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때로 생각을 멈출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 생각이 나를 잠식시킬 것 같을 때 말이에요. 그리고, 가끔은 더 잇고 싶은 생각도 있다는 걸 문득 깨닫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는 건 평생을 깨달아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걸 깨달아가는 과정이 삶인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호에서는 활자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주절주절 거립니다.
잉크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나요?
1
6월 5주차 망망대해 순찰일지
아아, 들리나? 지금부터 망망대해 순찰일지 6월 5주차 보고를 시작하겠다.
함선은 아주 순항 중이다. 태풍도, 빙산도, 무인도도 없다. 이전에는 폭풍우 때문에 비가 함선 안까지 들이닥치기도 했지만 지금은 괜찮다. 비록 아직 함선 안에 물기가 남아있지만… 부디 곰팡이가 생기지 않길.
내게 주어진 ‘망망대해를 탐험하는 임무’는 아주 슬프기도 하지만, 혼자 살아가보도록 나를 세상에 던지는 용감한 임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나는 아주 최근에 깨달았다. 이토록 무섭고 멋있는 임무가 내게 왔다는 것을 그동안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었던 것이라 회고하고 싶다. 물론 언제든 이 멋진 임무가 다시 볼품없게 보일 날이 올 수 있지만.
나는 이전에 아주 많은 곳을 돌아봤지만 망망대해를 이렇게 자세하게 본 적은 없었다. 함선이 바닷물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위에서 잠자코 살펴보자면 부드럽고 유하면서도 날이 서있다. 그래서 나는 그저 관찰하기만 할 뿐인 이 임무에 멋지다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결국 나는, 이 함선을 사랑한다.
2
동글한 마음을 너에게 줄게
원하는 삶의 방식을 관철한다는 건 참 멋진 일이야. 그치. 너가 원하는 삶의 형태는 무어야? 있지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 느낄 수 있는 매일을 살아가고 싶어. 힘들 때나 기쁠 때 불쑥 찾아갈 수 있음 좋겠어. 서로의 하루를 간략하게라도 알 수 있음 더욱 좋고. 근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거야. 삶의 궤적이 비슷한 사람들이라 그럴까 힘들어하는 순간이 엇비슷한 거지. 나의 인연들이 나를 필요로 하면 나는 달려가지 않을 수 없어. 내가 지쳐있을 때도 매한가지. 그런데 이런 땐 발이 잘 안 떨어져. 가고는 싶은데 발걸음은 느려지는 느낌. 뭔지 알까? 그러니 언제나 건강해야 해. 돌봐 줄 수 있게. 그렇게 우리가 연결될 수 있게. 그리고 언제 연락이 와도 내가 마음을 낼 수 있도록 업무를 미리 끝내야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해 주기 위한 필수 조건. 건강과 부지런함. 이보다 더한 동기는 없을 거야. 이건 부담이기보단 기꺼이 하고 싶은 미션. 도전해볼게. 나는 너와 연결되고 싶으니까.
3
우리 사랑을 하자
우리 영화 같은 사랑을 하자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있어요. 그래서 사랑하는 것들을 마구 떠올려 보려고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이와 잇몸을 드러내며 주름이 선명해지게 웃는 얼굴
샴푸향이 느껴지게 살랑 불어오는 미적지근한 바람
아무 말 없는 긴 포옹
귀한 마음을 건네고 멋쩍게 웃는 우리
사랑하는 게 많아 좋다며 다시금 외치는 사랑
아주 천천히 걸을 때 발바닥에 고스란히 느껴지는 땅의 촉감
그냥 흐르게 두어 목까지 흐르는 눈물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리고 몸을 둥글게 말아 낭비한 시간
어디쯤 와있는지도 모른 채 일렁이고 있을 바다를 보며 하는 고요한 산책
을 사랑해요.
꼭 영화 같은 사랑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 같은 사랑이 뭔지도 정의하기 어렵고요. 다만 사랑하는 것들을 곁에 두고 살면 그것들이 나를 또 일으켜 세우더라고요. 우리 다가올 7월에는 사랑하는 순간을 더 만들어 볼까요? 한 여름에 피어나는 능소화처럼 조금은 더 단단하고도 유연해지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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