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09 연결하리 !

주고받으며 튼튼한 매듭을 엮는 법

2026.05.25 | 조회 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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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 fó no simu !

뜨거운 햇살이 한풀 꺾이고, 건기의 먼지바람이 불어오는 동티모르에서 아홉 번째 조각을 보내요.

테툼어로 'Fó(포)'는 준다는 뜻, 'Simu(시무)'는 받는다는 뜻입니다. 처음 외친 문장은 "우리는 서로 주고받는다"는 의미를 품고 있죠. 재미있게도 이곳에서 맞이하는 '주고받음'은 지금까지 제가 영어로 말하던 주고받음과는 질감이 사뭇 다릅니다. 똑같이 무언가를 주고 받는 행위임에도, 영어의 "Give and Take"는 1을 주면 1을 돌려받아야 하는 정당한 물물교환이나 내가 1만큼의 무언가를 해내야한다는 의무이자 계산식처럼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이번 주 제가 동티모르에서 마주한 "Fó no simu"는 그저 대가 없이 오가는 다정한 온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이토록 언어가 다정하게 느껴지는 건 이 땅의 따스한 온도 때문일까요, 아니면 제가 진정으로 마음을 내어주는 법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일까요. 정확한 이유를 알수는 없지만, 서로의 마음을 기꺼이 내어주고 또 기쁘게 받아들일 때 우리가 비로소 깊게 연결된다는 사실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그렇게 한 주간 따듯하게 엮어낸 튼튼한 매듭 하나를 여러분에게도 건네봅니다.
제가 건네는 이 다정한 조각과 함께 연결되어 보실까요? 


📦 쥐고 있던 것을 기꺼이 놓아준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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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곧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봉사단원 선생님들의 바자회에 다녀왔어요.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었지만, 그저 건너건너 아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꺼이 초대받은 그곳에서 저는 참 많은 것을 양손 무겁게 챙겨 왔습니다. 예쁜 그릇과 선풍기, 바지와 신발, 그리고 꼭 필요했던 조미료와 물주머니에 바구니까지. 돌아보니 절반은 값싸게 산 것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그저 따뜻한 마음으로 얹어주신 것들이었죠.

물건 하나하나에 깃든 사연과 아쉬움이 어찌 없었겠습니까마는, 떠날 채비를 하며 기꺼이 자신의 것들을 덜어내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홀가분해 보였는데요. 짐을 비워내고 가볍게 한국으로 향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제 마음을 스치는 생각 하나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곧 떠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이토록 쥐고 있던 것을 쉽게 놓아주는데,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날 것을 번연히 아는 나는 왜 물건 하나, 미련 하나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끙끙대며 살고 있을까.'

언젠가 떠난다는 삶의 당연한 이치를 마음 깊이 이해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가볍게 아까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많은 것을 나누며 살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찾아왔어요. 이번 주 내내 제 머릿속을 맴돈 'Ami fó no simu(우리는 주고받는다)'의 화두는 바로 이 바자회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과연 진정으로 '주는 것'이란 무엇이고, '받는 것'이란 무엇일까요. 나는 이곳에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고, 또 타인이 건네는 마음을 어떻게 다정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바자회에서 한가득 안고 돌아온 짐들을 정리하며, 저는 그 해답을 천천히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  받는다는 것은, 기꺼이 채워지며 연결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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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휴일을 돌아보니, 저는 무언가를 주기보다 받는 것에 훨씬 더 익숙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온종일 누군가의 다정한 환대 속에 머물며 마음을 가득 채웠거든요.

동티모르 독립기념일을 맞이해 동료 선생님 집에 같은 컴파운드 선생님들께서 모이게 되었는데요. 집에서 차려주신 따뜻한 점심을 시작으로, 저마다 정성껏 준비해 온 디저트와 향긋한 커피, 그리고 제가 직접 우려낸 밀크티까지 식탁 위에는 온기가 넘쳐났습니다. 장소를 옮겨 또 다른 단원 선생님의 집에서는 함께 동티모르 독립을 기념하는 모자를 만들었고, 결국 저녁까지 함께 모여 앉아 서로의 일상을 도란도란 나누었어요. (심지어 다음 날 저녁까지 약속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다시 모이게 된 건 우리들만의 비밀 !)

