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05 모험하리 !

모험은 발견하는 사람의 것 ~

2026.04.13 | 조회 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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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ia! 동티모르 딜리에서 [하리 한 조각]의 다섯 번째 조각을 보내요. 

동티모르의 태양은 늘 정직하게 뜨거운 것 같아요. 그 볕 아래를 걷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는데요. 이곳에서 저는 매일이 처음인 '모험가'라는 사실입니다. 지도에도 다 나오지 않는 좁은 골목을 지날 때나, 낯선 언어가 적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제 안의 안테나는 기분 좋게 파르르 떨리곤해요.

어쩌면 모험은 거창한 준비물이 필요 없겠다는 생각을 해요. 배를 타고 닿은 아따우로 섬의 눈부신 바다도 모험이었지만, 왜인지모르게 익숙한 대학도서관의 쿰쿰한 종이 냄새 사이에서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고민하는 것도, 심지어는 커다란 양푼에 비빔밥을 비비며 동료들의 낯선 진심을 한 숟갈씩 나눠 갖는 시간도 제게는 모두 근사한 탐험이었습니다.

소문의 낙원같은 섬을 모험하며, 내가 발을 내딛는 모든 곳이 탐험지가 되는 마법을 느꼈던 한 주였어요. 제가 발견한 한주의 모험들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일상에도 작은 모험의 파동을 일으키길 바라며 !

저와 함께 이 활기찬 조각들을 살펴볼 준비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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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문의 낙원, 아따우로에서 마주한 실재하는 내일

악뮤(AKMU)의 신곡 '소문의 낙원' 을 들어보셨나요?

이 노래의 가사처럼, 아따우로 섬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티비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곳이었는데요. 이번주는 동티모르의 수도인 딜리의 항구에서 두시간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섬, 아따우로에 2박 3일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이 시간은 낙원을 감상하는 시간이 아닌, 그 낙원을 지탱하는 삶의 현장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가는 '진짜 모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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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우로 섬에 들어가서, 산을 두개정도 넘어 도착한 비켈리 마을의 어린이도서관에서 저는 다섯 명의 '마나(Mana)'들을 만났어요. 이 마나들은 매일 한명씩 돌아가면서 도서관의 사서선생님이 되어 도서관을 열고 관리하며 운영하는 멋진 마나들이었어요. 대부분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기에, 아이들이 찾아오는 이 도서관을 사랑으로 운영해나가는 것이 눈에 선연하게 보였어요. 특별히 매주 목요일 아침, 책 한 권을 두고 머리를 맞대며 독후 활동을 고민하는 그녀들의 함박웃음은 그 자체로 도서관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엔진으로 느껴졌는데요. 그 시간에 함께하며 저도 배가 아플정도로 함께 웃으며 동화책을 바라보는 즐거운 시선을 공유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따스함 옆에는 또 다른 현실도 있었는데요. 설치된 6대의 노트북과 그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전자도서관 데이터베이스는 '고장 날까 봐 무섭다는 이유로' 아무도 손대지 못한 채 정물화처럼 놓여 있었거든요. 전기가 안정적으로 보급된지 얼마 안 된 이 섬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노트북을 사용한다는 것은, 화려한 기술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만질 수 있는 '용기'와 '교육'이라는 것을, 그리고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제가 이곳에서 해야 할 역할이 바로 그 온도차를 메우는 일이라는 실마리를 찾아보게 되었어요. 과연 제가, 이 짧은 시간동안 이 도서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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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방문한 유치원 옆 작은 도서관에서 마주한 풍경은 경이로웠습니다. 50여 명의 아이들이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다 우르르 쏟아져 들어가는 모습은, 도서관이 이들에게 단순한 건물이 아닌 '꿈의 통로'임을 증명하고 있었죠. 외국인들의 등장에 잔뜩 신기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도서관을 관리하는 인력에 대한 교육이 먼저 잘 이루어져야 이 아이들을 향한 꿈의 길잡이들이 더욱 많이 생겨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또한, 도서관에서는 아껴두느라 차마 뜯지 못했던 블록 교구를 다함께 조립하며 깨달았습니다. 꿈은 그저 가만히 먼지 하나 없는 상태로 보관될 때가 아니라,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 가치가 닳아갈 때 비로소 그 쓸모가 시작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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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오랜시간 섬에 머무르며 꼭 도서관 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개발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환경들을 바라보고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일자리를 형성하기 어려운 구조인 작은 섬에서 생계를 책임지는 '부두따시(해초)' 산업 현장에서는 협동조합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했고, 정수 시설을 점검하는 팀장님 곁에서는 생존과 직결된 물 문제의 엄중함을 배웠습니다.

낙원이라 불리는 이 섬이 누군가에게는 치열한 삶의 터전임을, 그리고 그 터전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낭만적인 동정이 아닌 '전문적인 시각'과 '실천적 연대'가 필요함을 체감한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국제개발협력가로서 한 발짝 더 성장하는 모험의 궤적을 그려냈던, 소문의 낙원에서의 기록이었습니다. 

