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Q, CQ, CQ! 여기는 파워 서플라이 (Power-Supply). 모든 미친자들에게 수신합니다.

[씨어터필름] 우린 미쳤다는 말 자주 듣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서 예술을 하며 살고 있거든요! 하하하!

2023.03.29 | 조회 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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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ㅡ워 서플라ㅡ이

CQ CQ CQ! 여기는 문화예술 공급기 파ㅡ워 서플라ㅡ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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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서 안녕하세요, 여러분! 모두 잘 지내셨나요? 어느덧 벚꽃이 거리에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었죠. 마치 코로나가 없어진 것처럼요.

파-서 현재 대학로의 극장 거리는 다시금 활기를 되찾았지만, 2020년, 모두가 코로나 블루를 앓기 시작했을 때 공연 사업은 직격타를 맞았습니다. 공연의 생명은 현장감인데, 그 생동감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많은 공연계 종사자들이 불안을 토로했습니다.

파-서 이 때 2020 서울국제예술공연제(2020 SPAF)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요, 공연을 영화 형태로 제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얘기할 "씨어터 필름(Theatre Film)"인데요! 우리는 공연을 사랑하는데, 공연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관객들에게 온라인으로 다가갈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영에 비해 영상 미학적 측면이 부각되어 영상 언어로 구현한 새로운 형태의 창작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오늘은 우리의 팀원들이 어떠한 예술적 담화를 나눴는지 살펴보러 가보실까요? 뿅!

 

... CQ, CQ, CQ! 여기는 파워 서플라이(Power-Supply) 미장센, 제 4의 벽, 그리고 메타포. 수신합니다.

 

  • 제 1장 <씨어터필름의 유의미한 특징?>

미장센 안녕하세요, 오늘도 과몰입 장인 미장센이 왔답니다 ^_^

미장센 우선 무대 광인에서 이 씨어터필름만이 할 수 있는 특징이 아주 잘 드러났다고 생각했어요. 무대광인은 자신이 퇴장할 즈음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검정색 천으로 뒤덮습니다. 그녀는 블랙큐브 안에서 크로마키를 한 듯 없어지죠. 그러나 그녀는 언제나 이 무대 위에 잔상과 같이 남아있겠다며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고 자막으로 이야기합니다. “자막”! 너무나도 영화스럽죠. 그녀는 다른 광인들이 등장했을 때도 시퀀스 어딘가에 걸려있다가 자막으로 자신을 표현하고는 합니다.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그녀의 캐릭터가 추구하는 방향과 꽤나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해도 쉽고 매우 재밌었답니다.

미장센 그리고 광인 한 명 한 명이 독백 대사를 칠 때마다 화면의 4/5 이상의 엄청난 헤드룸이 발생합니다. 필름의 한 특징인 시퀀스라는 형태가 없었다면 이러한 연출은 불가능했겠죠.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드러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하게 되면 헤드룸과 같은 형태를 우리가 알아서 잘라내고 보지는 않으니까요. 저는 이 연출이 사람들이 이 광인들의 뇌 속을 상상해보고자 할 수 있는 여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광인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헤드룸에 발생한 여백에서 그의 말을 나의 상상으로 그려보는 것이죠. 마치 오디오북이나 책을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처럼요.

미장센 이 외에도 빠른 화면 전환이나 인물을 비추는 카메라 워킹, 그리고 개별 마이크를 통한 수음과 확대되어 보이는 표정과 몸짓들이 부각되는데요, 개인적으로 영화도 많이 사랑하고, 어쩌면 공연보다 영화라는 영상 언어에 더 익숙한 보편적인 사람들에게 더욱 다가가기 쉽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기대 안 했는데 정말 흥미롭게 감상했어요. 왕추천!!

 

메타포 안녕하세요 메타포입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풀어졌어요. 겨울이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니까 괜히 더 신나고 그러지 않나요? 이런 와중에 갑자기 비가 오면 누가 봄이 되는 걸 막기라도 하는 듯 급 쌀쌀해져서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벚꽃 필 시기에는 비 좀 안 오게 해라!! 여튼, 전 요즘 좋은 날씨 덕분에 밖으로 나가 카공을 자주 합니다. 여러분은 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실까요? 사실 이번 주제는 봄과 관련성이 적습니다. 비대면 코로나19시대에 맞서 발전한 씨어터필름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첫 발제라 그런지 떨리기도 하네요!

