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타!

"생활밀착형 에세이 매거진" 쭘마인밀란 여섯 번째 이야기

2021.12.09 | 조회 716 |
2
|

zzumma in Milan

밀라노에 입성한 한국 아줌마의 유쾌한 생활밀착형 밀라노 이야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출현으로 이탈리아의 백신 그린패스 영역은 더 넓어지고 완고해졌다. 이전에도 여러 곳에서 그린패스를 요구했지만, PCR검사음성확인서가 있거나 영문 백신접종확인서가 있으면 출입이 가능했다.

12월 8일 자 뉴스에 의하면 그린패스 없이 버스를 탄 시민에게 과태료 400유로(약 53만 원)를 부과했다고 한다. "슈퍼 그린패스" 도입 첫날에는 12만 명을 단속했고, 앞으로도 그린 패스 불시 검사를 강화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처분할 예정이라고 한다. 

뉴델리에서 1차 접종, 한국에서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쭘마는 아직 이탈리아에서 그린패스를 발급받지 못했다. 한국의 백신 프로그램인 COOV가 해외에서도 사용 가능하면 참 좋으련만, 아직 국가 간 상호전환이 안 되는 모양이다. 

해외에서 접종을 했더라도 그린패스를 발급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재한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세금납부 확인서를 발급 받아야 하고 또 현지에서 다시 신청을 해야 하는 등,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회사에서 마케팅과 영업을 하고 있는 홍군은 진작에 그린패스를 받았지만, 집에서 살림을 하는 나, 쭘마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러다 버스도, 지하철도 타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외식도 못 하고, 쇼핑도 못 하고, 사람도 못 만난채 주구장창 집에서 밥이나 하는 "찐 쭘마"가 될 것만 같다. 

한국도 이런 "슈퍼 그린패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하니, 참 답답하다.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친구는 뇌혈관 관련 자가면역질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백신을 맞지 못했다. 친구의 직업은 병설 유치원 선생님인데 올해는 다행히 연구원으로 일을 했고, 내년엔 다시 현장 복귀를 해야 한다고 한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백신을 맞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친구의 경우는 "기저질환"에 해당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기저질환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일까? 

다수를 위해 소수의 삶을 제한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모든 것에 다수결의 원칙을 들이대는 것 같다고나 할까. 백신패스를 시행은 하되,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소수의 사람들에겐 관용을 베풀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개인의 자유엔 철저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자유와 그 책임까지 법으로 제도화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인도의 펜데믹 상황에서도 우리 가족은 한 명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물론 한국에서 지낼 때도, 밀라노에서 지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걸 백신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자발적 사회적 격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외식을 거의 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지 않으며, 밖에선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는, "자발적 사회적 격리"가 가장 뛰어난 방역이지 않을까. 

물론 그러다 "사회적 외톨이"가 될 수도 있지만, 다행히 우리에겐 sns가 있으니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었음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백신패스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모든 것이 좋기만 했던 신혼 시절, 그와 함께 잠들고, 아침에 함께 일어나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사랑을 하고. 출근하기 전 가벼운 뽀뽀까지! 모든 것이 핑크 빛으로 보이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한 달 후 대판 싸우고, 나는 집을 나갔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좋아 보이기만 하던 이탈리아! 어딜 가더라도 핸드폰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모두 잘생겨 보였고, 모두 친절해 보였고, 오래된 건물도, 오래된 트램도 감성 가득한 유럽 스타일로 보였다. 

밀라노에 입성한 지 딱 한 달하고 2주. 현타가 왔다. 

 

아이들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 둘째 아이가 개똥을 밟았다. 아니 이놈의 개들은 왜 길에다 이렇게 똥을 쌓는 거야? 아름답게 떨어지던 낙엽이 길가에 쌓이고 쌓였있다. 길은 개똥과 낙엽으로 엉망진창인데 아무도 치우지 않는다.

더럽다.... 

오래된 집과 중세 시대의 건물들이 잘 보존된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그런데 숙소에 들어갈 때마다 열쇠로 현관문을 열어야 하는 일이 너무 번거롭다. 번호키는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은 공동 현관 열쇠, 쓰레기를 버리기 위한 옆문 열쇠, 집 열쇠, 지하실 열쇠.... 열쇠를 주렁주렁 들고 다녀야 한다. 지문과 바코드로 모든 걸 해결하는 요즘, 모든 걸 열쇠로 문을 여는 이곳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가? 중세 시대의 건물들과 함께 시스템 역시 그 시대에 멈춰 있는 건 아닌지. 

