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오즈의 지식토킹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월드컵 이야기가 끝났지만 월드컵으로 엄청 호황을 맞은 시장이 있어요. 바로, 예측시장이에요. 폴리마켓(PolyMarket), 칼시(Kalshi)와 같은 예측시장은 이번 월드컵으로 20억달러(약 3조 1천억)에 가까운 거래액을 돌파했어요.(출처)
제가 예측시장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월드컵 때문이 아니에요. 올해 1월, 한 대학생이 틱톡에 영상을 올렸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맥도날드'라고 말할지에 10만 달러를 걸었고, 실제로 그 단어가 나오자 환호하는 장면이었죠. 5개월간 이 학생이 올린 베팅 영상은 145건, 총 41만 달러어치였어요.
그런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00개 넘는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 거래는 단 하나도 실제가 아니었어요. 실제 사이트에서 같은 맥도날드 베팅에 참여한 50개 이상의 계정은 전부 돈을 잃었고요.
"투명한 확률의 시장"을 표방하는 예측시장[1] 플랫폼이, 가짜 사이트에서 가짜 거래를 찍어 1.4억 뷰를 만들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건 단순한 마케팅 스캔들이 아니에요. 신뢰가 곧 제품인 시장에서, 성장을 위해 그 신뢰를 소모한 구조적 사건이에요.
🔍 1,100개 영상이 숨긴 것
WSJ 탐사보도의 핵심을 짚어볼게요.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은 수십 명의 대학생 크리에이터에게 월 2,000~3,000달러를 지급하고, 가짜 거래 영상을 제작하게 했어요. 이들이 베팅한 화면은 진짜 폴리마켓이 아니었어요. 폴리마켓이 직접 만든 더미 사이트 poiymarket.com(알파벳 l 대신 i)에서 촬영한 거예요. 실제 사이트와 거의 동일한 레이아웃이지만, 거래 금액과 결과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환경이었죠.
WSJ가 분석한 1,105개 영상 중 약 70%에 베팅 장면이 담겨 있었고, 총 190만 달러 규모의 거래가 등장했어요. 그중 118개 영상에서 크리에이터들은 합산 약 9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처럼 보였지만, 같은 베팅을 실제 사이트에서 했다면 16만 6,000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을 거예요. 90만 달러 수익을 연출한 화면 뒤에 16만 달러 손실이라는 현실이 숨어 있었던 셈이에요.
더 문제적인 건 유통 구조예요. 폴리마켓은 마케팅 대행사 바이럴리티(Virality)를 통해 수천 명의 '클리퍼'를 고용했어요. 클리퍼는 크리에이터 영상을 복사해서 자기 계정에 재게시하는 사람들이에요. 이들에게는 두 가지 지시가 내려졌어요. 첫째, 콘텐츠가 "개인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일 것. 둘째, 계정 이름에 'Polymarket'이나 'Poly'라는 단어를 절대 넣지 말 것. 오가닉 콘텐츠처럼 위장하라는 명시적 지침이었어요.
크리에이터들은 완성된 영상을 폴리마켓에 제출해 검수를 받았어요. 영상의 매력도가 부족하거나 조작이 티 나면 재촬영 지시가 떨어졌고요. 이건 인플루언서 몇 명이 자발적으로 과장한 수준이 아니라, 회사가 설계하고 관리한 조직적 마케팅 캠페인이었어요.
이 캠페인의 결과요?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합산 1억 4,000만 뷰 이상. 그리고 이 영상들의 타겟은 명확했어요. 시청자의 60% 이상이 미국 사용자여야 클리퍼에게 보수가 지급되는 구조였거든요. 엄청나게 성공적이였죠. 문제는 폴리마켓이 2022년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당한 상태라는 거예요. 미국 연방 광고법은 유료 광고 사실을 밝히도록 요구하고, 상품법도 오해를 유발하는 거래 홍보를 금지하고 있어요.
영상 속 반복되는 메시지가 있었어요. "이거 그냥 공짜 돈 아니야?"(Is this just free money?)"라는 문구가 분석 대상 영상의 약 4분의 1에 등장했어요. 이 한 문장이 1.4억 뷰의 핵심 후킹이었고, 동시에 가장 큰 거짓말이었어요.
📊 규제 밖에서 "성장이 곧 생존"이면 벌어지는 일
왜 폴리마켓은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배경을 보면 절박함이 읽혀요.
2022년, 폴리마켓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2]와 합의하면서 미등록 옵션 거래소 운영 혐의로 140만 달러의 벌금을 물고, 미국 내 암호화폐 기반 거래를 중단했어요. 회사는 파나마로 법인을 옮겼죠. 그런데 파나마 본사라는 곳을 실제로 찾아가 보면, 다른 크립토 회사 십여 곳과 공유하는 법률 사무소일 뿐이라는 보도도 나왔어요.
