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500억 달러를 쏟아부었는데, 왜 경제 지표에는 안 보일까?

AI의 기술적 능력과 경제적 효과는 서로 다른 시간표 위에 있어요.

2026.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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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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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지식토킹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주로 기술, 인문학,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들어가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오스왈드의 지식토킹입니다.

요즘 어딜 가든 AI 이야기예요. 뉴스를 켜면 AI, 회사 회의에서도 AI, 투자 리포트에서도 AI. 그런데 최근 이코노미스트에서 나온 기사 제목이 눈길을 끌었어요. "AI 생산성 붐은 아직 오지 않았다." 2024~2025년 사이에 전 세계 기업들이 AI에 쏟아부은 돈이 2,500억 달러 이상, 우리 돈으로 약 350조 원이에요. 그런데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이렇게 말합니다. "AI는 어디에나 있다. 거시경제 데이터만 빼고."

이 한마디가 40년 전 누군가의 말과 정확히 겹친다는 점에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깊이 파보려고 해요. AI에 이토록 어마어마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왜 경제 지표에는 안 잡히는 걸까요?

솔로의 유령: 40년 전에도 같은 질문이 있었다

198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가 뉴욕타임스 서평에서 이런 말을 남겼어요. "컴퓨터 시대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생산성 통계만 빼고."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트랜지스터,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칩이 폭발적으로 발전했고, 사무실마다 PC가 들어가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미국 생산성 성장률이 1948~1973년 연평균 2.9%에서, 1973년 이후 1.1%로 뚝 떨어진 거예요. 엄청난 기술이 등장했는데 생산성은 오히려 반토막이 난 셈이죠.

이 현상이 바로 "솔로의 생산성 역설"(Solow Paradox)이에요. 기술은 분명히 발전하고 있는데, 경제 데이터에는 안 잡히는 현상. 그리고 2025년, 경제학자들이 AI에서 정확히 같은 패턴을 목격하고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등장해요.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1]​이라는 거예요.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처럼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말하는데, 이런 기술들의 공통점은 적용 범위가 넓고, 지속적으로 개선되며, 이를 중심으로 다른 혁신이 따라 나온다는 점이에요. AI가 딱 이 범주에 해당하죠.

숫자의 착시: GDP 성장의 90%는 AI '사용'이 아니라 AI '건설'

2025년 미국 경제 지표를 보면 흥미로운 퍼즐이 있어요. GDP 성장률은 2.2%로 나쁘지 않은데, 고용 증가는 월평균 15,000명, 연간 0.1% 수준에 불과해요. 얼핏 보면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이 생산하고 있으니 AI 덕분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완전히 달라요.

하버드대 제이슨 퍼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GDP 성장의 약 90%가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에서 나왔어요. AI가 생산성을 높여서 경제가 성장한 게 아니라, AI를 만들기 위한 건물을 짓고 서버를 사는 투자가 GDP를 밀어올린 거예요. 완전히 다른 이야기죠.

샌프란시스코 연준 연구도 이를 뒷받침해요. 투자 효과를 제외한 기저 생산성 향상분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분석했거든요. 예일대 Budget Lab의 마사 김벨 연구원도 주의를 촉구해요. 생산성 데이터는 원래 노이즈가 크고, 1~2분기 데이터에 과잉반응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실제로 1950년 이후 산출과 고용의 격차가 2%포인트 이상이었던 해가 전체의 3분의 1이나 되니까요.

핵심은 이거예요. "경제가 성장하니까 AI 덕분이다"라는 단순한 등식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어요. 데이터를 깊이 들여다보면, AI의 순수한 기여분은 아직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써봤다"와 "바뀌었다"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

그러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어요. "사람들 분명히 AI 많이 쓰고 있잖아. ChatGPT도, 클로드도. 효과가 있을 텐데?" 맞아요, 쓰는 사람은 늘고 있어요.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알렉스 빅 연구팀이 실시간으로 조사한 데이터를 보면, 미국 근로자 중 생성형 AI를 써본 비율이 2024년 8월 약 39%에서 2024년 말 45%까지 올라갔어요.

