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1 충실하리 !

반복되는 일상의 조각을 묵묵히 기록하자 ~

2026.06.08 | 조회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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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on-loron ! 

떼뚠어로 'loron-loron'은 매일매일을 뜻합니다. 제가 동티모르에서 보내는 일상은 사실 드라마틱한 사건들보다는,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도서 라벨을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반복의 연속에 가깝습니다. 꾸준함의 의미가 스스로에게서 조금씩 퇴색되어져가며, 또 다시 이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들이 큰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간 앓고 난 여름감기가 나은 뒤, 다시 건강한 몸으로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삶을 대하는 가장 충실한 방식은, 대단한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오늘 주어진 내 몫의 일상을 빈틈없이 살아내는 것임을요.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고, 감기라는 변수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 몸을 돌보는 것. 이 모든 소소한 '매일의 좋은 일'들이 모여 결국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에요.

드라마틱하지는 않은 일주일이었지만, 그 안에서 저는 저만의 속도로 가장 단단한 계절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오늘이라는 일상을 묵묵히, 그리고 빈틈없이 채워가는 저의 조각을 여러분께 건네봅니다.
저와 함께 오늘을 충실히 살아내는 법을 지켜보시겠어요?


🏷️ 라벨 한 장에 담아내는 나의 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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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일상은 도서 라벨을 제작하고 디자인하는 일로 시작해 견본 도서에 직접 만든 라벨들을 붙이는 일로 끝납니다. 처음엔 책의 규격에 맞추는 것만으로도 쩔쩔맸는데, 어느덧 손에 익어 속도가 제법 붙었는데요. 이제는 단순히 기계적으로 라벨을 찍어내는 것을 넘어, '어떤 디자인이 가독성이 좋을까?', '어떻게 붙여야 책의 그림과 디자인이 살아날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반복되는 단순 노동인 줄로만 알았던 이 작업이, 어느새 저라는 사람의 일하는 방식과 태도를 다듬어주는 수련의 시간이 된 셈인데요. 한국에서의 회사생활과 비슷한 것 같은 일상의 반복이 제게 찾아올 때, 저는 제가 그토록 해내고 싶었던 "꿈을 전하는 도서관을 만드는 일" 가운데로 안착한 제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불어넣어봅니다. 원했던 일 가운데에 앉아있으며 매일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일이니까요 ! 

라벨이 책 속 페이지에 가지런히 안착하듯, 저 또한 동티모르의 일상에 조금씩 더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음을 느껴요. 라벨 작업 틈틈이 쏟아지는 다른 행정 업무들을 쳐내고, 사무실 동료들과 웃으며 현지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여유도 생겼죠. 특히 예전엔 귓가에 단어 단위로 맴돌기만 하던 테툼어가 이제는 문장으로 들리고, 대화 중에 제 입에서 영어보다 테툼어가 자연스럽게 툭 튀어나올 때면 "아, 내가 정말 이곳의 언어로 살아가고 있구나" 싶은 짜릿함을 느낍니다.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동화책을 통해 계속해서 접하는 테툼어 문장들 덕분인 것 같기도 해요.

도서관으로 배달될 동화책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듯, 저라는 사람도 이곳 도서관이라는 우주 속에서 저만의 자리를 단단하게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묵묵히 라벨을 붙이는 이 단순하고도 성실한 시간들이 모여, 결국 제가 이곳에서 맺어가는 관계와 언어를 지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숙련'이라는 단어가 마치 제게는 궤도 속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같다랄까요. 

그렇게 오늘도 저는 제 손끝에서 완성될 라벨들을 생각하며, 기분 좋게 동화책 한 권을 집어 듭니다.


🎙️ 한국의 언어로 꿈을 외치는 이곳의 사람들이 건네는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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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우리 사무실의 든든한 동료 히포가 회장을 맡아 진행하고, 곧 한국으로 떠나실 선배 단원님이 MC를 맡게 된 한국어 웅변대회에 다녀왔습니다. 대회장에 들어서자마자 쏟아지는 뜨거운 열기에 왠지 모를 벅찬 기분이 들더군요.

한국어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는 현지인들이 저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고 같이 사진을 찍자고 청해올 때마다, 저는 낯선 땅에서 한국이라는 존재가 이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곤 해요. 누군가에게는 먼 나라의 언어일 뿐인 한국어가, 이곳의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열쇠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도 경이로웠어요.