 


📚 침묵하는 서가와 살아있는 이용자 사이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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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의 두 번째 모험지는 딜리에 위치한 카톨릭대학교(UCT, Universidade Católica de Timor-Leste)였어요. 이곳에서 사서와 컴퓨터교육 담당으로 계신 두분의 KOICA 일반봉사단원 선생님들 덕분에 도서관의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도서관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풍경은 학생들이 가방을 보관함에 맡기는 모습이었는데요. 라벨과 바코드는 갖춰져 있지만, 아직 분실 방지를 위한 RFID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은 이곳의 고육지책이었죠. 물리적인 보안이 서비스의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풍경에서, 기술적 인프라가 도서관의 인상을 얼마나 좌우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철학을 전공하셨다는 도서관장님의 환대 속에 둘러본 열람실은 학생들로 북적지만, 활기찬 분위기와는 달리 서가의 두꺼운 영어 전공 서적들은 무거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독서 문화와 격리된 채 자라온 동티모르의 학생들이 대학생이 되어 갑자기 난해한 전공 서적과 친해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죠. 책은 그저 배경이 되고, 서가는 조용한 암기실로 사용되는 풍경을 보며 사서로서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졌던 것 같습니다. 

서가 사이사이를 조용하게 걸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던 것 같아요.

"내가 만약 이곳의 사서라면,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무조건적인 독서를 권장하고 도서관의 기본단위인 장서를 채우는 '책 중심'의 서비스를 고수해야 할지, 아니면 책이라는 매체를 넘어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정보 서비스'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할지 말이죠. 정보에 접근하는 루트가 다양해진 시대에, 도서관은 박제된 지식의 창고가 아닌 이용자의 삶에 스며드는 활기찬 공간이어야 함을 다시 한번 되새긴 모험이었던 것 같아요. 


🥄 서로를 모험하는 비빔밥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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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에는 동티모르에서 무려 3년의 시간을 보내오신 한 PMO 선생님의 집으로 모였는데요. 집들이를 가장한 이른바 '랜덤 비빔밥 대회'. 여덟 명의 활동가가 각자 준비해온 재료들을 꺼내놓자, 식탁 위에는 금세 다정한 잔치가 차려졌어요. " 다정한 단백질과 둥근 마음의 비빔밥 대회 " 라고 한번 이름을 붙여볼까 싶은데요.

타지에서 혹여나 서로가 영양을 챙기지 못할까 걱정했던 덕분일까요. 식탁 위에는 계란후라이와 수란, 고소한 소고기볶음과 매콤한 제육볶음, 삼겹살 양념에 참치 쌈장까지 등장했습니다. 그야말로 '단백질 폭탄'이자 '건강 튼튼' 비빔밥이었죠. 푸짐한 디저트까지 곁들여지며,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미보다 더 따스했던 건 서로의 안부를 묻는 선생님들의 온기였다고 하면 조금 진부할까 싶지만 사실인걸요 !

비빔밥의 묘미는 전혀 다른 재료들이 만나 전혀 새로운 맛을 내는 데 있잖아요. 아무래도 이 모임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각자 동티모르에 온 이유도, 품고 있는 마음의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커다란 양푼 안에서 재료들이 어우러지듯 우리 또한 '동티모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기꺼이 하나가 되었던 것 같아요. 낯선 땅에서 서로의 존재를 탐험하고 이해해가는 과정, 결국 우리가 남기는 서로 다른 발자국들이 모여 동티모르를 위한 하나의 지도를 그려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어요. 혼자라면 막막했을 이 길을, 따뜻한 밥 한 끼 나누어 먹으며 함께 걷는 동료들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주말이었습니다.


길 위에서 길을 만드는 마음으로, 이제는 동티모르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기꺼이 모험한 한 주였습니다.

아따우로의 푸른 바다 너머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파동처럼 번지는 도서관 안에서, 그리고 사랑이 가득 담긴 비빔밥 한 그릇을 앞에 둔 식탁 위에서- 저는 매일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탐험가가 되곤 했습니다. 익숙한 풍경도 '모험'이라는 렌즈를 끼고 바라보니, 세상은 온통 제가 발견해주길 기다리는 보물들로 가득하더라고요.

가끔 모험의 길이 고되고 낯선 언어와 환경에 마음이 휘청이는 날도 오겠지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이 다섯 번째 조각의 기록을 꺼내 보려 합니다. 내가 내디딘 모든 발자국이 곧 길이었음을,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만난 진심들이 저를 지탱해 주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마음의 지도를 그려나가고 계신가요?

낯선 곳으로 향하는 용기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고 반짝이는 조각을 찾아내는 여러분의 모든 '모험'을 진심으로 응원해요. 함께 만들어갈 다음 페이지의 모험도, 기분 좋은 설렘으로 가득하기를!

동티모르의 눈부신 모험을 담아, 하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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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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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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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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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lverline의 프로필 이미지

    Silverline

    1
    7일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 수집의 프로필 이미지

    수집

    1
    5일 전

    진짜 미쳤당... 매 조각을 아끼듯 읽었지만, 이번 조각은 진짜 닳도록 아껴읽고싶은 느낌! 침묵하는 서가 사이를 걸으며 하영이가 느낀 것들이 여기까지 살아움직여 전해지는듯 하여, 문장의 한글자 한글자 곱씹고 공감이 되어요🤍 점심시간 앞두고 읽으니 더 꼬르륵 거리고요... 침 고이네요.... 하영이가 정말 좋은 양푼 안에 비벼지고 (?) 있는 것 같아서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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