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22 이해하리 !

오해를 넘어, 온전한 헤아림 속 이해로

2026.09.25 | 조회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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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u komprende Ita-nia laran." (당신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세상에 떨어진 이후로 매일같이 해오던 일은, 끊임없이 낯선 것들을 오해하고 또 그것을 기꺼이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요. 한 친구와 언어장벽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이 친구는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그 한마디를 던져주었습니다. 

이번 주는 참 신기하게도 마음의 보폭을 한 겹 더 넓혀주는 '이해'라는 조각들이 온통 쏟아져 내렸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더 깊이 알아가고 싶어져 조심스럽게 마음의 궤적을 맞춰가는 시간. 서로를 온전히 헤아려가는 그 다정한 이해의 기록들을 이번 주에 조용히 펼쳐봅니다. ✨


💉 병원 문턱에서 깨달은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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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에서 생활하고 이 곳이 익숙해졌다고 말은 하지만, 은근히 마음 한 곳에 품고 있던 낯선 환경에 대한 불신이 있었습니다. 봉사단원이라면 꼭 접종해야 하는 A형 간염 2차 예방접종을 하게 되며 이 은근한 편견을 깨달을 수 있었는데요.

 병원에 향하기 전엔 현지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작은 불안감과 여기저기서 들려왔던 소문들에 많은 걱정이 있었는데요. 그렇지만 실제 병원에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체계적인 병원 내부, 그리고 환자의 긴장을 풀어주듯 능숙하고 다정하게 주사를 놓아주는 의료진의 손길을 보며 문득 부끄러움이 스쳤습니다. 걱정이 역력한 제 표정을 보며 스몰톡을 걸어주고, 백신을 아이스박스에서 꺼내 새로 뜯는 모습, 그리고 유통기한까지 찬찬히 꼼꼼하게 확인 시켜주는 시간 속에서 나는 과연 이곳을 온전히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내가 가진 잣대로 먼저 선을 긋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주삿바늘이었지만, 아직도 이 티모르에게 가지고 있던 오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이 있었음을 깨달았어요. 제가 안다고 자부했던 낯선 땅의 민낯은, 사실 내가 먼저 쳐둔 방어막 너머에 가려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뾰족하게 세웠던 불신을 내려놓자, 비로소 이 땅이 건네는 진짜 온기가 투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다 알지 못했던 티모르의 섬세한 면모들과 마주할 때마다, 이 땅을 향한 제 마음의 보폭도 조금씩 더 넓어지는 기분이에요. 조금 더 부드러운 눈으로, 조금 더 다정한 마음으로 이곳을 품어보겠노라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 이별의 빈자리, 그리고 새로운 온기가 포개어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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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정이 많이 들었던 선생님을 떠나보내는 일은 여전히 마음 한편을 아리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 슬픔 속에서 문득, 이것은 단순히 한 사람과의 이별을 넘어 이 국제개발협력 현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지닌 피할 수 없는 순리라는 생각이 스며들었습니다. 언젠가 이곳을 떠나야 하고, 또 누군가는 남겨지거나 스쳐 지나가야 하는 만남과 헤어짐의 총량 속에서 정 많고 따스한 이 동티모르 사람들이 이별을 견뎌내는 방식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동료들이 모두 선생님을 떠나보내는 그 헛헛한 마음의 빈자리를 통해, 이 땅의 사람들이 품은 깊은 정과 헤어짐의 미학을 조금이나마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마음 한구석이 몽우리 졌던 그날의 저녁, 거짓말처럼 새로운 인연들이 찾아왔습니다. 오전에는 오래 정든 이와의 이별로 눈시울을 붉혔다면, 저녁에는 새로 만난 자이카(JICA)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서로의 도시락을 나누는 포트럭 파티가 열렸지요. 자이카는 코이카와 같은 일본의 국제개발협력 사무소인데요. 다양한 봉사단원들로 이루어져 있어, 한국과 일본이라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날아와 이 낯선 땅에 봉사단원으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저마다의 고충과 웃음을 나누며,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보려 애쓰던 시간. 그 속에서 또 다른 따스함과 기쁨을 맛보게 되었어요.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오전과 저녁, 이별과 만남이라는 극적인 온도 차를 온몸으로 통과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겪는 수많은 엇갈림 속에서 누군가의 떠남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또 새로운 온기를 기꺼이 품에 안는 것 — 그것이야말로 서로를 온전히 이해해 가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여정이 아닐까 하고요.


🤝 시선의 확장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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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모르에서의 시간이 반년정도 지나간, 저의 시선은 한층 더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갔습니다. 바로 뜻깊은 온기로 가득했던 '문해력 페스티벌'의 현장이었지요. 그곳에서 마주한 페스티벌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법을 배우는 행사를 넘어, 지금껏 제가 바라보았던 티모르의 단편적인 모습 뒤에 숨겨진 훨씬 더 단단하고 깊은 조각들을 마주하게 해 주었습니다. 특히 테툼어로 풀어낸 티모르의 예술과 역사에 관한 강연을 듣는 사람들의 모습과, 문해력과 관련된 이야기를 글쓰기 수업과 같은 형식으로 이끌어나가며 작은 회의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청년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습니다.

 제가 흔히 낯선 이방인의 시선으로 단정짓고 짐작하던 것보다, 이 땅의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언어와 예술로 오랜 세월 삶의 고비들을 아름답게 지탱해 왔음을 비로소 보게 된 것이지요. 강연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테툼어의 묵직한 울림 속에서, 이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진심으로 알고 싶고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강렬한 호기심과 애정이 샘솟았습니다. 아니, 사실 이 곳의 사람들을 더 알아가고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 스쳐 지나가던 흙먼지 날리는 풍경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이면에, 이렇게 켜켜이 쌓인 이야기의 장이 존재한다는 것. 그 깊이를 조금씩 알아갈 때마다, 딜리라는 이 낯선 도시가 저에게 점점 더 거대하고 따스한 하나의 우주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작은 주삿바늘 앞에서 품었던 얕은 편견을 슬그머니 내려놓던 시간, 오래 정든 선생님과의 아쉬운 이별을 눈물 대신 묵직한 순리로 받아들이던 오전, 그리고 거짓말처럼 새로운 온기로 채워졌던 자이카 친구들과의 저녁까지. 참 신기하게도 하루라는 짧은 궤적 안에서, 이별과 만남은 결국 같은 자리에 서서 서로를 향한 마음의 보폭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문해력 페스티벌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테툼어로 켜켜이 피어난 티모르의 예술과 역사의 깊은 숨결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이 땅에 대해 알던 것은 어쩌면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했으며, 그렇기에 더 마음을 다해 이 세계를 품어보고 싶다는 다정한 욕심이 차올랐지요.

 우리가 이곳에 머물며 매일같이 겪는 일들은 어쩌면 완벽한 타인으로 만나, 서로가 가진 낯섦과 오해를 기꺼이 '이해'라는 이름으로 허물어가는 기나긴 여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헤아릴 수는 없어도, 기꺼이 곁을 내어주며 마음의 온도를 섞어가는 일. 오늘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로의 세계를 다정하게 두드리고 있을 당신에게, 그리고 저 자신에게 조용히 속삭여봅니다.

"Hau komprende Ita-nia laran."

우리의 모든 서툰 마음과 이해의 궤적들을 진심으로 응원해요. ✨

오해와 이해의 간극 속에서 결국 따스한 이해를 선택하고픈, 하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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