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 구독자님! 김형입니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바로 어제였습니다. 다들 즐거운 명절 연휴 보내고 계신지요?
오늘은 많은 분들이 공감할 만한 목소리와 말의 '기본기'에 관한 고민을 가져왔습니다.
혹시 중요한 자리에서 말문이 막히거나, 열심히 말했는데도 내 이야기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속상했던 경험 있으신가요? 늘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내 말하기 습관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 자신감을 채워줄 레터,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사연
안녕하세요, 김형 님. 저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말을 할 때면, 소리가 자꾸 안으로 먹어들어가는 느낌이라 녹음을 들어보면 말하는 내용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 것 같아 늘 신경이 쓰여요. 특히 목소리 톤 자체가 신뢰감이나 자신감이 부족하게 들리는 것 같아서, 열심히 준비한 내용인데도 듣는 사람이 제 말을 잘 안 믿어주는 건 아닐까 걱정돼요. 게다가 말할 때마다 자꾸 '로딩'이 걸리는 것처럼 멈칫거리는데, 이 때문에 논리도 약해지고 설득력도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제 목소리의 정확한 단점과 이 문제를 어떻게 보강해야 할지 알고 싶어요.30대 직장인, 지** 님
원인 분석: 발음과 발성 그리고 로딩의 연결고리
일단 오늘의 사연자께서 겪고 계신 문제를 정리해 보면, (1) 소리가 안으로 먹어들어가는 문제, (2) 신뢰감, 자신감 부족 그리고 (3) 말할 때 '로딩'이 자주 걸리는 문제 이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 이걸 차근차근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소리가 안으로 먹어들어가는 문제(명료성 부족)
이러한 상황이 있는 건 지난 레터(5화: 내 목소리는 왜 답답하게 '먹는 소리'일까?)에서 한 번 다룬 적이 있는, 청각이 예민한 분들 혹은 비염 등의 증상이 있는 분들처럼 여러 신체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근본적으로 이는 '공명(Resonance)'과 '조음(Articulation)'의 문제입니다. 즉, 코나 입 등 소리가 울리는 공간(이를 '공명강'이라고 합니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소리를 못 안쪽에 가둬두거나, 혀나 입술의 움직임이 둔해서(조음이 원활하지 않음) 소리가 밖으로 또렷하게 나오지 못 하는 것입니다.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호흡과 후두(성대) 그리고 공명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이 중에서 공명에 문제가 생기면 '명료성'이 떨어지죠.
2. 신뢰감과 자신감 부족
목소리의 음 높이(Pitch)가 높거나 음량(Volume)이 작고 어조가 불안정하면, 사람들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하나 있는데요, McGill 대학교 Jiang과 Pell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감 있는 목소리는 단 4-12Hz의 음높이 차이만으로도 구별되며, 뇌는 이를 200밀리초(눈 깜빡이는 순간) 안에 감지한다고 합니다. 26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낮은 톤의 목소리를 가진 화자가 리더십, 능력, 지배력 면에서 일관되게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조언을 할 때 자신의 목소리 톤을 자연스럽게 낮추는 경향이 관찰되기도 했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목소리를 너무 낮추려고 하면 성대마찰음(흔히 '보컬프라이(vocal fry)'라고 함)이 발생하고 긴장이 생겨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최적의 음높이는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흠~" 소리로 편안하게 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톤에서 찾아야 해요.
3. 말할 때 '로딩'이 자주 걸리는 문제
흔히 말하는 로딩은 불필요한 채움말(Filler words)나 과도한 쉼(Pause)로 나타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전에 작성한 이 두 개의 뉴스레터('6화: 말할 때 자꾸 ‘음…’이 습관처럼 나온다면, 오늘이 글이 답입니다.', '7화: 말을 두서없이 한다면, 이 네 가지 구조로 당장 바꿔 보세요.')를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해결책: 기본기를 다져 신뢰감을 높이는 3단계 트레이닝
사연자께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해결하고, 원하는 명료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를 만들기 위한 해결 방안을 알려 드릴게요. 이 세 가지 팁을 꾸즌히 실천하신다면, 호흡과 발성(공명) 그리고 말하기 구성까지 기본기가 매우 탄탄해질 것입니다.
1. 횡격막 훈련으로 명료성과 안정성 확보
목소리의 힘은 호흡 그 중에서도 횡격막이라는 곳에서 시작됩니다. 불안정하거나 먹먹한 소리는 대부분 깊은 숨을 들이쉬지 못 해 성문하압(성대 아래 쪽의 공기 압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 보세요] '촛불 끄기' 복식 호흡

(1) 등을 곧게 펴고 앉거나 서서, 손을 아랫배(배꼽 아래)에 올려 놓으세요.
(2)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서 아랫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껴 보세요(복식호흡). 가슴이 올라오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3) 입으로 숨을 내쉴 때는 마치 앞에 촛불 10개가 있다고 생각하고, '후~' 하는 소리가 아닌 '스~' 하는 소리로 촛불을 하나씩 끊어 끄듯이 복부를 수축시키며 일정하고 길게 내쉽니다.
(4) 이 훈련은 성대 아래의 공기 압력(성문하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훈련이며, 꾸준히 하면 목소리의 떨림이 줄고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훈련은 1-2주차에 어색해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4주차에는 호흡이 자동화되기 시작해요.)