2024년 미국 대선을 거치면서 폴리마켓은 "실시간 여론의 바로미터"로 주목받으며 급성장했어요. 하지만 경쟁사 칼시(Kalshi)가 빠르게 따라붙었고, 2026년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역전됐어요. 더블록(The Block) 데이터 기준으로 2026년 5월 칼시의 월간 거래량은 폴리마켓의 약 2배에 달했어요. 칼시는 미국 내 CFTC 규제를 받는 합법 플랫폼이고, 로빈후드와의 제휴로 2,300만 명의 사용자 기반까지 확보한 상태였거든요.
두 플랫폼의 궤적이 갈린 지점이 흥미로워요. 칼시는 2024년 CFTC와의 법적 분쟁에서 승소한 뒤 규제 안에서 정면 돌파했고, 2026년에는 기업가치 220억 달러에 10억 달러 규모의 펀딩 라운드까지 마쳤어요. 반면 폴리마켓은 규제 밖에서 출발해 나중에 합법화를 시도하는 경로를 택했어요. 작년 말에야 CFTC 규제를 받는 미국 전용 앱을 출시했지만, 이 앱의 거래량은 해외 암호화폐 버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해요. 2026년 4월 기준으로 미국 앱 거래량 13억 달러 대 해외 버전 90억 달러. 합법 채널로의 전환이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는 거예요.
규제 안에 있는 경쟁자에게 거래량을 뺏기는 상황. 여기에 NYSE 모회사 ICE로부터 16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 직후라 성장 압력도 극심했어요. 폴리마켓 창업자 숀 코플란(Shayne Coplan)이 성장팀에 "온라인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라"고 지시했다는 내부 증언이 WSJ에 실렸어요.
흥미로운 건 정치적 배경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폴리마켓의 투자자이자, 경쟁사 칼시의 유료 고문이에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CFTC는 인력의 약 4분의 1을 감축했고, 예측시장에 우호적인 기류가 형성됐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예측시장이 번성할 수 있도록 CFTC가 독점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썼고요. 규제 당국이 업계 편에 서 있는 환경에서, 위법 소지가 있는 마케팅을 적발하고 제재할 동력이 있을지는 의문이에요.
규제 밖에서 성장하고, 성장한 뒤 합법화를 시도하는 패턴. 크립토 업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 전략이, 경쟁에 밀리는 순간 더 과격한 마케팅으로 이어진 구조예요. 사실 저는 이전에 이걸 한 번 다룬 적이 있어요.
한 가지 더 짚어볼 게 있어요.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건, 폴리마켓이 미국에서 금지된 플랫폼이면서 미국인을 타겟한 마케팅을 했다는 점이에요. 파나마 법인이니까 미국법 적용이 어렵고, 미국 규제기관은 관할이 모호하고, 크리에이터들은 개인 자격이니까 책임 소재가 흐려져요.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을 활용한 성장 전략의 전형적인 문제점이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에서, 피해는 개별 이용자에게 돌아가요.
💰 "쉬운 돈"의 실제 성적표
가짜 영상이 퍼뜨린 "쉬운 돈" 서사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어떨까요.
WSJ가 별도로 수행한 분석에 따르면, 폴리마켓 전체 수익의 67%가 상위 0.1% 계정에 집중되어 있어요. 160만 개 계정 중 2,000개 미만의 계정이 약 5억 달러를 가져간 거예요. 반대편에서는 전체 이용자의 70% 이상이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고, 하위 10% 이용자의 평균 손실은 4,000달러였어요.그러니까.. 대부분 돈을 잃는다는거에요.
프랑스와 캐나다 연구진이 발표한 학술 논문도 같은 결론이에요. 예측시장의 수익은 "거의 전부가 숙련된 전문 트레이더에게 돌아가고, 일반 베터와 단발성 참여자가 손실을 부담한다"는 거죠. 런던비즈니스스쿨과 예일대 공동 연구에서는 172만 개 계정 중 "실력 있는 승자"로 분류된 비율이 3.14%에 불과했어요.
칼시의 '멘션 마켓'(유명인이 특정 단어를 말할지 베팅하는 시장) 데이터는 더 적나라해요. WSJ가 3만 5,000개 이상의 멘션 마켓을 분석한 결과, "예"에 베팅한 평균 이용자의 손실률은 11%였어요. 라스베이거스 슬롯머신의 평균 손실률보다 나쁜 수준이에요. "공짜 돈" 영상이 가장 활발하게 프로모션된 바로 그 유형의 베팅에서, 일반 이용자는 구조적으로 돈을 잃고 있었던 거예요.

수익 구조의 반대편에서 돈을 버는 건 누구일까요. 서스쿼해나 인터내셔널 그룹 같은 퀀트 트레이딩 펌이 마켓메이커[3]로 활동하며 주당 수억 달러를 거래하고, 점프 트레이딩도 양쪽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해요. 이들은 일반 이용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데이터 인프라와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어요. 구조적으로, "쉬운 돈"을 믿고 들어온 리테일 유저의 손실이 이런 전문 트레이더의 수익원이 되는 구조예요. (이 부분은 크립토와 매우 비슷하죠.)
