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3 유영하리 !

바닷속을 유영하듯 자유롭게 나만의 템포 찾기

2026.07.07 | 조회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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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is Tasi !

하리 한 조각의 '하리'와 꼭 닮은 발음을 가진 이 귀여운 떼뚠어는, '바다에서 수영하다' '수영하며 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7월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딜리에서, 이 문장만큼 지금의 제 마음을 시원하게 대변해 주는 말이 또 있을까요?

이번 주는 유독 두 발로 땅을 딛고 걸어가는 것보다, 물결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여기저기 떠다니고 싶었던 날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는 이번 주,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 이리저리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장 자유롭게 유영하는 한 주를 보냈거든요.

돌이켜보면 이번 주는 참 다양한 형태의 바다를 만났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은 잠시 내려두고 발길 닿는 대로 낯선 풍경 속을 누비며 자유의 바다를 만끽하기도 했고, 지부장님이 안 계신 사무실에 엄청난 양의 책을 실은 컨테이너가 도착해 거대한 활자의 바다를 맨몸으로 헤쳐 나가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늘 동경하던 동티모르의 진짜 푸른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다이빙을 시작할 첫걸음을 떼어보기도 했죠!

숨을 꾹 참고 파도와 싸우는 대신, 힘을 빼고 물결을 타는 법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서툴지만 저만의 템포로 자유롭게 헤엄쳤던 이번 주의 시원한 조각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자, 그럼 저와 함께 숨을 고르고 13호의 푸른 바다로 뛰어들어 볼까요? 하리스 따시!


📖 활자의 바다, 책의 파도를 헤쳐 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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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푸른 바다로 뛰어들기 전, 제가 먼저 마주한 곳은 사무실로 밀려 들어온 거대한 '활자의 바다'였는데요.

지부장님이 잠시 한국으로 자리를 비우신 이번달, 어마어마한 무게의 박스들이 딜리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그 안에는 저희가 앞으로 동티모르의 여러 도서관에 채워 넣을, 그리고 아이들에게 전해줄 새로운 책들이 잔뜩 쌓여 있었죠. 든든한 지휘관(?)이 안 계신 상황에서 이 거대한 책의 파도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처음엔 박스들 앞에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면 눈을 질끈 감는 대신 보드에 올라타 서핑이라도 해야하는 법이니까요. 산처럼 쌓인 박스를 뜯고, 새로온 대략 천권의 책들을 한권한권 확인하며 검수하고, 무거운 책 더미를 이리저리 나르며 끝없는 정리가 시작되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쏟아지는 책더미 속을 헤엄치다 보니 팔다리는 뻐근해지고 정신은 아득해졌지만, 신기하게도 그 벅찬 파도를 하나씩 넘어설 때마다 묘한 쾌감이 차올랐어요.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는 대신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어 직접 정리의 순서와 앞으로의 일정을 잡고, 이 수많은 책을 주도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과정. 비록 몸은 고되지만, '아, 이제 나도 이 거대한 도서관 프로젝트의 키(Key)를 쥐고 함께 항해할 수 있구나' 하는 묵직한 성취감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지부장님 없이도 훌륭하게 이 무시무시한 활자의 바다에서 살아남은 저희들 모두 제법 멋진 항해사 같지 않나요? 이 자신감이라면 앞으로 어떤 책의 파도가 밀려와도 가뿐히 유영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  발길 닿는 대로, 땅 위를 유영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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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활자의 파도를 넘고 난 후, 온전한 자유를 만끽할 차례 아닐까요. 무거운 닻을 올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딜리의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유영하기 시작했어요. 목적지 없이 발길 닿는 대로 흘러가는, 땅 위에서의 유영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저를 이끈 물결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축구 관람이었습니다. 사람들과 한데 섞여 한마음으로 환호하고 아쉬워하는 티모르 리그의 경기장은, 마치 빠르고 신나는 물살을 타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은 덥고 습한 야외에서 바라보는 축구 경기에 푹 빠져 다 함께 소리를 지르고 적극적인 리액션을 보내다 보니, 일주일 동안 어깨에 뭉쳐있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아주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어요. 역동적인 에너지로 가득 충전되는 벅찬 시간이었어요.

