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u-Hotu !
동티모르 딜리에서 [하리 한 조각]의 세번째 조각을 보내요.
방금 제가 외친 호뚜호뚜는 이곳의 언어인 떼뚠어인데요. "모두 다 같이 !" , " 전부 함께 " 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이번 한 주, 저는 이 단어의 뜻 그대로 동티모르에서 만난 사람들과 정신없이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스며드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사랑의 모양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곳의 결을 닮은 새로운 이름을 선물 받기도 했답니다. 과연 제가 어떤 다정한 이들과 곁을 나누며 일주일을 채워왔을까요?
궁금하시다면, 저와 함께 이번 주의 소중한 조각들을 하나씩 들여다보시겠어요?

🍱 식구가 뭐야 _ 함께 밥을 나누는 사람들이지 ~
'식구'라는 말의 어원을 아시나요?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인데요. 이번 일주일, 저는 동티모르의 NGO 사무소 동료들과 매일 점심을 나누며 우리가 점차 서로의 '식구'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어요.
이곳에는 길가에서 밥과 반찬 한 가지를 포장해 50센트에 파는 도시락 문화가 아주 흔해요. 저희도 현지 직원 친구들을 따라 점심시간마다 당당하게 "리마뿔루센(50센트)!"을 외치며 도시락을 사 오곤 합니다. 이제 주인아저씨는 멀리서도 저희를 알아보고 웃으며, 오늘은 너희가 고른 반찬이 Mantolun(계란)인지 Naan fahi(돼지고기)인지 친절히 설명해주실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어요.
그런데 이번 주의 점심시간은 조금 더 특별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음식을 챙겨오기 시작했거든요 !

시작은 구스토(Gusto)가 사 온 달콤한 푸딩이었어요. 저희가 그 맛에 감탄하자, 히포(Hippo)는 다음 날 직접 만든 수제 푸딩을 디저트로 챙겨왔습니다. 동료 단원 선생님께서는 정성 가득한 새우전을 요리해서 반찬으로 챙겨와주셨고, 토끼 모양 사과를 깎아주셔서 후식으로 내주시기도 하셨어요. 산드라(Sandra)는 아침으로 먹기 좋은 바나나 혹은 템페가 들어있는 Dosi(간식)를 사 오기도 했죠. 저 역시 (사진은 미처 남기지 못했지만!) 한국의 맛을 보여주고 싶어 불고기를 볶고, 후식으로 상큼한 Sabraka(오렌지)를 준비해 갔습니다.
나눠 먹는 마음이 쌓여가던 목요일 저녁에는 다 같이 퇴근 후 친구들의 추천을 받은 '박소(Bakso)' 맛집을 찾아갔어요. 미트볼이 들어간 뜨끈한 국수를 더운 식당에서 함께 땀을 흘리며 후루룩 먹었고, 단순히 사무실 동료를 넘어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진짜 친구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온기를 나누는 일. 이 사소하고도 위대한 '함께함'이 저를 이곳 동티모르에 더 깊이 뿌리 내리게 하는 것 같아요.
😎 동티모르의 숨결 속에서 우리라는 온기 찾기

Domingu(일요일)에는 한인봉사단원 선생님들과 함께 'KIOS MATENEK'이라는 작은 수공예 시장에 다녀왔어요. 이곳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엽서들을 조심스레 구경하고, 각자의 분위기에 꼭 맞는 팔찌도 다같이 골라보았어요. 시원한 오렌지 주스 한 잔을 곁에 두고 앉아 흘러나오는 버스킹 음악을 배경삼아 이야기를 나누던 그 여유로운 순간, 비로소 내가 이 동티모르라는 땅의 숨결 속에 다른 한국인들과 같이 들어와 있음을 실감했는데요.
맛있는 저녁 식사와 함께 이어진 긴 대화 속에서, 저는 다시 한번 '함께'의 힘을 느꼈어요. 동티모르를 알아가며 조금씩 넓어지는 제 시야 곁에, 마음을 나눌 든든한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특히 이번 만남에서는 귀한 인연을 발견했는데요. 카톨릭 대학 도서관에서 근무하시는 단원 선생님이 알고 보니 대학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계셨던 '대선배 사서'님이셨거든요! 같은 길을 걷는 선배님께 배울 점이 무척 많을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고 든든해지는 듯 해요 !
이곳 동티모르에서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세우고 싶다는 저의 꿈이, 어쩌면 혼자만의 막연한 상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반복해서 들어요. 비슷한 고민을 들고 오신 선배님과, 저마다의 자리에서 동티모르를 사랑하려 애쓰는 동료들이 곁에 있으니까요. 혼자라면 금방 지쳤을 낯선 길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서로의 시야를 나누며 조금 더 멀리, 그리고 더 깊이 나아갑니다. 우리의 이 다정한 동행이 이곳 딜리에 어떤 예쁜 조각들을 남기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내일의 '함께'를 기다려 보아요 !
📛 서로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 만큼 특별한 일이 있을까 ?

