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6 공유하리 !

각자의 시간들을 겹쳐보며 빚어내는 우리의 모양

2026.07.28 | 조회 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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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 nia mos diak (이따 니아 모스 디악)"

떼뚠어로 "너의 것도 좋아"라는 뜻인데요. 이번주는 누군가에게 나의 것을 기꺼이 내어주고 보여주는 마음만큼이나, 상대방이 조심스레 내민 세계를 기쁘게 환대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아주 다정한 문장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동티모르라는 낯선 땅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저만의 일상을 고집스럽게 다지고, 매일의 루틴을 묵묵히 반복하며 홀로 스스로를 세워왔다면, 이번 주는 단단해진 제 곁의 빈자리를 내어주고 사람들과 서로의 세계를 기꺼이 '공유'해 본 시간들이었어요.

공유(共有). 두 사람 이상이 무언가를 함께 나누어 가진다는 건, 단순히 물질을 반으로 쪼개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것은 나의 시간과 상대방의 시간이 포개어지고, 나의 취향과 너의 취향이 섞여 세상에 없던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내는 아주 입체적이고 아름다운 과정이었습니다.

나의 세계를 기꺼이 보여주고, 너의 세계 역시 참 좋다고 마주 웃어주며 서로의 일상을 겹쳐본 이번 주. 

동티모르의 뜨거움을 닮아 깊고 진하게 우려진 듯한 공유의 조각들을 지금부터 펼쳐볼까요 ?


🍵  카사바 잎과 마누얼 샤, 얼렁뚱땅 열린 첫 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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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저에게 처음 차(茶)의 세계를 알려주었던 선생님이자 다우님이 바다 건너 띄워 보낸 찻잎들이, 기나긴 컨테이너의 여정을 마치고 드디어 딜리에 도착했어요.

마침 사무실에 있던 어느 날, 이 귀한 찻잎들을 현지 직원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어요. 평소 티백 차에만 익숙했던 친구들에게, 개완에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는 전통 방식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나 봅니다. 궁금증 가득하게 그 과정을 지켜보던 친구들은 이내 제 다도 시연에 '마누얼 샤(Manual xaa, 매뉴얼이 있는 차/수동 차)'라는 아주 기가 막힌 별명을 붙여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라벨 작업을 하던 사무실 책상 위에서 다구들을 주섬주섬 꺼내어 얼렁뚱땅 첫 다회를 열었어요.

작은 잔에 맑게 우러난 녹차를 조심스레 건네주었을 때, 저는 내심 꽤 진지한 시음 평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찻물을 호록 들이켠 친구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는 제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어요.

"오! 이거 Ai-farina tahan (카사바 잎) 끓인 물 향기가 나!"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피식 하고 말았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만약 친구들이 차를 마시고

"음, 싱그러운 녹음의 향이 나네요. 이렇게 깊은 맛이 나는 어린잎 녹차라니 훌륭해요!"

같은 대단하고도 진지한 감상을 말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어색하고 억지스럽게 느껴졌을 거예요. 차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의, 녹찻잎에서 매일 먹는 나물 반찬 맛이 난다며 신기해하는 그 솔직하고 귀여운 반응이야말로, 낯선 타국에 익숙치 않은 문화를 흘려보내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 같았거든요. 차를 마시다 말고 나물 반찬 타령을 하는 친구들에게, 내친김에 나중엔 차를 우리고 난 어린 찻잎에 김자반을 섞어 기똥찬 주먹밥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까지 해버렸습니다. 이어진 친구들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경험해 온 한국의 다회에서는 상상도 못 할 만큼 엉뚱하고 자유로웠습니다. "다음엔 여기다 얼음 넣으면 더 맛있겠다!" "내가 집에서 카사바 잎을 직접 말려올 테니까, 그것도 차로 우려 마셔보자!" 정해진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만의 문화와 방식대로 차를 받아들이고 섞어가는 모습이, 진짜 살아있는 문화 교류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콩닥거릴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이 더운 날씨에 계속 뜨거운 물로 차를 우리는 것이 친구들에게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금요일에는 작은 작전을 하나 짰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멀리 있는 빵집까지 부지런히 걸어가 아주 비싸고 맛있는 크루아상을 사 왔거든요. 그리고 제가 직접 진하게 끓여낸 뒤 냉장고에 숙성시켜둔 달콤하고도 시원한 밀크티를 곁들여 내어주었죠. 뜨거운 찻물 대신, 달달한 밀크티와 바삭한 빵의 조합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나의 세계를 내어주었더니, 그 위에 카사바 잎과 얼음, 그리고 달콤한 밀크티가 덧대어지며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롭고 다정한 우리의 다회가 세워졌습니다.


🍽️ 식탁 위에 겹쳐진 서로의 세계와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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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나누며 마음의 빗장을 풀었다면, 음식을 나누는 일은 서로의 삶 깊숙한 곳으로 한 걸음 더 성큼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들어요. 자주 그런 것 같으면서도, 이번 주는 유독 누군가가 정성껏 내어준 음식들로 배와 마음을 모두 든든하게 채운 날들이 많았는데요.

