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ka O, Buka O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대신 외치며 아이들과 한바탕 재미있게 놀았던 문장이에요. 떼뚠어로 'Buka(부까)'는 찾다, 'O(오)'는 너를 뜻하는데요. 하나의 놀이를 아이들의 말로 번역해낸 이 문장을 말할때까지만 해도, 이 문장이 제 한주를 관통하는 문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누군가를 만나고 또 보내는 일은, 결국 상대라는 우주를 기꺼이 찾아 나서는 여행인 것 같습니다. 함께 놀며 만난 아이들에게서 무한한 사랑을 찾아내고, 사무실을 곧 떠날 동료들의 뒷모습에서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의 가치를 다시금 발견하는 과정의 한 주 속에서 생각하게 되었어요.
떠나는 이들의 빈자리와 잠깐의 만남 후 찾아오는 이별이 처음엔 참 막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Buka O'라는 단어를 곱씹다 보니 깨닫게 되더군요. 이별은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끝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내가 발견했던 사랑과 온기들을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다시 한번 찾아내어 보관하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그렇게 한 주간, 저는 서로의 삶에 스며들었던 이 찬란했던 시간들을 이제 슬픔이 아닌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소중히 갈무리해보았습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서로의 삶에 가장 따뜻한 보관함 하나를 만들어두는 것. 그것이 제가 이곳 동티모르에서 배우는 또 다른 방식의 사랑하는 법인 것 같아요.
제가 보낸 마음과 제가 받은 온기들, 또 찬란했던 시간들을 이제 여러분과 함께 '간직'해 보렵니다.
마음 한구석에 소중히 넣어둔 열 번째 조각, 저와 함께 살펴보실 준비 되셨나요?
🐚 조개 껍데기에 담아온 아따우로의 기억
소문의 낙원 같은 섬, 아따우로에 다시 다녀왔어요 !
3시간동안 배를 타고 아따우로 섬에 도착하자, 이젠 비켈리 마을의 아이들이 저와 동료쌤 이름을 부르며 알아볼 정도가 되었습니다. "오늘 도서관에선 무슨 일이 있어요?"라며 묻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니, 아따우로의 태양보다 제 마음이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어요.
해가 저물 무렵, 저희는 모래사장으로 나갔어요. 동료 선생님의 리드로 다 함께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모래사장 위에서 춤을 추었는데요. 티모르 노래에 맞춰 다 함께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며 만든 그 커다란 원 안에는, 그 어떤 근심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습니다. 평화로운 원의 중심에서 저는 동화책 "바다에 가면"을 펼쳤어요. 아이들의 언어인 테뚠어로 한 문장씩 읽어 내려가는 동안, 저는 제 생애 가장 떨리는 독서회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서툰 발음마저도 기꺼이 안아주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 덕분에, 이야기는 무사히 바다 너머의 상상 속으로 아이들을 인도할 수 있었어요.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우리가 직접 기획한 'Buka O(너를 찾아서)' 게임이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바다생물의 움직임으로 변형한 이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고래가 되었다가 문어가 되었다가 하며 모래 위를 휩쓸고 다녔어요. 해가 완전히 뉘엿거릴 때까지 이어진 놀이가 끝났을 때, 아이들은 하나둘 제 곁으로 다가와 작은 손을 펴 보였습니다. 그 안에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워 온 작은 골뱅이와 큼지막한 조개껍데기, 그리고 작고 소중한 바다 게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건네는 조개껍데기와 팔찌들. 그것은 단순한 바다의 부산물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조개껍데기만큼이나 투명한 아이들의 마음을 한가득 주워 담았어요. 그리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아이들을 보며 다짐했어요. 이 짠 내 섞인 바다의 온기와 아이들의 얼굴을, 제 마음 깊은 곳 '간직하리'라는 이름의 서가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겠다고요.
