은 점이 점점 더 커지더군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지났다는 생각이 들어 잎을 잘랐습니다. 예전에 꽃을 자르기 위해 구입했던 가위를 살짝 갖다 대었더니, 아무런 저항 없이 툭 하고 땅으로 떨어지더군요. 너무 쉽고 간단해서 놀랐습니다. 이미 생명이 다한 친구였던 걸까요. 그 후론 주의해서 키우고 있어요. 물도 잘 주지 않고요. 물을 잘 주지 않는 것이 식물을 잘 기르는 방법이라는 것은 참 재미있습니다.
공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유동 씨, 푸하 씨와 함께한 공연은 잘 마쳤고, 10월 초·중순에 있을 공연들을 슬슬 준비하고 있습니다. 합주 일자도 잡았고요. 코로나 4단계가 지속 되면 야외 공연이 금지 되어 연기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제 안에는 항상 두 가지 마음이 있어서 언제나 복잡할 따름이에요. 쓰다보니 얼렁뚱땅, 마무리 타임이네요.
즐거운 추석,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천용성
🔥특보🔥
특보의 변
특보로 낼 것들이 있었습니다. 이미 약간 타이밍을 놓친 소식들도 있고. 이를테면 ◯◯◯라던가, 또 ◯◯◯라던가 하는 것들이죠. 여러분들이 반길만한 소식도 있고 그렇지 않은 소식도 있어요. 물론 그렇지 않은 소식들은 잘 전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쨌건 우리는 신문 같이, 사실을 주로 다루는 매체는 아니니까요.
용성도 변이라는 형식을 빌어 쓴 탓에, 저도 괜히 특보 대신 특보의 변 같은 것을 적고 싶어졌어요. 특보는 순전히 주관적인 발행인의 판단으로 쓰여집니다. 편집인도 크게 개입하지 않죠. 그러다보니 인간적인 고민이 생깁니다. 가능한 평등하게 잘 배분해서 쓰고 있는지. 혹시 중요한데 빠뜨리고 있는 건 없는지. 적당한 정도의 위트가 공평하게 묻어나는지. 모두에게 공정한 건 불가능한 탓에 목표로 삼지도 않습니다. 다만 어떤 선을 지키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선이라는 걸 판단하는 기준이란, 요컨대 추상적인 정무적 감각 같은 것이겠지만.
좌우지간 오늘은 특보를 내지 않지만, 말씀드렸듯 ◯◯◯이나 ◯◯◯ 같은 전해야할 소식이 쌓여있고, 게다가 계속 발생하는 새로운 소식들도 있습니다. 새로운 일들이, 그럼에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낀달까요. 이 시기를 지나며 저는 꿈이 전보다 작아진 것 같아요. 모쪼록 공연이 취소되지 않길. 우리를 포함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특보가 아닌, 특보를 쓰는 마음에 대해 변을 해보았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예전에 저는 이런 음악을 만든 적도 있네요?
🍔단편선 발행인
📺오소리뉴스📺
🐮천용성 @yongsung000
[공연] 10. 10(일), T-FESTA TONG YEONG(통영)
[이벤트] 10. 21(목), 예술가들의 플레이리스트(Zoom 온라인 강연)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9. 24(금), 19:00, 네스트나다(홍대), 뉴비떼잔치
[공연] 9. 26(일), 벨로주 홍대, unlook 기획공연 - Spot to Life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이벤트] 9. 24(금), 오방가르드(부산), 소음발광 2집 [기쁨, 꽃] 음감회 in 부산
[이벤트] 10. 1(금), 오르간바(대구), 소음발광 2집 [기쁨, 꽃] 음감회 in 대구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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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안나
인터뷰할 사람이 없다면.. 제가 인터뷰 당해보고(?) 싶네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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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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