이탈리아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노동 허가서가 필요하다. 노동 허가서가 나오면 재한이탈리아 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신청하고 대면 면접을 봐야 한다. 너무 많은 이민자와 난민들 때문이라고 짐작은 하지만, 온라인 면접과 비대면 비자 신청이 가능한 이 시대에 직접 서류를 작성해서 대사관을 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답답하다. 노동 허가서를 신청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고, 하루하루 시간은 어찌나 빨리 흐르는지,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90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비자 신청을 해야 하는데, 언제 가능할지 아무도 모른다.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아이들의 학교이다. 안 그래도 다른 아이들보다 두 달 늦게 학기를 시작했는데, 또 빠지게 되면.... 어떡하지??

이래저래 우리의 힘으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아무리 미워도 사랑해서 결혼한 마당에 다시 무를 수도 없는 법. 

그와 극적으로 화해하진 못했다. 언니 집으로 가버린 나에게 많이 미안해하며 "모시러  올" 줄 알았던 그는 끝내 데리러 오지 않았다. "초반에 버릇을 잘 잡아야 한다."는 언니의 말에도 이틀 뒤 내 발로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그렇지 뭐.... 절대 잡혀 사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저 연장자로서 배려를 좀 더 할 뿐.... 에잇!!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앞두고 고민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그래서 그냥, 마음을 비우고 이런 불편한 생활에 적응을 해보자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우리의 비자가,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삶을 이어갈지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로 했다. 그러다보면 미운 정, 고운 정이 들겠지? 

구독자님들도 함께 지켜봐 주세요~~~

우리 집 남의 편 홍 군은 오늘도 퇴근하자 마자 소파에 널브러져있는 아이들에게 눈총을 쏩니다. 

"야, 너희들, 알지?" 

아이들은 "아, 진짜!"라고 투덜대며 소파 아래로 내려갑니다. 홍 군은 침대 형 소파에 대자로 눕더니, "소은아, 안방에서 배게좀 가져다 줘."라고 합니다. 

"왜 맨날 나만 시켜~" 라고 투덜대면서도 안방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베개를 들고 나옵니다. 소파 옆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날 향해 발을 쑥 내밀며 말합니다. 

"지안아, 발바라 잘 있어? 아빠 발 봐라. 양말 좀 봐라." 

지안이 친구 발바라가 지안이를 좋아한다고 친구에게 말한 모양입니다. 그 친구는 다시 친구의 친구에게, 그 친구는 친구의 친구인 지안이에게 비밀을 말하고 말았습니다. 지안이도 그게 싫지 않은 모양입니다.

역시 남자는 애나 어른이나 지 좋다는 여자는 싫지 않은가 봅니다. 나도 예전에 좋아하는 오빠한테 고백해 볼걸.... 그놈의 자존감이 뭔지, 고민만 하고 고백도 못해본 게 왜 이리 후회가 되는지요. 그랬다면 홍 군을 만날 일도 없었.... 흠흠

항상 소심하던 지안이는 여자 친구들에게 고백을 받은 후 자존감이 좀 심할 정도로 올라가버렸어요. 남자의 자존감은 여자 하기 나름인 걸까요? 

 

"아빠, 재미 없어~~" 아이들은 홍 군을 향해 눈을 흘깁니다. 재미가 있든 없든 홍 군은 혼자 좋다고 실실댑니다. 

"소은아, 아빠 양파링 먹는다." 

"안돼. 그거 내 거야. 아껴 먹느라고 놔 둔건데?"

"어차피 아빠가 번 돈이잖아. 빨리 하나 줘."

"싫어~~ 엄마가 사준 거란 말이야."

"너, 그러기야? 오빠 꺼 같이 나눠 먹으면 되잖아."

"오빠가 안 주잖아. 싫어~~ 안돼~~."

"어허, 그럼 너희 용돈 15유로로 줄인다!"

"헐...."

용돈 삭감의 압박으로 소은이는 양파링을 홍 군에게 자진상납하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아끼면 똥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니. 빨리 먹어치우지 않고. 내 그럴 줄 알았다."

소은이는 양파링보다도 용돈 20유로를 지켰다는 것에 안도합니다. 

"지안, 아빠가 장난감 사줘서 고맙지?"

"응."

"그럼 말해봐. 그라~재!"

"그게 뭐야~ 그라찌에! 해야지." 

"그라~재! 해도 다 알아 먹던데, 그라재? 자기야 그라~재!"

혼자 말하고 혼자 빵 터져서 혼자 실실대고 있는 홍 군의 주둥이를 한 대 때려주었습니다. 

"닥쳐!!!!"

 

우리 집 남의 편 홍 군은 얼마 전까지도 공황 장애와 불안증으로 매우 힘들어했습니다. 불안한 생각이 들면 하염 없이 걷고 걷고 또 걷던 그였습니다. 인도에서 지내다 한국으로 귀국 후 심리 상담을 받고, 약을 먹고,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한약도 지어 먹고.... 