2. 목소리를 밖으로 꺼내는 공명 훈련
소리가 먹먹하게 들리는 것은 공명의 활용을 제대로 못 하는 것 때문입니다. 특히 비염이 있다면 비강(코)에 울림을 주는 대신에 구강(입)이나 흉강(가슴)에 울림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명확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 보세요] 입 속을 채우는 '허밍'과 '마-메-미-모-무' 발음

(1) 입술 떨기(립 트릴)과 허밍
입술을 가볍게 붙이고 숨을 내쉬면서 '부르르~~' 소리를 내는 립 트릴을 5초간 해 봅니다. 이어서 입을 다물고 '음~'하는 허밍을 하는데, 소리나 코, 머리가 아닌 입 속과 얼굴 전면 부분에서 울린다는 느낌을 가져야 합니다.
(2) 모음 명료화
'마-메-미-모-무' 5가지 모음을 발음할 때 입 모양을 최대한 크게 벌려 발음합니다. 이때 /ㅁ/ 소리를 내면서 위의 (1)과 마찬가지로 얼굴 전면 부분에서 울리는 느낌을 최대한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이 두 가지가 갖춰지면 소리가 훨씬 명료해집니다.
3. 로딩을 줄이는 '한 문장 요약' 구성 훈련
말할 때 로딩 혹은 버퍼링이 걸리는 것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을 잘 할 필요가 있는데, 핵심을 잘 정리해서 그걸 두괄식으로 전달하는 연습을 해 보시는 게 필요합니다.
[이렇게 해 보세요] PREP 구조 훈련으로 논리력 보강
- 말하기 전, 다음 문장의 핵심 내용을 머릿속으로 '한 문장'으로 먼저 요약하고 시작하세요. 이 한 문장 요약이 '로딩'을 줄여줍니다.
- PREP (Point-Reason-Example-Point) 구조로 말하는 연습을 하면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1) Point (결론):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을 한 문장으로 말합니다.
(2) Reason (이유): 그 주장의 가장 중요한 이유 한두 가지를 설명합니다.
(3) Example (예시/근거): 청중이 이해하기 쉬운 구체적인 사례나 데이터를 제시합니다.
(4) Point (재강조): 처음의 결론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마무리합니다.
- 일상 대화나 업무 보고 시 이 구조를 의식적으로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말의 논리가 단단해지고, '로딩' 대신 '잠시 생각하는 짧은 쉼'으로 바뀌어 오히려 신뢰감을 줄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구조 연습은 '7화: 말을 두서없이 한다면, 이 네 가지 구조로 당장 바꿔 보세요.' 참조)
마치며
일단 사연자 님께 드리고 싶은 가장 첫 번째 말씀은 막연하게 느끼던 고민을 정확한 문제점으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발전을 이루신 거라는 겁니다. 소리, 신뢰감, 로딩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 기본은 호흡과 공명이라는 기술적인 부분에 있습니다.
오늘부터 가장 먼저, '촛불 끄기' 복식 호흡과 '마-메-미-모-무' 발음 연습을 딱 1주일만 꾸준히 해 보세요. 목소리가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신뢰감이 따라오고, 여기에 구성 연습까지 더해지면 '로딩'이 줄어들고 당당한 스피치가 가능해 질 겁니다 ! 사연자 님이 자신감 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 오늘의 스피치 능력치 테스트!
오늘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 볼까요? 다음 중, 목소리가 먹먹하고 전달력이 떨어지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하는 훈련은 무엇일까요?
- 말을 시작하기 전에 PREP 구조를 머릿속으로 외운다.
- 코 주변의 울림을 느끼며 '마-메-미-모-무'를 반복 발성한다.
- 회의 전에 말할 내용을 완벽하게 암기한다.
- 목소리 톤을 최대한 낮춰서 말한다.
정답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정답 공개는 다음 레터에서)
참고문헌
- Jiang, X., & Pell, M. D. (2017). On how the brain decodes vocal cues about speaker confidence. Cortex, 66, 9-34.
- Mayew, W. J., Parsons, C. A., & Venkatachalam, M. (2013). Voice pitch and the labor market success of male chief executive officers.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34(4), 243-248.
- Patel, R. R., Pickering, J., Stemple, J., & Donohue, K. D. (2012). Effect of breathing exercises on voice production. Journal of Voice, 36(4), 563.e1-563.e9.
- Puts, D. A., Hodges, C. R., Cárdenas, R. A., & Gaulin, S. J. C. (2007). Men's voices as dominance signals: Vocal fundamental and formant frequencies influence dominance attributions among men.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28(5), 340-344.
- Sorokowski, P., Sabiniewicz, A., Kscale, P., Sorokowska, A., Akpo, S. E., Atama, C. S., Ayebare, R., Batres, C., Bertoni, A., Bizumic, B., Boussena, M., Buss, D. M., Butovskaya, M., Can, S., Carrier, A., Cetinkaya, H., Chaun, D., Conroy-Beam, D., Cueto, R. M., ... Frackowiak, T. (2019). Voice of authority: Professionals lower their vocal frequencies when giving expert advice. Journal of Nonverbal Behavior, 43(3), 257-269.
- Theodore Dimon, Jr. (2022). Your body, your voice: The key to natural singing and speaking. North Atlantic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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