그런데 중요한 숫자가 하나 더 있어요. 전체 근무 시간 중 AI를 사용하는 비율은 1~5% 수준이에요. 100시간 일하면 그중 AI 쓰는 시간이 최대 5시간인 거죠. 매일 AI를 쓰는 사람은 약 10%에 불과하고요.

BCG의 2025년 글로벌 설문(10,635명, 11개국)은 더 흥미로운 현상을 보여줘요. 리더·매니저급의 78%가 주 수회 AI를 사용하는 반면, 일선 직원의 정기 사용률은 51%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있어요. BCG는 이걸 "실리콘 천장"(Silicon Ceiling)이라고 불러요. 위에서는 AI를 강조하는데, 실제 현장에서 매일 쓰는 사람은 정체돼 있다는 거예요.

개별 작업 수준에서는 효과가 분명해요. MIT 연구(2023)에서 ChatGPT 사용 시 글쓰기 작업 시간이 약 40% 단축됐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BCG 컨설턴트 대상 연구에서도 12~25% 생산성 향상이 나타났어요. 하지만 이걸 거시경제 전체로 환산하면? 이코노미스트의 계산에 따르면 연간 0.25~0.5%포인트에 불과해요. AI를 쓰는 사람이 전체의 일부이고, 그마저도 근무 시간의 극히 일부만 AI에 할애하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이 계산마저 "절약한 시간이 모두 생산적으로 재배치된다"는 낙관적 가정 위에 서 있고요.

여기에 "AI 슬롭"[2]​ 현상까지 더해져요. AI가 만든 결과물 중 품질이 떨어지는 것들을 사람이 다시 확인하고 수정하는 데 추가 시간이 드는 거예요. AI가 아껴준 시간을, AI가 틀린 걸 고치는 데 다시 쓰게 되는 셈이죠.

전기 모터의 교훈: 도구를 사는 것과 공장을 다시 짓는 것

이 이야기가 절망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역사를 보면 이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에요. 1870년대에 전기 다이나모가 발명됐을 때, 공장들은 기존 증기 엔진 자리에 그냥 전기 모터를 갈아끼웠어요. 하나의 거대한 중앙 동력축에서 벨트로 모든 기계에 동력을 전달하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로요.

결과는? 효율 개선이 거의 없었어요. 전기의 진짜 장점은 동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건데, 그 장점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으니까요. 진짜 혁명은 30~40년 후인 1920년대에 왔어요. 각 기계에 개별 모터를 달고, 작업 흐름에 맞게 공장 동선 자체를 재설계했을 때 비로소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올랐어요. 경제사학자 폴 데이비드가 1990년에 발표한 유명한 연구 "The Dynamo and the Computer"가 이 과정을 분석한 거예요.

PC도 같은 패턴이었어요. 1970~80년대에 보급이 시작됐지만, 생산성 효과는 1990년대 후반에야 나타났고, 그것도 실리콘밸리 자체가 아니라 월마트 같은 소매업에서 컴퓨터를 활용한 물류·재고 관리 혁신이 진짜 생산성 부스트의 원천이었어요.

스탠퍼드의 에릭 브린욜프슨은 이 패턴을 "생산성 J-커브"라는 프레임워크로 정리했어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처음에는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져요. 조직 재편에 비용이 들고, 사람들이 적응하느라 시간이 걸리니까요. 그러다 적응이 이루어지면 급상승하는 J자 모양의 곡선이 나타나는 거예요.

실제로 토론토대 크리스티나 맥엘헤란과 브린욜프슨 연구팀이 미국 제조업의 AI 도입을 분석한 최근 논문에서, AI 도입 초기에 생산성이 오히려 하락하는 패턴을 확인했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보다 우위를 확보하더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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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직은 개인보다 느린가

NBER이 2026년 2월에 발표한 대규모 조사가 이 간극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줘요. 미국·영국·독일·호주 4개국의 CEO·CFO 등 임원 약 6,000명을 조사했는데, 기업의 70%가 AI를 사용하고 있지만, 지난 3년간 생산성이나 고용에 측정 가능한 변화가 있었다고 답한 기업은 10%도 되지 않았어요. 임원 본인들의 AI 사용 시간은 주당 고작 1.5시간이고요.