그랬던 그가 지금은 실없는 농담을 하고 웃습니다. 저는 그게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출구가 이제는 아주 가까이에 있는 기분이 듭니다. 

"자기야, 자기 경험을 글로 좀 써봐. 내가 책 만들어 줄게."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미 책이 널렸어."

"에이 그래도~ 좀 써보자."

"아이, 몰라!"

저는 홍 군의 이야기가 너무 탐이 납니다. 옆에서 지켜보며 속앓이를 하느라 새카맣게 타들어 갔는데, 그걸 그냥 날려버리려니 너무 아깝습니다. 언젠가는 홍 군을 잘 꼬셔서 "불안, 이제 안녕!"을 써보고 싶습니다. 

 

당신 집의 남의 편은 안녕하십니까? 

[Grazie(그라찌에)는 우리 말로 "감사합니다"입니다.]

 

쭘마의 책장 코너입니다. 이탈리아와 관련된 책이나 영화를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 글쓰는 엄마의 이탈리아 여행법"입니다. 

저는 여행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데요, 여행을 잘 다니지 못하는 입장에서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 너무 부럽거든요. 질투심 폭발로 자동검열한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일부러 이탈리아 관련 책을 읽고 있어요. 코로나로 이탈리아 여행을 잘 못 하니까 책으로라도 이탈리아를 배워보고자 하는 열정입니다. 

 

이 책은 중학교 졸업을 앞둔 중딩 아들과 9살 초딩 푸린 양과 엄마가 한 달 동안 안 이탈리아를 여행한 여행 에세이입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를 준비해야 하는데, 학원 대신 여행을 선택한 것이죠. 너무 멋있지 않나요? 

첫 여행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슈베르트가 머물며 "보리수"를 작곡했다는 제그로테, 한겨울에 독일의 노천 온천은 경험할 수 있는 바트이슐을 거쳐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넘어옵니다. 

베네치아 - 피렌체 - 토스카나 - 레체 - 마태라 - 포지타노 - 나폴리 -로마까지. 

두 아이와 엄마가 기차로, 버스로, 렌터카로 여행합니다. 그런데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프롤로그에 언급된 "더욱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아이들의 모습이 주로 등장하겠지만 본질은 에피소드 속 아이들임을 기억해주시라. 남의 집 애들도 우리 애들이랑 비슷하다."라는 작가의 말이 나옵니다. 그렇죠... 애들은 애들이죠.... 

기차를 놓치고, 버스를 잘못 타고, 잘못 내리고, 소매치기를 당할 뻔한 이야기는 힘든 에피소드지만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글감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지금, 이탈리아를 책으로 배우는 중입니다. 4년 후엔 큰아이가 15살, 둘째가 13살이 되는데 그 때 함께 이탈리아 배낭여행을 가보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때까지 여기 살지 미지수이긴 하지만요. 4년 후엔 제 나이가 46인데... 과연 체력이 받쳐줄 지도 걱정이네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훌쩍 떠날 수 있게 체력을 길러야겠어요. 물론 이탈리아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해놓아야겠지요. (이러면서 며칠 때 농땡이냐....)

더 이상 쓸만한 글이 없을 땐 꼭 여행을 가겠습니다. 그래서 여행 에세이라도 쓰겠습니다. 여행을 위한 글인지, 글을 위한 여행인지 알 순 없지만 뭐, 상관 없겠죠?  

 

내일 홍 군은 시칠리아로 출장을 갑니다. 와...개부럽.... 따라가고 싶다.... 

그린패스가 없는 쭘마는 그저 웁니다....

 

생활밀착형 에세이 매거진 "쭘마 인 밀란"의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좋은 점, 개선할 점, 재미있었던 부분, 아쉬운 부분 등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또한 궁금한 사항이나 저, 선량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도 가감없이 남겨주세요. 

비자 문제로 인해 1월 즈음에 한국에 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땐, 찌~인한 밀라노 이벤트를 가지고 올게요. 구독해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구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선량작가의 sns를 팔로우 하시면 다른 주제의 에세이와 사진, 육아와 공부에 대한 글과 사진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zzumma in Milan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marasong

    0
    almost 3 years 전

    아이고, 비자때문에 한국을 다시 오셔야 한다니요.. 아이들은 어쩐데요. 이것도 다 추억이겠지만, 가족 모두 고생이십니다..

    ㄴ 답글 (1)
© 2024 zzumma in Milan

밀라노에 입성한 한국 아줌마의 유쾌한 생활밀착형 밀라노 이야기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