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02 발견하리 !

동티모르 도서관을 처음으로 만났어요 ~

2026.03.23 | 조회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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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 한 조각의 프로필 이미지

하리 한 조각

동티모르에서 NGO 봉사단원이 보내는 매주의 한 조각

Bon dia !

동티모르 딜리에서 [하리 한 조각]의 두번째 조각을 보내요. 
동티모르의 아침인사는 'Bon dia'입니다. 아침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모두 웃으며 본디아~해주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인사하지 않는 한국과 달리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어요. 새로운 나의 모습과 새로운 도서관, 알지 못했던 이 땅의 역사와 같이 다양한 동티모르에서의 모습들을 마주하며, 발견하는 기쁨들을 찾아나가는 한주였어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환하게 웃으며 인사할 줄 아는 친절한 나의 모습을 발견한,
이곳의 일주일을 한번 읽어보실까요 ?

레드벨벳 도넛은, 정전을 겪은 날 휴대폰 조명을 키고 무선 선풍기에 감사하며 먹은 작고 소중한 저녁.
레드벨벳 도넛은, 정전을 겪은 날 휴대폰 조명을 키고 무선 선풍기에 감사하며 먹은 작고 소중한 저녁.

🧱 이름 뒤에 가려진 흉터를 대면하는 일

첨부 이미지

 동티모르에 발을 디딘 지 일주일. 현지 동료인 우스미(Usmi), 구스토(Gusto)와 함께 이곳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셰가(CHEGA!) 전시관과 저항 박물관을 차례로 마주하며, 저는 이 낯선 땅을 이전보다 조금 더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동티모르의 시간은 참으로 고단했던 것 같아요. 아주 오랜 기간 포르투갈의 점령지였다가, 간신히 맞이한 독립의 순간 다시 인도네시아에 점령당해 수많은 학살을 견뎌야 했던 식민 지배의 역사. 2002년, 마침내 '동티모르'라는 이름을 되찾았지만 박물관 곳곳에 남은 기록들은 여전히 아물지 않은 흉터처럼 그날의 통증을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역사의 면면을 들으며 저는 자꾸만 우리나라를 떠올렸는데요. 비극의 궤적이 닮아 있어서일까요. 이들이 통과해온 슬픔과 저항의 정서가 묘하게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을 두드린 건, 정작 이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교육받지 못한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었는데요.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돕기 전에, 그 나라의 역사와 정체성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왜 선행되어야 하는지 절실히 깨달은 하루였던 것 같아요. 이제야 이 나라와 진짜 인사를 나눈 기분이 듭니다.


📚 사서의 시선 ; 딜리의 도서관을 처음 방문하다 !

Xanana Reading Room 에 번역동화도서를 전달하고 왔어요 !
Xanana Reading Room 에 번역동화도서를 전달하고 왔어요 !

 동티모르에는 아직 국립도서관이 없대요. 하지만 그 빈자리를 묵묵히 채우며 국립도서관의 심장 역할을 하는 곳이 있어요. 바로 '사나나 구스마오 리딩룸(Xanana Gusmão Reading Room)'입니다. 이곳은 사나나 구스마오 전 대통령의 부인이 설립한 곳인데, 설립자가 호주 출신인 덕분에 도서관 체계 역시 호주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전공자로서 낯선 땅에서 익숙한 도서관 운영 체계를 마주하는 건 무척이나 반갑고도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저희는 준비해 간 번역 동화책을 전달하고, 현지 사서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행히 영어가 공용어로 쓰여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문적인 식견을 공유할 수 있었죠. 어떤 카테고리로 장서를 조직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 분류에 대한 이야기, 한정된 자원 속에서 장서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수서 점검에 대한 이야기, 자료의 수집부터 이용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검색 프로세스까지 대출반납에 대한 이야기까지. 