메타포 저는 미리 극단 신세계의 씨어터필름을 여러편 관람한 적이 있다는 점 미리 알립니다!(너무너무좋아해요...) <나는 광인입니다>는 제가 관람했던 신세계의 씨어터필름 중 가장 잘 만든 씨어터필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메타포 <나는 광인입니다>보다 더 옛날에 올렸던 <말 잘 듣는 사람들>은 당시에 씨어터필름으로 제작될 예정이 아니었는지 영상에 연출이 들어가지 않아서 중계에 가깝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메타포 그러나 <나는 광인입니다>는 코로나가 한참 심하던 2020년에 중계로만 공개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시대적 상황이 잘 느껴지던 연출력이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한참 비대면 공연이 진행 될 시절 엔터분야에서도 관객석이 비어있다는 상황을 활용해 카메라를 360도로 사용해 풍부한 영상미를 만들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예시로 Mnet에서 방영했던 로드투킹덤이 가장 대표적으로 생각납니다.). 극단 신세계 역시 다양한 카메라 각도를 활용하면서 극을 더 다채롭고 즐겁게 만든 것 같아 인상 깊었습니다. 신세계의 다른 씨어터필름들은 깔끔한 영상미가 있었다면, <나는 광인입니다>는 ‘비대면 공연예술’이라는 특징을 100%로 활용한 화려함이 있었달까요! 공연에서 관객이 빠졌다는 아쉬움을 다채로움으로 채우려 노력한 것이 보였어요. 이러한 특징 덕분에 오프라인이었다면 하지 못했을 연출이 들어가 공연과 영화를 뛰어넘은 제 3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어져 즐거움이 두배로 느껴진 것 같았습니다. 극 내내 가장자리에서 등장하고 있는 무대광인의 존재감을 어필하거나 바쁜 헬멧 광인이 무대 이리저리를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요. 이처럼 필름씨어터이기에 할 수 있었던, 보여줄 수 있었던 특징이 많이 보였기에 유의미하다고 느꼈습니다.

 

제 4의 벽 시어터필름! 언뜻보면 영화인가? 싶은 단어이죠! 필름이면 필름이지, 시어터필름이 뭔데? 최근 들어 공연예술계에 자주 보이는 단어, 시어터필름은 말그대로 공연예술을 film화! 시킨 것인데요,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많은 공연의 취소, 연기 등의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이로써, “SHOW MUST GO ON!”의 공식이 깨져버렸죠. 한국,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다양한 각국에서 연극이 취소되는, 락다운 현상이 즐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공연예술계는 고민한 끝에 시어터필름을 개발해냈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영상화’를 목적으로, 연극 고유의 현장성을 유지하면서, 영화적 기법의 카메라 워킹, 연출 등으로 정교한 영상미를 드러내는 장르입니다. 국립극단을 필두로 다양한 극단과 창작집단에서 이러한 시어터필름을 개발 및 상연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럼 시어터 필름과 일반적인 영화의 차이점은 뭘까요?

제 4의 벽 사실 영화에도, 영화의 장르를 구분하는 3가지의 단어가 있습니다. Movie, Film, Cinema가 그것인데요, 언뜻 똑같아 보이지만 이들은 각각 다른 장르, 다른 특색의 영화를 뜻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Movie는 상업 영화, Film은 예술 영화, Cinema는 영화관을 지칭하기도, 혹은 Movie와 Film을 거시적으로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이 “Film”과 시어터필름의 차이점은 뭘까요! 제가 생각하는 고유의 차이점은 <현장성>입니다. 이는 곧 영화와 연극의 차이점을 그대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영화는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보여줍니다. 영상예술의 가장 큰 이점이기도 하죠. 그에 반하여, 시어터필름은 우리가 아는 연극무대, 그 무대만을 유일한 백그라운드로 사용합니다. 언뜻보면 좁은 공간이지만, 시어터필름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아는 그 무대를, 마치 상상의 동물이라 여겨진 코끼리처럼 커다랗게 만들어내는 재주가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 소개드릴 <나는 광인입니다> 이외에 국립극단에서도 다양한 작품들을 “엔톡라이브”라는 매체를 통해 공개하고 있으니, 관람해보시는 걸 적극적으로 추천드립니다!

 

  • 제 2장 <가장 인상 깊었던 광인?>

미장센 저는 포옹광인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포옹광인은 등장할 때 포옹이 옥시토신을 분비하며 사람을 편안한 상태로 이끈다고 설명합니다. “이리 오세요, 안아드릴게요.” 그는 양 팔을 벌리고 그의 동료들을 포옹해줄 준비를 마칩니다.