❣️ 서로의 삶에 새겨진 다정한 마침표들
이번 주는 사무실의 소중한 두 명과 작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선배 단원님, 그리고 곧 출산을 앞둔 현지 직원 산드라가 마지막으로 출근하게 되었어요. 아쉬운 마음을 담아, 목요일엔 모두를 저희 집으로 초대해 한식 파티를 열었는데요. 동료 선생님과 합을 맞춰 뚝딱 차려낸 푸짐한 저녁 식사 자리. 처음엔 시간이 모자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예상시간보다 빠르게 요리를 성공한 저희는 서로를 향해 "흑백요리사에 나가도 되겠다"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답니다.
하이라이트는 저녁을 먹은 뒤였다고 생각해요. 제 기타 반주에 맞춰 다 함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불렀거든요. 현지 직원 친구들이 이전에 한국어를 배울 때, 선생님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한국 음악이라고 알려주어, 모두 둘러앉아 이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요. 서툴지만 다정했던 그 노래 가사는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같이 느껴졌기에, 그 순간의 공기와 온기는 아마 오래도록 제 마음 한구석에 머물 것 같습니다.
산드라의 마지막 출근날엔, 준비한 선물을 건네며 우리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는데요. 멀리 떠나는 것도,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도 아니지만, 우리가 함께했던 이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했기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던 것 같아요. 눈물을 흘리며 생각해보았던 것은, 이별은 끝이 아니라, 서로의 삶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나누었던 노래와 눈물, 그 모든 온기를 제 마음의 서가에 간직하리라고 마음먹으며, 또 그렇게 이별을 씩씩하게 받아들였습니다.
🥥 사소한 다정함이 쌓여 비로소 완성되는,
아따우로의 사랑과 이별의 눈물 뒤에도, 제 일상엔 여전히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기억들이 한가득입니다.
동료 선생님과 함께 하며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조금은 더 쉬워진 모습을 알아간 하루, 코코넛을 먹다 만난 꼬마 강아지들의 천진한 몸짓, 처음 마주한 말미잘 같은 기이한 식물을 보며 아이처럼 신기해하던 제 모습을 보고는, 트렁크 가득 그 식물을 주워 담아주던 현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까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며 간직하는 것들은 거창한 성과가 아니라, 이런 사소하고 달콤한 다정함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처음엔 낯설고 멀기만 했던 동티모르가 이제는 제 온기를 나누고, 또 그들의 온기를 받아내는 ‘우리’의 땅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조각의 기억들을 마음의 서가에 정성껏 꽂아두며, 앞으로 다가올 계절도 기꺼이 이곳의 풍경들로 채워가 보려 합니다. 이곳에서 함께 보낸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아따우로 섬에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사랑하는 동료들을 떠나보내며 비로소 깨닫게 되었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결국, 우리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내 마음속에 기꺼이 간직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요. 우리가 서로에게 남기는 반짝이는 순간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함께 부른 노래 한 구절,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 쥐여 있던 조개껍데기, 그리고 작별하며 흘린 눈물 한 방울. 이 사소하고도 눈부신 조각들이 모여 우리의 계절을 만들고, 또 훗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게 하는 가장 튼튼한 보관함이 되어주겠지요.
가끔은 이별의 무게가 너무 커서, 그 빈자리를 감당하기 어렵고 벅찬 날도 오겠지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이번 주에 기록한 이 서가들을 찬찬히 톺아보려 합니다. 우리가 서로의 삶을 이토록 뜨겁게 통과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기억들이 훗날 우리가 더 단단한 연대를 맺을 수 있게 하는 가장 귀한 자산이 될 것임을 잊지 않기 위해서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기억을 마음 서가에 소중히 꽂아두고 계신가요?
모든 만남이 영원할 수는 없어도, 우리가 나누었던 그 다정한 온기만큼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서툴게 이별하고 눈물로 다시 만남을 기약하는 그 모든 과정까지, 진심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의 ‘간직하는 모든 순간’을 응원해요 !
우리가 함께 엮어낸 다정한 조각들을 품에 안고, 하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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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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