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서 안녕하셨나요? 어느새 2023년 2월의 중순, 겨울의 끝자락을 함께 달리고 있네요. 이제는 날짜 공란 맨 앞에 2023년을 적어 넣는 것도 헷갈리지 않는 이 타이밍. 지금이 바로 나의 새로운 '문화예술입맛' 을 탐색하기 딱 좋은 시기가 아닐까요?
파-서 오늘 에디터들이 리뷰하는 모든 영화들은 모두 '벡델초이스'에 선정된 영화들인데요! 그렇다면 ‘벡델’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에서 유래한 이름인데요, 이 때의 ‘벡델 테스트’란 벡델이 고안한 성평등테스트입니다. 이에는 3개의 기준이 있는데요,
1.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사람 이상일 것.
2.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것.
3. 그 대화가 남성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일 것.
파-서 이를 한국영화감독조합이 ‘벡델초이스’ 선정작들을 선보이면서 한국 영화계의 성 불평등 문화를 반영하기 위해 4개의 조건을 더 추가했다고 합니다.
4. 감독/제작자/시나리오 작가/촬영감독 중 한 명 이상이 여성 영화인일 것.
5. 여성 단독 주인공 혹은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남성 주인공과 동등할 것.
6. 여성 캐릭터가 성별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을 것.
7. 소수자를 향한 차별적 시선이 존재하지 아니할 것.
파-서 오늘 에디터들이 소개하는 영화 이외에도 다양한 여성 서사 영화들이 다채롭게 선정되었으니, 세상의 반이 여성인 세상에서 들끓는 지독한 남성 서사가 지겨웠던 모든 여인들에게 희소식이 아닐까요? 비교적 단편적이고 소비적이던 여성 캐릭터에서 벗어난 다양한 여성 서사의 시작, 오늘은 [벡델초이스 영화 특집]입니다.
- 1장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했어> _메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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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포 안녕하세요 메타포입니다! 제가 또 돌아왔네요. 어찌나 시간이 길게 느껴진지요! 저는 유독 겨울, 특히 2월달에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겨울을 싫어해서 그런걸까요... 얼른 봄이 되어 벚꽃이 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때는 꼭 놀이공원에 놀러가고 싶거든요. 어쨌든! 이번 주제는 놀이공원처럼 설레는 영화 추천 콘텐츠입니다! 벡델 초이스에 선정된 영화 리뷰!
메타포 벡델 초이스에 선정된 영화 리스트에 생각보다 제가 이미 봤던 영화들이 꽤 많더라구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구경이>도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여 초이스 되었구요! 큰 기준은 아니지만 명확한 성평등 지수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죠... 여튼 좋습니다. 저는 이 중 제가 좋아하는 불변의 법칙. 여자 삼총사가 나오는 영화를 골라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SCENE 1. 뻔하지만 트렌디한
메타포 네! 제가 선정한 여자 삼총사 영화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었습니다. 사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플롯은 단순했어요. 다른 클리셰 영화들처럼 약자들이 강적에게 투쟁하고 그것을 성공하는 방식의 권선징악 영화. 그치만 오히려 이것이 저한테는 좋게 작용을 했습니다. 다들 영화를 선택할 때 크게 두가지 기준으로 나눠서 선택을 하게 되지 않나요? 단순한 킬링타임 영화와 딥한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저는 삼토반을 <헤어질 결심>이 아니라 <극한직업>처럼 단순하게 보기 좋은 킬링타임 영화로 인지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어요. 뻔하지만 기본기에 충실했기 때문이에요.
메타포 우선 제가 어떠한 콘텐츠를 접할 때 항상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은 많은 이름을 가진 인물들이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인데, 삼토반은 이 부분을 충족시켜주었습니다. 중간중간 조현철이나 이주영, 그리고 배해선 배우처럼 제가 아는 얼굴들이 깜짝깜짝 등장하니까 너무 재밌었어요!... 세 주연들에게만 포커스하지 않아도 디테일하게 볼거리들이 많은 거죠. 무엇보다 각 인물들을 단순하게 이용만 하고 내다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반가웠습니다.