잔뜩 나눔 받은 경험들을 반추하며, '주고받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매일의 업무와 세미나 준비, 반복되는 도서 번역 속에서 저도 모르게 무뎌졌던 마음들이 있었거든요. 일종의 권태였을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런데 그날, 함께 마주 앉아 나눈 음식과 즐거운 대화가 제 안의 막막했던 구석들을 씻어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혼자 짊어지고 있던 업무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응원과 온기를 주고받으면서 저는 다시금 일을 향해 나아갈 새롭고 달콤한 동력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나누고,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며 그렇게 연결되고 있었어요. 제가 받은 이 다정한 에너지는 분명, 내일의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마주할 저의 얼굴을 조금 더 환하게 밝혀주겠지요. 받는다는 것은 결국 서로의 온도를 섞어가는 과정임을, 그렇게 주고받는 연결의 즐거움임을 저는 또 한 번 배워갑니다.


✍️ 준다는 것은, 다름을 이어 내일을 함께 적어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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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금요일, 사무실 바로 옆 포르투갈 학교에서는 '선셋 꿀뚜라(Sunset Cultura)' 축제가 열렸어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여 각자의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였죠. 저희는 한국을 대표해 초대받았지만, 사실 부스를 운영하며 한국을 알리는 시간보다 타국의 문화를 즐기느라 더 바빴던 것 같습니다. 쿠바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춤 공연에 덩달아 신이 나고, 발표가 끝난 뒤 각국 부스에서 정성껏 준비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우리는 국경을 넘어 하나의 세계를 공유했어요. 무엇인가를 알려주기 위해 간 자리였지만, 오히려 저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만들어 낸 생동감 넘치는 문화의 파동을 한가득 선물로 받고 돌아왔습니다.

주말에는 발걸음을 옮겨 '쉐가(CHEGA!) 뮤지엄'에서 열린 '리터러시 페스티벌 (Festival Literasia)'에 다녀왔는데요. 처음 행사장 입구에 섰을 땐 사람이 없어 휑한 풍경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묵직한 열기에 압도되었습니다. 동티모르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진심을 다해 강연하고 토론하는 사람들, 평화를 위해 모인 도서관들의 부스가 그곳에 있었거든요. 부스를 운영하는 현지 사서분들과 마주 앉아, 진열된 평화 관련 도서들을 두고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부족한 테툼어 실력이었지만, 함께 이곳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준다'는 행위는 단순히 상호간에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요.

주는 것은, 상대와 나 사이에 새로운 연결점을 찍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서로의 통로가 되어, 서로가 가진 마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일이기도 하죠. 

축제에서 문화를 나누고, 쉐가 도서관에서 고민을 나눈 이틀을 지나며 다시금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진정으로 주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서로에게 연결된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튼튼한 매듭은,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라는 사실까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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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유독 손바닥 위에 무언가 올려진 사진들이, 제 핸드폰 속 갤러리 구석들을 채우고 있었어요.  늦은 밤 집에 혼자 돌아가는 제가 걱정되었던 선생님께서 건네주신 돌멩이와, 선셋 꿀뚜라에서 만난 브라질 아이가 건네준 브리가데이로(브라질의 전통 초코볼 디저트), 그리고 현지 직원 친구가 자신의 생일을 맞이해 사무실에 쏜 맛있는 피자까지.

손바닥 위에 올려진 받은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받는 것의 감사함을 아는 사람이 진짜 주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처음엔 무엇을, 그리고 얼마나 주어야 할지 고민하며 마음이 분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알게 되었어요.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것은 거창한 물질이나 완벽한 성과가 아니라는 것을요. 누군가에게는 낡은 조미료 한 통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함께 춤추는 짧은 순간이나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내어주고, 또 곁에서 기꺼이 건네는 것들을 받아들이며 단단한 매듭을 엮어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내가 준 것보다 부족하게 받는 것 같아 마음이 섭섭하거나, 혹은 건넬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막막한 날도 오겠지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이번 주에 엮어낸 이 기록들을 꺼내 보려 합니다. 우리가 서로의 빈 곳을 메워주며, 그렇게 함께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요.

여러분은 오늘, 누군가에게 무엇을 내어주고 또 무엇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대단한 것을 주고받지 않아도 괜찮아요. 서툴게 건네고 다정하게 안아주는 그 마음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나만의 몫을 기꺼이 나누며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여러분의 모든 '주고받음'을 진심으로 응원해요 !

서로의 온도를 섞으며 함께 연결되는 동티모르의 5월 바람을 담아, 하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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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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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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