신나는 파도를 탔다면, 다음은 잔잔하고 고요한 물결 속에 몸을 담궈보기도 해야겠죠. 조금 더 유유자적 흘러가다 발길이 닿은 곳은 다름 아닌 미술 전시회였습니다. 동티모르의 일상 속에서 이렇게 예술적인 공간을 마주하는 건 낯설면서도 무척 반가운 경험이었어요. 문화경험의 폭이 적을거라고 생각했던 제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박스종이인 카보드지 위에 얹어진 다채로운 색감과 작가의 고민이 담긴 붓 터치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은, 마치 깊고 고요한 물속을 유영하는 것 같았어요. 시각적인 새로움에 푹 빠져 영감을 채우는, 더없이 맑고 평온한 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역동적인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축구장부터, 고요한 색채로 가득한 미술 전시회까지. 정해진 계획이 없어도,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흘러간 땅 위에서의 자유로운 유영은 그 자체로 완벽한 휴식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마침내 진짜 바닷속으로, 다이빙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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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활자의 바다도 무사히 건넜고, 땅 위에서의 유유자적한 자유도 만끽했으니 이제 진짜 물속으로 뛰어들 차례입니다. 네, 마침내 저의 오랜 로망이자 두려움이었던 다이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처럼 한 마리 인어같이 우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바다에 나가기 전 다이빙 '풀장'에서 진행된 연습이었지만, 워낙 겁이 많은 제게는 그 네모난 풀장조차 거대한 심연처럼 느껴졌거든요. 물속에서 산소통에 의지해 숨을 쉰다는 낯선 감각에 잔뜩 얼어붙은 저는, 숨이 조금만 가빠져도 참지 못하고 물 위로 불쑥불쑥 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오리발은 제가 제 몸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안겨주어서 불편하기도 했어요. 오죽하면 저를 지켜보던 강사님들이 놀란 눈으로 "아유 오케이(Are you OK)?"를 한 삼백 번쯤은 외치셔야 했을 정도니까요. 겁먹은 저를 달래주신 강사님들께 죄송한 마음까지 들 무렵이었을까요. 숱한 '아유 오케이' 끝에 다시 용기를 내어 물속으로 가라앉았을 때, 마침내 고요함이 찾아왔습니다.

잔뜩 들어가 있던 온몸의 힘을 툭 풀고 물의 흐름에 온전히 몸을 맡기자, 사방을 가득 채우던 두려움이 씻겨 내려가고 아주 고요한 세계가 열렸는데요. 바깥의 소음은 모두 차단된 채, 오직 '스으읍- 하아-' 하는 저 자신의 숨소리만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는 물속 세상. 그 평온함 속에서 저는 드디어 두려움을 떨치고 진짜 유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백 번의 튀어 오름 끝에 만난 이 고요한 물속 세상은, 앞으로 만나게 될 동티모르의 진짜 바다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다음주에는 진짜 바다로 내려가서 이퀄라이징을 열심히 하며 스쿠버다이빙 연습을 할 예정인데요. 벌써부터 기대가 잔뜩 됩니다 !


땅 위에서 발길 닿는 대로 걷고, 사무실에서 거대한 책의 파도를 넘고, 마침내 물속의 평온함까지 맛보았던 한 주.

때로는 예기치 못한 파도에 휩쓸려 당황스럽기도 하고, 숨이 막혀 헐떡이며 수면 위로 튀어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힘을 빼고 흐름에 몸을 맡기면 어디서든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리스 따시(Haris tasi)!'라는 경쾌한 주문과 함께 말이죠.

여러분의 일상에도 거센 물결 같은 두려움이 밀려오는 날이 있다면, 불안함으로 몸에 힘을 주는 대신 툭 힘을 빼고 물결을 타보는 건 어떤가요? 가끔은 세상의 템포를 벗어나 나만의 템포로 둥둥 떠다니는 시간 속에서, 오롯이 나 자신의 숨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하고 평온한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의 매일이 유영하는 날들이기를 바라며.

바닷속 무중력을 사랑하게 된 딜리에서, 하영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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