가장 먼저 식탁을 채운 건, 동티모르와 한국의 완벽한 합작품이었어요. 현지 직원 친구가 아따우로(Atauro) 섬에서 가져온 싱싱한 성게와 조개를 건네주자, 이번에는 동료 쌤이 그 귀한 재료들을 뚝딱 근사한 해산물 파스타로 완성해 내셨거든요. 티모르의 맑고 깊은 바다 내음과 한국인의 야무진 손맛이 한 접시 위에서 훌륭하게 어우러지는 걸 맛보며, 이렇게 서로의 것들이 만나 전혀 새로운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유'의 묘미구나 싶었습니다.

또 하루는 한국인 선생님들이 티모르 친구들과 저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만들어주신 닭볶음탕이 식탁에 올라왔습니다. 커다란 냄비에 끓여낸 매콤달콤하고 새빨간 양념. 낯선 타국에서 고향의 든든한 온기를 듬뿍 나누어주는 그 요리는 타향살이의 헛헛함을 단숨에 채워주는 다정한 위로 그 자체였습니다.

이 다채로운 공유의 시간은 각자 음식을 하나씩 준비해 온 포트럭 파티에서 절정을 맞이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참석한 사람들의 수보다도 다양한 요리들이 빼곡하게 채워졌는데요. 참 신기하게도 그 접시들 위에는 음식을 만든 사람의 평소 취향과 성격, 그리고 고유한 '손맛'이 여실히 녹아 있었습니다. 야무지면서도 꼼꼼한 맛, 정갈하게 깊고 푸짐한 맛, 새롭고 톡톡 튀는 맛까지.

누군가가 만든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이 재료를 다듬고 불 앞에서 서성이며 들인 시간과 마음, 즉 그 사람의 삶의 한 부분을 떼어 맛보는 일과 같더라고요. 매콤한 닭볶음탕과 바다 향 가득한 파스타, 그리고 각자의 다채로운 세계가 담긴 포트럭 파티의 접시들을 비워내며, 우리는 그저 배를 채운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삶과 세계를 듬뿍 나누어 먹었습니다. 


🚸 가장 사적인 시간, '어린이'라는 세계를 겹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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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통해 취향을 나누고, 음식을 통해 삶의 궤적을 겹쳐본 한주간의 공유는 마침내 가장 사적이고 다정한 영역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각자의 휴대폰 사진첩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어린 시절의 사진'을 꺼내어 보는 일이었는데요. 아무 말 없이 업무를 이어가던 사무실 속 친구들에게 제가 갑자기 어릴 적 사진을 보여주며 이 시간을 시작되었어요.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작은 화면 속으로 빠져들던 순간, 공간은 이내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와 감탄으로 가득 찼습니다. 지금의 어른스러운 얼굴들 속에 숨어 있던 장난기 가득한 꼬마의 눈빛, 동그란 뺨, 서툴게 브이를 그린 작은 손들을 발견할 때마다 어찌나 신기하고 몽글몽글하던지요. 유독 다정한 그림책을 넘기며 그 안에서 씩씩하게 자라나는 작은 생명들의 빛나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참 좋아하기에 그랬을까요. 친구들이 수줍게 보여준 어린 시절의 사진을 함께 넘겨보는 일은, 마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주 귀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함께 읽어 내려가는 것 같았어요. 나와 만나기 전, 내가 알지 못했던 아득한 과거의 시간 속에서 이토록 작고 사랑스러운 어린이로 존재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작은 아이가 수많은 시간을 건너고 자라나 지금 딜리라는 낯선 땅에서 나와 마주 보고 웃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거대한 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의 가장 작고 여렸던 시절, '어린이' 라는 세계를 누군가에게 기꺼이 내어 보여준다는 것은 어쩌면 마음의 가장 깊은 문을 열어주는 최고의 공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어린 시절을 구경하고, 웃고,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각자의 시간과 역사를 빈틈없이 나누어 가졌습니다.


처음 동티모르에 도착했을 때는, 이 낯선 세상에서 제 몫의 일상을 온전히 세워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혼자만의 성벽을 튼튼하게 쌓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성문을 열고 누군가를 기꺼이 초대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나의 소중한 다관을 꺼내어 차의 향기를 내어주고, 정성껏 끓인 음식으로 삶의 온기를 나누어 먹고, 각자의 어린 시절 사진을 통해 지나온 시간의 궤적까지 함께 포개어 본 이번 주.

서로의 세계를 조심스레 보여주고, 너의 세계도 역시 참 좋다고 다정하게 안아주는 그 촘촘한 '공유'의 시간 속에서 서로의 일상에 아주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사랑하는 누군가와 어떤 작고 다정한 것들을 나누어 가지셨나요?

대단한 무엇이 아니어도 좋아요. 작고 귀여운 무언가로도, 기꺼이 곁을 내어 서로의 세계를 공유할 수 있는 넉넉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요.

오늘도 당신의 세계를 기쁘게 환대해요 ! 당신의 세계도 좋아요 !

혼자일 때보다 함께일 때 삶의 모양이 훨씬 더 다정하게 부풀어 오르는 딜리에서, 하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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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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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8시간 전

    다정하다.. 따뜻하다.. 편안하다.. 행복하다.. 포근하다.. 글만 읽어도 그 곳에서 누리는 공유의 기쁨과 풍성함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나도 딜리 하영이 우려주는 차 마시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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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나

    0
    약 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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