메타포 두번째로는 2020년 당시 트렌드에 맞는 트렌디한 영화로 보였습니다. 2020년 디자인 트렌드 키워드가 바로 ‘뉴트로’였다는 걸 아시나요? 삼토반이 딱 그 뉴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시대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물론 모티브를 삼았던 사건의 시기가 옛날이라서 당연하게 설정된 배경이긴 하지만요. 기존에 어렵게만 느껴졌던 여성서사 콘텐들 중 단순하게 풀어가고 있는 삼토반은 제게 마음에 드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벡델 테스트에 의구심을 들게 만드는 이상한 초이스의 영화도 아니었구요.
#SCENE 2. 다채로운 등장인물
메타포 방금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제가 삼토반에서 가장 좋아했던 포인트였어요. 너무너무 재밌지 않나요? 각양각색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게. 삼토반 본 사람들끼리 가장 인상 깊었던 조연이 누구였냐고 토론해도 될 정도였어요. 전 참고로 영어강사 타일러(제리)입니다(가장 이 사람이 왜 여기에?싶었던)
메타포 무엇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많았다는 것이 좋았어요. 자영이에게 남동생처럼 친근하게 징징대지만 더 우대 받아서 얄미운 무능력한 최동수 대리나 유나의 신경을 박박 긁지만 시대상 여성이 커리어우먼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분위기에도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멋진 조민정 대리를 보면 이게 삼토반의 즐거움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람이의 주변 회사 인물들을 보아도 보람이를 막대하는 남자 상사가 있는 반면에 봉현철 부장님처럼 좋은 말을 해주는 인물도 있잖아요. 다양한 인간상을 한 영화에 압축해서 모아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SCENE 3. 마무리를 하며...
메타포 이번에도 이렇게 리뷰가 끝났네요! 오늘도 참 주저리...주저리... 디테일에만 집착하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여러분도 공감이 되셨을련지 모르겠네요:) 저는 삼토반을 정말 시간이 흐른지도 모를 만큼 재밌게 봤었는데, 여러분들은 어떠셨나요? 조금이라도 유익한 글이었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장 <야구소녀: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의학적 남성이 아닌 자’는 부적격 선수로 분류했다.> _미장센
CQ, CQ, CQ! 여기는 파워 서플라이(Power-Supply) 미장센. 수신합니다.
미장센 안녕하세요! 지난 번 여성서사 특집에 이어 벡델 초이스 선정작 리뷰라니! 여성 서사 문화예술을 사랑하지만 잘 몰랐던 작품들도 몇 개 보여서 리뷰할 작품을 고를 때 너무너무 신났답니다 :>
미장센 제가 리뷰할 작품은 바로 <야구소녀>입니다! 최윤태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각본과 편집을 모두 맡았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학생이자 최고구속 134km과 볼 회전력 강점으로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목받던 한 소녀가 프로 선수를 꿈꾸는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주인공인 ‘주수인’ 역할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영화 <메기>를 통해 얼굴을 알린 ‘이주영’ 배우가 맡았습니다.
#SCENE 1. “(손바닥을 맞대며) 중학교 때까지 내가 더 컸었는데, 키도 더 컸었고, 야구도 더 잘했었어.”
미장센 호기롭게 입학했던 고교 야구팀에서 수인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든 나날들을 보냅니다. 2차 성징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차이 나는 체구와 체력에 수인은 많은 회의감을 느끼죠. 여자가 130km 이상의 속구를 던진다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남성들에 비하면 애교인 수준일 뿐입니다.
미장센 유급까지 고민하는 수인의 의지와는 달리 주변인들은 수인을 다그치기 급급합니다. 특히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는데, 취업이나 대학과 같이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닌 그 누구 하나 가본 적 없는 길을 자신의 딸이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기가 버거웠죠. 설상가상으로 새로 온 최진태(이준혁 배우) 야구 코치마저도 성별이 문제가 아닌 실력이 없기 때문에 모든 이가 수인의 포기를 종용하는 것이라 말하죠.
미장센 그러나 바로 포기해버릴 수인이 아니죠. 온리야구원웨이걸 수인은 최 코치에게 자신의 의지와 당돌함을 내비칩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죠. 내심 자신의 예전 모습을 투영하던 최 코치는 결국 수인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됩니다.
#SCENE 2. “이건 예뻐지는 거 아니야. 이건 그냥 단단해지는 거야.”
"단점은 절대 보완되지 않아. 단점을 보완시키려면 장점을 키워야 돼."
