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 구독자 여러분!
지난 8화에서는 '완벽한 낄끼빠빠'를 위해 대화의 빈틈을 읽고 내 턴을 가져오는 법에 관해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리고 9화에서는 우리의 입을 무겁게 만들었던 '평가 불안'이라는 심리적 원인까지 깊이 파고들었었죠?
오늘은 그 모든 기술과 마음가짐을 뛰어넘는 또 다른 고민, 바로 '멈추지 않는 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러한 고민은 결국 대화의 흐름을 능숙하게 조절하고 싶다는 한 가지 목표로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그럼 오늘은 '대화의 마침표를 찍는 기술'에 관해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오늘의 사연
김형 님 안녕하세요!! 저는 워낙 말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대화가 시작되면 저도 모르게 신이 나서 말이 많아지는 편이에요. 그래서 '혹시 상대방이 지루해하진 않을까?', '너무 혼자만 말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때가 많아요.
물론, 나름대로는 노력하고 있어요! 대화 중 상대방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말을 하려다 멈칫하는 듯한 표정을 짓지는 않는지 계속해서 살피고 있죠. 또, 상대방이 제게 질문을 던지면, 저도 같은 질문을 되돌려주려고 노력하면서 대화의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노력이 과연 맞는 방향인지, 그리고 이외에 또 어떤 방법들이 있을지 궁금해서 용기를 내어 사연을 보냅니다!보카집중(@voca_zip_zhong) 님
(보카집중 님, 사연을 보내주신 글만 읽어도 '투머치토커'의 기운이 물씬 풍깁니다. 그만큼 말하기에 진심이시라는 뜻이겠죠? 😂)
말이 많아지는 이유
보카집중 님, 그리고 말을 많이 해서 고민인 모든 분들! 혹시 여러분의 말이 길어지는 이유가 무엇일지, 깊이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심리학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연구들에서 이 현상에 관해 몇 가지 중요한 원인을 제시합니다.
1/ 사회적 불안감과 인정 욕구

말이 많아지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불안감에 있습니다. 대화 중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나를 재미없는 사람으로 생각할까 봐' 하는 두려움이 말을 멈출 수 없게 만들죠. 이러한 불안감은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무의식적인 욕구를 자극합니다. 결국, 말을 하면 할 수록 대화를 망치고 있다는 불안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갇히게 되는 것입니다.
2/ 비언어적 신호에 대한 둔감성

우리는 대화 중 눈빛, 표정, 몸짓 같은 비언어적 신호를 끊임없이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말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이 할 말에만 집중하느라 상대방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들을 놓치기 쉽습니다. 상대방이 턱을 괴거나, 시선을 돌리거나, 혹은 입을 벌려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칫하는 '턴 넘김 신호'를 읽지 못하면, 대화는 자연스러운 '주고받기'가 아닌 '일방적인 표현'으로 변질되곤 합니다.
3/ 핵심을 정리하지 못하는 습관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다 말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 이야기는 불필요한 서론과 부연 설명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말하고자 하는 핵심, 즉 '요점'이 명확하지 않으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국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되죠. 이 습관은 여러분의 말을 힘 빠지게 만들고, 자신감 없는 사람처럼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김형의 해결책: 원인에 맞춘 실용적인 조언
이제 고민의 원인을 알았으니,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적용할 차례입니다. 이미 하고 계신 노력에 더해, 더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말을 줄이는 대신, 목소리에 권위를 담아 보세요.
말을 많이 하는 이유가 불안감이라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단 한 마디로도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 연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조언을 할 때 평소보다 목소리 톤을 낮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Sorokowski et al., 2019). 또한 낮은 목소리 톤을 가진 남성은 리더십과 연봉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Mayew et al., 2013). 목소리 톤을 낮추고 천천히 말하면 상대방에게 더 큰 신뢰감과 권위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이렇게 해 보세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의식적으로 목소리 톤을 한두 단계 낮추고, 평소보다 0.5배속 느리게 말해 보세요. 단 한마디를 하더라도, 그 무게감이 달라질 겁니다.
2/ 상대방의 목소리까지 경청하는 '능동적 경청'을 연습하세요.
경청은 단순히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을 넘어, 상대방이 말하는 방식과 목소리의 비언어적 신호까지 이해하려는 태도입니다.