내부자거래 문제도 터져 나오고 있어요. 구글 보안 엔지니어가 사내 검색 데이터를 이용해 폴리마켓에서 120만 달러를 벌어 기소됐고, 미 특수부대 상사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 작전 기밀 정보로 40만 달러 이상을 챙겨 기소됐어요. 예측시장이 새로운 유형의 거래를 만들면서, 기존에는 수익화할 수 없었던 내부 정보가 현금화되는 통로까지 열린 셈이에요.
1.4억 뷰의 "쉬운 돈" 영상이 유인한 이용자 대부분은, 구조적으로 돈을 잃게 되어 있었어요.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이야기하면,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씁쓸한 기시감을 느꼈어요.
GTM 전략을 수립하면서 자주 마주쳤던 패턴이 있어요. 제품의 핵심 가치가 "신뢰"인데, 성장 압력에 밀려서 그 신뢰를 마케팅 연료로 태우는 경우요. 단기적으로는 숫자가 올라가요. 하지만 이렇게 쌓은 사용자 기반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예요. "쉬운 돈"을 기대하고 들어온 유저는 손실을 보는 순간 플랫폼에 대한 적대적 기억을 갖게 되거든요.
폴리마켓의 핵심 가치 제안은 "블록체인 위의 투명한 거래"예요. 모든 거래가 폴리곤 체인에 기록되고, 누구나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이 경쟁사와의 차별점이었죠. 그런데 그 플랫폼이 블록체인에 기록되지 않는 가짜 사이트에서 거래를 촬영했어요. 제품이 약속하는 것과 마케팅이 실행하는 것 사이에 이렇게 정면으로 모순이 생기면, 그 브랜드의 신뢰도 기반은 구조적으로 훼손돼요.
제가 보기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요. 예측시장의 존재 이유는 "군중의 지혜를 통한 정확한 확률 발견"이에요. 정보에 기반한 트레이더가 참여해야 가격이 정확해지는 구조예요. 그런데 FOMO 기반 베터가 대거 유입되면, 가격 발견 기능 자체가 왜곡돼요. 바이럴 마케팅이 끌어들인 이용자가 시장의 존재 이유를 약화시키는 역설이 생기는 거예요.
마치며
정리해볼게요.
폴리마켓은 가짜 사이트에서 가짜 거래를 촬영해 1.4억 뷰의 "쉬운 돈" 서사를 만들었어요. 이 마케팅의 배경에는 규제 밖 플랫폼이 합법 경쟁자에게 거래량을 역전당하면서 생긴 구조적 압력이 있었고요. "쉬운 돈"을 믿고 들어온 이용자 70% 이상이 실제로는 돈을 잃고 있고, 수익의 67%는 상위 0.1%에 집중되어 있어요.
투명성이 곧 제품인 시장에서, 불투명한 방식으로 성장을 추구하면 그 성장은 결국 자기 자신을 갉아먹어요. 이건 예측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신뢰를 파는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구조적 교훈이에요.
혹시 "쉬운 수익"을 내세우는 플랫폼에 직접 참여해보신 경험이 있다면,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 어디서 가장 컸는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다음 호에 반영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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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Katherine Long, Caitlin Ostroff, Neil Mehta, Brenna T. Smith, "They Looked Like They Were Getting Rich on Polymarket, but None of It Was Real", Wall Street Journal, 2026.6.20. : WSJ가 1,100개 이상의 영상을 분석한 탐사보도의 원문이에요.(유료기사)
- Wall Street Journal, "0.1% of Polymarket Accounts Take Home 67% of All Profits", Wall Street Journal, 2026.5.4. : 예측시장 수익 분배 구조를 160만 계정 데이터로 분석한 별도 조사예요. "쉬운 돈" 서사의 현실을 숫자로 보여줘요.
- Gómez-Cram, Guo, Jensen & Kung, "Prediction Market Accuracy", London Business School & Yale, 2026.4. : 172만 개 계정 분석으로 "실력 있는 승자" 비율이 3.14%에 불과하다는 학술적 근거를 제공해요.
배경 지식
- Pew Research Center, "Trading Volume on Prediction Markets Has Soared in Recent Months", 2026.5.27. : 예측시장 전체 거래량 추이와 Kalshi/Polymarket 비교를 중립적으로 정리한 자료예요.
- CNBC, "Google employee charged with $1M Polymarket insider trading bet on search term", 2026.5.27. : 구글 직원 내부자거래 기소 사건의 상세 경위를 다룬 보도예요.
각주
- [1]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 미래 사건의 결과에 돈을 걸어 거래하는 플랫폼이에요. 참여자들의 베팅 가격이 해당 사건의 발생 확률을 반영한다는 원리로 작동해요. 주식처럼 "예" 또는 "아니오" 계약을 사고팔 수 있어요.
- [2] CFTC(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파생상품과 선물 시장을 규제하는 미국 연방기관이에요. 예측시장도 이 기관의 관할 아래에 있어요.
- [3] 마켓메이커(Market Maker):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전문 거래자예요. 매수·매도 호가를 동시에 제시해서 다른 참여자들이 거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그 과정에서 스프레드(가격 차이) 수익을 얻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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