특히 1등을 차지한 참가자가 수상을 확인하는 순간, 그 얼굴에 스친 환희와 눈물을 보며 저도 모르게 울컥하고 말았어요. 서툰 발음으로 문장을 엮어내기까지 그가 들였을 수많은 밤과 낮이 그 표정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인데요. 나에게는 당연히 여겨졌던 한국이라는 나라가, 아니 오히려 어려웠던 그 나라가 이 티모르의 누군가에게는 꿈 같은 기회의 공간이 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믿기 어려워서일까요. 티모르의 대표로 한국에 가서 한국어로 웅변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눈물 흘리며 기뻐하는 그의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의 마음을 전부 헤아릴수는 없겠지만, 한참이나 오랫동안 이 4분의 한국어 스피치를 열심히 준비했을 그의 노력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대회 내내 우리 글로벌이너피스 직원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즐거워하던 시간도 빼놓을 수 없는 행복이었는데요. 평일엔 치열하게 업무를 나누던 우리가, 주말에는 웅변대회의 성공을 함께 축하하며 더 깊은 온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 사무실 밖에서도 이렇게 웃으며 모일 수 있는 동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먼 타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제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됩니다.

웅변대회의 뜨거웠던 열기는, 아마도 오래도록 제 마음속에 기분 좋은 잔향으로 남을 것 같아요.


🍯 작은 기침 소리에 응답하는 다정한 온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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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주는 감기라는 불청객과 꽤나 치열한 싸움을 벌였습니다. 기침이 멈추질 않아 밤잠을 설치고, 따가운 목과 열기가 갇혀 있는듯한 이마 사이에서 끙끙 앓아야 했거든요. 타국에서의 아픔은 유독 더 서럽고 외롭게 느껴지곤 하죠.

하지만 제가 이 감기를 무사히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제 곁을 지켜준 동료들의 사랑 덕분이었어요.

제 기침 소리를 듣고 늘 걱정해주신 지부장님께서는 도라지 가루와 따뜻한 이불을 건네주셨는데요. 그 마음이 어찌나 감사하던지, 주신 도라지 가루를 넣어 정성껏 끓인 배숙을 마시자마자 거짓말처럼 기침이 잦아들더군요. 덕분에 늘 기침 때문에 잠을 설치던 날들을 지나 그날 밤부터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몸을 돌봐주는 건 단순히 약뿐만이 아니라는 걸, 저는 지부장님의 따뜻한 위로를 통해 배웠어요.

또 감동적인 동료 선생님의 마음이 있었어요. 늦은 밤, 문을 닫기 직전의 약국을 발견하자마자 제게 바로 전화를 거셔서 증상을 상세히 묻고는, 어느새 현지 기침약을 사다 주셨거든요. 서툰 타국어였을 텐데도 저를 위해 애써준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해, 약을 먹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나아버린 기분이었습니다.

'아,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그저 함께 일을 하는 사이가 아닌, 서로의 아픔까지 살피는 진짜 가족같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몸을 추스르며 제가 받은 건 도라지 가루와 현지 약뿐만이 아니었어요. 동료들이 쏟아준 그 커다란 사랑들을 마음 깊이 충실히 간직하며, 저는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올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답니다.


라벨지에 새겨진 작은 글자들을 가지런히 맞추고, 타인의 서툰 언어 속에서 빛나는 꿈을 발견하고, 작은 기침 소리에도 곁을 내어주는 동료들의 따스함을 기억해봅니다.

지난 일주일은 겉으로 보기엔 소소한 일상의 반복이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저라는 사람의 세계가 조금씩 더 단단하게 빚어지고 있었음을 느낍니다. 그렇게 거창한 계획보다 중요한 건, 내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조각을 외면하지 않고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했는데요. 웅변대회의 1등 수상자가 흘린 눈물도, 저의 기침 소리에 약국으로 달려가 준 동료의 마음도, 결국 매일의 성실한 시간들이 쌓여 만들어낸 아름다운 결과물이었음을 떠올립니다.

가끔은 오늘이 너무 평범해서 의미 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이번 주에 기록한 충실한 조각들을 다시 꺼내 보려 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이 작은 일상의 순간들이, 사실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튼튼한 기둥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조각으로 당신의 하루를 충실하게 채워가고 계신가요?

대단한 성과를 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프면 잠시 쉬어가고, 다시 기운을 내어 제자리에 앉아 묵묵히 자기 몫의 라벨을 붙이는 것. 그 서툴지만 다정한 매일의 충실함이야말로 우리가 서로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니까요.

나만의 속도로 오늘을 충실히 살아내고 있는 여러분의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응원해요 !

동티모르의 충실한 뜨거움을 담아, 하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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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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