사무실에 있는 현지직원 친구들과 약 3주간 살을 맞대고 지내며, 제게는 ‘하바나(HAVANA)’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이름에 거창한 이유나 심오한 철학을 담기보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맴도는 예쁜 소리를 선물해 주곤 한대요. 제 본명인 ‘하영’의 앞글자를 따서 지어준 이 이름에 커다란 의미는 없을지 몰라도, 저는 그 소박함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저 친구들에게 편하고 친근하게 불리고 싶었던 제 진심이 이 이름 안에 쏙 담긴 것 같아, ‘하바나’라고 불릴 때마다 마음이 한없이 몽글몽글해지거든요.
한 친구는 카밀라 카베요의 노래를 떠올리며 이름을 매칭해보았다고 했지만, 제 마음엔 오래전부터 즐겨 듣던 아이유의 ‘Havana’가 선명하게 내려앉았습니다. 비밀 이야기를 크게 말하며 걸어 다닌다는 음악 속 가사처럼 낯선 이곳에서 기꺼이 즐거울 수 있는 건, 아마 저와 함께해 주는 이 따뜻한 사람들 덕분일 것 같아요 ! 여러분도 이 곡을 함께 들으며, 제게 새로 생긴 이 이름이 저와 잘 어울리는지 한번 상상해 봐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이름을 받기만 할 수는 없죠 ! 저와 동료 단원 선생님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 그들만의 특별한 '한국어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름의 한 글자 한 글자에 한자로 깊은 뜻을 새겨 넣기도 한다는 특징을 차분히 설명해 주었어요.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들의 특징이 가장 아름답게 새겨질 수 있는 의미들을 골랐습니다.
매일 수줍은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랑스러운 루스미(Rusmi)에게는 '별의 웃음'이라는 뜻을 담아 '소진'이라는 이름을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임신 중임에도 늘 밝고 따스하게 우리를 반겨주는 '산드라'에게는 '보물 같은 꽃'이라는 뜻을 담아 '보영'이라는 이름을 건넸어요.
이 생소하고도 귀한 선물에 환하게 웃어주던 친구들의 모습 덕분에, 저희의 마음도 덩달아 벅차올랐어요. 이름을 부르고 불리는 사소한 순간마다, 우리가 서로의 삶에 조금 더 선명하게 각인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동티모르 땅에서 만난 사랑할 사람들과 뜨겁게 함께하는 일주일을 보냈어요 !
이곳의 사람들과 곁을 나누며, 혼자가 아닌 '우리'로서 나아갈 새로운 여정을 체감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깊이, 그리고 기꺼이 사랑해 보겠노라 다짐합니다. 가끔 마음이 지쳐 함께하는 기쁨을 잊어버리는 날이 오면, 다시 이 글로 돌아와 지금의 온기를 가만히 되짚으며 또 함께해 볼게요.
매일 아침, 우리가 함께 만드는 작은 기록의 조각들로 만나요!
저도 여러분이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과 나누는 조각들을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딜리의 따스한 동행을 담아, 하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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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혼자 지내와서, 함께하는 것을 원하면서도 그것이 늘 어색하고 불편하게 다가왔었는데, 하바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으며 '함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네요! 어쩌면 결국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함께할 때에 더 멀리 더 넓게 나아갈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나는 너무 혼자 다 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 하바나에 대한 보답으로 하나하나 깊은 의미를 담아 한글 이름을 지어준 마음이 너무 귀하고 기특하다! 매주 하영이가 올리는 이 기록들이 어쩌면 결국 하영이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오늘 깊이 머무르네요 ☁️
하리 한 조각
언니가 늘 남겨주는 언니만의 조각이 난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좋다 ,, 💓 나는 언니가 가장 함께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신기해.. 언니의 삶도 함께이고,, 언니의 빛나는 재능들로 다른사람들도 세상과 함께해나가고 있도록 돕고 있다고 나는 생각해 💭 늘 고마워 언니이 건강하고 따스하고 아름답게 한국의 봄을 보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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