개인의 생산성을 올리는 것과 조직의 생산성을 올리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예요. 개인은 ChatGPT로 글쓰기를 40% 빨리 끝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개인이 속한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 승인 프로세스, 부서 간 협업 방식, 성과 측정 체계는 그대로거든요. AI 도구를 도입하는 것과, AI에 맞게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과제예요.

전기 때도 그랬잖아요. 전기 모터를 사온다고 공장이 바뀌는 게 아니었어요. 공장 동선 자체를 재설계하고, 작업 방식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했거든요. AI도 똑같아요. ChatGPT 계정을 만들거나 회사에 코파일럿을 깔아놓는다고 조직의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아요.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AI 중심으로 재설계할 건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돼야 하는 거죠.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이야기하면, 저는 이 상황이 "실패"라고 보지 않아요. 오히려 당연한 과정이라고 봐요.

GTM 전략을 수립하면서 수없이 봐왔던 패턴이 있어요.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면, 기업들은 거의 예외 없이 같은 순서를 따라요. 먼저 도구를 사고, 기존 업무에 얹어보고, "왜 효과가 없지?"라고 의아해하다가, 한참 뒤에야 프로세스 자체를 다시 설계하기 시작해요. SaaS 도입 때도, 클라우드 전환 때도, CRM 도입 때도 다 그랬어요.

문제는 지금 대부분의 기업이 첫 번째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거예요. AI 도구를 "도입"은 했는데, 업무 방식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단계로 넘어간 곳은 극히 드물어요. BCG 조사에서 워크플로우 전체를 재설계하는 기업과, 단순히 도구만 배포하는 기업 사이에 확연한 성과 차이가 나타나는 건 이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 논쟁에서 "AI가 효과가 있냐 없냐"보다 "조직이 AI에 맞게 변할 준비가 됐냐"가 더 본질적인 질문이라고 봐요. 기술의 능력이 아니라 조직의 적응 속도가 병목인 거죠. J-커브의 바닥에서 얼마나 빨리 올라가느냐는, AI의 성능이 아니라 경영진의 결단과 조직 재설계의 깊이에 달려 있어요.

마치며

오늘 이야기의 핵심을 정리하면 이래요.

첫째, AI의 기술적 능력과 경제적 효과는 서로 다른 타임라인 위에 있어요.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게 경제 전체의 생산성으로 나타나려면 조직과 산업이 재편돼야 해요.

둘째, 역사는 범용기술의 공통 패턴을 분명히 보여줘요. 전기는 40년, PC는 20년이 걸렸어요. 브린욜프슨의 J-커브에 따르면 지금은 그 커브의 바닥 근처에 있는 거예요.

셋째, "도입"과 "재편"의 간극이 핵심이에요. 전기 모터를 사는 게 아니라 공장을 다시 짓는 게 중요했던 것처럼, AI 도구를 사는 것보다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는 것이 진짜 전환점이에요.

이 글을 읽고 나서 한 가지만 점검해 보시면 좋겠어요. 우리 조직은 지금 AI를 "도입"하고 있나요, 아니면 AI에 맞게 "재편"하고 있나요? 그 답이 J-커브의 어디쯤에 서 있는지를 알려줄 거예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배경 지식

 

각주

  1. [1] 범용기술 (General Purpose Technology, GPT):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처럼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에요. 적용 범위가 넓고, 계속 개선되며, 이를 중심으로 다른 혁신이 따라 나오는 특징이 있어요. 여기서 GPT는 ChatGPT의 GPT가 아니에요.
  2. [2] AI 슬롭 (AI Slop): AI가 생성한 결과물 중 품질이 떨어지는 콘텐츠를 말해요. 사람이 이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추가 시간이 들면서, AI가 절약해준 시간의 순효과가 줄어드는 현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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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이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KBMA와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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