영화 <야구소녀(2020)> 中
미장센 최 코치가 파악한 수인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단연 볼 끝을 살게 하는 그만의 볼 회전력. 최 코치는 바로 여기에 베팅을 해보기로 합니다. 너클 볼이란, 손 끝으로 회전을 줘서 던지는 다른 공들과 달리, 손가락의 관절을 이용해 밀어서만 던지는 공입니다. 즉, 공의 회전을 거의 없앤 구종으로, 둥실둥실 떠가며 무작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보이죠. 최 코치는 이 너클 볼에 우회전 구질을 섞어 타자의 타이밍이나 밸런스를 무너뜨리고자 합니다. 그 누구도 수인을 미리 예측할 수 없도록 말이죠.
미장센 수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속구를 버리고 너클 볼 던지기 맹연습에 돌입한 수인. 하지만 이 너클 볼도 관절이 길고 손이 커야 잘 던질 수 있었지만, 수인은 손이 작은 편이었죠. 그런 수인에게 최 코치는 손톱을 이용하라고 합니다. 손이 작은 대신, 있는 힘껏 손톱 끝으로 밀어내라고요.
미장센 공식적인 루트로는 거절당했던 트라이 아웃. 최 코치의 갖은 노력으로 결국 트라이 아웃의 기회를 잡은 수인에게 그의 오랜 야구 친구 정우는 손톱 강화제를 선물합니다. 트라이 아웃 전 날 손톱 강화제를 바르는 수인에게 그녀의 동생인 수영이 예뻐지려고 바르는 것이냐 물어보죠. 질문을 들은 수인은 자신의 행동이 단단해지기 위함이라며 수영에게 알려줍니다.
미장센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이에요. 네일을 한다는 것은 코르셋의 대표적인 행위 중 하나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손톱을 딱딱하게 만드는 네일아트가 손톱을 가장 많이 상하게 하기도 하고요. 수인이 손톱강화제를 바르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더 단단해지려는 모습이 꽤나 행복해보였어요 :)
#SCENE 3. “느려도 이길 수 있어요. 그게 제 장점이에요.”
미장센 트라이 아웃을 무사히 마친 수인에게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설상 프로 제의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수인의 앞날이 마냥 창창할 것이라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를 본 모든 이들이 수인을 응원하게 될 거에요.
"빠르고 느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던진 공을 상대방이 못 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 그러니까 여자건 남자건 그건 장점도 단점도 아니에요."
영화 <야구소녀(2020)> 中
미장센 영화가 전반적으로 담담한 색채를 가지고 있어서 좋았어요. 물론 야구라는 행위를 할 때는 200컷 이상의 다채로운 구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학교나 일상에서의 대화 장면은 모두 현실 그대로를 담아낸 것 같았어요. ‘왓챠’ 에서는 야구소녀 코멘터리 영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데요! 감독님의 말에 따르면 실제 사례도 많이 참고하셔서 영화를 제작하신 듯하여 매우 인상적이었답니다. 구도나 편집과 같은 부분들에서도 많은 해석을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두 주연 배우인 이주영 배우와 이준혁 배우도 함께 코멘터리를 진행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미장센 예를 들면, 트라이 아웃 장면 속 아마추어 여성 야구 선수로 등장하는 ‘정 제이미’는 실제 여성 야구국가대표인 원혜련 선수가 연기했습니다. (야구소녀를 무려 7번이나 관람하셨다고 감독님께 인증하셨다고!) 그리고 영화 속에서 수인을 돕는 또 다른 선생님이 계시는데, 이 또한 실제 학교 선생님으로 계신 여성 야구국가대표의 실제 사례에서 가져왔다고 하네요. 이런 깨알 포인트도 많아서 좋았고,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은 사실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어려운 일인데, 수인의 프로 선수라는 꿈에 동참한 기분이라 벅찬 마음으로 영화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답니다.
미장센 말이 많이 길어졌네요. 그만큼 좋은 영화에요.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요. (수인의 어머니 역할은 무려 엄혜란 배우랍니다! 감독님이 코멘터리 내내 극찬을…ㅎㅎ) 야구를 잘 모르셔도 재밌게 감상하실 수 있을 거에요! 그럼 이만 말 줄입니다.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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