-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대방의 목소리 톤이나 빠르기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그 사람의 매력도, 신뢰도, 지배력 등을 무의식적으로 판단합니다 (Babel et al., 2014; Tsantani et al., 2016).
- 이렇게 해 보세요: 상대방의 말이 끝났을 때, 바로 다음 말을 꺼내기보다 잠시 멈추고 상대방의 목소리에서 어떤 감정이나 의도가 느껴지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찰나의 순간이 여러분의 대화 타이밍을 잡는 중요한 단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3/ 내 말을 알아듣게, 요점을 제대로 팔아라!
『요점만 말하는 책』의 저자인 조엘 슈워츠버그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보고서'에서 벗어나, 여러분의 '주장'을 팔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합니다.
다음 3단계 훈련법을 통해,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핵심만 남기는 기술을 익혀 보시기 바랍니다.
- (1단계) '요점' 제대로 파악하기: 요점은 단순히 '주제'가 아니라, 여러분이 강력하게 제안하고 방어하고 증명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스스로에게 "나는 ~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문장 뒤에 여러분이 한 실제 생각을 붙여 보세요. 만약 말이 된다면,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요점입니다.
- (2단계) '요점' 명확히 전달하기: 여려분의 말을 듣는 사람(청자)의 머릿속에 여러분의 요점을 정확히 옮겨 놓는 것이 화자의 유일한 임무입니다. 첫 15초 안에 인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제가 오늘 말씀드릴 요점은 ~입니다."처럼 여러분의 주장을 명확히 밝히고, "저는 ~을 추천합니다.", "저는 ~을 제안합니다."와 같은 분명한 표현으로 여러분의 주장을 '판매'하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누군지 아는 것을 넘어서 어떤 걸 내게 원하는지 명확하게 파악해야겠죠?
- (3단계) '요점' 강화하고 지키기: 문장의 끝을 질문처럼 올리지 말고, 마침표를 찍듯 단호하게 마무리하는 연습을 해 보세요. 이는 자신감과 권위를 전달하는 데에 효과적입니다.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중얼거림과 너무 빠른 말 속도 등을 개선하고 힘과 권위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대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는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입니다."와 같은 표현으로 여러분의 주장을 굳건히 지키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 밖에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해당 책을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마치며
보카집중 님, 그리고 이 레터를 읽고 계신 모든 분들!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요점이 없는 말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배운 팁들을 통해 말이 많아서 고민이었던 여러분이, 이제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임팩트와 신뢰를 담는 매력적인 소통가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는 여러분의, 고민과 이야기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레터에서 또 만나요!
참고문헌
- 조엘 슈워츠버그 (2018). 요점만 말하는 책: 핵심만 콕 짚어 강력하게 말하는 법 (곽성혜 역). 유노북스. (원전: Schwartzberg, J. (2017). Get to the Point!: Sharpen Your Message and Make Your Words Matter. Berrett-Koehler Publishers.)
- Babel, M., McGuire, G., & King, J. (2014). Towards a more nuanced view of vocal attractiveness. PLoS ONE, 9(2), e88616.
- Mayew, W. J., Parsons, C. A., & Venkatachalam, M. (2013). Voice pitch and the labor market success of male chief executive officers.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34(4), 243-248.
- Sorokowski, P., Puts, D., Johnson, J., Żółkiewicz, O., Oleszkiewicz, A., Sorokowska, A., Kowal, M., Borkowska, B., & Pisanski, K. (2019). Voice of authority: Professionals lower their vocal frequencies when giving expert advice. Journal of Nonverbal Behavior, 43(2), 257-269.
- Tsantani, M. S., Belin, P., Paterson, H. M., & McAleer, P. (2016). Low vocal pitch preference drives first impressions irrespective of context in male voices but not in female voices. Perception, 45(8), 946-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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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카보카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매일 하나씩 시도해 보며 투머치토커에서 적당한토커로 거듭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3가지 방법 모두 다 저에게 와닿는 것들인데 특히나 2번, 3번은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것들이라 다 읽고 나니 뼈가 으스러질 정도네요!! 덕분에 정말 좋은 조언 얻고, 실행해 보며 더 좋은 토커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
순살보카 님이 되셨군요ㅎㅎ 조금씩 시도해 보시면서 말씀하신 것처럼 더욱 더 좋은 토커로 거듭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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