 문헌정보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본 그곳의 시스템은 한국의 도서관에 비해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단단했어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현지 사서들의 눈빛이는데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그들의 열정과 용기를 보며, 제가 가진 '사서'라는 역할의 무게를 다시금 되새겼습니다. 한국 사서로서 자주 와서 이야기를 나누자는, 헤어지며 건네받은 한마디가 참 따뜻했는데요. 머나먼 타국에서 제가 배운 지식이 누군가에게 작은 영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하루였습니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이 나라의 미래를 어떻게 지어 나갈지, 그 과정에 저의 걸음도 조금씩 보태보려 합니다.


🪼 동티모르에서는 휴일에 무엇을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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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공식 휴일 !

3월 20일은 이슬람의 큰 기념일인 '이둘 피트리(Idul Fitri)'라고 해요. 가톨릭 국가이지만 다양한 종교적 역사를 포용하는 이곳 덕분에, 저에게도 선물 같은 쉼표가 찾아왔는데요. 저의 휴일을 한번 쭉 적어볼게요.

AM 06:30 | 초록빛 언덕 위에서 나눈 대화

"가만히 집에만 있고 싶지 않아!"라는 야심 찬 포부로 시작한 아침. 지부 팀장님을 따라 나선 산책길에서 뜻밖의 선물을 발견했어요. 학교 뒤편 삭막한 길 대신, 나무와 초록이 가득한 언덕 산책로를 소개받았거든요. 해가 완전히 고개를 들기 전,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나눈 깊은 대화들은 앞으로 이곳에서 보낼 시간들을 더 단단하게 그려보게 해주었습니다. 이제 저의 아침 러닝 루틴은 이 초록색 언덕이 책임지게 될 것 같아요.

PM 12:00 | 식당 오픈 : 구운 계란 없는 구운 계란 커리 파스타

점심엔 동료 단원 선생님을 집으로 초대해 '요리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메뉴는 구운 계란 커리 파스타와 오이 크림치즈 샐러드 ! 사실 계란을 굽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 슬쩍 스크램블 에그로 대체했지만, "아무렴 어때!" 하며 웃어넘기는 게 또 이곳의 묘미죠. 식후경으론 한국에서부터 애지중지 챙겨온 유리 개완에 '포르투갈 파스텔 드 나타' 향 홍차를 우려 대접했습니다.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촉촉한 프렌치토스트, 그리고 용과와 커피까지... 식곤증이 기분 좋게 밀려올 때쯤 소파에 나란히 누워 각자의 책 속으로 침잠하는 시간은 그 어떤 화려한 파티보다 달콤했어요.

PM 05:00 | 버섯의 행운과 마스킹 테이프의 다정함

햇볕이 수그러들 즈음 나선 마트 쇼핑에선 귀한 '버섯'을 발견하는 횡재를 누렸어요. 이어 방문한 동료 선생님의 컴파운드에선 다른 코이카 봉사단원 선생님들과 짧지만 다정한 인사를 나눴죠. 정성 가득한 저녁 식사 후, 한 움큼 나눔 받은 귀여운 마스킹 테이프와 미피 컵, 깜찍한 티코스터까지. 손에 쥐여주신 그 마음들이 너무 따뜻해서 '사랑받고 있구나'를 온몸으로 느낀 밤이었습니다.

적고 보니 꼭 초등학생의 그림일기처럼 복작복작한 하루였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봐 걱정했던 첫 휴일은, 오히려 할 일이 가득해서 행복한 '어린이의 마음'으로 마무리되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햇볕을 향해 나아갈 여정을 발견하는 일주일을 보냈어요 ! 

이 동티모르라는 나라와 한발자국 가까워진 기분이 들기도 했구요. 더 사랑해보고 싶다고 다짐하기도 했어요. 가끔 이 마음을 잊어버리는 날이 오면, 다시 이 글로 돌아와 그 마음을 발견해볼게요. 

매일 아침, 작은 기록 한 조각들과 함께 만나요 ! 저도 여러분의 조각을 응원할게요.

딜리의 새로운 발견들을 담아, 하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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