미장센 그러나 그의 밝은 얼굴과는 달리 그의 포옹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울고 있습니다. 작가, 무용수, 단역 배우, 영상업계 종사자.. 모두 예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었지요. 예술은 우리의 삶을 더 낫게 한다고 믿는 포옹광인이지만, 아무도 그에게 포옹의 한계에 대해서는 일러주지 않았습니다. 많은 이들을 위한 포옹은 결국 자신의 짐과 업보가 되었고, 자신을 안아달라는 또 다른 이를 힘들다는 이유로 내치게 되죠. 그리고는 연락이 두절됩니다.

미장센 포옹광인은 많은 고민을 내비칩니다. 과연 예술인과 비예술인 중 무엇이 더 고귀할까요? 예술을 하다 죽은 자신의 친구들은 과연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했을까요? 포옹광인은 말합니다. “문학에는 인류의 우울이 녹아있어서 문학에 기생하는 우리들은 우울을 기반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예술은 왜 더 우리를 아프게 하죠?” 예술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그 빛에 가려진 수많은 죽음과 비리들을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 예술을 공부하는 저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요, 그렇기에 이 포옹 광인이 저에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미장센 아, 그리고 이런 주제를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영화 바빌론까지 함께 추천드릴게요! <위플래쉬>, <라라랜드> 제작 감독의 가장 최신작으로, 영화사에 대한 많은 비판을 해학적으로 담고 있는 영화랍니다. 같이 감상해보세요!

메타포 저는 첫 등장, 이강호 배우님이 연기한 헬멧광인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 극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광인들 즉 예술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오로지 예술인들의 호소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첫 등장을 맡은 헬멧광인에서부터 보였습니다. 이들의 삶을 통해서 대한민국 사회인들이 겪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를 콕콕 찌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계속 등장하는 모든 광인들에 저를 대입하면서 관람했는데, 그 중 제 일상과 가장 닮아있던 광인이 바로 헬멧광인이었던 것 같아요, 가장 뇌리에 박히기도 했구요! 바빠서 이런저런 일을 시간을 쪼개가면서 하고, 너무 바쁜 탓에 하지 않을 실수들도 하고, 사고도 당하면서 살아가는 헬멧광인의 일상이 씁쓸해보이면서도 학교를 다닐 때의 제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그나마 제가 편하게 살 수 있게 놓아주고 있지만요, 작년만해도 불규칙적인 수면패턴을 가지고 그렇게나 바쁘게 살았거든요. 개미광인이 얘기한 것이 이런 것일까요! 이 나라에 베짱이는 없다는 말처럼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헬멧광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4의 벽 제가 가장 인상깊게 바라본 광인은 바로 ‘가스광인’입니다. 저에겐 <나는 광인입니다>가 보여준 다양한 광인시리즈 중, 가장 종잡을 수 없는 시리즈였는데요! 단순히 가스, 즉 방귀를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 싶었습니다. 하나의 가스가 연결해주는 하나의 이야기는, 한 인간의 처참하고도 잔인한 시간들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진행되고 있었죠.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한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관람합니다. 예술과 예술인, 그리고 예술계에서 진행되던 성폭력이 얼마나 많은 배우들을 학살하고 있었는지, 우리는 미처 몰랐던 것들을 보게 됩니다. 그것이 ‘사랑’이라 포장되는 잔인한 과정까지 지켜보며, 우리는 지난 2018년에 일어난 미투운동을 깨닫고, 미투운동이 얼마나 중요한 무브먼트였는지 다시금 깨닫고, 분노합니다. 우리의 분노는 정당했고, 진작에 이루어져야 했음을, 그리고 너무 늦었지만 다시 새로운 공연예술계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제 4의 벽 예술인들은 왜 말도 안되는 명목으로 성폭력을 저지르고, 갑질을 해댔을까요. 사회에서 성폭력은 흔히 피해자를 타깃으로, 피해자에게 그들의 책임을 묻습니다. 손가락질합니다.  왜 저항하지 못했니, 왜 옷을 그렇게 입고 다녔니, 왜 늦은 밤 시간에 돌아다녔니. 도움을 요청해야 할 곳이 아무 곳도 없었습니다. 예술계에 공공연하게, 그리고 침묵하는 분위기에서 활개치던 성폭력은, 없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용감한 한 예술인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운동은 예술인들의 올바른 자긍심을 키울 수 있게 되었고, ‘NO’라고도 외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모르는, 공공연한 성폭력이 존재하니까요. 우리는 항상 외치고, 외칠 것입니다.

 

파-서 아, 참! 오늘 파워 서플라이 팀원들이 논의한 극단 신세계의 씨어터 필름 [나는 광인입니다]는 유튜브에서 시간적, 공간적 제한 없이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답니다. 링크 살포시 두고 저희는 이만 들어갑니다(광고였으면 좋겠다)!

파-서 2주 뒤에 만나요, 안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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